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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 대단해.

어떤 시인이 그런 말을 했었는데

시는, 시라는 거는 젊을 때나 쓰는 거지

나이가 들어서는 쓸 물건이 아니다

라는 이런 얘기가 있거든요.

그런 거에 대해서는 좀 어떻게 생각하실까요?

그는 그 세상 이치라는 것에 대해 굴복하는 사람들인 것이야

세상 이치를 받아들이고 대신에 맑은 눈을 포기한 거야

버린 거야

그리고 난 안다 하면서 큰 소리를 떠들고 다니는 거야

맑은 눈이라는 걸 지탱하는데

아마도 세상에서 힘든 일일 거야.

목숨을 팍 치겠다고 해야 겨우 지탱할 수 있을까 말까 한 거지.

정말 알아들었나?

네, 뭐 이해했습니다.

이해는 관두고 그냥 알아들었냐고.

이거 알아들었냐고.

자는 게 너무 짧아

너무너무 짧아

그러니까 너희도 너무 걱정하지 말고

너무 짧아, 금방 죽어

걱정하지 마

아주 금방 끝나

그러니까 그 사이를 뭘로 채울 거만 사는 거야

뭐로 채워야 할까?

그것만 생각하면 돼.

없어. 아무 데도 없어.

정말 어디 갔지?

없어?

좀 전까지 베란다에 있었는데 없어.

집 안에도 없고.

다 찾아봤어?

혹시 어디 숨어있는 거 아니야?

없어. 걔는 숨는 데랑 내가 다 알지.

진짜 뛰어내렸나봐.

전치도 정말 뛰어내렸나봐.

어떡해.

정말?

어떻게 뛰어내려 저기서.

내려가 봐야지

어어 나 갔다 올게

잠깐 잠깐만 있어

그리고 문 닫고 있어

혹시 집안에 있을 수도 있으니까

네 갔다 오세요

우리야

우리야 어딨니

우리야

지수야

지수야!

괜찮아?

어떡하냐?

나도 몰라

전단지 만들어서 붙여야지

해야지

그래 전단지 만들자

근데 그거 해도 찾는 사람이 별로 없다고 하던데

전단지 해도?

그래도 해야지

어떻게 이런 일이 생겼냐..

갈거야..

그냥..

지금 너무 후회 없어..

어머.. 죽겠다..

일어나자

들어가서 제대로 앉자

어우..잠깐만..

이렇게 벌써 못사는데..

어..

아 이 생각 하기 싫어

아 미치겠다

어떡하니

걔는 걔는 걔는 내 새끼인데

근데 걔들 왜 뛰어내린거야?

정말 뛰어내렸나 봐

저렇게 늦었다 어떻게 뛰어내렸지?

뛰어내려

걔네들 뛰어내려. 그게 본능인거지.

나가고 싶었나 보다. 갑자기.

어디 있을까?

뭘 하고 있을까?

얼마나 집에 오고 싶을까?

전단지 만들어서 붙여도 찾는 확률이 10프로도 안된대.

그렇게 작아?

아니 어떻게 그렇게 작아?

5프로도 안된데

내 친구 부부가

미친 듯이 했는데 못 찾았거든

5프로도 안된데 찾는 확률이

아휴

생각중이야

현상금 얼마로 할까?

그래?

공이 하나 붙을수록 전화오는게 다른데

10배씩

아니, 10배씩 차이가 나는데

현상금 보고서?

아, 돈이 많으면 더 많이 오는 거야?

500으로 할까?

500?

그렇게 많이 해야 돼?

아니면 1000으로 할까?

1000으로 하면 이 동네 아이들을 다 찾아다닐 거야

그렇게 하면 애들이 찾아다니는구나

그렇대

애들만이 아니지

그래도 못 찾았지만

나는 못살아 진짜

나는 걔 없으면 못 사는데

어떡하니

일어나 일어나

여기서 이러고 있지 말고

들어가서 제대로 앉자

우리 전단지 만들자

꼼짝을 못하겠어

긴장을 너무 많이 했나 봐

근데 걔는 왜 그런 걸까?

뛰어내렸으면 본능이겠지

아니면 저 높은 데를 어떻게 뛰어내렸겠어?

나는 걔를 진짜로 사랑한 것 같아

걔한테만 사랑을 준 것 같아

아무한테도 그렇게 한 적 없어

너한테도 그렇게 안 했어

미안해

알아 알아

나는 걔 없으면 못 사는데

힘내자

응?

커피라도 마시고

정신 차리자

어? 어?

일어나

무서워

걔 안 돌아오면 어떡해

천만원으로 할거야

네? 그러자

돈은 있어?

있어

우리 얼굴 만들 사진 골라야 돼

어 맞다

오리야!

오리 맞지?

네가 어떻게 데리고 왔어?

여기 빵집 마당 앞에 있더라고

그래서 오리인가 있어

아 이뻐라

들어와

얘 가만히 있는가?

지금 데려가는지 알았나 봐

건배

너무 좋다

건배!

오늘 달이 너무 좋다

달 너무 예쁘다

너무 예쁘다

오늘 보름인가봐. 완전 동그란데?

진짜 동그랗다.

기타 주려고?

응, 좋지?

어, 노래하고 싶어서.

같이 하는 걸로 해주세요.

아, 그거는 안 돼요. 내가 코드를 잘 몰라서.

친지 얼마 안 돼서.

그래, 너 잘 치던데?

아니요, 나 진짜 친지 얼마 안 돼.

이거 생긴 지는 좀 됐는데 내가 진짜 치기 시작한 건 얼마 안 돼.

칠 줄 아는 거 별로 없어 다 너무 예쁘다

맞아요 너무 예뻐요 조그만 해가지고

이거 생일에 누가 소포로 보내줬는데 버릴수도 없고

그냥 내가 가지고 있다가 이렇게 좀 치잖아 지금

자고니깐 너무 좋다

뭐 해봐요

내가 이거 너무 좋아하는 건데

내가 꽃들하고 얘기를 좀 하잖아

그래?

네, 됐습니다

그래?

네, 근데 40분 정도 걸린대요, 괜찮으세요?

40분? 오래 걸리네 기다려야지

아 맛있겠다

네

원래 치킨 좋아하세요?

닭을 내가 좋아해

뼈까지 아주 쫙쫙 빨아 먹어

그렇구나

기타도 치세요? 여기 기타도 있네요

아 저건 잘 안쳐

쇠줄기타라서 손가락이 너무 아파

내 기타는 나이로운 기타인데 부러졌어

아는 사람이 와가지고 여기 깔고 앉는 바람에 목이 딱 부러져버렸어

그랬구나

아유, 아깝다

그 좋아하던 기타인데 그 친구가 엉덩이로 뭉개버렸어

취해가지고, 여자들 앞에서 폼 잡는다고 넘어지는 바람에 딱 부러져버렸어.

헉! 화나셨겠다.

진짜로.

그래서 저걸 사다 준 건데 못 치겠어.

이게 손가락이 너무 아파.

그래서 그런지 요새는 노래를 잘 안 해, 이상하게.

아, 노래 들으면 너무 좋겠다.

선생님, 노래 들으면 진짜 좋겠죠?

노래는 무슨 술도 안 마시는데.

그래도 궁금한데요. 그쵸?

잘하실 것 같아요. 목소리가 너무 좋으셔가지고.

선생님 목소리 너무 좋으세요.

고마워.

아, 너 저 기타 가질래? 필요하면 가져라.

네? 정말요? 선생님 쓰시는 건데?

아냐, 아냐. 저거 너 가질려면 가져.

난 안 치워, 저거.

진짜로요? 진짜 그러면 저는 너무 좋죠. 진짜 안 치세요?

응 안 쳐. 누가 쓰는 게 낫지. 가져가. 선물이야.

저 진짜 가져갑니다 그럼. 감사합니다.

와 너무 좋다. 기타가 클래식한 느낌인데요.

좋네요. 좋은 기타 같아요.

비싼 거라고 그랬어.

기타 치세요?

저는 기본 코드 몇 개는 듣고, 반주 정도는 안 해요.

전 못 쳐요. 진짜 배워야겠다.

그래?

나 오늘만 딱 한잔하고 말까?

안 돼요. 그러시면.

맞아 맞아, 안되지? 그냥 오늘만 딱 한잔할까 했었지

이거 무알콜 드세요 계속

그럴게

아 이거 맛있다

맛이 없으세요?

아니야 맛있어

이거라도 어디야

받으셨죠? 이거 드세요

오 고마워

저, 제가 술을 사오겠습니다.

뭘로 드시겠어요? 소주 사다 드릴까요?

어? 정말 안 할래?

네, 제가 이렇게 하루 정도는 그냥 드시는 게 괜찮을 것 같습니다.

이렇게 스트레스 받는 것 보다는.

제가 사다 드리겠습니다.

고마워. 그럼 소주 한 병 사올까?

정말요?

한 병 사올까요? 아니면 두 병 사야 될까요?

두 병 사오지

자는들도 마셔야 되니까

알아서 사와

와 고맙네

아주 적은만 되셔야 돼요

그럴거야

이게 안되나 보네

아..

선생님

선생님은 이제 너무 오래 다 이렇게 경험을 하셨으니까

사는 건 뭡니까?

산다는 건 뭡니까?

산다는 건

너가 말하는 건 정답을 찾는 거잖아, 그치?

그런 정답들이 너무 많아.

책마다 있어.

너도 몇 개는 알고 있고, 그치?

네.

그런데 그게 다 오답이지.

오답입니까, 다?

다 오답이지.

그러니까 우리가 다 이렇게 어색하고 어설프고 어중간 하잖아.

결국은 다 그렇게 되잖아 끝에 가서.

근데 살아있으면 그건 우리가 모르지.

살아있으면 모르는 거.

살아있으면 모르지 영원히 모르지.

미리 알 수도 없고, 살아봐도 알 수 없고,

영원히 영원히 알 수 없는 거지.

그래서 너무 좋잖아?

살아있으면 저 알 수 없죠.

선생님, 그럼 사랑은 뭡니까?

사랑이라는 게 그게 정말 꼭 필요합니까?

너가 만약에 진짜 사랑을 지금 하고 있으면 내가 장을 지시는데

넌 사랑이 뭡니까? 라는 질문 같은 거 절대 안해

진리는 어떻습니까? 진리는 뭡니까?

넌 같은 말을 계속 하는구나

그 진리라는 게 원래 오답이라니까

우린 그런 걸 찾을 능력이 안 돼.

그리고 찾을 수가 없으면 그건 실제로 없는 거야.

그럼 이게 다 뭡니까?

그냥 다 있는 겁니까? 아무 뜻도 없이 그냥?

그냥 있으면 어때? 누가 뭐라 해?

아니야.

우리가 할 것은 그냥 작은 것에 감사하는 거야.

능력이 되는 만큼 앞에 있는 것들을 좋아하고 또 감사하고 그게 다야.

뜻은 찾지 마.

그건, 그건 비겁함이야 그냥.

비겁함이군요, 어떠신?

왜, 아닌 것 같아?

그냥 물로 뛰어들어

다 알고 나서 들어가려고 하지 말고 비겁하게

우리 카메라 이제 그만할까?

아 피곤하다

그래도 그만 찍자

네 그만 찍겠습니다

너무 좋아서 분위기가

뭐가 좋아 좋긴

네

야 우리 술 덜 먹은 것 같다

너도 좀 마시고

아! 우리 딱 열판만 가위바위보 할까?

어때?

가위바위보요?

왜 갑자기 가위바위보를 합니까?

하면 좋아! 재밌어!

그 유명한 가위바위보네요

아! 그 가위바위보 게임!

저도 얘기 많이 들었습니다

그래 한 번만 하자

너무 오랫동안 안 했다

한 번 해보자

지는 사람 그냥 술 한잔 마시는 거야

알았지?

그러면 이 잔으로 그냥

먹는 겁니다

술이 좀

모자랄 것 같은데요

괜찮아

모자라면

저거 먹으면 되잖아 네가 사온 거

아 네

자 간다 가위바위보

가위바위보

가위바위보

가위바위보

가위바위보

어떡해

나나 졌다

네

고민이 있네요

괜찮으세요?

자, 가자

가위바위보!

와, 못 떨어지지, 어떡해?

너무 재밌다

아, 이거 참 영거푸지네요

이거 제가 마셔드리겠습니다. 영광 푸시셨으니까

아 진짜요? 정말 그래주실래요?

그래도 괜찮은가요?

그럼 그럼

그럼 제가

감사합니다

자 그래요? 자 가자

가위 바위 보!

방금 마셨는데

아, 제가 딸때문입니다

자, 간다

가위

가위, 바위, 보!

아, 다 부시네

아, 왜 다 부시지? 오늘 왜 다 부시지?

잠시만요

재밌다

왜?

선생님도 마셔야 되는데 그죠?

할까요? 가위바위보!

잠시만 선생님 제가 할게요. 이번에 제가 부를게요.

아 그래?

제가 하겠습니다.

이길 거예요?

네 한번 이겨보세요.

자 갑니다.

가위바위보!

아 진짜 뭐야?

아 어떻게 이런 소리?

또 지냐?

아! 제발!

드셔야겠습니다, 이제는 진짜로

네, 제가 마시겠습니다

제가?

아닙니다, 제가 마시겠습니다

다 마셨습니다!

잘했어!

아 저 잠깐 안주 좀 먹어도 될까요?

지금 너무 빨라서요

야 이거 원래 이게 빨리 하는 거야

우리 몇 판 했지?

어 전...

예 우리...

아 저 잠깐만요

나도 안전하셔야겠다

이제 가봐야 될 것 같아요 엄마 집에 저녁에 가기로 해서요

집이 좀 멀어서요 엄마 집에 가기로 했구나

저 이거 가져가도 되죠? 어 그럼 너 주는 거야

너무 재밌었습니다 그러게 갑자기 일어나네

원래 갈 시간이 돼서요

그래 알았어

잘 가고

미안합니다

아니야

엄마 집에 가는 건데

네

죄송합니다

어디 가세요?

가봐야 돼서요

더 있다 가세요

아닙니다

저도 가야 될 것 같아서요

누군가한테 뭘 전해주기로 했었는데

오, 그래?

네, 뭘 이렇게 전해줄 게 있는데

아, 연기할 수 없는 그런 거라서 오늘

그, 뭘 전해줘야 해?

뭘 전해줘야 하는데?

아...

예, 뭘 전해줘야 해서요?

저 먼저 갈까요?

아, 아닙니다

같이 가세요

네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너무 감사했습니다 오늘.

연락드리겠습니다.

알았어.

선생님 저 가볼게요.

내일 연락 드릴게요. 찾아뵙기 전에.

어 그래. 그러자.

안녕히 계세요.

건강하십시오.

아 거기.

담배 좀 놔두고 가면 안 되나?

아, 이거 그냥 두고 가겠습니다.

고마워.

그 라이터...

라이터도 필요해. 다 버려가지고.

여기 두고 가겠습니다. 그럼 안녕히 계세요.

잘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