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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렇게 혼자 있는게 좋아? 그래서 안 깨운거야?

앞으로 일어나면 좀 깨워.

너도 하고 싶은게 있으면 일어나겠지.

일하면서 와인도 마시고.

멋있다.

조금 마시면 좋아.

잘 잤어?

응. 잘 잤어.

너무 많이 잤어.

너무 많이 잤어

잘 자

되게 오래 자

좀 놀랬어

내가 거기서 잠을 너무 못 잤어

그래서 그런 것 같아

너무 지겨웠어

힘들었어 매일 매일

이렇게 못 잤구나

진짜 푹 자는 게 정말 소원이었어

어... 나는 계속 자도 자도 또 잘 수 있을 것 같아.

나는 자는 게 너무 달콤해.

흥, 그러니까.

근데 나는 너무 자면 바로 허리가 아파서 못 있겠더라고.

이거 있어? 커피?

응. 잠 갔다 마셔.

어머, 우리 나왔네?

우리 나왔어?

아이고 아침이라고 일어났어?

아 예쁘다 우리 우리

간식 좀 줘봐봐 저기 냉장고 위에 있어

그럴까?

먹보야 먹보

먹성이 엄청 좋아

간식 먹을까?

너무 귀여워

진짜 먹성 너무 좋아

살찐거 봐 어떡해 걱정이야

너무 귀여워

이거 하나 더

하율이 예쁘다 잘 먹는다

너무 살쪘어

좀 덜 줘봐봐

안돼

마음이 약해져서 안되더라고

제 눈을 보면 눈이 너무 워낙 오고 있어서

안 돼

사는 게 뭐 별거 있어?

실컷 먹어

먹는 거라도 마음껏 먹어야지

너무 쪄서 걱정이에요

하지만

잘 먹는다

하나만 더

그만 줘

요달이나 준 거야?

다섯 알 줬나?

더 된 것 같은데?

근데 열 알까지는 괜찮아

그래?

그러면 하나 더?

얘는 근데

고양이가 꼭 개 같아 그치?

어 꼭 개 같아

사람을 안 무서워하고

피하고 그러질 않잖아

처음부터 그랬잖아

응 너한텐 처음부터 많이 다가갔던 것 같아

왜 그럴까? 신기하네

내가 냄새가 좋은가?

응?

나 처음 만났을때도 여기서 얘가 막

나 계속 쳐다보고 있었잖아

응

널 처음부터 잘 따랐던 것 같아

내가 냄새가 좋은가?

아니면 자기를 예뻐하는 걸 아는 건가?

아니야. 사람들이 다 예뻐해.

근데 다른 사람들한테는 안 그래, 잘.

너를 좀 편안하게 생각하는 것 같아.

어쩜 나보다 더 좋아하는 것 같은데.

야, 우리.

너 상원이 왜 이렇게 좋아하는 거야?

응? 야! 너 이유가 뭐야?

응? 뭐가 그러면 좋아?

어어, 줘봐

아니, 다른 사람들한테는 안 그러고

응?

너...

너 간식 많이 받아 먹어서 그렇지?

그치?

왔어?

안녕하세요, 저 지수예요

어, 알아. 반갑다

반갑습니다

너무 오래돼서 저 알아보시겠어요?

왜요?

마스크 좀 벗어봐요

아 마스크요?

네

그래 너구나

더 예뻐지셨습니다

무슨 말이야

들어가자

감사합니다

비누에요

이게 비누구나

네 천연 비누래요

브라질에서 유명한 비누라고

다들 사가는 비누라고 해서 사봤습니다

이건 뭐야?

그건 천연 액체 비누에요

이것도 비누고?

네, 같은 브랜드에서 만든 거예요

그건 프로폴리스입니다

프로폴리스?

네

물 한 컵에다가 이거 한두 방울씩 떨어뜨려서 마시면 됩니다

그렇게 마시는 거구나

요즘에 사람들 이거 많이 먹더라

안 드셔보셨어요?

이게 염증에도 그렇게나 좋고

항산화 작용에도 그렇게나 좋대요

그거 나도 먹어

우리 집에도 있어

그래?

이건 오일이네?

네 장미 오일입니다

장미 오일?

네

이거 드시고 어떨까요?

드세요

네 감사합니다

심신 안정이 좋다고 하더라고요

음

맡아볼래?

좋다

술 마셔가지고 냄새를 잘 못 맡겠구나

아니야 아니야 좋은데?

그리고 이건 마테차입니다

브라질에서는 국민음료라고 하더라구요

다이어트에도 좋고 면역력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고 하더라구요

고맙다

이런거를 사왔어 비쌌겠다

비쌌니?

내용보니까 신경 많이 썼네

아닙니다 별거 아닙니다

맞아 세심하다 준비한 것들이

고맙다

아닙니다 제가 고맙습니다

이렇게 불쑥 찾아오겠다고 했는데 이렇게 만나주시고

감사합니다 제가

아니야 나도 너 보고 싶었어

얘는 옛날이랑 똑같아 어릴 때랑

그래?

너는 어떻게 이렇게 하나도 안 변했니?

나 너 보고 속으로 깜짝 놀랬어

그래요?

응

하나도 안 변했어 똑같아 너는

고양이가 있네요

예쁘다

예쁘지?

우리야

우리야 이렇게 만져주는 거 좋지?

우린 만져주는 거 되게 좋아해

쟤가 만져달라고 등을 내밀잖아

이렇게 만져주면 기분이 좋아요

이름이 우리예요?

제가 아는 사람도 우리라는 개를 키웠는데

아 그래요?

네 아주 어릴 적 친구인데 우리라는 개를 키웠어요

그랬구나 그 개가 우리였구나

네 누령이었는데 되게 착했어요

이뻤어요?

네. 너무 착했어요.

동물들은 다 천사야, 천사. 정말 천사야.

근데 그 개가 생각이 나요, 지금도?

그럼요. 다 기억나요.

그 친구가 제 인생에서 정말로 첫 번째 나쁜 짓을 하게 했던 것 같아요.

우리가요?

아니, 친구가요.

친구가

네

무슨 나쁜 짓이요?

섹스요, 섹스

음

섹스라고 그랬어?

네

지금은 별거 아닌데

생각해보면

그때 처음

죄의식 같은 걸 느꼈던 것 같아요

그래서 기억이 나고

가끔 생각을 하게 돼요

그랬었구나

걔가 우리였어요?

네, 우리였어요

그래서 우리, 우리, 우리, 우리 막

그러고 불렀었는데

아, 이거

이거는 너가 도로 가져가라

내가 비누는 잘 안 쓰거든

아, 그러세요

제가 아무거나 막 골라와가지고

이거 너 안 쓰려고?

좋은 거 같은데

궁금한데?

아 내가 피부에 예민해서 비누 쓰면 빨개지고 그래

언니가 쓸래?

언니 쓰든지

놔두면 쓸 것 같은데?

그래 그럼 언니 집이니까

그래서 배우를 하겠다고 했다면서?

네 그렇게 마음 먹고 있습니다

나와서 담배 하나 피울까?

나 이거 하나만 피울게

응

근데 왜 배우를 하려고 하는 거야?

나가서 얘기하자.

너 담배 피우니?

아니요, 안 피웁니다.

피워본 적은 있습니다.

이거는 왜 이렇게 문이 안 열리는 거야?

맨날 왜 이렇게 문이 안 열려?

아니, 그거 땡겨야 돼.

양쪽을 동시에 땡겨서 밀어서 이렇게 밖으로 밀어.

너는 맨날 말해줘도 또 말하곤 하냐.

어, 알았어. 됐어.

나가자.

근데 왜 배우가 되고 싶은 거야?

왜 배우가 되면 안 되는 건가요?

이렇게 맨날 라면만 드시면은

뭐 그러면은 밥은 어떻게 잘 해서 드세요?

어 밥도 먹지

나가서는 밥만 먹고 다니지 또

그래도 잘 좋은 거 드세요

잘해 먹어 진짜로

라면은 맛있어서 먹는 거야

그러다 딱 소주 한 잔 해서 먹으면 딱 좋은데

술을 못 마시니까 죽겠네

물 좀 드릴까요?

아, 괜찮아 내가 알아서

고추장 좀

고추장이요?

창문 밑에

아, 네

숟가락 같이 드릴게요

그러지

이렇게 먹으면 너무 맛있어.

술을 못 마시니까 이렇게 먹어야 돼.

너무 빨간데요?

괜찮아.

어우 맛있어.

잠깐 찍겠습니다.

맛있다

맛있네

와 좋네요

감사합니다

좋았어?

너무 좋았어요

그래 잘 됐다

이런거 찍어서 뭐가 좋을거야 작품이

정말 좋을 것 같습니다

선생님 말씀하시는 거는

많이 담겼는데 선생님 일상의 모습들 같이 담기면 훨씬 좋을 것 같아서요

내일까지만 귀찮아져도 조금 부탁드릴게요

나는 괜찮으니까 그냥 좋은 작품 만들어

네 감사합니다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아이고 술을 못 먹으니까 이럴 때 술 한잔 먹으면 참 좋을 텐데

네, 전혀 못 하세요?

갑자기 그렇게 됐어요, 갑자기.

의사가 위험하다고 그러더라고.

혈관 쪽이라고 그러셨죠?

아니에요.

심장, 심장이 안 좋아.

심장이 안 좋으시구나.

검사를 며칠 전에 받았는데 의사가 하는 말이 맞겠지 뭐.

그게 뭐지? 그 혈관에 넣는 거.

그게 완전히 굳었다고 그러더라고.

콘크리트처럼.

아무리 해도 안 부서진다는 거야.

그게 위험하다고 그러더라고.

몇 일 전에 받으신 거죠, 검사를?

한 일주일 전인가?

정말 조심하셔야겠어요

그런데 미치겠어

담배도 피우고 싶고

보통 일이 아니야

많이 힘드실 것 같아요 정말

평생 하시던 분

많이 힘들어

산책도 해보고 그랬는데

전자담배는 혹시 해보셨어요?

전자담배는 괜찮대요

그것도 누가 얘기해줘서 사봤는데

전혀 안 맞아

목만 간지럽고

효과가 전혀 없어

너무 약해

사다놨어 저기다

물 한잔 마실까?

아 네

어, 냉장고에 있어.

시원한 거 마시면 좋으실 것 같아요.

내일까지 찍어야 되지?

어, 네. 내일까지만 고생해주세요.

저희 편집은 거의 완성이 됐는데

선생님 일상적인 부분만 조금 완성하면 될 것 같아서요.

정말 좋아할 것 같아요. 이런 게 담기면.

이것만 하면 되니까 이제.

고마워

감사합니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들어오세요

아 그 혹시...

홍호이주 선생님인데 말인지

네 맞습니다

들어오세요

기다리고 계세요

아 네

안녕하세요

저는 보통 처음이요

아 네

안녕하세요

왔어요

잘 왔어요

들어왔어요

문 닫을까요?

네

아유 죄송합니다 제가 괜한걸 가져와가지고

아니야 아니야 술하고 담배는 좋은거지

그런데

내가 요즘 술담배를 안하려고 하니까

좀 놀라운 일인데요

선생님이 그렇게 술담배 안하신다고 하시니까

아니 선생님 정말 너무

너무 유명하시거든요

술, 담배 이렇게 좋아하시는 걸로

그런가?

하여튼 고마워요

이거

가지고 가는 게 나을 것 같아

아닙니다

그냥 그래도 제가 이렇게 어떻게든 드리고 싶어서 가져온 거니까

여기 두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지금 필요 없으시더라도

그럼 다음에 또 필요한데 다른 사람 주더라도

여기 대게는 다시

고맙네

맞아요

알겠습니다

둘이 온다고 하더니 혼자 왔네요?

아, 예. 친구가 좀 딴 데 일이 생겨가지고.

나를 만나서 뭐가 필요한 건지 모르겠네.

연기하려고 한다면서요?

예, 지금 연기를 공부하는 중입니다.

그런데 왜 나를 만나고 싶다고 한 건지.

그때 전화를 오면 얘기했지만 정확히는 모르겠더라고.

무슨 이유로 만나고 싶은 건지

저도 이게 좀 갑작스럽다고 생각합니다, 압니다

그런데 저한테는 선생님이 한국 시인들 다 통틀어서 가장 중요한 시인이십니다

제가 저한테 이런 기회를 한번 주고 싶었거든요

선생님을 직접 만나 뵙고

아니면 어떠한 작은 채취라도 직접

접해보고 싶었다는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술 냄새밖에 안 날 텐데

회냄새 나. 내가 회를 좋아하거든요.

아 진짜요?

선생님의 글씨가

너무너무 솔직하다고 생각합니다.

정말 진짭니다.

진짭니다.

고마워요 고마워요

아닙니다 제가 감사합니다 정말

이렇게 집까지 찾아오겠다는 사람도 처음이에요 나도

감사합니다 정말 초대해주셔서

물어볼거는 있고

제가 물어볼게 좀 많습니다

뭐 그래요?

뭘 물어볼까?

선생님, 제가 맥주 사왔어요

이거 마셔도 돼요

이거 100% 무알콜이에요

완전히 100% 무알콜

이거 마시면 기분 좋아지실 거예요

술 마시는 기분이실 거예요

그래?

이게 무알콜이요?

네

어, 써있네. 무얼콜 100%.

이거 괜찮겠다, 정말.

어떠세요?

이거 진짜 맥주인데?

이거 진짜 맥주랑 맛이 똑같다.

잘 됐다.

이거 너무 좋다.

고마워.

야, 이거 진짜 같다.

진짜 맛이 똑같다.

와, 맛있어.

이거 어떻게 이런 걸 보였어?

잘했어 고맙다

정말 신기하네 이런 게 있었구나

좋아하는 거 있어?

전 아무거나 다 괜찮습니다

내가 뭐 맛있는 거 시켜줄게. 좋아하는 거.

내가 뭐 해줄 수 있는 건 없고 집에 아무것도 없어.

근데 여기 근처에 다 시킬 수 있어. 다 있어.

전 아무거나 드시는 거 먹겠습니다.

아무거나 말고 나는 그냥 정해주는 게 좋을 것 같아.

제가 아무거나 다 잘 먹습니다.

알았어. 그럼 내가 정할게.

여기 사시는 거예요?

아니, 그냥 언니랑 친해서 같이 지내는 거야 잠깐

나도 구상을 좀 해야지, 앞으로 계획도 세우고

연기 다시 하시는 거예요? 다시 하시면 너무 좋을 텐데

그러니? 생각해 보고 있는데 연기는 안 할 거 같아

너무 잘하시는데

복잡하다, 설명할려는.

왜? 연기가 좋아? 언제부터 하고 싶었던거?

어려서부터 그랬던 것 같아요.

오, 어려서부터 그랬구나.

연기하면 좋을 것 같아?

네, 연기하고 싶습니다.

왜 전 연기하면 안될 것 같습니까?

아니요 그런거 아니고 그냥 좀 뜻밖이다라고

막내 이모가 전화로 얘기했어

너가 꼭 필요한게 있다고 나를 보고서는

그렇게 말하지는 않았는데

그래? 그러면 뭐 물어볼거는 있고?

네 뭐 연기가 물어봐서 아는것도 아니고

부딪히고 경험해봐야 아는거겠지만

언니가 워낙 경험이 많으시고 그런 경험들을 전수해주시면 제가 도움이 될 것 같아서요.

그래서 찾아뵙게 되었습니다.

아니 너도 말했지만 경험을 어떻게 전수하지?

그런 것보다는 그냥 뭐 어떤 마음가짐이랄까 상황이 어떻게 대처해야 될지를 미리 알아두면 도움이 될 것 같아서요.

그냥 아무거나 다 괜찮습니다.

생각나시는 거 있으면 좀 말씀해 주세요.

연기는 솔직한 게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자기를 드러내기만 하라는 게 아니라

그 자기라는 게, 네가 생각하는 그 자기라는 게

이미 뭔가 너무 많은 거에 쓰여져 있거든?

그거를 보고, 그 쓰여진 거를 벗겨내야지 솔직할 수 있는 거거든.

그때 가서야.

네.

무슨 말인지 알아? 내가 말하면 솔직하라는 말?

네, 알겠습니다.

뭐야 그게? 니가 말해봐. 내가 무슨 말 했는지. 니가 안다고 하니까.

솔직한 게 중요한 거고 그런 솔직함은 자기를 제대로 쳐다봐야 하고

자기가 뭐에 씌워져 있는지를 봐야 솔직해지는 게 가능하다고 그런 말씀이신 거죠

그게 뭐에 씌워져 있는 거야?

잘 모르겠습니다

그 습관들, 편견들, 이미지들, 두려움들 그런거지?

네

그래 똑똑한

좋은 말씀이신 것 같습니다

자신에게 솔직해져야 하다는 말씀

그래야지만 그 사람의 맛이 진짜로 우러나올 수 있는 거거든.

시간이 지나고 나이가 들어도 왜 그 나이 들어가는 그 맛이라는 게

자연스럽게 배워나올 수 있는 거거든.

남들이 좋아하는 그 유명한 그 통하는 그 이미지들은

드러나. 그렇게 돼있어요.

언니는 하실 때 그렇게 하실 수 있었어요?

아니. 그렇게 할 수 있는 작품이 없었지.

이미 그 사람들이 먼저 정해놓은 게 있으니까.

그랬어요?

그 솔직한 거와 그들이 원하는 거를

내가 같이 한다는 건 불가능하더라. 나는 그런 능력이 없습니다.

사람들이 원하는 이미지가 있거든?

그러면 내가 집에서 몇 가지 오디션들을 내가 준비를 해 가.

감독이 거기서 하나를 골라. 그리고 좋아해 보통.

그러면 내가 그거를 딱 그것만 하는거야. 그게 끝이야.

그러니까 내가 촬영장 부석에서 맨날 빨리 끊어. 빨리 끊어. 빨리 끊어. 내가 이러고 있었지.

그래서 그만두신 거예요?

그런 것도 있었고 원래 누구를 만났는데 그 사람이 나한테 자극을 줬지.

누구요?

그거는 내가 지금 말하지 않는게 낫겠다

네 알겠습니다

그러자

근데 어떤 걸 자극 받으셨어요?

친구를 따라서 그 사람이 일하는 데를 갔어

근데 뭔가 그 일하는 모습이 진짜

진짜 일을 하고 있는 것 같이 느껴졌어

배우 하는 게 다 빛이 발했다고

배우가요?

배우 하는 게 다 빛이 발해 보였다고

맨날 남들이 써준 그 말도 안 되는

그 대사들을 힘들게 외우고 또

외워서 그거를 연기한다 이렇게 하는데

와.. 숨 빈 것 같이 느껴지는 거야

갑자기 종료미가 뚝 떨어졌어 힘이 진짜 툭 빠졌지

그래서 디자인 공부하러 가신 거네요?

아니 건축 공부 건축 미약이지 정확히

아 건축 미약이요?

진짜 힘들었어

그냥 내가 너무 급하게 서둘러서 준비하면 안됐었던건데

그것때문에 1년 반을 진짜 뽑았고생했다

언어도 쉽지않고

그 수업에서 하는 어려운 말은 하나도 안들려

그랬구나

너 우니?

아 아닙니다

우는거 아니지?

뭐야? 너 불쌍해? 나 동정하는 거야 지금 너?

너무 힘드셨을 것 같아서

아유 너 진짜 자르는구나

배고프다

밥 먹을래?

네

화본들이 다 예뻐요

언니가 이런 걸 너무 잘 키워

다 너무 건강해

싱싱하지?

네

꽃 좋아하세요?

풀도 좋아하고, 나 어렸을 때부터 이렇게 풀이나 꽃 보고 이렇게 앉아있는 거 잘해.

아, 그러세요?

그러면 진짜 뭔가 마음이 확 편안해진다?

그리고 다른 세상에 훅 들어가는 것 같은 느낌이 있어.

그래서 길에 사람들 없으면 이렇게 앉아서 꽃 보고, 풀 보고, 이런 거 잘해

내가 얼마 전에 길을 걷는데 공원에서

그때도 이렇게 꽃을 보고 있었거든

근데 그 작은 꽃이 나한테 무슨 말을 하는 것 같다

그래요?

이렇게 바람에 살랑살랑 흔들리고 있었는데

꼭 내게 무슨 말을 하는 것 같아

내가 들은 것 같아

괜찮다

그냥 순하다

흔들려도 믿는다

아무리 흔들려도 믿는다

그렇게 말했고

다 조용하다

음... 이라고 하고

그 다음에는

난 좋아해

항상 난 뭔가를 좋아하고 있지

지금도 그래

그랬어

너 또 울어?

아이고 너 진짜 잘 우는구나

음 냄새 좋다

아니 이렇게 라면을 먹어도 괜찮아요 정말?

네 괜찮습니다

내가 뭐 시켜준다는데 또 안 먹면 되잖아

자기가 라면을 먹겠다고 하니까 괜히 먹는다 그런 거지

어 아니야 자기가 라면 먹고 싶다고 했잖아

네 맞습니다

라면은 언제나 맛있어요

다들 주위에서 먹지 말라고 하니까 못 먹는 건데

정말 맛있어요

많이 먹었습니다, 저도

뭐가 몸에 그렇게 나쁘겠어

똑같은 음식인데

라면 맛있어

나도 라면 정말 오랜만에 먹네

근데 어떻게 라면이 딱 3개가 남았었어

그래? 신기하네

제가 하겠습니다

우리 혹시 고추장 있어?

고추장? 고추장 있지? 고추장 줘? 응 한 번 줘봐봐

고추장을 넣어 먹니? 안 매워? 원래도 매운데?

그러려고 넣는 거지

너 원래 이렇게 먹었었어?

아니 원래는 이렇게 안 먹었는데 가끔 이렇게 먹게 되더라고

네, 난 처음 보네

맛있어

국물이 진해

된장같이

찡해

맛있으세요?

너 좀 먹어볼래?

먹어봐

아, 네

그럼 조금만

자기도 그려려구요?

네

빨갛네요

그럴려고 넣는 거지

나 아는 사람이 맨날 이렇게 해서 먹었어

그래서 언젠가부터 나도 그렇게 해서 먹게 되더라고

아 진짜 맵네요

맵다

맵죠?

매워?

네

제가 원래 매운걸 못먹어서

물 먹어

네

물 먹어

아 웬 매워

그럼 먹지마

뭐하러 먹어

먹을 수 있을 것 같아서

너무 매워

너무 매워

미안합니다

라면도 한입밖에 안 먹었잖아

말을 정확히 하지

자기 의견을 정확히 말해야지

야, 누가 고추장을 넣어먹어, 라누네. 너 말고.

있어, 그럼.

뜨거워서 안 되겠다.

안녕하세요. 저는 송재원이라고 합니다.

네, 저는 김기주입니다.

저 선생님 관해서 다큐멘터리 찍고 있습니다.

아, 그러시구나. 그래서 카메라를 가지고 오신 거구나.

네.

음... 학생이세요? 아니면...

아직 학생입니다. 4학년이에요.

이게 지금 졸업작품 만들고 있는 거예요.

반갑습니다.

네, 저도 반갑습니다.

이 친구 내 수양딸이야. 수양딸.

수양딸이요? 아, 정말로요?

어, 내 수양딸이야.

수양딸 맞지?

네, 그럼요. 감사합니다.

어떻게 수양딸이 되신 거예요?

서로 좀 맞으니까 오래 보고 잘 지내자는 것이지 뭐

너무 수양딸이라는 말 정겨운 것 같아요

그렇지 않아요?

네 그렇네요

근데 가족분들은 계시죠? 따님도 계시고

응? 딸이 있지

따님이 새해 젊은 수양딸이 생겨서 질투를 좀 하시겠는데요?

내 딸이?

아니야 내 딸이 얼마나 예쁜데

걔는 누군 부러워하고 그럴 사람이 아니야

잘 났어 아주

누군지 모르니까 그냥 얘기하는 건데

잘 났어 걔는

그런데 안 보고 살아

그러세요?

왜요?

이혼하면서 엄마 쪽으로 붙었어

오래됐지 뭐

관두자, 얘기하지 말자

네

섭섭하시겠어요?

아니야, 섭섭하지 않아

지겨 살고 싶은 대로 살아야지

가야지 뭐

자기가 좋으니까 그렇게 가는 건데, 자기한테 줘보면 된 거야.

그래.

아, 그거 뭐 물어볼 거 있다고 그런 줄 알았나? 질문.

네.

아, 내가 반말을 쓰고 있었네.

아닙니다. 당연히 그렇게 하셔야죠.

앞으로 말 편하게 할게.

선생님, 제가 선생님께 질문이 좀 많습니다. 그런데

뭘까?

선생님은 시가 요즘 시대도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

시라는 거를 사람들이 이제 거의 안 보게 됐지 않습니까?

다른 예술 장르에 비하면

시집도 그렇게 많이 팔리지 않는 걸로 알고 있는데

자기는 읽었잖아

예, 그럼요. 저는 읽었죠

그럼 된 거지 뭐. 아닌가?

누군가 읽으면 되는 거지

좋으니까 읽었을 거 아니야

네

왜 웃어?

아, 우문현답이세요

선생님 밥이 얼마나 재밌는데요

그럼 선생님 그 시작은 어떠셨습니까?

선생님의 젊은 시절의 그 마음을 알고 싶습니다 궁금합니다

시인의 시작은 무엇인가 어떤 계기가 있어가지고 이렇게 되신 걸까요?

아니면 진짜 어릴 적부터 이런 걸 바라고 하셨기 때문에 지금 이렇게 된 걸까요?

뭐 전에 한 적도 있고, 그런데 사실은 뭐 잘 모르겠어.

어떻게 해서 이렇게 된 거지?

그래도 이 시라는 거를 어떤 시점에서는 선택하셨지 않습니까?

그거를 선택하신 이유는 뭘까요?

이 시라는 거를 어떤 시점에서는 선택하셨지 않습니까?

이유란 건 있지

근데 그 이유란 게

꼭 맞아서 이유가 아니라

그냥 이유를 억지로 붙여보는 것 같아

사는 건 그 이유들하고 별 상관없이 돌아가는, 굴러가는 것 같아

그렇게 생각을 하시는구나

그러면 이유를 모르면서 그냥 나아가는 겁니까?

어떤 거에 관심이 있나요?

저는 매일매일 생각합니다. 진실하게 살고 싶습니다.

진리에 근거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