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language subtitles for Fireworks EP23 360p-SBS

- 잠깐

차 한 잔 같이 하면

안되겠어.

- 그게 나쁜 일 같아요.

- 1년이 넘었어요.

- 그러네요.

- 지현 씨가 나를 보기 전에는
어떻게 해야 할지.

작정이 안 섰었어요.

아는 척을 해야 할지.

그대로 있어야 할지.

나를 봤을 때도 결정이 안 됐어요.

그런데

도망치니까

잡아야 할 것 같았어요.

놓치는 줄 알았어요.

- 당황했었어요.

그 서점 다니세요?

- 평일 일주일에 한 번 주 중반에
수요일이나 목요일 점심시간 전에

오늘은 좀 늦었었죠.

목욕하고 점심 먹고 들렸으니까.

지현 씨도 거기 다녀요?

- 이쪽에서는요.
강북에서는 다른 데 다니고요.

- 미안해요.
수전증은 아니에요.

수전증이면 수술 못해요.

- 애기가 100일 지났다면서요.

- 그랬어요.
- 아들이에요 딸이에요?

- 딸이에요.
- 예쁘겠네요.

- 나는 그쪽 소식 몰라요.

작년에 여성지에 나온거 봤어요.

시부모님하고 같이.

- 네.
- 아기는?

- 작년 여름에 실패했어요.

보기보다 훨씬 부실한가 봐요.

- 어떻게 그렇게.

상심이 크겠네요.

- 애기 엄마는 안녕하세요.

- 잘 있죠.
잘 있어요.

경제 신문 보는데 그분 하는
일도 잘 풀리는 것 같아요.

- 잘하나 봐요.
나는 잘 모르지만.

- 잘 대해줘요?

- 그럼요.

애기

엄마는

잘 대해줘요?

- 뭐 그럭저럭 아이 때문에 힘들어하죠.

병원 일도 바쁘고.
그저 남들 사는 것처럼 살아요.

그런데

왜 그렇게

아이가 그렇게 됐는지

유감이네요.

이쁜 아이였을 텐데.
- 세상에 나오기 싫었나 보죠 뭐.

- 그런데 작품 활동은 왜 안 해요?

작년에 쓰던 거.

방송 하나

물론 볼 수는 없지만

신문 볼 때마다 챙겼는데.

- 그거 쓰다가 결혼했잖아요.

시부모님들께서 못하게 하세요.

- 그래서 안 해요?

- 못하는 거죠.

- 재능

썩히는 거

아깝네요.

- 별로 재능 있는 것도 아니니까.

나 혼자 아쉬워서 그렇지 아쉬울 건 없어요.

- 저 혼자

깊숙이

기대 했었는데

아깝군요.

아깝네요.

- 그렇게 말해주는 사람

없어요

- 나는 늘 한 귀퉁이가 허전하고

쓸쓸해요

자격 없지만

많이 생각해요.

그리운 사람이 있는 것도

사는 의미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 쪽은 어떤지 모르지만.

- 나는 그렇게 낭만적이지가 못해요.

별루 뒤돌아보는 성격 아니거든요.

- 무슨 문제 없어요?

나 때문에.
- 아니요 그런 거 없어요 전혀요.

전혀 없어요 전혀.

- 괜찮은 사람이군요.

- 네 괜찮은 사람이에요.

- 사진으로 느껴지는 건 깐깐해 보이던데.

- 아니요 그런 거 아니에요 잘해요.

잘해줘요.

- 잠깐.

네.
- 병원 안 들어가고 뭐 해?

어디 있는 거야.
- 어 아직 밖이야.

이제 들어가야지.
- 나 지금 퇴근해.

이따 집에서 보자고.

- 왜 벌써.
어디 아파?

- 아니야.
볼일이 좀 있어.

이따 보자고.
수술 없다면서.

- 그래.
- 끊어.

- 어.

- 그만 일어나죠.

- 그러죠.

- 갈게요.

- 건강해요.

- 재능

썩히는 거

아깝네요.

좋은 작품 쓰기 기대했었는데.

아깝군요.
아깝네요.

- 네 누구세요.
- 어 나야 유자야.

- 웬일이야.
어제보고 오늘보고.

- 그렇게 됐어.
내 컴퓨터 누구 안주고 그냥 있지?

누구 줬다는 소리 못 들었는데.
- 그냥 있어.

그때 그러고 잊어버렸지 뭐.
준다는 누가 했니 또.

- 갖고 갈려고.
- 뭐 쓸려고?

- 아니 그냥 오래 안 만지니까 만지고
싶어져서 일기도 좀 쓰고.

- 어.
- 아우 먼지가 뽀얗네.

- 현경이가 가끔 닦아주던데.

요새 더 좋은 거 나왔는데
하나 사달라 그러지.

니 남편 부자인데.
- 더 좋은 거 필요 없어.

워드만 쓸 건데 뭐.
현경이는?

- 미팅 갔어.
뭐 커피 주래?

- 아니야 나 시간 없어.
금방 들어가 봐야 해.

- 그래 그럼 들어가.
나 월 화 시놉 만드는 중이야.

- 너 진짜 잘 나간다.
좋겠어.

- 진짜 시험 무대는 이번 거야.

깨갱 하고 찌그러들게 될까 봐.
스트레스 엄청 받아.

- 괜찮아 스트레스 받지 말고 해.

니가 제일 낫다니까.
- 글쎄올시다.

- 갈게.
- 어 잘 가.

- 안녕.
- 안녕.

- 너 들어오는 길이야.
미팅 갔다면서.

- 잠깐 있어.

웬일이야.
어제 보고 오늘 또 보고 그거 뭐야.

- 어 노트북 갖고 가는 거야.

- 너 뭐 써도 된다니?
- 아니야 일기 같은 거 두드려볼까 해서.

- 난 또.
커피 마셨니.

마시러 갈까?
- 들어가는 시간이야.

그냥 갈게.
이것 좀 들어줄래?

-월 화 시놉 만든다더라.

- 응 어젯밤에 결정 보고 쓰기 시작했어.

걔는 쓰고 싶은 얘기가 너무너무 많은가봐.

미워 죽겠어.

- 무슨 얘기 쓰는데?
- 멜로 드라마 근데 후져.

- 후져?
- 몰라 내 생각엔 후져 유치하고.

뭐 흥행은 알 수 없는 거니까
또 모르지 홈런 날릴지도.

시청률 3%만 나오면 좋겠어.

- 왜.

- 계약 작가 됐다고 야 얼마나
대가연 하는지 웃겨.

- 설마.

- 어 너 참, 자동차 값은
꼬박꼬박 보내고 있니?

- 어 들어와.
- 그것도 너 웃기지 않니?

목돈 들어왔을 때 그거부터 갚아 치우지.

오만 원씩 내렸다고 기어이 오만 원씩.

- 됐어 괜찮아.
나 가야 해.

현경아.
- 어 그래.

내가 닫아줄게.
또 보자.

- 그래도 보고 가서 좋다.
- 나도.

- 근데 현경아 너 운전 좀 얌전히 해.

사고 칠까봐 걱정돼.

- 알았어 괜찮아 잘 가.

- 다녀오셨어요.
- 어머니는?

- 방에 계세요.
- 재천댁.

- 다녀왔습니다 어머님.
- 점심을 이렇게 오래 먹은 거니.

- 아니요 저 볼일 좀 봤어요.
서점에도 들리고.

- 아 그럼 그런다고 전화를 하지.
이제나 들어올래나 저재나 들어올리나.

신경 쓰이게 왜 만들어.
- 그이가 전해드릴 줄 알았어요 어머니.

- 바쁜 일 하는 사람한테
왜 그런 심부름을 시켜.

니가 하지.
그건 뭐냐.

- 작업실에 있던 제 컴퓨터 갖고 왔어요.

- 뭐 하려고.
- 그냥 제 물건이니까 그냥 갖고 왔어요.

- 어 그래.
뭐 해 먹지?

- 글쎄 사모님.
- 입맛 없는데 뭐 쌈박한 거 없나.

- 저는 모르겠는데요.
사모님이 생각하세요.

- 그렇게 생각하실 거 없습니다.
남자분들도 심심히 잘 꽤 오세요.

결심이 안 되세요?
- 글쎄.

- 결심이 되시면 다시 오세요.
이거는 결심 문제예요 선생님.

찝찝하게 생각되시면 안
하시는 게 좋습니다.

- 그럼 생각을 좀 더 해보고.
안녕히 계십시오.

- 네 그러십쇼.
안녕히 가세요.

네.
- 선생님 코 수술 환자 치료하러 왔습니다.

- 아 알았어요.
안녕하세요.

- 안녕하세요.

- 아 선생님 아파요.

아.
- 아직은 좀 아프죠.

- 네.
- 곧 괜찮아져요.

붓기는 내일이면 가라앉을 거구요.

- 그런데 원래 눈이 붓나요 선생님?

- 그건 눈 옆에 코에 막을 들춰서 수술했기
때문에 부을수 밖에 없어요.

내일까지는 부을거예요.

- 나 들어왔는데.
- 어 들어와.

이 서방.
들어왔어?

- 네 오셨어요.
어디 아파?

- 어 좀.
- 유진이.

- 엄마네.

- 파출부 아줌마 인터뷰하러
들어온 거 아니었어?

그런 줄 알았는데.
- 아니야.

- 저녁 내가 해냈으니까 걱정 말어.
먹고 씻을거야?

- 아니에요 아니에요.
이따가 먹을게요.

- 왜 어디가 아파?

무슨 약 먹었어.
- 이모 그만 가서 유진이 보세요.

- 아 그래 그럴게.
그럼 이 서방 나 갈게.

- 네 그러세요.
저녁 먹고 유진이 데리러 가겠습니다.

- 아니야 아니야 안 데리러 와도 돼.
내가 데리고 자.

나오지마 나오지마.
뭘 나와 한 식구 끼리.

- 머리 아파?
- 아니야.

디앤씨 하고 왔어.

며칠 쉬면 돼.
너한테 부러 말 안 했어.

구닥다리 영감 그냥 낳으라고 할 거 같아서.

- 어린 아이 지웠단 말이야?

- 어떻게 지금 여기다 또 낳을순없잔아.

유진이 하나만 갖고도 죽을 둥
살 둥 힘들어 죽겠는데.

- 그래서

나한테 한마디 의논도 없이

혼자 네 멋대로 처리한 거야.

- 얘기했으면 너 틀림없이
못하게 했을 거잖아.

- 못하게 할 거 알면서 못하게
할 거 알면서 왜 해.

나 너한테 그렇게 우스워?
우스워서 네 멋대로 처리한 거야?

- 이 선생.
- 너.

너 정말 모질구나.
- 모질른게 아니라.

- 우리 자식으로 태어나겠다고 생긴 아이를
어떻게 그렇게 간단하게 처리할 수가 있어.

- 간단하게 처리한 거 아니야.

나도 고민했어.
- 얼마나 1시간?

10 분?
5분?

- 덮어놓고 화부터 내지 마.

우리 상황을 생각해 보고 내
입장 돼서 좀 생각해 봐.

유진이 하나만 갖고도 우리 쩔쩔매잖아.

연년생으로 둘을 어떻게 키워.
- 왜 못 키워.

- 어떻게 키워.

- 붙박이 아줌마 하나 두고 유모
하나 따로 두면 너끈히 키워.

너 성격 이상해서 붙박이도
싫다 유모도 싫다.

겨우 파출부 드는 것도 픽하면
내보내고 툭하면 갈아치우고.

그러니까 힘든 거란 말이야.
- 몇 년 있다 낳으면 될 거 아니야.

- 나이 생각은 안 해?
언제 40 넘어서 낳을거야?

- 40 넘어서 낳으면 누가 잡아간대?

- 뭐든지 다

마음대로지

그래

뭐든지 다 네 마음대로야.

나 같은 건 상관 안 해.

화내려면 내라 내다 말겠지.

지가 별 수 있어 그거지 너 아니야.

- 아니야 그런 건 아니고.

- 네 친정에서 뭐라셔.

장모님은 물론 찬성하셨겠지.

- 2-3년 있다 낳아도 되잖아.

들어와.
얘기 좀 하자.

얘기 좀 하자.

어디 가.

참 이기적이다.

그러니까 나야 죽든 말든 상관없단 말이지.

- 왜 죽어.
연 년생 낳는 여자들 다 죽니?

죽는 게 아니라 죽게 힘든 거잖아.

- 그래 죽게 힘드니까
다음에 낳자 그런거야.

- 너 죽게 힘든 건 참아내면 돼.

너 힘든 거 안 하자고 아무것도 모르고
태어나겠다는 아이를 없애버려?

내가 이기적이야 내가?
- 니 생각만 하잖아.

- 나 때문에 이러는 줄 알아?

나 욕심 그렇게 없어.
문제는 네 잔인성이야.

어떻게

자기한테

자기한테 생긴 생명한테 어떻게
그렇게 참혹한 짓을.

아이 못 가져 안타까운 사람들 많아.

아이 잘못돼서 상심하는 사람들도 많아.

그건 살인이야.
- 과장하지 마.

아직 생명이라고 할 수 없어.
- 누구 마음대로 니 마음대로.

- 유보 하자는거야.
안 낳겠다는 게 아니라.

- 그러려면 미리 대책을 세울 수 있잖아.

- 누가 그렇게 빨리 들어설 줄 알았니.

어디 가 가지마.

어디 가는 거야.

- 네.
-어떻게 됐니.

이 서방 뭐래.
저녁은 먹었어?

- 저녁이 뭐야.
길길이 뛰고 나갔어요.

- 나갔어?
이 서방 길길이 뛰고 나갔대요.

그럴 거라고 했잖아 내가.
에이 어떡하니.

- 사내라고 꼴에 사내 짓을 하는구만.

- 알아듣도록 얘기를 잘하지 왜.

너 성질 폈니?
댑다 잘난 척 한 거 아니야 또.

- 아니에요 안 그랬어.

정말 안 그랬다니까

모르지 뭐 어디로 갔는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이 화내.

네.
지금 밥을 어떻게 먹어요.

먹으면 체하지.

정말 바지 저고리에 망건
씌워 놨으면 좋겠어.

답답 영감.
뭘 그렇게까지.

팔팔 뛰냐 말이야.
아예 다시는 안 낳겠다도 아닌데.

네.
네.

- 순한 사람이 골내면 더 무서운 법이야 너.

순한 사람이 골나면 도끼 들고 구두장
파업고 화로 집어던지고 그런다고

돈벌이 못하는 남자도 아니고

남자는 다 싫다지 좋다는 건 없어.

손이 발이 되게 싹싹 빌어야지 별 수 있니.

- 뭐 빌어.
뭘 그렇게 크게 잘못했다고.

- 그래도 빌어.
잘못한 거 잘못한 거야.

내 말 들었으면 좋았잖아.
- 아 힘드니까 그랬지.

- 힘든 김에 한꺼번에 왕창 힘들고 빨리
끝내는 것도 나쁠 거 없다니까.

둘이면 됐지.
뭐 또 낳을거야?

- 하나면 안 될 거 있어?
나 애에 별로 취미 없어요.

- 그래도 아들은 하나 낳아줘야
할 말 하고 살지.

충정도 시부모님한테.

이 서방 들어왔나?

- 이렇게 금방 들어올 분 아니었어요.

- 누구세요.
- 나야 이모.

언니 사고쳤다면서요?

- 일 저지르고 니가 뭐 마지막까지 손해고
나가고 지금 훅 가서 빠져 있다.

- 언니 돌았어?
제정신 아니야?

- 시끄러워 머리 아파.
- 그런 법이 어딨어.

마흔이 다 된 사람들이 빨리 빨리 낳아야지.

어우 참 기막혀.

어떻게 형부한테 한마디 의논도
없이 마음대로 그래.

- 의논했으면 못했어.

너는 나 배 꺼진 지 얼마나 됐다고 또
배 불뚝이 돼 뒤뚱거렸으면 좋겠니.

- 그게 무슨 상관이야.
- 왜 상관이 아니야.

배만 부르면 돼?
병원 문 두 달도 닫아야 하고.

안 그래도 그동안 환자 다른 병원으로
놓쳐 약 올라죽겠는데.

내가 무슨 애 낳는 기계야.
- 병원 아주 닫아버리면 어때서 그래.

- 뭐?
- 형부 사랑하잖아.

사랑하는 남편 아기 낳아 키우면서 열심히
재밌게 사는 거 이상 행복이 어딨어?

- 그래서 나 아예 들어앉아 애
키우면서 살림이나 하라고.

- 뭐 어때.
- 아유 그건 안되지.

공부가 아깝고 능력이 아깝잖니.

-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어.

어떻게 일이 더 중요하고 환자가
더 중요할 수가 있어.

형부가 첫째 돼야지.

- 얘 난 니 형부 첫째야.

그렇지만 첫째가 중요해서

첫째 때문에

두 번째 일은 아주 망쳐버려야 하니?

나는 일도 중요해.
절충하면 되잖아.

니 형부가 양보하면 되는 거 아니냐고.
- 그럼 의논하면서 설득을 했어야지.

설득해서 들어주면 다행이고 하다하다 안 통하면
그때는 언니가 포기했어야 되는 거야.

그게 남편에 대한 예의야.
- 넌 누굴 가르쳐.

지금.
- 형부 화내는 거 당연해.

언니 크게 잘못한 거야.
- 나 잘못한 거 없어.

배불러 낳아야 하는 건 나고 딴
사람은 다 구경만 하잖아.

내가 힘들어 못하겠다는
나 싫으면 그만이지.

무슨 말이 많아 모두들.
이모 가세요.

너도 가.
- 뭐 하러 쫓아 밥도 못 먹게.

유진이나 보고 있지.
- 엄마 말을 왜 들어.

엄마 말을.
- 자기가 하고 싶어 한 거지 뭐.

- 미안해요.
수전증은 아니에요.

수전증이면 수술 못해요.

- 회장님 들어오셨습니다.
- 어 알았어요.

- 아이구 얘 얘 얘.
아니 너 어디서 그렇게 뛰는 거야.

그러다 넘어지기라도 하면 어떡할려고 응.

왜 그렇게 조심성이 없어.
몸도 시원찮은 애가 응.

아휴 차분하게 굴어 응?

또 대답 떼어 먹니?
- 네 어머니.

- 늦으셨네요.

- 그렇게 됐어.

아 나 냉수 한잔 줘.

장 회장이 폐암 이래.

- 예?
- 평생 담배 한 대 피운 적이 없는 사람인데.

어떻게 해서 그런지 모르겠어.

- 아니 색시같이 얌전한 분이잖아요.

- 아니 얌전한 사람이지.
- 냉수 안 나오니?

- 미국 암센터인가 무슨 나간다는 구먼.

며칠 새

이 서류 저 서류 하다 보니까
시간이 꽤 걸렸어.

니 남편 아직 안 들어왔냐?
- 네.

- 있으면 내려왔죠.
열두시 들어오면 이른거네요.

- 남편 얼굴 많이 볼 생각 마라.

늦어도 그게 다 일이네야.
- 일이죠 그럼.

인사 안 드리니?
- 안녕히 주무세요 아버님 어머님.

- 올라가세요 올라가세요.

- 들어왔어?
한시가 다 됐어.

어디 가서 뭐 했어.

저녁 먹어야지.

안 먹었지?

문 좀 열어.
왜 잠그고 그래.

어린애처럼 이게 뭐야.

문 열어.

이 선생 이러지마.

이러지 말고 얘기 좀 하자.

이 선생.

강욱아.

이강욱.

문 안 열 거야?
나하고 말 안 해?

웃긴다.

기지배도 아니고 남자가 더구나 의사
씩이나 돼서 너무 유치하다 야.

의논 안 한 거 미안해.

잘못했어.
잘못했다고.

잘못했다 그러잖아 강욱아.

언제까지 문 닫아 걸고 말 안 할 건데.

나 지금 쉬어야 하는 상태야.

신경 쓰이게 진짜 이럴래?

잘못했다고 그러면 그만이지.
남자가 속 좁게.

마음대로 해.
저녁을 먹었든지 말든지 자든지 말든지.

- 좋은 작품 쓰기.
기대했었는데.

아깝군요.
아깝네요.

네.
- 대문 들어왔어.

문 열어.
- 어 알았어요.

- 안 자고 뭐하고 있었어.

물 갖다 놨지?
- 오늘은 이르네.

- 뭐가?
- 적어도 3시는 아니니깐.

subtitle-text 매일
그러는것도 아닌데 뭘 그래.

- 일주일에 사흘이면 적은 건가.
- 아이 가졌다고 바가지 자격 있다 그거야.

- 허 바가지가 뭔지 모르나 봐.
- 알리가 있나.

결혼 처음 해보는 건데.

그게 뭐야.
- 어 작업실에 뒀던 내 노트북.

- 그게 왜 와있어.
- 갖고 왔으니까 와 있죠.

별 쓸데 없을 거 같아서 작업실에 두고 혹시
누구 필요하면 줄려고 했는데 그냥 있어서.

- 갖고 왔다고.
뭐 하려고.

- 뭐 일기도 쓰고 시간 나면 좀 뭐 써보려고.

- 저 뭐 쓰는데.
- 먼저 쓰다 만 거.

- 그거 써서 뭐 할려고.
- 뭐 하려고 써 그냥 쓰는 거지.

- 발표도 못할 걸 왜 써.
뭐 때문에 쓰지.

발표 못하는 건 알지.
- 알아요.

- 그런데 왜 써?
- 쓰고 싶으니까 쓸 거예요.

왜 쓰느냐고 물으면 이렇게
대답할 수 밖에 없어요.

쓰고 싶으니까 써.
- 기분 별로 안 좋아.

집어치워.
집어치우고 영어 공부를 하러 다녀.

- 여보.
- 글 쓰는 마누라 나 안 필요해.

영어 잘하는 마누라 필요해.
내 말 들어.

- 나 하고 싶은 거 하고 안 하고
싶은 거 안 할 자유도 없어요.

- 글 쓰는 여자 좋아해서 당신하고
결혼했던 거 아니야.

당신 그 글쓴 일 때문에 내가
얼마나 썩였는지 잊었어.

내 약올린 거 생각하면 지금도 사지가 떨려.

당신 나 얼마나 무시하고 짓밟았어.

일만 그만두라면 대뜸 총알처럼
나온 소리가 파혼하자.

그거 참아낸 것만 해도 나 참
스스로가 대단한 놈이야.

- 대단하죠.
그것만 참은 거 아니죠.

그 얘기까지 할 건 없잖아.
뭐 자랑이라고 해.

- 그 얘기 하고 싶잖아요.

- 하고 싶은데 안 하는 거
대신하는 심리는 뭐야.

- 봐주는 척 할 거 없다고요.

- 봐주는 척?
- 얼른 씻고 자요.

- 저거 치워.
당신 글 쓰는 꼴 보기 싫어.

- 당신한테 안 보여줄게요.
- 내가 보든 안 보든 치워.

내가 받은 수모 생각나서 불쾌해.

- 지난 일이에요.

지난 일 다 그렇게 가슴에
담아두고 사는지 몰랐어요.

- 가슴에 담아두는 게 아니라 머릿속에
있어 일깨워지는 게 싫단 말이야.

- 알았어 알았어요.
안 할게.

치울게 됐죠?
- 잠깐.

내가 오래전부터 얘기해주고 싶었는데.

당신 내 의자 앉니?

앉았어?

- 앉았어 전화받고 그럴 때 어떨때.

- 하지마.
나는 다른 사람이 내 의자에 앉는 거 싫어.

내 물건 남의 손 대는 것도 싫고 내 책상
위에 남의 물건 올라와 있는 것도 싫어.

내 못된 성격 중에 하나야.

- 내가 남이에요?

- 당신은.
- 만지지 마요.

난 내 몸에 남이 손대는 거 싫어요.

- 당신은 내 거야.
내 거니까.

다른 놈은 못 만져도 나는 만져도 돼.

지나쳤어.
취소할게.

여보.

- 이제 그만해.

- 불 꺼.
끄라고 잔다고.

- 들어와.
안 건드릴 게 들어와 자.

- 불 끄고 들어가.

- 강욱아 좀 심하지 않니?

이렇게까지 화낼 문제는 아니잖아.

- 나 화나서 이러는 거 아니야.

나 화 안 나.
지금 화 안 나.

- 그런데 왜 이래.
- 정이 떨어져서 그래.

정남이가 떨어져서.

만성이 다 떨어져서.

그런게 그렇게 별일 아닌 너한테
질려버렸어 질렸어.

- 별일 아니라서가 아니라 현실적으론.

- 그게 다 마음이 없어서 그런 거야.

마음이 없어서.
- 마음이 없다니.

내가?

마음 없이 바람난 너 붙잡고
사정 사정해서 결혼해?

지구상에 너 말고 남자가 없었니?

그래서 울며불며 매달린 거야?

- 나도 그게 마음 나에 대한
네 사랑이라고 생각했었어.

그런데 아니었던 거 같애.

사랑이 아니라 욕심이었지 싶다.

나 만지고.
니가 갖고 싶은 욕심.

- 그렇게 얘기하니.

- 마음으로 한

사랑으로 한 결혼이라면 너

어떻게 나하고 너 사이에 생긴
아이를 그렇게 만들어.

사랑하는 남자 아이인데 의논도 없이

아니 어떻게 그런 생각이 들고.

해치워.
생각조차 안 들어야 하는 거 아니야?

- 구름 타고 하는 꿈 같은 사랑 얘기를
하면 어떻게 생활이고 현실이야.

- 사랑은 참아주는 거라고 했어.

다른 거 다 그만두고 나를
위해서 참아줄 수 없었어?

- 나를 위해서 양해해 줄 수는 없어?

왜.

사랑해서 결혼한 게 아니라 동정으로
해준 거라 양보할 필요 없는 거야.

- 그만두자.
말이 안 통한다.

- 마음이 없다고.

내가?
사랑 없는 욕심이었어.

그래?
- 사랑은 희생이야.

- 너는 날 위해 뭘 희생했는데.

결혼한 거 결혼해 준 거 그거
얘기하는 거야 지금?

- 그만하자.
- 그래 그만해.

더 험악한 말 나오기 전에 그만 하자고.

- 화났다 그거지?
그래 화날만 해 미안하다.

그냥 잘게.

- 면제해 주셨다고 마음 푹 놓고 잤니.

면제는 면제고 그러셔서도 제 시간에는
일어나 할 일 하면 얼마나 이쁠까.

귀염 받는 건 제 할 나름이지 그래.

- 나와 밥 먹어.

- 내가 할려고 했는데.

고마워.
안 먹어.

- 먼저 먹어.

우리 어머니 올라오시라고 할 테니까 시간
걸리더라도 이번에는 붙박이 아줌마 구해.

한 달이 걸려도 좋고 두 달이 걸려도 괜찮아.

이번엔 니 마음에 꼭 들고.

잘할 사람 구해.
- 붙박이 아줌마 안 쉬워.

- 구하면 있어.
- 어머니까지 올라오시게 할 거 뭐 있어.

시간제 쓰면 돼.
시간제는 2 - 3일이면 와.

- 붙박이로 도와줄 사람 구해.
유진이 봐줄 아줌마도 구하고.

- 유진이 남한테 못 맡겨.
- 좋은 사람 많아.

- 누가 좋은 사람인지 어떻게 알아.
- 엄마 오시게 하고.

붙박이 구해.
- 글쎄 붙박이는.

- 제대로 된 밥 좀 얻어먹고 싶어서 그래.

익숙해질 만하면 내보내고.

새사람들이 와 너 잔소리해되고 이제
정말 지겨워 엄마한테 전화할 거야.

- 전화하지 마.

최대한 빨리 찾아보내라 그럴
테니까 전화하지 마.

- 우리 엄마 아버지가 그렇게 싫어?

- 무슨 그런 말이.
어렵고 불편해서 그래.

어머니 와 계시면 아버지도
자주 오실 거고 힘들잖아.

내가 할게.
내가 한다고.

- 당신 청주에 전화 드린 게 언제야.

- 할게.

이렇게 일찍 어디 가려고.

어디 가는데.
- 상관 마 상관할 거 없어.

- 아직도 화나 있어.

일하러 나가는 사람이야.
웃는 얼굴 해.

- 꼭두각시예요?

내려가요.
아버님 기다리시게 하지 말고.

손대지 말아요 싫어요.

- 그래.
그게 당신의 유일한 무기지.

알았어 인정할게.

저거 치워.

- 얘.
- 예 어머님.

- 왜 그래.
니들 뭐 다퉜니?

- 아니에요 어머니.
- 그런데 왜 목이 늘어졌어.

- 저요 아닌데요.

- 좋은 자식 생산하려면 엄마
마음가짐이 무엇보다 중요해.

항상 즐겁고 기쁜 마음으로 니 몸 안에 이 집
자손 들어 있다는 거 잊어버리지 마라 한시도.

- 예 알겠습니다.

- 바람 때문에 먼지가 많어.

어여 들어가.
아침 먹어 기다리잖아.

- 예.
- 얼른 앉으세요.

장아 국.
- 예 지금 떠요.

- 날씨가 참 좋죠.

- 좋아요.

- 이런 날은 그냥 자동차 타고 휙
나가 실컷 돌아다니면 좋은데.

- 먹죠.
미스장 앉어.

- 네.

- 사모님 외출 준비하시래요.

보약 지으러 가신대요.

- 입덧은 안 하니?
- 예 별로 모르겠어요 어머님.

- 그거 하나는 좋구나.

어른 모시고 살면서 깩깩
거리는 것도 민망하지.

아휴 이러다 금방 여름 되고 금방 가을 되고.

세월 참 속수무책으로 빠르다.

- 네 여보세요.
- 나예요 아가씨.

보약 지으러 가신다면서요?
- 예 그런데 왜요.

- 오늘 월요일 아버님 생신인 거 알고 있죠?

- 어머나 잊어버리고 있었어요.

- 어이구 이래서 딸 자식은 소용 없대니까.

그래도 며느리가 낫지.
혹시나 해서 전화했더니 역시나네.

오늘 월요일이에요.
이번에는 고모부도 꼭 같이 오세요.

작년처럼 아가씨 혼자 오셔서
김 세게 하지 말고요 네?

- 알았어요 고마워요.

- 아버님이랑 어머님은 한수 내외 데리고
바람 쐬 일 겸 시장으로 가셨어요.

집에 나 혼자예요.
낮잠이나 실컷 자야지.

- 그렇게 해요 그럼.
- 아기 가져서 아가씨 좋죠?

얼마나 좋아요.

시어머님이 데리고 보약도
지으러 가주시고.

나는 그런 호강 못 해봤네 뭐.

- 그래요.
- 대충 끊어라.

- 그런데 있잖아요.
아가씨 오빠가요.

- 그만 끊어요 언니.

- 뭐 전화를 이렇게 끊어.

기분 나쁘게.
- 언니가 누구야.

- 올케언니요.

- 어른하고 있을 때 전화가 오면 이쪽에서
다시 건다 그러고 이내 끊는 게 도리야.

- 네.
- 에휴 그 전화는 뭐가 필요해.

너도 나도 애들까지 있는 대로
다 갖고 다니는지 모르겠더라.

- 너 웬일이야.
온다는 소리도 없이.

- 아버지가 보고 싶어서요.
토요일이잖아요.

- 혼자 온 겨.
- 네.

- 너는 나 보고 싶은지는
몰라도 나는 너보다는

애미하고 손녀가 보고 싶은데 쓸데없는
왜 너 혼자 온겨 왜 안데리고 왔어.

- 애미가 저기 감기 기운이 좀 있어서.

- 있는 감기도 떨어질 텐데 무슨
감기야 무슨 의사가 그래.

들어가자.

엄마가 아주 기함을 하겠다
생각도 안 하고 있었는데.

- 제 차 타세요 아버지.
- 당근이지 이놈아.

그럼 너 혼자 타고 애비는 걸어가란 말이야.

- 아버지도 애들 말 쓰세요?
- 아니여.

한번 해 본 소리여.

- 너희 아버지도 기운이 예전만 어림없어.

소싯적에는 날만 뿌염 해도
벌써 일어나서 일나가.

밤중에 들어오던 양반이.

깨는 시간은 여전히 고 시간에
깨도 일어나는 건 늦어.

그거 보면 이제 이 양반도 늙었구나 허지.

- 그래도 아버님만큼 정정하신
분 드물어요.

- 여보 둘째 왔어.

- 누가 와요?
- 둘째 둘째 왔다고.

- 아이고 이게 무슨 일이여.
어떻게 얘네들이 올 생각을 했댜.

아이고 아이고.
그래 그래.

어여들 와라 어여 와 어여들 와.

- 뭘 날 보고 어이 들어와 하는 겨.

- 아이 애들은?
- 애들 안왔어.

김칫국 마시지 마.
너 와 있었구나.

- 아 예.
- 그래 혼자 온 겨?

- 네.
- 저 애미가 감기랴.

앉어 들.
- 감기는 왜 들어.

조심하지 않고.
그래.

유진이 많이 컸지?
- 얘 백일 때보다 좀 더 컸어요.

- 아이고 옹알이도 하고.
참 예쁘지.

- 이쁠 땐 이쁜데요 엄마.
밤에 안 자고 놀자고 해서 고생해요.

- 아유 녀석이 그냥 뒤집혔구나.

아이고 그럼 우리 애미가 고생이 많을 텐데.

아니 왜 너희 수진이도 그랬지 왜.

- 네 한 한 달 고생했어요.

- 그러면 보살 불러서 빌면 딱 그치는데.

- 아이 엄마.
- 아니요 들어 듣는다니께.

- 그러다 말겠죠 뭐.
통뼈가 아닌 이상.

- 야 순대 사다주랴?

- 아니에요 좀 더 이따 점심 먹을게요.

- 아버지 많이 드세요.

이 집 애가 괜찮아요 어머니도요.

이게 맛있는 거야.
이걸 드셔보세요.

- 야 다 맛있네 뭐.

회가 고소하다.
안그냐 이 박사.

- 예.

- 저기 여보

어머니 회 별로 안 좋아하시는데
뭐 튀김이라도 시켜드리죠.

- 그럴까.
- 아이구 돈 많이 나와야 그냥 대충 먹어.

맛있는데 뭐.
- 아이 이 정도도 못 먹고 살아요?

여보세요 여기 튀김 하나 해내와요.

- 예 사장님.
- 새우 싱싱한 거 쓰고 잘 해요.

괜히.
- 언제는 우리 집에서 싱싱한 거 안 썼어요.

- 알았어요 알았습니다.

야, 저 아줌마 무섭다 너.

손님 야단 막 쳐.
- 야단 맞을 소리 왜햐.

- 퍽퍽 하기는 뭐하러 시켜.

- 이 일 잘 돼요 어머니.
괜찮아요.

- 예 괜찮아요.

- 일 잘 되는 것도 좋지만은 나 그 괴물 대리인지 뭔지 그거
확 팔아치운 거 그거 아주 알더니 빠진 거 더 시원하냐.

- 아이고 나도 그려.

당신 그 푹 빠거리는 소리 안 들으니까
아주 속이 다 시원해.

- 사업 잘 풀려 다행이에요.
- 아 이제 풀릴 때도 된 거 아니냐.

수업료를 얼마나 받쳤는데.

아버지 볼 면목 없어서 명암방죽 에 뛰어들고
싶은 때가 한두 번 아니었어.

그리고 내가 이제는 아버지
얼굴 제대로 보고 산다.

아버지가 우리 똑바로 못 봤었잖아.

얼굴 마주칠까 봐 무서웠고.

- 형수님은 완전히 좋아진 거 같네.

- 좋아지면 뭐래.
재미가 없는걸.

재미는 없어.
그래도 살아야지.

어떻게 이제.
난 그렇게 생각한다.

자식 새끼들을 보면 그 사람
없으면 안 되는 거고.

애들 낳아준 것만 해도
고맙다 생각하고 살아.

고맙다 고맙다 생각하니까 또 뭐
진짜 고마운 생각도 들더라.

그래서 잘해.
잘해주려고 노력하는 참이야.

- 원래 잘하잖아요.
- 속 썩였잖아.

지금도 가끔 그 여자 생각날 때 있어.

눈 꼭 감고 참지 뭐.
- 그 일 때문에 뭐냐 바가지는 안 걸거요?

- 응 그건 안 해.
네 형수 그 점에서는 존경해.

절대로 뭐라 안해.
그래서 무서워.

독해 니 형수 얼마나 독한데.

넌 장가 잘 들었다고 생각하는데 어때.

- 뭐 잘 갔다고 해야죠.

- 명쾌하고 싹싹하고 괜찮지?

- 괜찮아요.

- 그런데 너 여자라는 게
참 우스운 동물이다.

니 형수 말이야.

지는 뭐 박사도 의사도 아니라 콤플렉스 때문에
그러는 건지 아니면 동수 티낼라고 그러는 건지

제수씨 별로로 생각하더라.

- 왜요.

- 뭐라더라

그저 너만 좋아하고 시댁 식구 별로 옆에
안 붙이고 싶어 하는 것 같데.

그래서 우리 애들 너한테 못 맡긴다고 우겨.

그러냐?
- 그렇지는 않은데.

시집 식구들 진심으로 좋아하는
여자야 뭐 별로 있겠어.

- 하기사 딴앤 그려, 응.

- 고객이 전화기 스위치를 끈 상태입니다.

다음에 다시 걸어주시면.

- 사모님 내려오시래요.

숙모님들 오셨어요.
세 분 다 오셨어요.

축하 인사 오셨대요.
- 어 알았어.

- 아 축하드려요 형님.
얼마나 기쁘세요.

- 그럼 이걸 말이라고.

아 이렇게 단체로들 웬일이야.

앉어 앉으라고.

- 아 소식 듣고 가만히 있다가
무슨 벼락을 맞아요.

- 그럼요 그럼요.

- 그 벼락이 있으니 그래도
우리 집안이 집안답지.

- 아 인사 안드리고 뭐 하고 섰니.
너 축하해주러 들어오셨단다.

- 오셨습니까.

- 그러고 보니까 질부가 먼저
보다 안 돼 보이네요 형님.

- 아무래도 홀몸이 아니니까.
- 우리 종조카 좋아하지요.

- 좋겠지.
왜 안 좋겠어.

부모 앞에 내놓고 좋아하는 거
상스러우니까 안 할 뿐이지.

아 가만 이제 저 점심들은
먹었을 테고 뭐 줄까.

아 과일 갖고 저 화채 좀
만들어 먹을까 제천댁.

- 네 그러지요 사모님.
- 어 화채 좀 내와라.

- 잠깐 잠깐 질부.
- 예 작은 어머니.

- 저 우리 종혁이 댁이 며느리들 다 모여서
점심 한 번 먹자 그러는데 전화해 봐 응.

- 아유 얘 관둬라.

전화를 왜 니가 하니 저 댁들이
하라 그래 건방지게

누구 들어

전화를 하라 그래.

종욱이 댁이 그래?
- 아이고 아니에요 형님.

제가 얼떨결에 실수했어요.
- 얼결에 실수 잘하는 사람이지 그래.

얼결인지 얼결인 척하고 뛰어 넘는 건지 아직도
판단이 안 서는 게 자네야 내가.

- 아이고 형님.
생사람 잡지 마세요.

아이고 아이고.

- 잘 있었어.
일찍 들어왔지.

지금 뭐 하고 있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