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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좋은 장소는 어디일까? 19 00:02:09,250 --> 00:02:10,353 바로 그때 20 00:02:11,568 --> 00:02:13,250 기막힌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21 00:03:32,839 --> 00:03:36,052 원작 산티아고 헤노베스 22 00:03:43,060 --> 00:03:46,712 감독 마르쿠스 린덴 23 00:04:02,294 --> 00:04:11,313 표류자들 24 00:04:34,000 --> 00:04:39,208 그 보트를 처음 봤을 땐 신나면서 겁도 났어요 25 00:04:42,000 --> 00:04:44,333 전 항해할 줄도 몰랐고 26 00:04:44,416 --> 00:04:48,208 우리가 바다를 건너게 될 거란 것 말고는 27 00:04:48,291 --> 00:04:50,781 아는 게 하나도 없었거든요 28 00:04:51,024 --> 00:04:51,916 9번 참가자 페이, 미국 29 00:04:51,916 --> 00:04:56,250 1973년에 전 23살이었습니다 30 00:04:56,333 --> 00:04:59,983 결혼해서 자식이 둘 있었어요 31 00:05:00,904 --> 00:05:06,875 항상 세상만사에 관한 지적인 갈증을 느꼈고 32 00:05:06,958 --> 00:05:08,997 과학도 좋아했어요 33 00:05:10,708 --> 00:05:16,000 우리는 정말 중요한 문제를 탐구하기 위해서 34 00:05:16,083 --> 00:05:18,791 그 보트에 올랐습니다 35 00:05:18,875 --> 00:05:23,916 사람들이 서로 다투는 이유와 다투지 않는 이유 36 00:05:24,000 --> 00:05:27,444 그리고 서로 미워하는 이유를 찾기 위해서 37 00:05:28,031 --> 00:05:30,166 보트에 오른 거예요 38 00:05:36,208 --> 00:05:39,916 일주일 전만 하더라도 곧 평화가 찾아올 것 같았는데 39 00:05:40,000 --> 00:05:42,208 전쟁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40 00:05:42,291 --> 00:05:48,123 사람들은 B52 폭격기의 북베트남 폭격을 지켜보면서 41 00:05:48,124 --> 00:05:52,208 닉슨 대통령이 전쟁을 지속하려는 이유를 궁금해하고 있습니다 42 00:05:53,916 --> 00:05:56,791 남자 6명, 여자 7명으로 이뤄진 총 13명의 그룹이 43 00:05:56,875 --> 00:06:00,716 현대 문명을 잠시나마 탈출할 생각인가 봅니다 44 00:06:00,717 --> 00:06:04,426 그런데 그 탈출 방법이 정말 특이합니다 45 00:06:04,833 --> 00:06:08,250 가로세로 12, 7m 크기의 강철 보트를 타고 46 00:06:08,333 --> 00:06:11,416 카나리아 제도에서 출발해 대서양을 건너 멕시코로 간답니다 47 00:06:11,500 --> 00:06:16,833 실험 책임자는 멕시코 인류학자 산티아고 헤노베스입니다 48 00:06:16,916 --> 00:06:20,464 운 좋게도 제가 탄 비행기가 납치돼 49 00:06:20,465 --> 00:06:22,625 쿠바로 끌려가는 경험을 했어요 50 00:06:22,708 --> 00:06:27,041 공격성, 폭력성, 갈등을 연구하는 학자 중에 51 00:06:27,042 --> 00:06:30,416 실제로 납치된 건 제가 처음일 겁니다 52 00:06:30,500 --> 00:06:35,916 전 이미 흥미로운 데이터 몇 가지를 발표했습니다 53 00:06:36,000 --> 00:06:41,083 인간은 힘든 상황이나 위기 상황에서 본성을 드러내는데 54 00:06:41,166 --> 00:06:46,000 그걸 통해 인간을 탐구할 수 있죠 55 00:06:47,384 --> 00:06:49,791 1973년 5월 스페인 라스팔마스 56 00:06:49,791 --> 00:06:53,416 1973년 5월 11일 57 00:06:55,500 --> 00:07:00,277 오늘 밤, 자원자 10명이 카나리아 제도에 도착한다 58 00:07:00,833 --> 00:07:03,253 서로 얼굴을 보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59 00:07:06,083 --> 00:07:08,333 처음 보는 사람 10명이 60 00:07:08,416 --> 00:07:13,500 용감하게 보트 위에 고립된 채 석 달을 보낼 것이다 61 00:07:15,291 --> 00:07:21,203 난 국제 신문에 광고를 내서 참가자를 모집했다 62 00:07:21,625 --> 00:07:24,617 탐사 대장과 함께 소형보트를 타고 63 00:07:24,958 --> 00:07:30,166 대서양을 건널 자원자를 모집한다는 광고였다 64 00:07:32,458 --> 00:07:34,926 지원자는 수백 명에 달했지만 65 00:07:35,458 --> 00:07:38,333 딱 10명만 선발했다 66 00:07:39,458 --> 00:07:43,666 집단 내에 긴장감을 조성하기 위해서 67 00:07:43,750 --> 00:07:48,761 국적, 종교, 출신 배경이 다른 남녀를 선별했다 68 00:07:49,208 --> 00:07:52,625 이 세상의 축소판이라고 보면 된다 69 00:07:54,083 --> 00:07:57,583 그리고 이번 탐사를 이끌 선장은 70 00:07:57,666 --> 00:08:01,333 스웨덴 출신의 마리아 비에른스탐에게 맡겼다 71 00:08:01,431 --> 00:08:06,640 마리아는 선장 자격을 취득한 세계 최초의 여성이다 72 00:08:06,440 --> 00:08:09,500 7번 참가자 마리아, 스웨덴 73 00:08:09,500 --> 00:08:14,675 스웨덴에 여자 선장이 있다는 소문을 74 00:08:14,676 --> 00:08:17,039 산티아고가 들었나 봐요 75 00:08:19,097 --> 00:08:24,305 전 그보다 3년 전에 선장 자격을 취득했는데 76 00:08:24,500 --> 00:08:29,880 산티아고가 스톡홀름으로 와서 보트를 이끌어 달라고 했어요 77 00:08:30,166 --> 00:08:33,291 대서양을 건너는 건 물론 신나는 일이지만 78 00:08:33,375 --> 00:08:35,547 보트는 좀 심하다 싶었죠 79 00:08:36,624 --> 00:08:42,447 보트를 타고 대서양을 건너는 건 상상도 못 해 봤거든요 80 00:08:42,448 --> 00:08:45,789 그 소형보트는 커다란 깡통처럼 생겨서 81 00:08:46,249 --> 00:08:49,323 제대로 조종하기도 쉽지 않았어요 82 00:08:51,166 --> 00:08:55,086 정어리 통조림처럼 네모반듯하게 생겼는데 83 00:08:56,166 --> 00:08:57,737 모터도 없더군요 84 00:08:58,791 --> 00:09:02,965 산티아고가 다른 여자 선장을 못 구하겠다고 하길래 85 00:09:03,459 --> 00:09:05,083 제가 하겠다고 했죠 86 00:09:19,000 --> 00:09:21,023 결국 다시 돌아왔네요 87 00:09:21,857 --> 00:09:23,127 이것 좀 봐요 88 00:09:26,250 --> 00:09:28,186 저건 기억나요 89 00:09:30,875 --> 00:09:33,692 - 창문이 이랬나요? - 네 90 00:09:33,693 --> 00:09:35,083 잘 만들었네요 91 00:09:44,041 --> 00:09:47,708 - 요리는 어디서 했죠? 여기? - 맞아요 92 00:09:47,791 --> 00:09:50,068 - 여기서 했나요? - 네 93 00:09:50,260 --> 00:09:51,648 돛대도 있었죠 94 00:09:51,695 --> 00:09:54,481 - 어디였죠? - 여기 있었어요 95 00:09:55,041 --> 00:09:57,787 안으로 들어가 볼까요? 96 00:10:12,791 --> 00:10:17,875 아칼리 실험은 한 무리의 사람을 보트에 태우고 97 00:10:18,044 --> 00:10:23,125 대서양을 건너며 행동을 연구하는 실험이었어요 98 00:10:23,208 --> 00:10:28,346 탈출하기 힘든 환경에서 인간 행동을 연구했죠 99 00:10:29,291 --> 00:10:34,298 산티아고는 머나먼 사막에 사람들을 가둬 놓으면 100 00:10:34,417 --> 00:10:38,274 결국 언젠간 탈출에 성공할 테지만 101 00:10:38,275 --> 00:10:41,193 바다에선 못 도망친다고 하더군요 102 00:10:42,252 --> 00:10:43,616 3번 참가자 세르반, 프랑스 103 00:10:43,616 --> 00:10:46,666 산티아고가 절 고른 이유는 잠수부였기 때문이에요 104 00:10:46,750 --> 00:10:50,166 잠수할 줄 아는 여자가 필요했나 봐요 105 00:10:51,375 --> 00:10:54,666 결혼해서 자식이 있으면 더 좋다고 했죠 106 00:10:54,750 --> 00:10:57,833 그러면 집을 떠나오기 더 힘들 테니까요 107 00:10:57,916 --> 00:11:01,009 산티아고는 모든 실험 참가자가 108 00:11:01,057 --> 00:11:03,948 항해를 무척 힘들어할 만한 109 00:11:04,376 --> 00:11:08,791 충분한 이유가 있기를 바랐어요 110 00:11:14,583 --> 00:11:17,519 보트의 이름은 '아칼리'로 정했다 111 00:11:18,875 --> 00:11:24,414 고대 멕시코어로 '수상 주택'이란 뜻이다 112 00:11:29,166 --> 00:11:32,134 아칼리호는 해류와 바람의 힘만으로 113 00:11:32,610 --> 00:11:35,875 대서양을 건너갈 것이다 114 00:11:37,875 --> 00:11:41,458 모터도 없고 뒤따르는 보트도 없고 115 00:11:41,541 --> 00:11:44,056 육지로 돌아갈 방법도 없다 116 00:11:46,750 --> 00:11:50,059 이번 실험이 위험하다는 건 나도 잘 안다 117 00:11:51,166 --> 00:11:55,500 하지만 실험군은 아직 이 사실을 모르는 눈치다 118 00:11:59,125 --> 00:12:01,466 이처럼 위험한 상황에선 119 00:12:01,550 --> 00:12:05,220 사람들이 본능에 따라 행동할 것이다 120 00:12:06,000 --> 00:12:08,541 난 사회 인류학자로서 121 00:12:08,625 --> 00:12:11,658 그들의 행동을 어느 때보다 확실하게 122 00:12:11,945 --> 00:12:14,650 연구할 수 있을 것이다 123 00:12:21,458 --> 00:12:26,208 항해 교육을 받은 사람은 마리아 선장뿐이다 124 00:12:27,625 --> 00:12:33,000 바다는 놀이터가 아니라는 걸 그녀는 잘 알고 있다 125 00:12:42,541 --> 00:12:45,993 인명 구조 벨트 사용법을 보여 드릴게요 126 00:12:46,875 --> 00:12:49,875 에이스케 씨가 좀 도와주세요 127 00:12:56,583 --> 00:13:00,638 이게 뒤로 가야 해요 맞아요 128 00:13:01,329 --> 00:13:04,844 - 이제 팔에 둘러요 - 아뇨, 밖에 둘러야죠 129 00:13:07,790 --> 00:13:09,108 - 됐네요 - 네 130 00:13:12,950 --> 00:13:14,013 좋습니다 131 00:13:18,250 --> 00:13:19,750 그리고 여기 묶어야죠 132 00:13:19,833 --> 00:13:26,291 제가 제일 두려웠던 건 누군가 물에 빠지는 거였어요 133 00:13:27,991 --> 00:13:29,838 - 잘했어요 - 네 134 00:13:30,220 --> 00:13:32,690 - 됐네요 - 이러면 안 빠지죠 135 00:13:35,041 --> 00:13:39,423 처음에 전 그냥 사진작가로서 136 00:13:39,424 --> 00:13:43,185 평소처럼 일하러 가는 줄 알았어요 137 00:13:43,875 --> 00:13:48,789 산티아고가 실험의 일환으로 절 연구하고 싶어 한다는 건 138 00:13:50,115 --> 00:13:53,958 보트에 오른 뒤에야 알았어요 139 00:13:54,437 --> 00:13:56,625 8번 참가자 에이스케, 일본 140 00:13:56,625 --> 00:14:02,375 그때는 이미 배에서 내리기엔 너무 늦어 버렸죠 141 00:14:03,541 --> 00:14:06,104 그러면 사진을 찍어 볼게요 142 00:14:18,439 --> 00:14:20,343 '치즈' 하세요 143 00:14:24,456 --> 00:14:27,414 11명이 다 모여서 사진을 찍었어요 144 00:14:28,541 --> 00:14:31,350 출항하기 직전에 찍은 거예요 145 00:14:32,839 --> 00:14:35,378 그로부터 43년이 지났고 146 00:14:36,284 --> 00:14:39,418 지금은 그중 7명만 살아 있어요 147 00:14:42,000 --> 00:14:46,000 좀 특이한 실험이라는 생각은 들었지만 148 00:14:46,083 --> 00:14:51,454 뭔가 잘못됐다는 생각은 안 해 봤어요 149 00:14:51,958 --> 00:14:56,132 굳이 못 할 것도 없겠다 싶었거든요 150 00:14:59,237 --> 00:15:01,008 5번 참가자 메리, 미국 151 00:15:01,008 --> 00:15:05,000 당시 전 식당에서 웨이트리스로 일하기 시작했는데 152 00:15:05,083 --> 00:15:07,811 딱히 희망이 안 보였어요 153 00:15:08,541 --> 00:15:13,208 산티아고의 제안에 따라 아칼리호에 오르면 154 00:15:13,291 --> 00:15:19,666 재충전도 하고 새 출발을 할 수 있을 것 같았죠 155 00:15:19,750 --> 00:15:24,422 당시 제겐 무엇보다도 변화가 필요했거든요 156 00:15:34,791 --> 00:15:38,068 출항하는 날엔 사람이 정말 많이 모였어요 157 00:15:39,382 --> 00:15:42,548 뭔가 대단한 일을 하는 기분이 들었고 158 00:15:43,500 --> 00:15:46,469 연예인이 된 것 같은 기분도 들었어요 159 00:15:46,469 --> 00:15:48,698 실험용 보트를 타고 대서양을 건넌다 160 00:15:48,699 --> 00:15:50,955 그 보트가 오늘 출항합니다 161 00:15:50,956 --> 00:15:53,410 선장은 스웨덴 여성 162 00:16:05,708 --> 00:16:11,416 우주로 날아갈 우주 비행사가 된 기분이었어요 163 00:16:11,729 --> 00:16:15,436 저희는 자유롭게 날아올랐죠 164 00:17:03,791 --> 00:17:07,791 대서양을 건너게 해 줄 해류까지 도달하려면 165 00:17:07,875 --> 00:17:11,416 일단 모터보트가 우릴 끌어 줘야 했다 166 00:17:13,541 --> 00:17:17,303 다 같이 첫 번째 식사를 즐기고 있는데 167 00:17:17,510 --> 00:17:19,787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났다 168 00:17:22,375 --> 00:17:24,525 마리아 선장의 남자친구가 169 00:17:24,773 --> 00:17:28,549 예인선에서 우리와 작별 인사를 하다가 170 00:17:28,724 --> 00:17:33,417 당황한 목소리로 마리아를 무전으로 호출했다 171 00:17:44,875 --> 00:17:48,666 여긴 아칼리호의 마리아 선장이다, 오버 172 00:17:48,750 --> 00:17:52,250 - 마리아, 내 말 들려? - 응 173 00:17:52,333 --> 00:17:55,674 계약서를 제대로 읽은 사람이 한 명도 없나 봐 174 00:17:55,958 --> 00:17:59,000 내가 볼 때 이건 완전 노예 계약이야 175 00:17:59,083 --> 00:18:03,458 당신의 몸과 정신을 포함한 모든 걸 176 00:18:03,459 --> 00:18:06,852 산티아고에게 내맡긴다는 내용이잖아 177 00:18:09,416 --> 00:18:12,416 이게 정말 과학적인 실험 방법일까? 178 00:18:13,208 --> 00:18:16,081 난 아닌 거 같은데 당신 생각은 어때? 179 00:18:16,302 --> 00:18:20,247 '정신'에 관한 얘기는 계약서에 없었어 180 00:18:21,000 --> 00:18:24,083 '몸'과 '정신'이라고 분명히 적혀 있어 181 00:18:24,166 --> 00:18:27,396 산티아고가 시키는 대로 무조건 해야 한대 182 00:18:28,916 --> 00:18:32,963 당신은 선장이니까 산티아고랑 싸우게 될지도 몰라 183 00:18:33,916 --> 00:18:37,828 이 얘기는 이미 했잖아 난 거기 서명 안 했어 184 00:18:40,208 --> 00:18:42,295 마리아, 내 말 들려? 185 00:18:43,057 --> 00:18:44,279 들려 186 00:18:45,333 --> 00:18:47,817 내가 이렇게까지 반대하는데 갈 거야? 187 00:18:49,083 --> 00:18:51,224 그 보트를 타고 계속 갈 거야? 188 00:18:51,613 --> 00:18:54,017 아니면 지금이라도 내릴래? 189 00:18:59,547 --> 00:19:03,881 산티아고랑 한 약속이 있으니까 전 배에 남기로 했어요 190 00:19:03,883 --> 00:19:06,291 그땐 저도 정말 화가 머리끝까지 났어요 191 00:19:06,375 --> 00:19:11,416 남자친구 올라프랑 산티아고 사이에 껴서 192 00:19:11,500 --> 00:19:16,000 괜히 저만 입장이 난처해졌거든요 193 00:19:16,184 --> 00:19:19,559 솔직히 정말 깜짝 놀랐어요 194 00:19:19,737 --> 00:19:22,362 마리아는 이미 떠나기로 했는데 195 00:19:22,541 --> 00:19:26,000 남자친구가 떠나기 직전에 붙잡으면서 196 00:19:26,238 --> 00:19:29,722 떠나지 말라고 애원한 거잖아요 197 00:19:30,083 --> 00:19:32,541 '가지 마!' 198 00:19:32,608 --> 00:19:37,816 - '제발 가지 마!' - '그러다 다 죽어!' 199 00:19:37,916 --> 00:19:43,041 남자친구가 자기랑 보트 중에 하나를 고르라고 하던가요? 200 00:19:43,125 --> 00:19:44,366 네 201 00:19:44,875 --> 00:19:50,708 무슨 영화나 드라마를 보는 것 같았어요 202 00:20:18,605 --> 00:20:22,557 늦은 밤, 드디어 보트가 해류를 탔고 203 00:20:23,399 --> 00:20:25,828 예인선이 우릴 놓아줬다 204 00:20:30,541 --> 00:20:32,818 탯줄을 끊는 심정으로 205 00:20:33,153 --> 00:20:35,953 예인선의 밧줄을 바다에 던졌다 206 00:20:38,375 --> 00:20:42,128 예인선 모터 소리가 멀어지자 207 00:20:42,487 --> 00:20:45,644 거친 바닷소리가 귀에 들어왔다 208 00:20:51,696 --> 00:20:52,981 마침내 209 00:20:53,863 --> 00:20:55,625 바다로 나왔다 210 00:21:06,125 --> 00:21:09,750 실험실에서 한 동물 실험 결과에 따르면 211 00:21:09,833 --> 00:21:14,992 여러 종류의 쥐를 좁은 공간에 가둬 놓으면 212 00:21:14,993 --> 00:21:16,954 공격적으로 변한다고 한다 213 00:21:18,939 --> 00:21:23,064 인간도 그렇게 변할지 알아보고 싶다 214 00:21:25,125 --> 00:21:29,188 폭력성은 유전적으로 타고나는 것일까? 215 00:21:29,916 --> 00:21:32,132 아니면 학습하는 것일까? 216 00:21:34,458 --> 00:21:39,583 보트에 고립된 사람들이 힘을 모아서 살아남을까? 217 00:21:41,708 --> 00:21:44,954 아니면 결국 갈등이 일어나 218 00:21:44,955 --> 00:21:48,065 서로 싸우게 될까? 219 00:21:48,869 --> 00:21:52,982 - 집으로 돌아온 기분이에요 - 그러게요 220 00:21:53,083 --> 00:21:57,741 근데 뭔가 아니네요 제 자리는 저기였어요 221 00:21:57,892 --> 00:22:00,289 네, 제 자리는 여기였어요 222 00:22:00,523 --> 00:22:02,460 - 그렇군요 - 네 223 00:22:02,441 --> 00:22:03,416 어디... 224 00:22:03,416 --> 00:22:05,750 - 저 자리에 계셨죠? - 맞아요 225 00:22:05,833 --> 00:22:08,468 그때도 이 자리에 계셨죠? 226 00:22:08,469 --> 00:22:11,125 네, 저는 여기였어요 227 00:22:11,208 --> 00:22:13,985 - 각자 번호가 매겨졌죠? - 여긴 3번 228 00:22:14,700 --> 00:22:17,391 - 거긴 누구였죠? - 1번은 라시다 229 00:22:17,392 --> 00:22:20,000 2번은 산티아고 3번은 저였고 230 00:22:20,083 --> 00:22:22,606 - 4번은 베르나르도 - 베르나르도 231 00:22:22,607 --> 00:22:26,583 저기는 메리 저기는 찰스였고 232 00:22:26,666 --> 00:22:31,130 - 7번은... - 마리아였어요 233 00:22:31,511 --> 00:22:33,733 저긴 에이스케 자리였고 234 00:22:33,924 --> 00:22:35,526 - 저긴 제 자리였죠 - 페이 자리죠 235 00:22:36,208 --> 00:22:38,916 호세 마리아가 10번이었어요 236 00:22:38,917 --> 00:22:40,430 - 몇 번이었어요? - 11번요 237 00:22:40,431 --> 00:22:42,884 구급약품 밑에 계셨던 게 기억나네요 238 00:22:42,885 --> 00:22:47,500 네, 구석에 제 구급약품을 갖다 놨었죠 239 00:22:49,708 --> 00:22:54,731 산티아고는 이스라엘 여성이 자립심이 강한 걸 알고 240 00:22:55,000 --> 00:22:59,833 이스라엘 여성을 의사로 뽑았어요 241 00:23:02,333 --> 00:23:07,000 전 아칼리호에 오르기 전에 텔아비브 병원 마취과에서 일했고 242 00:23:07,083 --> 00:23:10,125 그전엔 군 복무도 했죠 243 00:23:10,631 --> 00:23:12,300 11번 참가자 에드나, 이스라엘 244 00:23:12,300 --> 00:23:16,708 전 모험을 좋아하고 특히 위험한 모험을 즐겨요 245 00:23:16,791 --> 00:23:20,000 인간으로서 제 한계를 시험해 보고 싶은데 246 00:23:20,083 --> 00:23:27,000 그때도 제가 할 수 있다는 걸 증명해 보이고 싶었어요 247 00:23:30,875 --> 00:23:33,160 실험 이튿날 248 00:23:34,875 --> 00:23:39,351 보트가 파도 위에서 예상보다 더 심하게 요동친다 249 00:23:40,041 --> 00:23:43,564 몇몇 참가자가 뱃멀미로 괴로워하고 있다 250 00:23:49,708 --> 00:23:53,041 매일 밤낮으로 두 사람씩 짝을 지어서 251 00:23:53,125 --> 00:23:55,747 보트의 방향을 조정하고 망을 본다 252 00:23:56,250 --> 00:24:02,708 다른 배와 충돌하지 않게 정해진 길을 따라가야 한다 253 00:24:03,583 --> 00:24:08,333 여긴 아칼리호의 산티아고 대서양을 건너는 중이다 254 00:24:08,416 --> 00:24:11,511 들리면 대답하라, 오버 255 00:24:12,041 --> 00:24:16,125 난 아칼리호의 산티아고 헤노베스다 256 00:24:16,208 --> 00:24:17,957 들리는가? 오버 257 00:24:18,044 --> 00:24:20,394 아칼리호, 무전은 잘 들린다 258 00:24:20,625 --> 00:24:24,988 우린 이틀마다 무전으로 일기 예보를 전해 듣고 259 00:24:25,333 --> 00:24:28,602 난 일주일마다 보트의 상황을 정리해서 260 00:24:29,469 --> 00:24:32,166 무전으로 보고한다 261 00:24:34,958 --> 00:24:39,910 오늘은 UN에서 아칼리호에 메시지를 보냈다 262 00:24:40,097 --> 00:24:43,842 세계 평화를 위한 이 중요한 실험이 성공하도록 263 00:24:43,978 --> 00:24:45,972 행운을 빈다는 내용이었다 264 00:24:48,666 --> 00:24:54,562 이 지도엔 북대서양이 그려져 있어요 265 00:24:55,146 --> 00:24:56,726 우리가 출발한 곳은 266 00:24:57,497 --> 00:25:00,424 그란카나리아의 라스팔마스였고 267 00:25:01,041 --> 00:25:06,041 이후 바람과 해류의 힘만으로 268 00:25:06,125 --> 00:25:09,125 대서양을 건너서 269 00:25:09,208 --> 00:25:13,601 반대쪽의 멕시코까지 간다는 계획이었죠 270 00:25:23,208 --> 00:25:28,993 사람들은 왜 남자와 여자를 모두 배에 태웠느냐고 묻는다 271 00:25:29,625 --> 00:25:34,394 일단 이 세상은 남자와 여자로 이루어졌고 272 00:25:34,928 --> 00:25:38,674 사회적으로도 여성과 남성이 평등해지고 있으니 273 00:25:40,000 --> 00:25:43,410 이러한 변화를 아칼리호에도 반영하고 싶었다 274 00:25:44,652 --> 00:25:51,402 그래서 아칼리호의 권력도 여성들 손에 쥐여 주기로 했다 275 00:25:54,458 --> 00:25:58,648 여성에게 더 중요한 역할을 맡기고 276 00:26:00,083 --> 00:26:03,833 남성에겐 덜 중요한 일을 시켰다 277 00:26:14,458 --> 00:26:20,041 여성이 권력을 쥐면 폭력이 줄어들지 궁금하다 278 00:26:22,958 --> 00:26:24,807 폭력이 더 늘진 않을까? 279 00:26:28,625 --> 00:26:33,093 여성이 권력을 쥐면 남성이 불만을 표하며 280 00:26:34,541 --> 00:26:38,430 서서히 권력을 빼앗으려 하지 않을까? 281 00:26:39,957 --> 00:26:41,878 어떤 일이 벌어지든 282 00:26:42,047 --> 00:26:43,640 난 그들을 연구하고 283 00:26:44,364 --> 00:26:46,125 그들에게 배울 것이다 284 00:26:58,041 --> 00:26:59,916 보트에 오르기 전에 285 00:27:00,000 --> 00:27:03,620 신체검사와 정신 검사를 받아야 했어요 286 00:27:05,916 --> 00:27:10,458 의사들은 온몸 구석구석 표본을 채취하고 287 00:27:10,541 --> 00:27:13,883 심장, 귀, 눈을 검사하고 288 00:27:13,966 --> 00:27:18,916 CT랑 엑스레이 촬영까지 했죠 289 00:27:19,000 --> 00:27:22,416 그리고 심리학자가 와서 여러 질문을 던지더군요 290 00:27:22,500 --> 00:27:25,208 '이런 일이 벌어지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291 00:27:25,291 --> 00:27:28,583 '누군가 당신을 협박하면 어떻게 할 거죠?' 292 00:27:28,666 --> 00:27:33,500 '사람을 죽일 수 있습니까? 그 이유는 뭐죠?' 293 00:27:33,583 --> 00:27:36,083 '살인의 동기가 될 만한 게 있나요?' 294 00:27:36,166 --> 00:27:39,750 '살인을 저지를 만큼 당신을 화나게 하는 건 뭐죠?' 295 00:27:47,375 --> 00:27:50,458 난 심리학자들과 협력해 296 00:27:50,541 --> 00:27:53,835 참가자들에게 나눠 줄 질문지를 여러 개 만들었다 297 00:27:54,666 --> 00:27:57,435 질문지에 적힌 질문은 주로 이런 것들이었다 298 00:27:57,721 --> 00:28:00,785 '보트에서 가장 짜증 나는 사람은 누구입니까?' 299 00:28:01,958 --> 00:28:05,910 '가장 친한 사람은 누구입니까? 이유는 뭐죠?' 300 00:28:07,375 --> 00:28:12,958 '한 사람을 제거할 수 있다면 누굴 제거하시겠습니까?' 301 00:28:18,208 --> 00:28:22,958 난 참가자들에게 매주 새로운 질문을 던졌다 302 00:28:23,041 --> 00:28:27,090 모두 중요한 연구 자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303 00:28:34,773 --> 00:28:37,019 2쪽을 읽어 볼게요 304 00:28:41,458 --> 00:28:45,299 '아칼리호 승선자 중 폭력적인 사람이 있습니까?' 305 00:28:45,300 --> 00:28:47,069 '네, 아니요로 답하세요' 306 00:28:47,708 --> 00:28:49,628 '있다면 누구입니까?' 307 00:28:50,549 --> 00:28:56,375 '당신도 두려움을 느끼면 폭력적으로 변할 것 같습니까?' 308 00:28:56,458 --> 00:28:59,815 그런 상황에선 누구든 폭력적이 될 수 있죠 309 00:28:59,816 --> 00:29:03,291 누구든 코너에 몰리면 폭력적으로 변할 수 있지만 310 00:29:03,292 --> 00:29:07,042 참가자 누구도 폭력성을 드러내진 않았어요 311 00:29:07,043 --> 00:29:09,526 마음 깊숙한 곳에 억누르고 있었죠 312 00:29:13,375 --> 00:29:16,708 실험 22일째 313 00:29:18,250 --> 00:29:22,876 오늘은 바다로 나온 지 3주째가 되는 날이다 314 00:29:24,500 --> 00:29:27,458 이젠 육지와도 멀어져서 315 00:29:27,541 --> 00:29:31,015 하늘에 새조차 보이지 않는다 316 00:29:32,833 --> 00:29:37,916 여기선 참가자 모두가 24시간 붙어 있어야 한다 317 00:29:43,333 --> 00:29:46,055 독서는 허락되지 않기 때문에 318 00:29:46,340 --> 00:29:50,563 유일한 놀거리는 노래를 부르거나 319 00:29:50,897 --> 00:29:55,083 육지에서의 삶을 서로 들려주는 것뿐이다 320 00:29:58,257 --> 00:30:01,757 그러다 보니 모두 소속감도 느끼고 321 00:30:02,489 --> 00:30:04,632 마음도 평온해진 것 같다 322 00:30:07,041 --> 00:30:10,382 사회의 일반적인 규칙이 적용되지 않는 이곳에선 323 00:30:11,046 --> 00:30:14,728 평소와 다른 모습을 맘껏 보여줄 수 있고 324 00:30:15,095 --> 00:30:18,411 사람들과 새로운 방식으로 관계를 맺을 수 있다 325 00:30:21,250 --> 00:30:26,166 며칠 전부터 사람들이 따분해하기 시작했다 326 00:30:27,974 --> 00:30:33,188 하지만 나 같은 과학자는 사람들이 따분해할수록 신난다 327 00:30:34,000 --> 00:30:39,626 따분함을 못 이기고 흥미로운 사회적 행동이 유발돼 328 00:30:40,671 --> 00:30:44,591 사람들 사이의 갈등이 촉발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329 00:30:46,458 --> 00:30:52,625 곧 새롭고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질 것이다 330 00:30:55,195 --> 00:30:59,999 40년 전에 보트에서 처음 뵀을 땐 331 00:31:00,000 --> 00:31:03,000 정말 늘씬하고 가슴도 크셨잖아요? 332 00:31:03,001 --> 00:31:07,251 이런 미인이랑 여행한다는 생각에 정말 설레더군요 333 00:31:07,252 --> 00:31:12,502 의사라는 말을 듣고 더 흥분됐어요 334 00:31:13,186 --> 00:31:15,862 그렇게 느끼셨다니 기쁘네요 335 00:31:17,028 --> 00:31:19,512 에이스케 씨도 미남이셨죠 336 00:31:19,513 --> 00:31:21,195 - 아니에요 - 맞아요 337 00:31:21,541 --> 00:31:26,977 아주 어렸죠 그냥 어린애였어요 338 00:31:28,489 --> 00:31:30,156 아주 잘생긴 어린애였죠 339 00:31:33,195 --> 00:31:39,237 그때 우리 둘이 1시간 동안 붙어 있었던 것도 좋았어요 340 00:31:39,416 --> 00:31:41,666 - 정말 좋았어요 - 네 341 00:31:41,750 --> 00:31:44,773 그럴 기회가 더 자주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342 00:31:52,458 --> 00:31:55,208 원숭이를 대상으로 실험해 보니 343 00:31:55,291 --> 00:31:59,918 폭력과 섹스 사이엔 상관관계가 있다고 한다 344 00:32:00,916 --> 00:32:04,417 대부분 수컷 원숭이가 싸우는 이유는 345 00:32:04,987 --> 00:32:09,695 배란기의 암컷과 교미하기 위해서다 346 00:32:11,541 --> 00:32:15,000 인간도 그와 비슷한지 확인해 보기 위해서 347 00:32:15,083 --> 00:32:19,001 성적 매력이 있는 참가자들을 선발했다 348 00:32:24,400 --> 00:32:28,666 또한 섹스는 죄책감이나 수치심과도 관련이 깊으므로 349 00:32:28,750 --> 00:32:32,505 베르나르도도 실험군에 포함시켰다 350 00:32:33,083 --> 00:32:35,963 앙골라에서 온 가톨릭 사제인 그가 351 00:32:36,433 --> 00:32:38,868 어떻게 행동하는지 지켜볼 것이다 352 00:32:40,458 --> 00:32:43,000 한편 호세 마리아는 353 00:32:43,083 --> 00:32:47,132 우루과이 출신의 젊고 잘생긴 인류학자인데 354 00:32:48,125 --> 00:32:50,926 참가자들이 작성한 질문지를 훑어보니 355 00:32:51,416 --> 00:32:54,595 보트에 승선한 모든 여성이 356 00:32:54,596 --> 00:32:58,285 그를 가장 매력적인 남성으로 꼽았다 357 00:33:04,666 --> 00:33:10,404 케임브리지에서 온 그리스 레스토랑 사장 찰스는 358 00:33:10,897 --> 00:33:13,439 약혼자가 있는 몸인데 359 00:33:13,666 --> 00:33:17,358 벌써 라시다에게 집적대기 시작했다 360 00:33:18,756 --> 00:33:22,509 올해 23살인 라시다는 참가자 중 가장 어리다 361 00:33:25,442 --> 00:33:26,822 너무나 당연한 얘기지만 362 00:33:28,070 --> 00:33:30,585 파리 출신의 이 예쁜 아가씨는 363 00:33:30,975 --> 00:33:35,047 남자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가 많다 364 00:33:39,438 --> 00:33:42,377 1번 참가자 라시다, 프랑스 365 00:33:56,960 --> 00:34:03,793 산티아고는 사람들이 성적인 관계를 맺길 바랐어요 366 00:34:03,916 --> 00:34:09,750 그걸로 사람들 사이에 갈등을 조장하려고 한 거예요 367 00:34:09,833 --> 00:34:13,713 남자 둘이 여자 하나를 놓고 싸우는 식으로요 368 00:34:18,333 --> 00:34:22,333 산티아고는 무슨 일이 터지길 바라는 것 같았어요 369 00:34:24,250 --> 00:34:27,136 자신만의 궁극적인 목표가 있었겠죠 370 00:34:28,250 --> 00:34:32,094 산티아고는 생각이 많은 편인데 모든 걸 다 말해 주진 않았어요 371 00:34:32,095 --> 00:34:36,383 어쨌든 뭔가 일이 터지길 바랐던 건 맞아요 372 00:34:45,041 --> 00:34:50,104 다른 사람이랑 섹스할 의향이 있느냐고 373 00:34:50,255 --> 00:34:52,317 산티아고가 묻길래 374 00:34:52,318 --> 00:34:55,126 사람 일은 모르지만 그럴 일은 없을 거라고 했죠 375 00:34:55,127 --> 00:34:57,461 그냥 본능적으로 그럴 거 같더라고요 376 00:34:57,580 --> 00:35:01,455 배에 오른 남자들을 보자마자 알았어요 377 00:35:02,708 --> 00:35:04,509 전부 예뻤어요 378 00:35:06,125 --> 00:35:11,875 라시다, 마리아, 메리도 모두 미인이었고 379 00:35:11,876 --> 00:35:15,965 페이도 육감적이고, 풍만하고 380 00:35:16,142 --> 00:35:19,418 정말 여성적이었거든요 381 00:35:20,916 --> 00:35:26,916 누구든 사귈 수만 있다면 정말 좋았을 겁니다 382 00:35:28,458 --> 00:35:34,688 전 찰스, 에이스케랑 한 번씩 섹스했어요 383 00:35:35,208 --> 00:35:41,382 사랑이 아니라 우정을 쌓는 섹스였죠 384 00:35:54,041 --> 00:35:59,993 보트에서 섹스하는 건 쉽지 않았어요 385 00:36:01,750 --> 00:36:05,166 다른 사람들이 볼 수도 있으니까요 386 00:36:07,083 --> 00:36:12,042 누가 오진 않는지 둘 다 조심해 가면서 387 00:36:12,432 --> 00:36:14,758 섹스를 빨리 끝마친다면 388 00:36:14,833 --> 00:36:19,666 들키지 않고 하는 것도 가능했어요 389 00:36:21,166 --> 00:36:26,261 한 손으로는 배를 조종해야 해서 물론 쉽진 않았죠 390 00:37:10,682 --> 00:37:12,253 우리 변기네요? 391 00:37:15,125 --> 00:37:17,666 변기가 참 크기도 했죠 392 00:37:17,750 --> 00:37:20,500 어떻게 앉았는지 보여 드릴게요 393 00:37:22,500 --> 00:37:26,507 - 잘 앉으시네요 - 네, 편안해요 394 00:37:26,508 --> 00:37:31,133 파도가 크게 치면 엉덩이가 바로 닦였어요 395 00:37:31,750 --> 00:37:33,708 낮엔 시원하고 좋은데 396 00:37:33,791 --> 00:37:37,679 밤엔 물이 정말 차갑더라고요 397 00:37:38,666 --> 00:37:43,541 인간으로서 느끼는 수치심을 모두 내려놔야 했어요 398 00:37:43,625 --> 00:37:47,656 용변은 원래 자신만의 공간에서 보는 건데 399 00:37:47,760 --> 00:37:51,595 보트에선 모든 걸 오픈해야 했어요 400 00:37:51,881 --> 00:37:54,879 이것도 다 산티아고의 계획이었을 거예요 401 00:37:55,154 --> 00:38:00,332 처음엔 이 문제로 고생한 사람도 있어요 402 00:38:00,333 --> 00:38:04,155 변비 환자가 몇 명 있었죠 403 00:38:04,155 --> 00:38:04,791 맞아요 404 00:38:04,791 --> 00:38:07,916 마음 편히 화장실 가기가 쉽지 않으니까요 405 00:38:08,312 --> 00:38:12,000 전 배를 뒤따라오는 상어가 무서웠어요 406 00:38:12,083 --> 00:38:16,375 먹이를 먹으려고 달려드는 상어 떼를 본 적이 있거든요 407 00:38:16,458 --> 00:38:21,416 그래서 생리 중에 앉으면 상어가 달려들까 봐 408 00:38:21,500 --> 00:38:26,458 지느러미나 상어의 움직임을 확인한 다음에야 409 00:38:26,541 --> 00:38:28,666 변기에 앉았어요 410 00:38:28,667 --> 00:38:31,750 볼일도 최대한 빨리 보고 일어났죠 411 00:38:31,916 --> 00:38:36,166 바다의 핏물이 되어 생을 마감하긴 싫었거든요 412 00:38:36,167 --> 00:38:40,734 사실 전 거의 반대쪽으로 앉았어요 413 00:38:40,735 --> 00:38:42,543 이렇게 앉았죠 414 00:38:43,192 --> 00:38:45,358 기억나요 415 00:38:45,553 --> 00:38:48,844 모두에게 등을 돌리고 앉았죠 416 00:38:49,000 --> 00:38:53,682 이 변기는 저만의 도피처이기도 했어요 417 00:38:54,607 --> 00:38:58,415 갑자기 슬퍼져서 울고 싶을 때가 있었는데 418 00:38:58,416 --> 00:39:03,578 그때도 아무도 못 보게 여기 와서 흐느꼈어요 419 00:39:11,458 --> 00:39:15,450 마리아 선장은 항해 속도가 걱정인가 보다 420 00:39:17,875 --> 00:39:21,240 애초에 배가 너무 늦게 출항하기도 했고 421 00:39:21,769 --> 00:39:24,227 이동 속도도 너무 느리다고 한다 422 00:39:26,416 --> 00:39:29,750 이 속도대로라면 카리브해에 도착할 때쯤엔 423 00:39:29,833 --> 00:39:32,630 허리케인 시즌이 한창일 거다 424 00:39:35,125 --> 00:39:39,029 마리아는 이게 자살행위라고 생각한다 425 00:39:43,398 --> 00:39:45,739 목숨을 걸고 실험에 임해야 한다는 걸 426 00:39:45,883 --> 00:39:49,648 마리아도 잘 알고 있음에도 427 00:39:52,128 --> 00:39:55,803 그녀는 참가자들의 안전에만 신경을 쓰는 거 같다 428 00:39:56,304 --> 00:39:57,985 과학엔 별 관심이 없다 429 00:39:59,041 --> 00:40:02,208 보트에 관한 질문지를 작성해서 제출한 적이 있는데 430 00:40:02,291 --> 00:40:05,041 마리아가 '보트가 싫다'고 썼더라고요 431 00:40:05,125 --> 00:40:10,541 산티아고가 그런 대답을 용납할 리 없었죠 432 00:40:10,625 --> 00:40:13,875 산티아고는 보트가 아름답다고 생각했거든요 433 00:40:13,958 --> 00:40:16,648 솔직히 산티아고는 434 00:40:16,862 --> 00:40:20,416 사람들의 솔직한 답변을 듣고 싶진 않았던 거 같은데 435 00:40:20,500 --> 00:40:23,666 마리아는 끝까지 진실만 말했어요 436 00:40:26,094 --> 00:40:28,490 오늘 저녁을 먹는데 437 00:40:28,793 --> 00:40:31,896 마리아 선장이 사람들 앞에서 물었다 438 00:40:32,291 --> 00:40:36,235 '이번 실험을 통해 진짜 얻으려는 게 뭐죠?' 439 00:40:37,583 --> 00:40:42,416 모두가 숨을 죽이고 내 답을 기다렸다 440 00:40:44,125 --> 00:40:49,583 난 지구를 평화롭게 만들 방법을 찾고 싶다고 답했다 441 00:40:52,500 --> 00:40:56,880 마리아는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돌려 버렸다 442 00:40:59,541 --> 00:41:04,208 때로는 서로 잡아먹을 듯한 표정으로 노려보면서 443 00:41:04,291 --> 00:41:07,625 산티아고가 한마디를 하면 마리아가 바로 반박했어요 444 00:41:07,708 --> 00:41:11,416 서로 좋은 말을 주고받은 거 같지는 않았어요 445 00:41:11,500 --> 00:41:13,349 마리아는 산티아고가 뭔 말을 하든 446 00:41:14,230 --> 00:41:15,357 부정해 버렸거든요 447 00:41:16,583 --> 00:41:19,741 다음 질문 '자위는 얼마나 합니까?' 448 00:41:20,208 --> 00:41:23,215 '횟수를 고르세요 한 달에 1-10회' 449 00:41:24,000 --> 00:41:27,750 '아칼리호에 승선한 후 자위를 했습니까?' 450 00:41:28,364 --> 00:41:31,958 '횟수를 고르세요 한 달에 1-10회' 451 00:41:32,041 --> 00:41:33,558 전 굳이 안 세는데요 452 00:41:37,958 --> 00:41:42,061 아칼리호에서 자위하는 건 꿈도 꾸지 못했어요 453 00:41:42,916 --> 00:41:47,500 공원에서 자위하는 거랑 다를 게 없잖아요 454 00:41:47,583 --> 00:41:50,291 산책하는 사람들 앞에서요 455 00:41:50,375 --> 00:41:53,083 공원보다 훨씬 비좁았죠 456 00:41:53,166 --> 00:41:57,541 거의 24시간 붙어 있어야 했으니까요 457 00:41:57,641 --> 00:41:58,974 이 질문은 맘에 드네요 458 00:41:58,975 --> 00:42:02,641 '아칼리호에서 누구와 성관계를 맺었습니까?' 459 00:42:04,500 --> 00:42:07,541 '섹스를 했다면 몇 번이나 했습니까?' 460 00:42:07,625 --> 00:42:11,500 '여러 사람과 했다면 몇 명과 했습니까?' 461 00:42:11,773 --> 00:42:13,566 여럿이랑 했죠 462 00:42:14,825 --> 00:42:16,250 모두 그랬죠 463 00:42:16,603 --> 00:42:21,124 산티아고가 그런 질문을 할 수 있었던 건 464 00:42:21,125 --> 00:42:24,757 우리가 솔직히 답하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이에요 465 00:42:24,758 --> 00:42:25,908 전 약속 안 했는데요 466 00:42:25,909 --> 00:42:31,329 과학 실험을 위해서 던진 질문이라고 생각해요 467 00:42:31,750 --> 00:42:34,750 전 그렇게 이해했기 때문에 468 00:42:34,833 --> 00:42:40,500 최대한 솔직하게 답하려고 노력했어요 469 00:42:40,583 --> 00:42:42,215 선생님도 과학자라서 그래요 470 00:42:42,519 --> 00:42:47,186 처음엔 모두 실험에 진지하게 임하셨던 것 같네요 471 00:42:47,187 --> 00:42:49,766 다들 산티아고의 부탁을 들어주셨나 본데 472 00:42:49,852 --> 00:42:53,558 전 그런 질문지는 작성 못 하겠다고 선을 그었죠 473 00:43:00,125 --> 00:43:04,625 참가자들에게 매주 나무를 그리게 했다 474 00:43:06,791 --> 00:43:08,965 이런 필적학 테스트를 통해 475 00:43:09,149 --> 00:43:12,981 참가자의 심경 변화를 알아볼 수 있다 476 00:43:14,791 --> 00:43:17,695 참가자가 그린 나무의 모양을 보면 477 00:43:18,125 --> 00:43:22,656 심리 상태에 관한 단서를 얻을 수 있다 478 00:43:24,694 --> 00:43:28,836 크고 튼튼한 뿌리는 화합을 상징하고 479 00:43:29,525 --> 00:43:33,405 여러 갈래로 갈라진 나뭇가지는 480 00:43:33,574 --> 00:43:36,275 공격성을 상징한다 481 00:43:39,375 --> 00:43:41,191 이번 테스트 결과를 보니 482 00:43:42,375 --> 00:43:46,543 참가자들의 무의식 깊숙이 폭력성이 잠재해 있다는 걸 483 00:43:47,307 --> 00:43:50,041 확인할 수 있었다 484 00:43:57,552 --> 00:43:59,140 아직까진 그 폭력성이 485 00:44:02,125 --> 00:44:05,333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을 뿐이다 486 00:44:16,000 --> 00:44:19,250 오늘은 다 함께 낚시를 하다가 487 00:44:20,333 --> 00:44:22,250 상어 한 마리를 낚았다 488 00:44:27,250 --> 00:44:29,630 모두 상어 주변에 모여서 489 00:44:30,333 --> 00:44:35,375 웃고 떠들며 서로 만져 보라고 도발했다 490 00:44:37,791 --> 00:44:41,306 상어를 풀어주자는 사람도 있었는데 491 00:44:42,116 --> 00:44:45,100 호세 마리아가 도끼를 들고 오더니 492 00:44:46,031 --> 00:44:48,291 상어를 마구 내리쳤다 493 00:44:55,791 --> 00:44:59,500 착하고 얌전해 보이는 이 청년의 마음속에서 494 00:44:59,583 --> 00:45:04,833 어떠한 원시적 본능이 눈을 뜬 것 같았다 495 00:45:15,000 --> 00:45:19,333 호세 마리아는 가슴을 갈라 심장을 꺼냈다 496 00:45:21,826 --> 00:45:23,921 그리고 말했다 '보세요' 497 00:45:24,558 --> 00:45:26,826 '심장이 아직 뛰고 있어요' 498 00:45:30,086 --> 00:45:32,951 어떤 스위치 같은 게 켜진 것 같았다 499 00:45:36,416 --> 00:45:40,939 다들 갑자기 상어의 살덩이에 남아 있는 온기를 500 00:45:41,219 --> 00:45:44,291 느껴 보려는 듯 행동했다 501 00:46:02,208 --> 00:46:05,350 드디어 시작됐다 502 00:46:06,041 --> 00:46:09,574 내가 그토록 기다리던 폭력적 행동이 관찰됐다 503 00:46:11,375 --> 00:46:16,291 그런데 놀랍게도 그들의 폭력성을 끌어낸 건 504 00:46:16,375 --> 00:46:19,408 성적인 질투심이나 갈등이 아니었다 505 00:46:20,436 --> 00:46:26,477 그건 너무나도 전형적인 집단 광기였다 506 00:46:27,416 --> 00:46:30,958 사람들이 더는 개인적으로 행동하지 않고 507 00:46:31,041 --> 00:46:33,937 위험한 집단으로 돌변해 버린 것이다 508 00:46:40,875 --> 00:46:44,962 드디어 실험에 전환점이 마련된 것 같다 509 00:46:47,610 --> 00:46:49,792 하지만 잠자리에 들기 전에 510 00:46:50,586 --> 00:46:53,444 도끼는 숨겨 놓기로 했다 511 00:46:54,708 --> 00:46:56,279 혹시 모르니까 512 00:46:58,083 --> 00:46:59,771 이것 좀 보세요 513 00:47:00,333 --> 00:47:02,833 - 데이터가 참 많네요 - 색깔도 다양해요 514 00:47:02,916 --> 00:47:06,312 항해를 처음부터 끝까지 다 기록해 놨어요 515 00:47:06,735 --> 00:47:09,344 - 그러게요 - 101일간의 기록이죠 516 00:47:10,833 --> 00:47:14,583 산티아고가 데이터를 수집해 그래프를 만든 거군요 517 00:47:14,666 --> 00:47:19,041 모든 참가자의 데이터가 다 기록돼 있어요 518 00:47:19,125 --> 00:47:21,791 네, 1부터 11까지 우리한테 번호를 매겼어요 519 00:47:21,875 --> 00:47:24,593 - 11번 맞으시죠? - 맞아요 520 00:47:26,833 --> 00:47:29,994 우린 결국 실험용 쥐였던 거예요 521 00:47:30,500 --> 00:47:32,230 '불편해한다' 522 00:47:33,626 --> 00:47:35,250 '불만이 많다' 523 00:47:35,375 --> 00:47:38,150 뱃멀미가 사라진 실험 24일째부터 524 00:47:38,151 --> 00:47:40,090 모든 게 불만스러웠어요 525 00:47:40,408 --> 00:47:42,734 - 전 잘 모르겠어요 - 정말 놀랍네요 526 00:47:44,708 --> 00:47:47,041 '성적인 스트레스와 긴장감' 527 00:47:47,583 --> 00:47:51,449 - 이건 어떻게 측정했을까요? - 그러게요 528 00:47:51,450 --> 00:47:55,648 보세요, 생리 주기를 기록한 칸도 있어요 529 00:47:57,563 --> 00:48:00,432 생리 주기 월경 전 증후군 530 00:48:04,333 --> 00:48:05,745 난 하루도 안 빼먹고 531 00:48:06,445 --> 00:48:10,500 참가자를 관찰하고 모든 걸 기록하며 532 00:48:12,583 --> 00:48:15,456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지 살펴본다 533 00:48:20,708 --> 00:48:24,819 그들의 긴장감, 불안감 꿈, 불만 사항을 534 00:48:24,939 --> 00:48:27,416 빠짐없이 기록한 후 535 00:48:28,958 --> 00:48:31,267 주변 환경의 변화와 대조해 본다 536 00:48:32,307 --> 00:48:35,846 파도의 크기나 기온 변화도 체크하고 537 00:48:36,347 --> 00:48:39,711 달의 변화까지 확인한다 538 00:48:49,666 --> 00:48:52,062 소형보트를 타고 흘러가다 보면 539 00:48:54,110 --> 00:48:56,500 마치 최면에 걸리는 것 같다 540 00:49:01,021 --> 00:49:07,354 몇 시간 동안 꼼짝도 않고 수평선만 응시하기도 한다 541 00:49:09,708 --> 00:49:14,454 이렇게 하루도 빠짐없이 같은 풍경만 보다 보면 542 00:49:16,250 --> 00:49:18,608 뇌가 착각을 하기도 한다 543 00:49:21,828 --> 00:49:24,312 과거의 뱃사람들은 이러한 증상을 544 00:49:25,830 --> 00:49:29,062 '바다 현기증'이라고 불렀다 545 00:49:31,541 --> 00:49:35,583 얼마 후에 남쪽 바다에 도착했는데 546 00:49:35,666 --> 00:49:39,000 그때부터 헛것이 보이기 시작했어요 547 00:49:42,500 --> 00:49:44,087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548 00:49:45,136 --> 00:49:48,208 내가 미국 흑인 중엔 최초로 549 00:49:48,291 --> 00:49:53,480 과거 아프리카에서 아메리카로 간 노예선의 뱃길을 550 00:49:53,481 --> 00:49:55,957 그대로 뒤따라가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요 551 00:50:01,490 --> 00:50:02,577 그건 정말... 552 00:50:04,253 --> 00:50:07,740 평생 잊지 못할 놀라운 경험이었어요 553 00:50:11,208 --> 00:50:15,327 가끔 우현에 앉아서 물을 내려다보곤 했는데 554 00:50:18,666 --> 00:50:22,491 그러다 주변이 조용해지면 바다 깊숙한 곳에서 555 00:50:23,031 --> 00:50:26,269 목소리가 들리더군요 556 00:50:31,570 --> 00:50:35,864 노예선을 타고 끌려갔던 조상님들이 557 00:50:36,809 --> 00:50:38,999 날 부르는 목소리였어요 558 00:50:39,932 --> 00:50:43,423 그분들의 육신과 비극적 역사가 묻혀 있는 559 00:50:43,679 --> 00:50:45,252 물 위로 항해하는 거 같았죠 560 00:50:47,277 --> 00:50:50,499 수백 년 동안 대화할 사람 하나 없이 561 00:50:50,500 --> 00:50:52,275 가라앉아 있던 그분들이 562 00:50:53,048 --> 00:50:57,957 드디어 저를 통해서 되살아난 거예요 563 00:50:57,958 --> 00:51:00,458 아주 잠깐이긴 했지만요 564 00:51:00,459 --> 00:51:04,757 대서양을 건너는 내내 그런 느낌을 받았어요 565 00:51:07,188 --> 00:51:10,569 제 몸을 통해 그분들이 되살아난 거예요 566 00:51:10,673 --> 00:51:12,583 - 페이를 통해서요 - 네 567 00:51:13,875 --> 00:51:15,803 정말 특별한 경험이었어요 568 00:51:17,791 --> 00:51:21,416 제겐 생애 최고의 순간이었죠 569 00:51:21,417 --> 00:51:23,417 제 심장이 그분들을 위해 뛴 거잖아요 570 00:51:24,569 --> 00:51:26,125 잠깐이긴 했지만요 571 00:51:26,291 --> 00:51:28,415 네, 그랬군요 572 00:51:29,511 --> 00:51:32,166 사람들은 뭔가 단절된 느낌을 안고 살아가는데 573 00:51:32,167 --> 00:51:36,375 - 전 그날 처음으로... - 연결된 느낌을 느꼈군요 574 00:51:36,376 --> 00:51:40,952 조상님들이 처음으로 제게 말을 걸어 주신 거죠 575 00:51:42,500 --> 00:51:44,349 이런 얘기를 누구랑 해 봤나요? 576 00:51:44,350 --> 00:51:45,583 - 아뇨 - 정말요? 577 00:51:45,666 --> 00:51:47,957 - 이번이 처음이에요? - 네 578 00:51:47,958 --> 00:51:50,375 사람들한테 하기 힘든 얘기니까요 579 00:51:50,376 --> 00:51:55,293 환청이 들리고 몸에 찌릿찌릿 전기가 오르고 580 00:51:55,307 --> 00:51:59,390 피가 부글부글 끓는다는 얘기를 어떻게 해요 581 00:51:59,815 --> 00:52:01,196 정말 사적인 경험이라서 582 00:52:01,967 --> 00:52:04,625 아무도 안 믿어 줄 것 같았어요 583 00:52:04,708 --> 00:52:06,168 - 정말요? - 네 584 00:52:08,955 --> 00:52:13,833 말 좀 해 주시지 그런 줄도 몰랐잖아요 585 00:52:17,830 --> 00:52:20,854 우리가 서로 아는 게 하나도 없었네요 586 00:52:21,210 --> 00:52:23,680 이런 얘기를 43년이 지나서야 듣다니 587 00:52:24,531 --> 00:52:27,823 그런데 보트에선 항상 감시당하는 기분이라 588 00:52:27,824 --> 00:52:31,207 솔직한 얘기를 터놓기 힘들었어요 589 00:52:31,208 --> 00:52:35,182 맞아요, 산티아고는 속 깊은 얘기를 하라고 590 00:52:35,423 --> 00:52:38,798 우리를 독려하긴 했지만 591 00:52:39,041 --> 00:52:41,166 산티아고는 우리끼리 친해지는 것보단 592 00:52:41,167 --> 00:52:44,833 섹스에 더 관심이 많았던 것 같아요 593 00:52:55,708 --> 00:52:58,375 하루는 보트의 키가 부러졌어요 594 00:52:59,458 --> 00:53:04,666 스쿠버 다이버인 세르반이 고치는 게 맞는데도 595 00:53:04,750 --> 00:53:07,416 산티아고가 안 된다고 하더군요 596 00:53:07,500 --> 00:53:12,458 어딜 위험하게 여자를 내려보내느냐며 597 00:53:12,541 --> 00:53:16,579 대장은 나니까 자기가 직접 고치겠다고 했죠 598 00:53:18,000 --> 00:53:21,708 원래 제가 할 일인데 산티아고가 고집을 피워서 599 00:53:21,791 --> 00:53:27,208 마스크도 씌워 주고 웨이트 벨트도 채워 줬어요 600 00:53:30,541 --> 00:53:32,891 결국 산티아고가 물에 뛰어들었어요 601 00:53:34,375 --> 00:53:39,416 하지만 물에 들어가자마자 문제가 생겼죠 602 00:53:39,801 --> 00:53:41,666 산티아고는 수염이 많아서 603 00:53:41,826 --> 00:53:46,285 마스크 틈으로 물이 새어 들어왔어요 604 00:53:53,125 --> 00:53:55,331 하마터면 익사할 뻔했죠 605 00:53:58,208 --> 00:54:00,787 결국 키는 못 고쳤어요 606 00:54:02,958 --> 00:54:05,069 우리가 다시 끌어올려 줬죠 607 00:54:07,458 --> 00:54:12,926 산티아고가 완전 녹초가 돼서 다음 날 아침에 다시 하기로 했죠 608 00:54:13,625 --> 00:54:18,458 산티아고가 자는 사이에 제가 그냥 고쳐 버렸어요 609 00:54:18,699 --> 00:54:21,083 정말 간단한 작업이었거든요 610 00:54:21,084 --> 00:54:24,421 1, 2m만 잠수하면 되니까 제가 하겠다고 했죠 611 00:54:24,422 --> 00:54:29,540 상어가 오는지만 잘 살펴봐 달라고 하고 612 00:54:29,541 --> 00:54:34,656 보트에 줄을 묶고 물속으로 내려갔어요 613 00:54:34,657 --> 00:54:37,814 후다닥 고치고 산티아고에겐 모른 척했죠 614 00:54:39,708 --> 00:54:42,461 그리고 다 잠자리에 들었어요 615 00:54:42,875 --> 00:54:47,958 다음 날 아침 8, 9시에 기상해서 아침을 먹고 616 00:54:48,041 --> 00:54:52,453 산티아고가 다시 고쳐 보자고 하길래 617 00:54:52,650 --> 00:54:56,775 이미 다 고쳤다고 말해 줬더니 618 00:54:58,729 --> 00:55:02,342 화를 불같이 내더라고요 619 00:55:11,495 --> 00:55:14,035 산티아고는 실험의 일환으로 620 00:55:14,036 --> 00:55:18,953 여자들에게 중요한 역할을 맡겼어요 621 00:55:18,974 --> 00:55:21,572 선장이나 스쿠버 다이버 같은 거요 622 00:55:21,874 --> 00:55:27,374 그런데 타고난 성격상 그게 잘 용납이 안 됐나 봐요 623 00:55:28,041 --> 00:55:31,625 산티아고도 타고나길 스페인 사람이라서 624 00:55:31,977 --> 00:55:35,414 태생이 마초인 걸 숨기지 못했어요 625 00:55:40,253 --> 00:55:45,045 산티아고는 우리 남편처럼 마초 중의 마초였어요 626 00:55:46,333 --> 00:55:49,293 남자로서 매력도 많고 627 00:55:49,294 --> 00:55:52,912 육체적으로도 강인했죠 628 00:55:54,577 --> 00:55:58,585 앞장서서 남을 이끄는 걸 정말 좋아했고 629 00:55:58,586 --> 00:56:01,791 야망도 정말 컸어요 630 00:56:03,000 --> 00:56:05,388 전 그런 산티아고가 좋았어요 631 00:56:05,389 --> 00:56:10,958 산티아고에게 이성적으로 호감이 있었다고요? 632 00:56:11,378 --> 00:56:15,672 제가 꿈꾸던 이상형에 딱 들어맞는 633 00:56:15,673 --> 00:56:17,625 남자였으니까요 634 00:56:17,626 --> 00:56:21,918 사실 당시 이혼 소송 중이던 전 남편도 그런 남자였죠 635 00:56:22,083 --> 00:56:25,666 산티아고랑 정말 비슷한 남자였어요 636 00:56:39,833 --> 00:56:43,708 아칼리호에 승선하기 몇 달 전에 637 00:56:43,709 --> 00:56:49,001 정말 심각한 폭행을 당해서 죽을 뻔했어요 638 00:56:49,613 --> 00:56:50,891 무슨 일이 있었죠? 639 00:56:51,708 --> 00:56:53,795 그게 어떻게 된 거냐면... 640 00:56:55,583 --> 00:56:59,250 당시엔 남편이랑 정박된 보트에 살면서 641 00:56:59,333 --> 00:57:02,083 가끔 육지를 오갔는데 642 00:57:02,084 --> 00:57:06,697 남편 캐스는 어부라서 힘이 꽤 셌어요 643 00:57:07,208 --> 00:57:11,121 모든 문제를 주먹으로 해결하는 사람이었죠 644 00:57:11,999 --> 00:57:15,583 힘을 쓰거나 폭력으로 해결했어요 645 00:57:15,583 --> 00:57:21,543 하루는 친구랑 단둘이 보트에서 얘기를 나누다가 646 00:57:21,791 --> 00:57:27,283 남편이랑 정말 이혼하고 싶다고 말했는데 647 00:57:27,284 --> 00:57:30,867 남편이 갑자기 어디선가 나타났어요 648 00:57:32,507 --> 00:57:35,987 처음에는 고래고래 소리만 지르다가 649 00:57:36,211 --> 00:57:40,082 좀 있으니까 절 막 붙잡더라고요 650 00:57:41,214 --> 00:57:47,200 이러다간 목 졸려서 죽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651 00:57:47,750 --> 00:57:51,146 도망쳐 나와서 배에서 뛰어내렸어요 652 00:57:51,146 --> 00:57:52,900 그렇게 살아난 거죠 653 00:57:53,773 --> 00:57:58,225 제가 아칼리호에 승선하기로 한 이유 중 하나도 654 00:57:58,830 --> 00:58:01,375 남편에게 도망치기 위해서였어요 655 00:58:01,712 --> 00:58:05,587 - 안전한 곳으로요? - 네, 보호받고 싶었어요 656 00:58:20,958 --> 00:58:23,465 실험 51일째 657 00:58:24,870 --> 00:58:27,854 이제 바다를 반쯤 건넜다 658 00:58:30,500 --> 00:58:33,182 저번의 상어 낚시 사건 이후로는 659 00:58:33,625 --> 00:58:36,976 사람들의 폭력성이나 공격성이 관찰되지 않았다 660 00:58:38,250 --> 00:58:42,067 새로운 성적인 관계가 싹트는 것 같지도 않고 661 00:58:44,083 --> 00:58:49,458 질문지를 분석해 봐도 아무런 결론이 도출되질 않는다 662 00:58:51,416 --> 00:58:56,500 참가자들이 실험에 흥미를 잃은 것 같다 663 00:59:01,250 --> 00:59:03,860 내가 하고자 하는 실험을 664 00:59:04,845 --> 00:59:06,875 저들은 통 이해하질 못한다 665 00:59:11,354 --> 00:59:13,489 날 돕기는커녕 666 00:59:14,149 --> 00:59:16,979 어린애처럼 장난치기 바쁘다 667 00:59:22,166 --> 00:59:24,285 게다가 게을러지기까지 했다 668 00:59:27,250 --> 00:59:31,416 오늘날 인류에게 가장 중요한 질문에 관한 669 00:59:31,600 --> 00:59:33,949 답을 찾기 위해서 670 00:59:34,098 --> 00:59:37,889 여기까지 왔다는 걸 다 까먹은 것 같다 671 00:59:40,333 --> 00:59:42,928 '인류는 전쟁 없이 살 수 있는가?' 672 00:59:44,708 --> 00:59:49,457 산티아고는 선상 생활에 별다른 갈등 요인이 없고 673 00:59:49,949 --> 00:59:53,794 따분하기만 하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674 00:59:54,851 --> 00:59:59,083 우리를 슬슬 도발하기 시작했어요 675 01:00:04,000 --> 01:00:06,833 난 회의를 소집해서 모두에게 공지했다 676 01:00:06,916 --> 01:00:09,944 지금 서로에게 너무 편해진 것 같으니 677 01:00:10,958 --> 01:00:16,291 앞으로는 보트 생활에 변화가 일 거라고 했다 678 01:00:17,343 --> 01:00:20,692 그리고 게임 하나를 해 보기로 했다 679 01:00:20,971 --> 01:00:22,884 바로 '진실 게임'이다 680 01:00:24,375 --> 01:00:29,882 지금까진 참가자들이 작성한 질문지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681 01:00:31,636 --> 01:00:36,219 오늘은 모두가 보는 앞에서 다 읽어 주기로 했다 682 01:00:37,958 --> 01:00:41,458 일단 에드나의 질문지부터 읽어 줬다 683 01:00:41,459 --> 01:00:45,149 에드나는 호세 마리아와 섹스하고 싶다고 했다 684 01:00:46,708 --> 01:00:48,916 하지만 호세 마리아는 685 01:00:48,917 --> 01:00:55,087 에드나처럼 짜증 나는 여자는 처음 본다고 썼다 686 01:00:56,333 --> 01:00:59,171 말이 너무 많아서 싫다고 했다 687 01:01:01,208 --> 01:01:04,144 이젠 서로에 대한 감정을 숨길 수 없게 됐다 688 01:01:05,230 --> 01:01:09,399 서로 싸우는 걸 더는 두려워하지 말고 689 01:01:10,458 --> 01:01:14,997 자신의 솔직한 감정을 털어놔야 한다 690 01:01:15,541 --> 01:01:19,960 연구 자료다운 자료를 드디어 확보할 수 있을 것 같다 691 01:01:36,125 --> 01:01:40,251 하루는 산티아고가 양동이로 얼굴에 물을 끼얹더군요 692 01:01:40,412 --> 01:01:42,620 일종의 충격 요법 같았어요 693 01:01:42,743 --> 01:01:47,242 제가 화를 언제까지 참나 확인해 보고 싶었나 봐요 694 01:01:48,371 --> 01:01:52,865 산티아고는 제가 원시적이고 게으른 도둑 같댔어요 695 01:01:53,625 --> 01:01:57,759 흑인에 관한 편견을 죄다 활용해서 공격했죠 696 01:02:00,500 --> 01:02:04,317 산티아고는 아칼리호를 타고 바다로 나가면 697 01:02:04,318 --> 01:02:07,000 무제한적인 자유를 부여하겠다고 했지만 698 01:02:07,083 --> 01:02:12,041 막상 바다로 나오니까 독재자처럼 행동했어요 699 01:02:14,541 --> 01:02:18,477 산티아고가 일일이 사람들을 찾아와서 물었죠 700 01:02:18,500 --> 01:02:23,042 '누가 당신을 이렇게 욕하던데 기분이 어때요?' 701 01:02:23,458 --> 01:02:25,728 '조치를 취해야 할 것 같지 않나요?' 702 01:02:26,958 --> 01:02:32,208 산티아고는 우릴 속여서 답변을 끌어낸 후 703 01:02:32,291 --> 01:02:35,587 그걸로 우릴 공격했어요 704 01:02:36,333 --> 01:02:40,708 꼭 게슈타포식 취조법 같았죠 705 01:02:43,375 --> 01:02:45,621 산티아고는 우릴 꼭두각시처럼 조종했어요 706 01:02:46,384 --> 01:02:50,125 의지와 상관없이 그가 원하는 대로 움직이게 했죠 707 01:02:55,166 --> 01:02:57,952 저한테도 정말 끔찍한 말을 했어요 708 01:02:57,953 --> 01:03:00,458 무슨 끔찍한 말이요? 709 01:03:00,459 --> 01:03:05,246 베르나르도랑 섹스를 하라더군요 710 01:03:06,055 --> 01:03:11,108 - 정말요? - 어차피 둘 다 흑인이니까 711 01:03:11,291 --> 01:03:14,541 서로 끌리는 게 당연하지 않느냐고 하길래 712 01:03:15,062 --> 01:03:18,582 그건 말도 안 된다고 반박했어요 713 01:03:18,665 --> 01:03:23,573 저랑 베르나르도를 무시할 대로 무시한 거죠 714 01:03:23,833 --> 01:03:28,515 흑인은 당연히 흑인한테 끌릴 줄 알았나 봐요 715 01:03:28,708 --> 01:03:31,676 - 인종 차별주의자였을까요? - 당연하죠 716 01:03:32,082 --> 01:03:34,125 돈을 걸래도 걸겠어요 717 01:03:34,565 --> 01:03:38,250 천성이 나쁜 사람은 아니었지만 718 01:03:38,251 --> 01:03:43,293 사고방식이나 생각 자체가 낡아서 그런 거예요 719 01:03:43,736 --> 01:03:46,196 솔직히 전 동의 못 하겠어요 720 01:03:46,771 --> 01:03:50,858 산티아고가 인종차별을 한다고는 못 느꼈어요 721 01:03:50,875 --> 01:03:53,666 제 입장이 안 돼 봤으니 모르죠 722 01:03:54,059 --> 01:03:56,625 당신 입장에선 당연히 나쁘게 안 보였겠죠 723 01:03:56,626 --> 01:03:59,620 당신한텐 그런 말을 안 했을 테니까요 724 01:04:01,720 --> 01:04:07,541 산티아고의 행동이나 평소 언행을 봤을 때 725 01:04:07,625 --> 01:04:11,708 인종 차별주의자는 절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726 01:04:11,791 --> 01:04:16,708 페이 씨가 그렇게 느꼈다면 다른 이유가 있었을 거예요 727 01:04:18,166 --> 01:04:21,142 산티아고는 저한텐 728 01:04:21,143 --> 01:04:25,372 단 한 번도 그런 얘기를 안 했어요 729 01:04:25,571 --> 01:04:27,776 그건 라시다 씨니까 그렇겠죠 730 01:04:27,777 --> 01:04:32,500 절 아랍 여자로 대한다는 느낌도 못 느껴 봤고 731 01:04:32,583 --> 01:04:36,166 저희 관계에 인종은 중요하지 않았어요 732 01:04:36,250 --> 01:04:41,916 아랍 여자는 어때야 한다는 얘기도 못 들어 봤고요 733 01:04:41,917 --> 01:04:45,249 라시다 씨는 미인이라서 그런 거예요 734 01:04:45,250 --> 01:04:48,000 우리 보트에서 제일 예뻤잖아요 735 01:04:48,789 --> 01:04:51,000 당연히 베르나르도랑 자라고 안 했겠죠 736 01:04:51,001 --> 01:04:53,781 메리나 마리아한테도 안 그랬을 테고요 737 01:04:53,782 --> 01:04:55,012 그래요 738 01:04:55,703 --> 01:04:56,956 알겠어요 739 01:05:05,708 --> 01:05:08,833 실험 84일째 740 01:05:10,833 --> 01:05:13,586 카리브해에 진입했다 741 01:05:14,375 --> 01:05:19,000 날씨도 따뜻해지고 하늘에 새도 보인다 742 01:05:21,083 --> 01:05:27,376 계획대로만 풀린다면 몇 주 후엔 멕시코에 도착한다 743 01:05:32,416 --> 01:05:35,375 오늘 밤에 들어온 소식에 따르면 744 01:05:35,376 --> 01:05:38,364 신문사들이 우리 실험을 문제 삼고 있다고 한다 745 01:05:38,364 --> 01:05:40,380 러브 보트의 비밀 746 01:05:40,381 --> 01:05:42,125 러브 보트 타고 바다 건너기 747 01:05:42,125 --> 01:05:46,583 과학 실험에 대한 기사는 하나도 없고 748 01:05:47,083 --> 01:05:48,962 죄다 섹스 얘기뿐이다 749 01:05:48,962 --> 01:05:50,669 섹스 실험 보트를 탄 여자들 750 01:05:50,670 --> 01:05:51,746 섹스 실험 751 01:05:51,746 --> 01:05:52,648 섹스 교수 752 01:05:52,649 --> 01:05:53,491 섹스 연구 753 01:05:53,491 --> 01:05:55,116 섹스 보트 754 01:05:55,117 --> 01:05:58,603 섹스 755 01:06:00,279 --> 01:06:02,654 그중엔 성명서도 있는데 756 01:06:02,655 --> 01:06:06,280 내가 20년 넘게 일한 대학교의 757 01:06:06,541 --> 01:06:09,783 동료 교수들이 거기에 서명을 했다 758 01:06:11,666 --> 01:06:14,708 일명 '섹스 보트'가 언론의 주목을 받으며 759 01:06:14,711 --> 01:06:18,054 대학 얼굴에 먹칠을 하고 있다는 이유로 760 01:06:19,323 --> 01:06:23,838 나와 모든 관계를 끊겠다는 내용의 성명서다 761 01:06:24,416 --> 01:06:26,172 이번 실험과 엮이기 싫단다 762 01:06:32,964 --> 01:06:37,162 수많은 사람의 목숨을 걸고 진행한 실험인데 763 01:06:38,769 --> 01:06:42,477 빈손으로 돌아가게 되면 어쩌지? 764 01:06:45,297 --> 01:06:50,756 내가 불안해하는 걸 실험 참가자들도 느끼나 보다 765 01:06:54,083 --> 01:06:56,376 피곤하고 슬프다 766 01:06:57,970 --> 01:07:01,890 세상 사람들이 날 단단히 오해하고 있다 767 01:07:17,125 --> 01:07:20,013 산티아고는 이번 실험에 모든 걸 걸었는데 768 01:07:20,928 --> 01:07:22,875 그게 다 무너져 내린 거예요 769 01:07:23,875 --> 01:07:27,946 꿈이 좌절되는 끔찍한 기분은 누구나 잘 알죠 770 01:07:28,394 --> 01:07:32,102 산티아고는 당시 50대라서 부담이 더 컸을 거예요 771 01:07:32,250 --> 01:07:35,172 그런 기회를 다시는 잡긴 힘드니까요 772 01:07:37,708 --> 01:07:39,630 헌데 실험이 잘 안 풀린 거죠 773 01:07:43,833 --> 01:07:47,000 열대 폭풍 브렌다가 멕시코만 남쪽에서 774 01:07:47,001 --> 01:07:48,500 북서쪽으로 이동 중입니다 775 01:07:48,501 --> 01:07:50,959 오후 중엔 허리케인으로 발전해서 776 01:07:50,960 --> 01:07:53,710 내일 멕시코 해안에 도달할 것으로 보입니다 777 01:07:53,870 --> 01:07:57,328 며칠 전부터 폭풍을 관찰하던 스카이랩 비행사들이 778 01:07:57,329 --> 01:07:59,287 오늘 우주에서 촬영한 사진을 보내왔습니다 779 01:07:59,288 --> 01:08:03,000 네, 잘 나온 사진을 TV로 전송하겠습... 780 01:08:13,291 --> 01:08:15,788 열대 폭풍이 다가오고 있다 781 01:08:16,925 --> 01:08:19,625 모두 겁에 질렸다 782 01:08:20,541 --> 01:08:23,916 하지만 난 이 상황이 너무나도 신난다 783 01:08:26,500 --> 01:08:30,750 우리의 실험을 다음 단계로 진행시켜 줄 열쇠는 784 01:08:30,833 --> 01:08:33,428 이처럼 위험한 허리케인이었는지도 모른다 785 01:08:39,589 --> 01:08:44,714 마리아가 내놓은 해법은 너무나도 뻔했다 786 01:08:44,715 --> 01:08:48,207 그녀는 당장 실험을 멈추고 근처의 카리브해 섬으로 787 01:08:48,437 --> 01:08:50,715 대피해야 한다고 했다 788 01:08:53,000 --> 01:08:57,142 하지만 실험군이 문명과 다시 접촉하면 789 01:08:57,496 --> 01:09:00,309 실험이 오염돼 버린다 790 01:09:03,125 --> 01:09:08,333 우리 자신을 격리해서 바다에만 머물러야 한다 791 01:09:11,666 --> 01:09:15,894 과학을 위하여 우린 계속 전진해야 한다 792 01:09:16,595 --> 01:09:18,433 무슨 일이 있더라도 말이다 793 01:09:21,166 --> 01:09:25,791 마리아는 선장으로서 그런 부담을 떠안기 싫다고 했다 794 01:09:27,561 --> 01:09:30,982 그래서 난 그녀에게 이렇게 답해 줬다 795 01:09:31,500 --> 01:09:36,833 '당신은 더 이상 이 보트의 선장이 아닙니다' 796 01:09:40,791 --> 01:09:42,489 지금 이 순간부턴 797 01:09:43,925 --> 01:09:45,457 내가 선장이다 798 01:09:53,727 --> 01:09:58,186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 보트를 정비하도록 지시했다 799 01:10:00,625 --> 01:10:02,666 흔들리는 건 다 끈으로 묶고 800 01:10:02,667 --> 01:10:08,083 내 영상과 노트는 모두 비닐로 포장했다 801 01:10:10,458 --> 01:10:14,235 그리고 전부 선실로 들어가게 한 후 802 01:10:15,015 --> 01:10:16,513 문을 잠갔다 803 01:10:20,541 --> 01:10:25,875 하늘이 점점 흐려지더니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804 01:10:35,208 --> 01:10:38,525 우린 선실에 앉아 서로를 바라보며 805 01:10:39,700 --> 01:10:41,779 폭풍이 오길 기다렸다 806 01:10:45,166 --> 01:10:46,896 마리아는 조용했다 807 01:10:47,850 --> 01:10:51,625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트릴 것 같았다 808 01:10:59,041 --> 01:11:02,826 잠시 후 바다가 잔잔해졌고 809 01:11:03,423 --> 01:11:05,083 비도 그쳤다 810 01:11:08,500 --> 01:11:12,555 허리케인이 도중에 방향을 틀었는지 811 01:11:13,643 --> 01:11:16,078 우릴 그냥 스치고 지나갔다 812 01:11:18,541 --> 01:11:20,271 그때 마리아를 봤는데 813 01:11:21,621 --> 01:11:23,500 그녀는 내 눈을 피했다 814 01:11:26,668 --> 01:11:29,293 그다음 일도 기억나세요? 815 01:11:29,455 --> 01:11:33,399 15일 동안 침대에만 누워 계셨잖아요 816 01:11:33,813 --> 01:11:36,830 그랬던 거 기억나세요? 817 01:11:36,831 --> 01:11:39,648 밥도 한 술 안 뜨셔서 818 01:11:39,895 --> 01:11:43,207 살도 엄청 빠지셨잖아요 819 01:11:43,208 --> 01:11:46,666 침대로 들어가서 담요를 뒤집어쓴 건 맞지만 820 01:11:46,750 --> 01:11:49,375 며칠 동안이 아니라 몇 시간 그러다 말았어요 821 01:11:49,458 --> 01:11:52,291 당시 이미지가 너무 강렬했나 봐요 822 01:11:52,292 --> 01:11:56,232 담요를 뒤집어쓰고 아무것도 안 드시던 이미지요 823 01:11:56,241 --> 01:11:57,906 사람도 안 만나셨죠 824 01:11:57,907 --> 01:12:01,447 네, 정말 화가 많이 나셨던 것 같았어요 825 01:12:01,448 --> 01:12:05,125 사람들이랑 말도 안 섞으셨잖아요 826 01:12:05,208 --> 01:12:09,573 맞아요 당연히 화도 많이 났고 827 01:12:09,685 --> 01:12:13,416 슬프고 우울하기도 했죠 828 01:12:13,500 --> 01:12:18,458 바다에선 바다의 법을 따라야 하는데 829 01:12:18,541 --> 01:12:23,225 산티아고는 사실상 선상 반란을 일으킨 거예요 830 01:12:23,226 --> 01:12:26,893 - 네 - 산티아고가 일으킨 반란은 831 01:12:26,894 --> 01:12:29,583 원래대로라면 사형감이에요 832 01:13:36,500 --> 01:13:38,460 산티아고 얘기를 좀 해 보죠 833 01:13:38,678 --> 01:13:43,594 산티아고가 선장 직위를 박탈해서 화나진 않으셨나요? 834 01:13:43,702 --> 01:13:46,519 전 그날부터 입을 닫아 버렸어요 835 01:13:47,154 --> 01:13:50,074 - 그냥 벽을 친 거죠 - 네 836 01:13:51,774 --> 01:13:54,133 - 스스로 벽을 쳤어요 - 네 837 01:13:54,250 --> 01:13:57,798 제 감정을 드러내기도 싫었고 838 01:13:57,799 --> 01:14:01,541 제 생각이나 속내를 보여 주기 싫었거든요 839 01:14:01,625 --> 01:14:05,664 - 그냥 속에 묵혀 둔 거죠 - 네 840 01:14:05,958 --> 01:14:09,583 그러다가 정말 화가 나면 엉엉 울었어요 841 01:14:09,666 --> 01:14:11,126 산티아고의 기록에도 842 01:14:11,127 --> 01:14:14,126 선장이 울었다는 얘기가 몇 번 나와요 843 01:14:14,127 --> 01:14:19,415 사람들 눈엔 그게 안 좋아 보일지 모르지만 844 01:14:19,416 --> 01:14:22,494 전 울면서 분노를 해소한 거예요 845 01:14:22,495 --> 01:14:25,738 싸우는 대신에 울어 버리는 거죠 846 01:14:26,666 --> 01:14:30,958 저도 그와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어요 847 01:14:30,959 --> 01:14:34,668 누군가를 죽이는 대신에 그냥 울기로 했거든요 848 01:14:34,669 --> 01:14:37,740 생각을 곧장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게 하는 849 01:14:37,741 --> 01:14:40,883 완충 장치 같은 역할을 눈물이 하는 거죠 850 01:14:41,288 --> 01:14:44,510 아마 여자들은 그럴 거예요 851 01:14:44,511 --> 01:14:48,375 우린 화가 나면 싸우지 않고 울잖아요 852 01:14:48,458 --> 01:14:50,207 - 맞아요 - 네 853 01:14:50,208 --> 01:14:55,458 하루는 당신이 머리끝까지 화가 난 걸 보고 854 01:14:55,541 --> 01:14:57,208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855 01:14:57,291 --> 01:15:00,500 '저분은 지금 화를 참으려고 우는 거다' 856 01:15:00,583 --> 01:15:04,166 '엄청난 분노를 억누르고 계시는구나' 857 01:15:04,250 --> 01:15:07,541 어떻게 보면 패배의 눈물처럼 보일 수 있지만 858 01:15:07,616 --> 01:15:10,387 사실 마리아 씨는 엄청 강한 분이시잖아요 859 01:15:10,388 --> 01:15:12,866 맘만 먹으면 산티아고를 죽일 수 있지만 860 01:15:12,958 --> 01:15:14,958 죽이지 않고 참으신 거니까요 861 01:15:20,041 --> 01:15:23,834 그러다 문득 아이디어 하나가 떠올랐어요 862 01:15:25,741 --> 01:15:29,241 몸에 찌릿찌릿 전류가 흐르기 시작했죠 863 01:15:32,291 --> 01:15:37,416 아마 다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을 거예요 864 01:15:37,417 --> 01:15:40,417 '이걸 해야 하나? 정말 해야 하나?' 865 01:15:42,783 --> 01:15:44,153 '죽여야 하나?' 866 01:15:48,041 --> 01:15:53,667 몇 명이 여기 올라와 회의를 열었던 기억이 생생해요 867 01:15:55,463 --> 01:16:00,842 저랑 에이스케 씨랑 메리 씨도 있었죠 868 01:16:01,152 --> 01:16:06,791 모두 빙 둘러앉아 서로 마주 보며 얘기하다가 869 01:16:06,875 --> 01:16:10,581 산티아고가 우리 안전을 위협한다는 결론에 도달했어요 870 01:16:11,516 --> 01:16:15,212 당시 산티아고는 아래층 선실에 있었을 거예요 871 01:16:15,491 --> 01:16:16,822 - 맞나요? - 네 872 01:16:16,823 --> 01:16:21,497 그 자리에 산티아고가 없어서 그런 얘기를 할 수 있었죠 873 01:16:22,250 --> 01:16:27,000 에이스케 씨도 산티아고에게 쌓인 게 많았어요 874 01:16:27,001 --> 01:16:32,793 산티아고의 정신적 폭력을 정말 견디기 힘들었거든요 875 01:16:33,191 --> 01:16:37,958 전 우리의 상상이 정말 현실이 된다면 876 01:16:37,959 --> 01:16:40,026 에이스케 씨가 우릴 대신해 877 01:16:40,274 --> 01:16:43,946 손을 더럽혀 줄 거라고 생각했어요 878 01:16:44,058 --> 01:16:45,700 - 정말요? - 네 879 01:16:45,701 --> 01:16:48,186 우린 그냥 모른 척 가만히 있고 880 01:16:48,187 --> 01:16:51,229 에이스케 씨가 산티아고랑 갑판에 올라가 881 01:16:51,331 --> 01:16:56,981 파도가 거칠 때 사고사를 가장해 죽이는 거죠 882 01:16:58,023 --> 01:17:02,607 에이스케 씨가 사진을 찍는 척하면서 883 01:17:02,833 --> 01:17:05,293 저쪽으로 좀만 더 가 보라고 하고 884 01:17:05,556 --> 01:17:07,958 확 밀어 죽이는 거예요 885 01:17:09,056 --> 01:17:12,166 맘만 먹으면 하실 수 있었잖아요? 886 01:17:12,167 --> 01:17:13,283 맞아요 887 01:17:13,585 --> 01:17:17,415 - 저도 똑같이 생각했어요 - 네 888 01:17:17,416 --> 01:17:22,833 가장 좋은 방법은 에드나를 한눈팔게 하고 889 01:17:22,916 --> 01:17:25,463 약물을 좀 훔쳐서 890 01:17:26,144 --> 01:17:30,019 산티아고에게 주사를 놔서 심장을 멈추게 하는 거였죠 891 01:17:30,842 --> 01:17:35,208 하지만 우리가 정말 한배를 타려면 892 01:17:35,291 --> 01:17:37,000 다 함께 죽여야 했죠 893 01:17:37,083 --> 01:17:42,125 우리 손을 포개고, 포개고 또 포개서 894 01:17:42,126 --> 01:17:43,805 산티아고를 찔러야 했어요 895 01:17:44,262 --> 01:17:47,416 모두 힘을 모아 악당을 찔러서 896 01:17:47,500 --> 01:17:49,880 공범이 돼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897 01:17:49,881 --> 01:17:51,082 그렇군요 898 01:17:51,083 --> 01:17:55,582 그리고 시신을 담요에 말아서 다 같이 들고 899 01:17:55,583 --> 01:18:00,333 난간 너머로 던져 버리는 거죠 900 01:18:02,500 --> 01:18:04,857 그런 생각을 하다가 덜컥 겁이 났어요 901 01:18:05,208 --> 01:18:07,968 제가 경험해 본 바에 따르면 902 01:18:09,881 --> 01:18:13,825 그렇게 수다 떨듯 대화를 나누다가 903 01:18:13,826 --> 01:18:16,953 실제 행동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꽤 많거든요 904 01:18:17,125 --> 01:18:20,291 제가 두려웠던 건 그렇게 생각만 하다가 905 01:18:20,292 --> 01:18:23,625 얘기가 점점 탄력을 받아서 906 01:18:23,626 --> 01:18:27,460 실제 살인으로 이어지는 거였어요 907 01:18:27,461 --> 01:18:29,326 덜컥 겁이 나더라고요 908 01:18:30,365 --> 01:18:33,000 더군다나 거긴 육지가 아니라 바다니까 909 01:18:33,001 --> 01:18:35,247 평소 같은 제약이 없었죠 910 01:18:35,803 --> 01:18:39,553 우리도 생존을 위해서 끔찍한 짓을 할 수 있다는 걸 911 01:18:39,554 --> 01:18:43,429 그때 처음으로 깨닫게 됐어요 912 01:18:44,333 --> 01:18:49,126 그걸 행동으로 옮기지 않고 참았다는 게 913 01:18:49,278 --> 01:18:52,624 우리의 대단함이라고 생각해요 914 01:18:53,916 --> 01:18:55,511 안 그래요? 915 01:18:56,376 --> 01:18:59,154 - 네 - 실제로는 안 했잖아요 916 01:18:59,816 --> 01:19:04,666 다들 소통이 잘되니까 참고 평화를 유지한 거예요 917 01:19:05,041 --> 01:19:08,098 결국엔 피를 안 봐서 잘됐다고 생각해요 918 01:19:17,833 --> 01:19:20,190 한밤중에 잠에서 깼다 919 01:19:22,375 --> 01:19:25,343 다른 사람들은 세상모르고 잠들어 있다 920 01:19:30,208 --> 01:19:33,875 이유는 모르겠지만 세상에 나 혼자 남은 기분이다 921 01:19:35,458 --> 01:19:39,489 온몸이 욱신거리다가 덜덜 떨리기 시작했다 922 01:19:47,322 --> 01:19:48,831 그러다가 울었다 923 01:19:50,333 --> 01:19:54,348 어른이 되고 운 건 이번이 처음이다 924 01:19:56,830 --> 01:20:00,314 남자는 울면 안 된다는 말을 어릴 때부터 듣고 자랐다 925 01:20:01,666 --> 01:20:03,697 남자라면 자신을 다스릴 줄 알아야 한다 926 01:20:08,000 --> 01:20:10,746 그런데 더는 눈물을 참기 힘들었다 927 01:20:19,091 --> 01:20:23,757 갑판으로 나가서 우리 실험에 대해 생각해 봤다 928 01:20:25,663 --> 01:20:29,954 보트에 탄 사람 중에 폭력성을 드러내거나 929 01:20:30,037 --> 01:20:33,529 공격성을 보인 유일한 사람은 930 01:20:34,253 --> 01:20:35,703 나라는 걸 깨달았다 931 01:20:37,583 --> 01:20:41,225 자신을 비롯한 모두를 통제하려 한 932 01:20:42,481 --> 01:20:44,083 나만 폭력적이었다 933 01:21:03,795 --> 01:21:05,913 이른 아침이었던 것 같아요 934 01:21:07,462 --> 01:21:09,295 모두 잠들어 있었죠 935 01:21:11,072 --> 01:21:14,530 갑자기 누가 크게 비명을 질렀어요 936 01:21:14,623 --> 01:21:16,675 '큰 배가 다가와요!' 937 01:21:19,881 --> 01:21:24,506 다 벌떡 일어나 나가 보니까 화물선이 다가오고 있더군요 938 01:21:26,291 --> 01:21:30,862 괴물처럼 커다란 배가 우릴 향해 곧장 다가왔어요 939 01:21:31,916 --> 01:21:34,598 전 무전으로 연락을 시도해 봤어요 940 01:21:37,583 --> 01:21:43,583 아칼리호가 파파 오스카 8호를 호출한다 941 01:21:43,584 --> 01:21:47,043 파파 오스카 8호는 응답하라, 오버 942 01:21:48,958 --> 01:21:53,166 무전을 아무리 쳐도 대답이 없었어요 943 01:21:54,372 --> 01:21:58,538 그때도 산티아고는 그냥 보트 위를 뛰어다니며 944 01:21:58,539 --> 01:22:03,097 화물선을 향해 '이봐요'라고 소리치기만 했죠 945 01:22:05,708 --> 01:22:10,291 산티아고는 당황했지만 마리아는 정말 차분했어요 946 01:22:10,292 --> 01:22:13,956 우리에게 할 일을 명확히 지시해 줬죠 947 01:22:25,958 --> 01:22:30,362 전 조명탄을 좌우로 흔들며 관심을 끌어 보려 했어요 948 01:22:30,921 --> 01:22:33,508 화물선이 그걸 못 보면 우린 죽은 목숨이었죠 949 01:22:40,250 --> 01:22:42,480 전 우리가 정말 죽는 줄로만 알았어요 950 01:22:43,067 --> 01:22:47,000 그런데 충돌 직전에 화물선이 멈추더라고요 951 01:22:50,625 --> 01:22:54,750 화물선이 방향을 바꿔서 간신히 살아남았죠 952 01:23:07,545 --> 01:23:11,093 그날 이후로 마리아가 다시 선장이 됐어요 953 01:23:12,458 --> 01:23:16,537 산티아고가 선장 자리를 지키긴 힘들었죠 954 01:23:17,260 --> 01:23:23,160 우리 중 누구도 선장으로 인정을 안 했거든요 955 01:23:30,166 --> 01:23:34,610 우리의 의심이 사실로 밝혀졌고 956 01:23:35,000 --> 01:23:37,603 마리아 말을 따르기로 했죠 957 01:23:37,604 --> 01:23:40,167 우릴 살려줄 사람이었으니까요 958 01:23:47,333 --> 01:23:49,333 그날 이후로 모든 게 달라졌어요 959 01:23:50,886 --> 01:23:55,553 그 멋진 실험을 혼자서 설계한 산티아고는 960 01:23:55,554 --> 01:23:58,087 모두에게 신뢰를 잃었죠 961 01:24:03,208 --> 01:24:07,501 산티아고는 나날이 마르고 초라해졌고 962 01:24:07,502 --> 01:24:11,463 대화에 참여하지도 않고 질문지도 안 나눠줬어요 963 01:24:13,623 --> 01:24:16,183 종일 글을 쓰지도 않았죠 964 01:24:18,330 --> 01:24:19,671 그렇게 침잠하다가 965 01:24:20,833 --> 01:24:25,416 와르르 무너져내려 병이 나 버렸어요 966 01:24:44,541 --> 01:24:49,250 진짜 아팠다기보단 관심을 끌려고 그런 거예요 967 01:24:49,251 --> 01:24:51,584 뭔 사건이라도 일으켜야 하니까요 968 01:24:51,585 --> 01:24:57,126 메리 말에 동의해요 진짜 아픈 거 같진 않았어요 969 01:24:57,127 --> 01:25:00,117 - 못 믿겠더라고요 - 전 믿었어요 970 01:25:00,118 --> 01:25:03,134 일종의 항의 표시로 그랬던 거 같아요 971 01:25:03,135 --> 01:25:05,364 권력도 뺏기기 싫고 972 01:25:05,792 --> 01:25:11,752 체면도 살리고 싶으니까 그냥 아픈 척한 거예요 973 01:25:11,760 --> 01:25:15,793 기억하실지 모르겠지만 산티아고는 실제로 감염됐어요 974 01:25:15,794 --> 01:25:21,757 그렇게 아프고 나선 우릴 가만히 내버려 뒀죠 975 01:25:21,758 --> 01:25:26,069 산티아고가 조용해지니까 고맙다는 말이 절로 나왔어요 976 01:25:42,662 --> 01:25:45,527 우린 하나의 부족처럼 똘똘 뭉쳤어요 977 01:25:46,041 --> 01:25:48,654 일상 속에선 불가능한 일이죠 978 01:25:48,796 --> 01:25:52,546 저마다 문화도 다르고 언어도 다르고 979 01:25:52,547 --> 01:25:54,999 종교도 다른 사람들이 980 01:25:55,000 --> 01:25:59,625 자기 목소리를 억누르고 한 무리로 뭉쳤어요 981 01:25:59,626 --> 01:26:03,668 마치 한 동물들이 무리를 이룬 것 같았죠 982 01:26:05,197 --> 01:26:08,818 하나로 뭉치면 우리가 몰랐던 힘이 생기고 983 01:26:09,842 --> 01:26:14,009 권력이 생긴다는 걸 그때 깨달았어요 984 01:27:19,375 --> 01:27:21,803 난 선실에 혼자 남아서 985 01:27:22,871 --> 01:27:26,947 밖에서 춤추며 노래하는 소리를 듣고 있다 986 01:27:28,916 --> 01:27:31,090 이젠 오늘이 무슨 요일인지도 모르겠다 987 01:27:32,041 --> 01:27:36,048 열 때문에 온몸의 피가 더 빨리 도는 것 같고 988 01:27:36,333 --> 01:27:41,666 새로운 생각과 아이디어가 마구 떠오른다 989 01:27:43,607 --> 01:27:46,694 새로운 보트를 만들어서 990 01:27:47,251 --> 01:27:50,750 완전히 새로운 실험을 해 보고 싶다 991 01:27:54,000 --> 01:27:58,791 새 보트는 이것보단 훨씬 작게 만들 거다 992 01:27:58,792 --> 01:28:02,122 한 사람이 들어갈 정도의 크기면 된다 993 01:28:03,322 --> 01:28:04,792 거기 들어가서 눕는 거다 994 01:28:06,250 --> 01:28:09,321 그리고 바닥은 유리로 만들 거다 995 01:28:09,786 --> 01:28:14,703 그 배를 타고 다시 바다를 건너며 996 01:28:15,041 --> 01:28:17,017 그 유리를 통해 997 01:28:17,558 --> 01:28:21,708 바다 깊숙한 곳을 내려다볼 거다 998 01:28:23,743 --> 01:28:25,500 나 혼자서 999 01:29:26,218 --> 01:29:30,333 1973년 8월 멕시코 코수멜 1000 01:29:30,333 --> 01:29:33,425 다시 육지를 밟으려니까 기분이 묘했어요 1001 01:29:39,113 --> 01:29:42,779 바다에 101일을 있다가 돌아온 거였거든요 1002 01:29:45,295 --> 01:29:49,011 보트와 동료들을 뒤로하고 떠나려니 슬펐지만 1003 01:29:50,311 --> 01:29:52,406 집으로 돌아간다는 생각에 기뻤습니다 1004 01:29:55,865 --> 01:29:59,279 바다에 석 달은 더 남을 수 있었어요 1005 01:29:59,708 --> 01:30:04,675 제 사회적 의무나 아이들만 아니었다면 1006 01:30:04,850 --> 01:30:08,475 그런 환경에서 몇 달 더 살 수 있었을 거예요 1007 01:30:15,416 --> 01:30:18,503 다음 날 아침에 다시 보트에 모였어요 1008 01:30:19,666 --> 01:30:20,769 텅 빈 보트에서 1009 01:30:21,627 --> 01:30:25,213 우리의 마지막 회의를 열었죠 1010 01:30:25,875 --> 01:30:30,311 산티아고는 그날 정말 다정했고 진심을 담아 말했어요 1011 01:30:31,375 --> 01:30:36,073 바다 건너편에 도착했으니 실험도 끝났다고 하더군요 1012 01:30:37,416 --> 01:30:40,963 산티아고가 그렇게 행동하는 건 처음 봤어요 1013 01:30:42,909 --> 01:30:44,666 그래서 더 좋았던 거 같아요 1014 01:30:49,000 --> 01:30:54,730 이번 아칼리호 실험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1015 01:30:55,027 --> 01:30:58,485 실험이 실패였다고 답한 사람이 3명이고 1016 01:30:58,486 --> 01:31:01,514 성공적이었다고 답한 사람이 8명이니까 1017 01:31:02,321 --> 01:31:05,057 나쁘지 않은 결과 같네요 1018 01:31:05,815 --> 01:31:09,870 '이번 여행과 실험이 당신에게 어떤 영향을' 1019 01:31:10,086 --> 01:31:13,223 '미친 것 같습니까?' 라는 질문엔 1020 01:31:13,583 --> 01:31:18,955 타인에게 더 관대해진 것 같다고 대부분 답해 주셨습니다 1021 01:31:20,038 --> 01:31:24,163 짧지만 멋진 결론이 도출된 것 같네요 1022 01:31:25,791 --> 01:31:31,219 그리고 아칼리호에서 마주한 최악의 순간은 1023 01:31:32,362 --> 01:31:36,319 리더 자리를 놓고 벌인 싸움이었군요 1024 01:31:36,916 --> 01:31:40,019 여러분은 제가 너무 매정하고 1025 01:31:40,020 --> 01:31:43,542 공격적이고 권위적이라고 지적해 주셨는데요 1026 01:31:43,958 --> 01:31:49,416 제 입장에선 너무 심하다 싶은 지적도 있지만 1027 01:31:49,484 --> 01:31:54,109 우리 자신에 대해 한 가지라도 더 알아 가야 1028 01:31:54,208 --> 01:31:56,800 함께 고생한 의미가 있겠죠? 1029 01:31:58,833 --> 01:32:02,007 이번엔 마리아 얘기를 해 보죠 1030 01:32:02,421 --> 01:32:04,991 어떤 분은 제가 마리아를 공격했다고 하시더군요 1031 01:32:06,375 --> 01:32:11,009 마리아의 선장 직위를 왜 매정하게 박탈했느냐고 1032 01:32:11,130 --> 01:32:13,070 물어본 분도 계시는데요 1033 01:32:14,114 --> 01:32:17,832 전 마리아 씨에게 예의를 차려 가며 1034 01:32:17,833 --> 01:32:20,714 할 말을 했을 뿐이라고 생각하지만 1035 01:32:21,083 --> 01:32:25,416 기분 나쁘셨다면 정중히 사과하겠습니다 1036 01:32:29,170 --> 01:32:33,600 오늘 드릴 말씀은 여기까지입니다 1037 01:32:36,958 --> 01:32:38,926 그래도 전 보트에 관한 1038 01:32:39,284 --> 01:32:43,708 좋은 추억을 안고 돌아갔던 거 같아요 1039 01:32:43,791 --> 01:32:48,171 물론 산티아고에게 화날 때도 있었지만 1040 01:32:48,713 --> 01:32:53,007 아칼리호를 타고 바다에 나갔다 온 뒤로는 1041 01:32:53,008 --> 01:32:56,374 다시는 예전처럼 살기 힘들 것 같았어요 1042 01:32:57,625 --> 01:33:01,166 그런데 다시 이스라엘로 돌아간 후에 1043 01:33:01,250 --> 01:33:07,791 1973년 10월 속죄일 전쟁이 터지면서 1044 01:33:07,792 --> 01:33:12,958 아칼리호에서 있었던 일은 모두 잊고 살아가게 됐죠 1045 01:33:13,125 --> 01:33:14,244 그랬군요 1046 01:33:15,386 --> 01:33:16,625 마리아는요? 1047 01:33:16,708 --> 01:33:18,708 전 일상으로 돌아갔어요 1048 01:33:18,791 --> 01:33:22,712 이등 항해사 자격으로 1049 01:33:22,713 --> 01:33:26,208 평범한 상선을 타고 항해하게 됐죠 1050 01:33:26,291 --> 01:33:31,000 이 실험에 참가했다는 사실이 1051 01:33:31,083 --> 01:33:37,500 제 앞길을 가로막지 않기만을 바랐어요 1052 01:33:38,821 --> 01:33:43,536 실험에 참가하기 전에 직장 동료가 제게 그러더군요 1053 01:33:44,663 --> 01:33:46,791 일단 그런 경험을 하고 나면 1054 01:33:46,792 --> 01:33:50,115 변화를 갈망해서 이 일을 못 할 거라고 했지만 1055 01:33:50,116 --> 01:33:52,170 전 다시 직장으로 돌아갔어요 1056 01:33:52,419 --> 01:33:57,169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6개월 후에 직장으로 복귀했죠 1057 01:33:57,500 --> 01:34:00,690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그런 경험을 하는 게 1058 01:34:00,691 --> 01:34:03,717 결코 쉬운 일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1059 01:34:03,718 --> 01:34:08,106 보트에 함께 오른 모든 사람과 1060 01:34:08,544 --> 01:34:12,708 정말 속 깊은 우정과 사랑을 나눌 수 있었어요 1061 01:34:14,375 --> 01:34:18,708 전 산티아고의 실험이 대성공이었다고 생각해요 1062 01:34:18,791 --> 01:34:20,978 - 정말요? 그렇군요 - 네 1063 01:34:21,625 --> 01:34:24,459 그런데 산티아고만 그걸 못 본 거예요 1064 01:34:25,083 --> 01:34:28,943 우리도 맘만 먹으면 서로를 사랑하고 이해하며 1065 01:34:28,944 --> 01:34:31,793 교양 있고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눌 수 있었어요 1066 01:34:31,854 --> 01:34:34,687 그거야말로 폭력의 해법이 아닐까요? 1067 01:34:35,250 --> 01:34:36,250 그럼요 1068 01:34:37,875 --> 01:34:39,882 우린 보트에서 답을 찾았어요 1069 01:34:40,708 --> 01:34:44,988 폭력의 정반대 쪽에 있는 진정한 평화에 도달했죠 1070 01:34:45,250 --> 01:34:47,281 그런데 산티아고는 1071 01:34:47,513 --> 01:34:51,637 오직 폭력과 갈등에만 집중하느라 1072 01:34:52,462 --> 01:34:55,083 - 그걸 못 본 거예요 - 맞아요 1073 01:34:55,166 --> 01:35:00,691 세상 모든 갈등은 편 가르기에서 시작되는데 1074 01:35:00,916 --> 01:35:05,437 우린 남남으로 만나서 하나가 됐잖아요 1075 01:35:08,530 --> 01:35:11,092 - 맞아요 - 네 1076 01:35:14,990 --> 01:35:16,275 맞아요 1077 01:37:11,416 --> 01:37:13,138 산티아고 헤노베스 씨는 1078 01:37:13,346 --> 01:37:19,155 소형보트 아칼리호의 실험을 설계한 인류학자입니다 1079 01:37:19,322 --> 01:37:23,350 산티아고 씨의 저서 '아칼리호'는 1080 01:37:23,351 --> 01:37:26,853 스페인,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에서 출간됐죠 1081 01:37:27,916 --> 01:37:30,958 과학자가 아닌 한 명의 인간으로서 1082 01:37:30,959 --> 01:37:35,720 이번 실험을 통해 배운 게 있으신가요? 1083 01:37:35,903 --> 01:37:38,347 사회자님과 시청자 여러분 모두에게 1084 01:37:38,348 --> 01:37:43,189 추천할 만한 경험이라고 생각합니다 1085 01:37:43,616 --> 01:37:47,120 보트를 타고 바다로 나가는 건 위험한 일이지만 1086 01:37:47,211 --> 01:37:49,165 일단 살아만 남는다면 1087 01:37:49,166 --> 01:37:52,000 한 차원 더 성숙해질 수 있습니다 1088 01:37:52,001 --> 01:37:54,793 거만한 얘기처럼 들리실 수도 있겠지만 1089 01:37:54,794 --> 01:37:58,688 이런 경험을 하고 나면 많은 걸 배우게 되거든요 905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