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language subtitles for Fireworks EP12 360p-SBS

- 사장님, 서울 다녀오셨어요.

- 중간에 자동차가 퍼졌냐.
왜 이렇게 도착이 늦어.

- 출발한다고 말씀드리고 다른
일에 잠깐 지체 됐어요.

- 뜨길 늦게 떴구만.
- 예.

- 혼자 온 겨?
허 박사 안 데려온겨?

- 몸이 좀 시원찮았어요.
몸살로 죽게 앓고 일어났어요.

- 순대 찍으러 가자.
- 예.

점점 날마다 더 복잡해지는
것 같아요 아버지.

- 말마라.
- 청풍명월 버린지 옛날이여.

너희 어머니 이모랑 고모랑 다 몰고
서울 가서 한복 맞추고 내려왔다.

- 언제요?
- 한 사나흘 되지.

너 바쁜데 괜히 뭘 캐가서 정신 뺀다고
그냥 한복 벌만 보고 내려왔댜.

- 네.

- 너희 안사돈 편안하시냐.

- 혈압이 안 좋으시니까 늘 불안하세요.

- 왜 이렇게 말렀냐.
응?

- 말랐어요?
- 아이고 얘 얼굴이 반쪽이 됐네 그냥.

뭐 고민이 있는 겨 갑자기 왜 이렇게 말러.

- 고민 없는데.
- 야 고민 없는데 왜 말러.

- 별로 안 만랐어요 아버지.
- 그래.

가슴이 애릴 정도로 마른건
아니고 보기는 훨씬 좋다.

- 그래요?
- 혼인 이제 정말 안 남았네 그랴.

- 아유 다 됐슈.
- 저 형님한테 왔다고 전화 먼저 할게요.

신고 안 하면 형 뿔딱지 나니까.
- 그깟놈이 뿔딱지는.

- 아이고 야야.
- 형 지금 점마 집에 없어 놔둬.

- 왜요?
- 아유 몰러.

니 아버지한테 물어봐라.
아 몰러.

- 당신 저 순대나 빨리 갖고 들어와.

- 알았슈.
그래서 지금 나가는 겨 시방.

- 어디 갔어요?
- 암만 생각해도 니 형 정신 나간 놈이지.

이상한 놈 아니여.
그놈이 시방 부부 동반해서 구라파 갔디야.

- 아 여행 갔군요.
- 응.

얘 둘째야.

허 박사

나이도 그렇고 몸도 그렇고

어린애는 제대로 낳겄냐.

- 보기보다는 건강해요.

그리고 마흔 넘어서 조산하는
여자들 많아요.

걱정 마세요.

- 마흔 넘어서 낳은 애가
인간 구실 제대로 할까.

- 그럼요.

그것보다 아버지 긴히

의논 드릴 일이 있는데

저희들요

복잡하게 따로 살림 차릴 게 아니라 그냥 회장님
집에 들어가는 게 어떨까 싶은데요.

병원 일 하면서 허 선생도 힘들고 또 무엇보다도 허선생
어머니 혈압이 걱정할 수준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저희가.

- 이놈도 정신 나갔구먼.
니놈도 나갔어.

야 이놈아

네 어머니 병은 걱정할 수준이 아니라서

아들 놈 둘 다 따로 나가 있냐?

지 애미도 제대로 안 챙긴 놈들이
무신 귀신 씻나락 까먹고 있어.

- 엄마는 아버지가 계시잖아요.
- 대가리가 없냐?

끼니까리가 없어서 처가살이
들어가겠다는 겨.

- 그게 아니라 아버지.

- 무슨 살이 뭔 소리여.

- 야 가 지금 처가살이 들어가겠다는 겨.

- 음 별 회귀한 소리 다 듣겄네.

처가살이가 무슨 해당이요 여가 응.

엎어지면 그 집 현관인데 다 아파트
장만했으면 됐지 처가살이를 왜 햐.

볼썽사납게.
- 볼썽만 사나우면 내가 말을 아니야.

그거 눈 멍하니 뜨고있다가
아들만 뺏겨 임자.

아들만 뺏긴 줄 알어?
손주 낳으면 손주도 뺏기지.

- 아이고 딴 거 다 관두고 아버지하고 나하고
서울 댕기러 가면 어디 사돈 집에 가서 자랴.

손주 보고 싶어서 서울 가면 사돈
집 가서 기웃거려야 하는 겨?

- 그건 말도 안 돼.
- 아닌 말로다가 뭐 뭐.

그 집에서 너를 공부를 시켜줬냐
병원을 차려줬냐.

- 안디야 그러는 게 아니여.

그리고 야 이놈아

그 안사돈

고약할껴.

내 사람 좀 본다.
너 거기는 들어가는 거 아니여.

어디 반푼 없는 소리 하지 말어.

- 뭐 하오?
- 아주 맛깔스럽게 못놔?

그저 접시에 담기만 하면 반찬이야?

- 잡다 잡다 이제 별 트집을 다 잡아 암튼.

- 약되라고 하는 소리 해로울 거 없어.

- 아 이 나이에 내가 시집가
시집살이 할 일 있어요.

언니가 건드린 거랑 안 건드린
거랑 뭐가 다른데.

괜히 아무것도 안 하고 밥상에
앉기 미안하니까.

- 뭐가 미안해.
이게 다 내 돈인데.

- 아이고 그걸 까먹었네.

- 이 서방 전화 안 왔어.
- 아니.

- 벌써 도착을 열두 번도 더 했겠다.
왜 전화 안 해.

- 틈 봐서 할 수 있으면 하겠지.
거기도 형부네 식구들 오랜만에 모인 건데.

우리 집 전화 거는 일만 신경 쓰고 있나.

- 그렇지만 전에는 도착하자마자
제까닥 도착했다.

그러던 사람이 좀 이상스러워졌구나.

더구나 이 중요한 문제 해결하러 갔잖니.

엄마로서는 거기 분위기가
어떤가 당연히 궁금하지.

나도 궁금한데.

- 얘기 잘 안 돼서 오더라도 강욱이는
최선을 다했다는 거 아세요.

- 안 될 거래?
- 청주 아버님도 개성이 강하세요.

- 목청이 크지 왜.
- 자신 없데?

- 엄마한테 찍히는 것보다는 자기 부모한테
찍히는 게 낫다고 하는 데까지는 해본댔어.

- 형부한테는 무리한 요구야.

우리 집 식구는 자기만 좋으면 남이야

어떻든 별 신경들 안 쓰는
무신경의 극치들이야.

언니는 왜 언니가 카바에 줘야 할 일
모른 척 하고 팔짱 끼고 있어?

형부가 들어오고 싶겠어?
며칠에 한 번 보는 장모도 힘들 텐데.

365일을 한 집에서

언니 왜 그거 해달라 그래

형부한테.

- 선택은 니 형부 자유 의지랬어
강요 안 한댔어.

- 형부한테 전달되기 전에 언니
손에서 잘라버렸어야지.

전달됐으면 벌써 그건 부담인 거야.

우리는 벌써 포기했으니까 잘 모를 수 있는데

엄마 견뎌내기 힘든 사람이야.

- 왜 뭐가.
내가 뭐 누굴 잡아 뜯어 물어뜯어.

- 쉽지는 않지.
쉽지는 않어.

그렇지만 이 서방은 반드시
들어와 살아야 해.

- 왜요?

- 야 살다가 혹시 바람이 나더라도
우리가 힘 합쳐서 같이 싸워야지.

- 말도 안 돼 이모 무슨
그런 억지 이유가 있어요.

- 사람 일 누가 알어.
- 죽을려면 무슨 짓을 못해.

민경이 주는 거 뭐 때문인데

그거 하나는 믿지 싶어

평생 믿지 싶어 주는 건데.

- 아이고.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는 말도 모르나.

그래도 이 서방은 믿지.
믿음이 가기는 하지.

- 그거 아니면 뭐 볼 게 있어.

- 어디 뒀어?
- 내려줘요.

- 내일 그럼 저녁은 들어가서 먹어.
- 걱정 말아요.

- 곧장 들어갈 거지?
- 올라가서 원고 챙겨 갖고.

- 너 있었어?
근데 왜 전화 안 받아?

왜 그래?
왜 그래.

무슨 일인데.

아버지 또 편찮으시니?
- 아니야.

- 그럼.
- 말하기 싫어.

말하고 싶을 때 할게.

- 현경이 언제 들어갔니?

- 몰라.
들어오니까 없더라.

일일극 김정희로 간대.

힘 없는 유감독 잊고 싶어
하면서 송도로 떠나고

약올라서 혼자 이갈고 있는 거야.

- 잊어버려.
너대로 써서 판다면서 그럼 돼.

- 내가 김정희만 못하니?
- 실적 때문에 그러는 거잖아.

- 진짜 실적 만들 기회를 줘야 할 거 아니야.

김정희는 지 엄마 뱃속에서 태어날
때 실적표 쥐고 나왔다니.

나도 할 수 있어.
김정희 보다 잘할 자신 있다고.

그런데 왜 김정희 연속인데 나한테는
기회가 안 오냐 말이야.

- 유자야 우리 이 일도 운이 있는 것 같아.

김정희가 운이 좋은가 봐.

- 그거 들어가면

우리 식구들 반지하에서 지상으로
올릴 수 있겠다 싶어서.

말은 안 했지만 정말 좋았었어.

그렇다고 원고 못 쓰게 김정희한테 무슨
사고나 터져라 빌 수도 없고 말이야.

- 얘 그거 빌어도 안 되더라.

- 너 빌어봤어?
- 해봤지.

- 언제.
- 현경이랑 같이 시트콤 멤버에 꼈을 때.

아무리 기를 써도 칭찬 받는 건
번번히 황태현이 꺼더라고.

현경이랑 같이 빌었잖니.

손에 펄펄 뛰게

아픈 주부 습진이나

뭐 그런 거 생겨서 원고 못 써라.

걔 결혼했었잖아.

아무 소용 없고 저주가 오히려 거꾸로
와서 현경이 손가락만 곪더라.

생인손.
손가락이랑 뜯은 거 탈나서.

- 말 된다.

- 웬일로 이렇게 일찍 들어와.
- 약속이 비어 있었어요.

저 들어왔습니다 아버님.

- 좀 앉아

저번에 네 사촌들 모였을
때 지현이는 빠졌다면서?

- 예.
- 어째서.

- 밀린 일이 좀 있다고 해서요.

그 마감되는데 지장 준다고
해서 좀 빼줬습니다.

- 그 아이는 빠지고 너는 사내 아이들
모아놓고 단체 기합 줬다면서.

- 무슨 말씀을 들으셨는데요.

- 셋째 숙부가 뭐라 그러시드랜다.

그렇지 않아도 모두 니 앞에만 있으면
목소리가 기어 들어가는데

생각지도 않은 기합들 받으면서 종욱이
오줌 쌀 뻔 했다 그러더래.

종욱이 댁은 한 주일이나 부어 있고.

- 그럴 정도 아니었어요.
- 그 어떻게 그렇게 미련하게 구냐.

내가 늘상 강조하는 것이 집안의 화목인데

그래갖고는 화목은 그냥 개먹도 안 되겠어.

세상 팔불출 중에 제일 가는 1등 가는 팔불출이 지
아낙 역성들이라고 집안 우애 망치는 물건인데.

네가 그런 짓을 하면 어떻게.

지현이가 뭐래든?
- 그 사람 별 말 없었어요.

그냥 제가 보기에 좀.
- 어디서 씨도 안 먹은 거짓말이야.

네 어머니 지현이 선배야.

네 어머니 같이 생각이 깊은 사람도
참다 참다 열 번에 한 번

나 붙잡고 하소연했어.

- 아유 열 번에 한 번은 너무 잦고요.

스무 번에 한 번이라고 해둡시다.

무서워.
그 텃새들.

- 그 소리 들으면 피가 끓어 나도 알아.

그렇다고 피 끓는 대로 모아들 애들 겁좀
주고 뭐해 쓰나 모양 빠지기 시리

더구나 아이는 데리고
나가주지도 안하면서.

겁줘서 대접 받는거 대접 아니야.

그 지현이를 어떻게 생각하겠어.

누가 그래.
너희들은 머리 좋다고.

- 잘못했습니다.
- 완전 민망해 죽을 뻔했네.

- 말씀은 이렇게 하시는데 민망하다는 양반이
숙부한테 냅다 역정 내고 들어오셨댄다.

그렇지 않아도 며느리들 모아두고

혼낼 생각이었는데 니가
대신 했으니 됐다고.

당신도 소싯적에 당해봐서 잘 안다고.

- 얘 야단치는데 당신은 뭐가
그리 흐흐 거리게 좋아.

올라가 봐라 - 예.

- 열두 살 때부터 사슴하고 컸다면서.

- 갑자기 사납게 구는 걸 어떻게 해.

그럴 땐 별 수 없어.

- 저 밥 주는 사람도 몰라보는
돌 대가리가 어디 있어.

이 자식 때려줄 거야.
- 사슴이 아닐 거야 웃어 관둬.

- 아버님 일어나셨어요?
- 우리 빼고 너희들 먼저 먹어야겠어.

곤하신가봐.

지현이도 들어오는 중이래니까

우리 쟤 들어오면 같이 먹을 테니까
너희끼리 상 봐서 먹어.

- 네.
- 그럼 저희도 조금 기다리죠 뭐.

- 한수 배고파 안돼 얼른 차려줘.

- 한꺼번에 먹고 한꺼번에
치우는 게 좋은데.

- 엄마 밥 아직 안 됐어요?

- 저 봐라.
- 아빠가 밥 언제 되느냐고.

- 알았어 다 됐다.
차리기만 하면 돼.

밥 퍼라 얼른.
가 애비 나오라고해.

- 설거지 두 번 하게 생겼네.

- 제가 다 갖고 내려갈게요 언니.

- 나는 잘도 두드려 깨우시면서.

아이고 우리 어머니도 인간
차별이 심하시다니까.

- 이것 좀 들고 나와라.
- 예.

- 애비 나오라고 그래.
- 네.

- 예 목장 집입니다.

예 그런데요.
아 우리 얘 아직 안 들어왔는데.

지금 들어오는 중이라고 전화는 왔는데요.

그런데 실례지만 누구시죠?

네?
해피 뭐라고요?

- 해피투게더예요?

- 예 잡지사라구요.

어 근데 무슨 일로.
- 아가씨 인터뷰 하고 싶대요 어머니.

전화번호 제가 따냈어요.
아까 제가 받았었어요 그전에.

- 아 예.
우리 며느리가 지금 그러네요.

아무튼 본인이 없으니까
이따 또 연락하세요.

예 수고하세요.

- 인터뷰가 뭐야.
- 인터뷰요.

뭐 그런 거 아니겠어.
신인 작가 박지현 미니 시리즈 도전.

- 치 지현이가 무슨 그런 재목이나 돼?

아직 존재도 없는 앤데.
- 이이는 말을 해도 꼭 그렇게.

아가씨가 왜 존재가 없어요.

약혼하고 한동안 인터뷰 하자고
얼마나 난리였는지 까먹었어.

그냥도 인터뷰하고 싶어 죽겠는
판에 미니 시리즈를 쓴다.

얼마나 좋은 기회예요.
- 그런 전화 제대로 받아줄 거 없어.

그런데 나 봤자 아줌마들 흥미거리밖에
안 되는 거.

괜히 잘못 나서 성북동에
눈앞에 치기 십상이야.

- 작가가 매스컴 전혀 안 타고 돼요.

미니 시리즈 선전도 할 겸.

- 아 결혼하면 그만둘 건데
매스컴 타서 뭐해.

- 그만하고 저녁들 먹어.
본인이 알아서 할 일이야.

어이 시작해.
한수 배고프다.

- 아버지 어디 편찮으신 거 아니에요?

- 아 나가서 소주 조금 마신거
술 깨느라고 그러신 거지.

아프기는.
- 다녀왔습니다.

- 오셨어요.

- 춘천에서 오신다더니
이렇게 일찍 들어와요.

- 예.
아버지는?

- 나가셔서 소주 조금 하신 게 부대낀다고.

잠깐 주무셔.
- 너 씻구 따로 먹기로 했어.

- 전화기 옆에 메모해놓은 거 있어요.
갖고 들어가세요.

해피투게더라는 잡지에요.

공방 또 했더라구요.
아가씨도 이제 뜰랐나 봐요.

인터뷰하고 싶대요.
- 무슨 인터뷰요?

- 미니시리즈 핑계로 만나자

그러고 뭐 내용은 신데렐라
스토리 아니겠어요.

은근히 종혁 씨 얘기 묻던데요?

근데 결혼 연기된 건 어떻게
아는지 모르겠더라.

결혼 왜 연기했냐고 그러던데요?

- 그래서 뭐랬어?

- 우리 아가씨 미니시리즈
쓰라고 연기해줬다

그랬죠 뭐.

- 이 여자 정말 아 그렇게 얘기하면 어떡해.

- 그게 사실이잖아요 뭐.
- 아우 정말.

성북동에선 최서방 일이 바빠서
연기한 걸로 돼 있잖아.

- 어머 잘못한 건가?

메모 갖고 들어가라니까요.
- 필요 없어.

그딴 일 대표 할 거 없어.
최 서방네에서 좋아 안 하셔.

- 걱정 말아요.
나도 싫어요.

- 네.
- 박지현 씨인가요?

- 네 그런데요.
- 해피투게더의 송유성 기자입니다.

핸드폰 넘버 아느라 애 먹었어요.
지금 어디 계시죠?

잠깐 만났으면 좋겠는데요.
- 무슨 일로 그러시죠?

인터뷰 때문에.
- 무슨 재료로 인터뷰를 한다는 거예요.

인터뷰 할 일 없는데요.
- 미니시리즈 집필하신다면서요.

1년에 몇십 편씩 나가는 미니시리즈
쓰는 게 무슨 기사감이.

- 결혼은 왜 연기됐죠.

- 우리 언니가 내 일 바빠서
연기해줬다고 그랬다면서요.

그건 틀린 말이에요.
그 사람 일이 바빠서 연기한 거예요.

- 좀 만나요.
지금 어디 있는지 내가 그리로 갈게요.

- 아니요 만날 일 없어요.
안녕히 계세요.

- 박지현 씨한테 딴 사람이
생겼다는 소문이 있던데요.

- 그게 그 그게 무슨 말이에요?

- 이런 말 처음 듣나요.

- 어디서 무슨 말을 들으셨는지
모르지만 기가 막히네요.

전화 끊어요.

나 찾는 전화 안 들어왔다고
그러고 받아주지 말아요.

인터뷰 안 해요?
- 안해요.

- 남자 쪽도 말거리가
될 만한 사람이라더라.

그 남자도 약혼한 여자가 있는데
그 여자도 만만하질 않고

경호 겸 안내하는 남자하고 손 잡고 다니니?

우리 쉽게 하는 거 아니야.
단지 누가 뭘 봤다더라.

그것만 갖고 기사 썼다가 신문사가
열 개라도 못 당해.

나름대로 열심히 조사하고 추적해서 어느 정도
그림이 맞춰지면 이건 꺼리다 아니다.

- 됐어.

- 그 사람도 공부만 하는 사람이라
할 줄 아는 거 없어요 아버지.

- 안돼.
- 집은 그 집 식구는 없지.

그 사람 빠져나오면 이모님하고 처제하고.

- 각설이야 안된다니께.
- 저기 아버지.

장모님한텐 그 사람이 아들 겸 남편 겸.

- 글쎄 그건 그쪽 사정이고 난 싫어.

- 나도 싫다.

금쪽같은 내 아들

나도 얼굴 보는 게 일년이면 열흘도
채 안되는데 사부인은 무슨 복이여.

나 심술나 안되야.

- 엄마도 심술 나실 게 따로 있지.

당신 절대로 허락하면 안 돼요.

- 그럼 안디여.
너 애비 무슨 졸로 보냐.

내가 눈 멀겡이 뜨고 아들
뺏길 그런 인사로 보여?

- 그게 무슨 말이에요.

본인이 아니라 그러는데도 쓸
수 있다는 게 무슨 뜻이죠?

그래도 되는 거예요?
- 소문도 기사가 될 수 있거든요.

본인은 부인하지만 소문은.
- 지금 어디에요.

내가 나가죠.
- 야 완벽하게 잡아떼 너.

말려들지 마.
만만하게 보이지마.

강하게 나가라고 알았어?
- 그런데 어디서 샌걸까?

- 유자 의심 가니?

- 아닐까?
- 아닐 거야.

걔 그럴 정도는 아니야.
유자가 뭐 때문에 그래.

- 그렇다고 그쪽에서 그랬을 리도 없잖아.

터지면 같이 망신인데.
- 글쎄 왜 그러지?

너 지금 어디쯤이야?
- 한 20 분이면 돼.

송 기자예요?
- 아 네.

- 박지현이에요.
- 이런 일로 귀찮게 해서 미안합니다.

송지선 기자예요.
- 창간한 지 얼마 안 되죠?

서점에서 본 것 같아요.
- 아직 반년 밖에 안 됐어요.

- 본인은 부인하지만 이러이러한
소문이 있다라고 쓴다고요.

- 그런 기사도 있을 수 있다는 거죠 내 말은.

- 그런 기사가 당사자한테 어떤 피해를
줄까 하는 전혀 상관없어요?

- 사실인가요?
- 아니요.

- 증거가 있는데요?
- 증거 라니요?

- 파타야에서 누군가 두 사람
사진 카메라에 담아 왔어요.

- 가지고 있어요?
- 아니요.

경우에 따라서 제공해주겠다는
약속을 받아냈죠.

- 그 사람이 누구예요.
- 미안하지만 그건 밝힐 수 없는데요.

약혼전 애인인가요?

- 안녕하세요 나는 나현경이라는
이름 없는 작가인데요.

너무 어처구니없는 소리를 들어서
기함을 해서 뛰어나왔어요.

도대체 무슨 깍두기 써는 소리니?
- 얘기했잖아.

- 그분은 꽤 나이가 있어
보이더라고 하던데.

뭐 하는 사람이죠?
- 좋아요 솔직하게 얘기할게요.

- 얘.
- 가만히 있어.

여행 중에 우연히 만났어요.

같이 관광하면서 얘기도 하고 차도
마시고 쇼 구경도 했어요.

그게 다예요.
이게 얘깃거리가 되나요?

- 박지현씨 경우에는 얘깃거리가 되죠.

- 워낙 빵빵한 집안의 며느리로 예약이 돼 있는 상태인데다가
말 많은 방송계에서 이름 걸고 일하는 사람이니까.

보통 상식적으로 생각할 때 그 정도 뻐근한
집안의 며느리로 결정이 돼 있으면.

여행 중에 우연히 누군가 만나서 같이 돌아다니면서
차 마시고 그러는 거 할 수 없는 일 아닌가요?

- 마음대로 하세요.
야 마음대로 하라 그래.

지금 어느 시대를 살고 있는 거예요?

예?
뭐 쓰게치마 입고 외출하는 시대예요?

여행 중에 만난 사람하고 차 못 마셔요?

얘기 못 해요?
- 아니 그게.

- 좌우반 당신 지금 터뜨린다가
목적 아니여.

무슨 말을 해도 당신이 쓰고 싶은 방향하고
틀리면 안 믿을 거 아닙니까.

그러니까 쓰라고요.
- 현경아.

- 그렇지만 그 기사 나가면
우리 가만 안 있어요.

추측 억측으로 부풀려서 남의 사생활을 침해하고 명예훼손을
한 결과가 어떤건지 확실하게 경험하게 해줄게요.

그리고 덧붙이자면

얘 약혼자도 그냥은 안 넘어갈 거고 저쪽 사람들도 어떤 사람들인지
모르겠지만 아마 그 사람들도 가만 안 있을걸요?

이건 가만히 있을 문제가 아니니까.

- 왜 본인보다 친구분이
더 흥분해서 그러시죠.

당신은 이런 황당한 일 당했을 때
나처럼 흥분해 줄 친구 없어요?

- 없어요.
- 그래요?

그럼 내가 그런 친구 돼줄게요.

술 좀 할 줄 알아요?

한 잔 합시다.
- 인터뷰 했어?

- 아니에요.
- 하지 왜 안해.

- 성북동에서 싫어한다고
그런 거 하지 말래요.

- 최 서방이?
- 현식 애비요.

- 성북동 왜 그렇게 무서워.
아 좋은 일로 나오는 건데.

싫어할 것도 뭐야.
뭐 아무나 젊게 사진 나와?

아 좀 하지.
왜 그랬어.

- 아버지도 그런 거 좋아하는 줄 몰랐네.

- 아 너 나오면 한 50부 사서
여기저기 붙여주고 자랑할까 했지.

- 아버지 쓸데없는 책값 쓸까봐
안 한다고 그랬어요.

- 그런 생각은 안 해줘도 되는데.

- 어지간히 불었잖어.
뜨신물 좀 더 갖다 보충해요?

- 그럴까?
아직 덜 불었어.

누룽지 만들어놓은 거 없어?
- 숟가락 놓은 지 얼마 됐는데 그래요.

- 아 글쎄 말이야.
- 눌코 줘요?

- 눌코 것까지는 없고.

- 전혀 안 먹힌다.
아마 아들 뺏긴다는 생각이 드시나 봐.

어머니가 한 수 더 뜨셔.

거기 들어가 있으면 서울 오셔서 주무실
데 없는 것도 싫으신 모양이고 또

손주 보러 마음대로 드나드실
수도 없고 그래서.

청주도 원래 때도 미지근한 것 같으면서
못 말리는 쇠고집이 있어.

- 말 안 들으면 의절하자 그러시디?

너 니 부모한테 찍히는 게 낫다 그러더니 의절하자
말씀도 안 하시는데 그냥 항복하고 만 거야.

최선 다 안 했지?

어쩐지 네가 최선 다 안 했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알았어.
그럼 그렇게 하자.

어쩔 수 없지 뭐.

지금 강욱이 전화 왔는데
엄마 허락 안하신데요.

- 안 된데?

- 원래 못 말리는 쇠고집이시라

한 번 아니다 그러면 천지개벽을
해도 아닌 분이래요.

- 안 된다는 이유가 뭐래.
- 아들 뺏긴다고.

- 아이고 엄청 탐나는 아들인 줄 아나.

- 이 집이 아들이 없으니까
그런 생각 들 수 있어.

- 그래서 안 들어온다는 거야?
- 안 들어오는 게 아니라 못 들어오는 거죠.

- 못 들어오면 어떡할 거야.
- 할 수 없지 어떡하우.

도리가 없잖아.
가까운데 뭘요.

엄마 딸랑이 소리도 들리게 가까운데
문제 될 거 없어.

그냥 그렇게 살자고.
- 믿을 인간 하나도 없어 암튼.

천지 의지할 거라고 부지깽이
하나도 없으니.

- 돈.
돈 있잖아 언니는.

- 애미야 죽든 살든 저희들
볼일만 보면 되는 거고.

뭘 믿고 살아 내가 뭘 믿고.

- 얘 잘된거야.

지금 니가 효도할 때니 니 코가 열댓자인데

아무 문제없이 들어와 살아도

니 엄마 떄문에 불안할 지경인데

근간 남자 데리고 들어와서 얘 까딱 잘못하면
걔도 그룹도 다 놓치고 악살나기 십상이야.

그저 너는 아무것도 신경 쓰지
말고 이 서방 관리해.

다른 생각 할 테니까 꽉 들어주고
다른 것도 넣어줄 거야.

왜 별 치사한 소리 다 한다 싶니?

네가 이 서방에 필요한 이상
치사해도 별 수 없어.

필요하면 치사하다는 생각을
하는 게 아니야.

왜냐

필요하다 생각하는 자체가 치사한
거니까 치사는 졸업을 하라고.

창자 앞에서 빨랫줄을 걸어주려니까

그저 슬슬 가려운데

긁어주고 문질러주고 하면서 비위 맞춰.

그러다 보면 어린애 생기고

어린애 같이 키우다 보면 더러운
과거지사 꿈이었나 현실이었나.

그렇게 돼.

그리고 그럭저럭 살다 보면
굵은 때 고운 때 타면서

아 뭐 인생이 별거냐.

별거 하나도 없어 야.

- 이모는 그렇게 도통 했으면서
왜 못 살고 나왔어.

- 내가 안 산댔니.
못살겠다고.

나가라는데 어떡하니.
하긴 지금 그것도 후회가 돼.

못 살겠다고 발광을 하거나 말거나

소 죽은 귀신 모양

그냥 늘어붙어 있을걸.

그럼 애들 그리운 줄은 모르고
살았을 거 아니야.

잘난 척하고 괜히 뛰쳐나가서는.
니 엄마가 나와라 나와라 그랬잖아.

나와라 나와라.

꽹과리 쳐주길래 나는 또 나오면 카페라도
하나 차려줄 줄 알았지.

처박아두고 관리비 수금에 밥 대기로

떨려라는 친구였던 걸 내가
어떻게 알았겠어.

- 무슨 생각이 있을 거예요.
- 무슨 생각이 있겠지 하고 5년이다.

5년 동안 아무 생각 없었는데 뭐가 있어.

두부 장사 왔다.

왜요.
- 민경이 내려와 혈압 좀 재라 그래.

- 알았어요.
민경이 여깄수.

높아도 정상이라 그래 너.

얼마나 그거지.

아는 거라고는 자기 한 번밖에 없으니까

아무튼.

- 올랐지?
- 조금.

- 얼마나?
- 아주 약간.

- 이러다 죽겠다.

니 이모는 뭐 해?

- 들어오시라고 할게요.
- 마실 물 좀 갖고 오라 그래.

따끈하게 데펴서.
- 알았어요.

- 괜찮지?
- 네.

- 어떠니?
- 약간 올랐어요.

- 올랐어?
쇼 아니야?

너 뭐 조치했어?
- 그냥 쉬시게 하세요.

- 나는 니 그 아무렇게나가
참 싫은 사람이야.

아무렇게나 말해버리고 아무렇게나 소리
지르고 아무렇게나 빈정되고.

그리고는 그런 의미가 아니고 별
뜻 없었고 그냥 해본 건데.

뭘 그걸 갖고 째째하게 그러냐 그래.

당한 사람 아직 기막혀 있는 채로인데.

- 여보세요.
- 야 나 지금 막 걔랑 헤졌어.

걔 잘 푸더라.
난 명함도 못 뛰밀겠더라고.

- 그래서 어떻게 됐는데.
- 불렀다 달랬다 암튼.

나랑 약속은 철석같이 했는데 두고 보자.

- 어떻게 무슨 약속.
- 저는 안 쓴다고 했어.

그런데 지현아 안심하긴 좀 그런 거 같다.

스포츠 기자한테서 주워 들었데 성형외과
일하는 것까지 나오더라 유자일까?

- 몰라 설마.
- 야 나 집 다 왔어.

돈 내고 내려야 해.
택시 탔다는 거 아니니.

끊어.
- 어.

- 야 너 좀 심하지 않니.
사람을 뭘로 보고 그러는거야 너.

- 나도 너 그렇게 보고 싶지 않아.

그런데 밤새도록 생각해도 입 놀렸을
사람 너밖에 없는 걸 어떻게 하니.

- 나 입 놀리는 거 니가 봤니.

- 내가 봤으면 지금 너 가만
놔두고 있을 거 같아.

봤으면 벌써 요절 냈지.
- 그런데 무슨 근거로 나라는 거야 너.

- 월간 여성 기자가 지현이 조사하는
전화 니가 받았잖아.

- 그래 내가 받았어.

누가 알아봐 달랜다 그래서
전화 가르쳐 줬어.

가르쳐주면서 약혼한 애니까
꿈깨라 소리도 했어.

그게 다야.
- 그게 다가 아닌 거 같으니까 말이지.

- 현경아 왜 그래.
- 다 아니면 글쎄 뭐가 있다는 거냐고.

- 너 여기서 지연이 봉변당하는
거 목격했잖아.

- 세상에 기막혀.
나만 목격했니?

너 없었어?

그리고 너는 나 이전에 벌써 속속들이 다
알면서 나한테 자물통 채우고 있었잖아.

아는 걸로 치면 너지 어떻게 나야.

야 나 현경 입은 니가 놀려놓고 나한테
뒤집어 씌우는 거 아니야?

- 뭐 뭐?
- 그만해 현경아 그만해.

너 왜 그래.
안 했다는데.

안 했다는데.
니들 친구들끼리 뭐야.

- 증말 너무한다 니들.
사람 어떻게 이렇게까지 바닥을 만드니.

- 너 사과해.
- 아니면 그만이고.

- 너 그런 사과가 어디 있어 너 못됐다 진짜.

- 한 선배 이게 뭐예요.

언니만 알고 먹어버리라고 했는데
그걸 퍼트리면 어떡하냐구요.

한 사람한테도 왜 얘기해요.
이 바닥 몰라요?

한 사람이 새끼 쳐서 지금 박지현한테
기자들 달라붙었다고요.

환장하겠어 증말.

- 아닌가.

- 너 진짜 정식으로 사과해.

나 같으면 그런 말 듣고 너 가만 안 둬.

- 얘기하다 말고 왜 피하지?

쟤 진짜 아니야?

- 밖에 손님 찾아오셨는데요.

- 또 뭐야.

이게 뭐야.
- 봐.

지사원이니?
- 필름 어딨어?

- 만만치 않아.
계집애가 간 크더라.

- 그래.

얼마래?

- 네 목장입니다.
- 저 종혁입니다.

안녕하세요.
- 어머나 종혁 씨 안녕하세요.

- 지현이 있죠?
- 아가씨 일찍 작업실 나갔는데요.

- 일요일인데요?
- 일요일 따로 없잖아요.

일찍 나갔어요.
작업실로 해보세요.

- 알겠습니다 그러죠.
안녕히 계십시오.

- 네.
- 뭐래?

- 아가씨 찾아요.
- 뭐라면서 찾아.

- 그냥요 작업실로 하겠지 뭐.

- 뭐해?
- 그냥 있어.

- 일 못하겠지.
- 사진이 있다는 게 무슨 소릴까.

- 괜히 찔러보는 거지.
무슨 사진이야.

수법이야 수법.
- 터져버리면 어떡하지.

- 걱정마.
안 터져.

니가 무슨 가수 탤런트도 아니고.

송 기자 걔도 확실하게 잡히기 전까진
가볍게 기사 못 한다 그러더라.

종혁 씨네 집안도 의식 안 할 수 없대.

괜히 잘못 건드렸다가 큰코 다칠
수도 있다는 거 알더라고.

- 어디서 나간 걸까?

- 유자거나 그 이모라는 무식한 아줌마거나
둘 중에 하나일 거야.

그 아줌마가 했을 수도 있어.

아무 신문이나 잡지에 전화해서
떠들었을 수도 있다고.

- 무슨 목적으로.
- 너 죽이자는 목적.

- 그건 너무 비약인 거 같다.
나 죽이려면 자기 조카도 다쳐야 하는데.

- 신경 쓰여 일 안 되지.

종혁 씨 알면 어떡하니 야단이다.

- 그 사람도 그 사람이지만 우리
아버지 아마 자결하실 거야.

- 죽어도 아니라고 펄펄 뛰어야지 뭐.

네가 먼저 자결한다고 길길이 뛰면 돼.

- 나현경 너 사과해.
아니면 나 작업실에서 철수할 거야.

- 유자야.
- 머리털 나고 이런 모욕은 처음이야.

딴 건 다 참을 수 있어.
그런데 친구 팔아먹었다 그러는 거 못 참아.

- 유자야 현경이는.
- 아니면 됐어.

내가 잘못했어.
정식으로 사과할게.

없었던 일로 하자.
마음에 담아두지 마.

미안해 철수까지 할 거 없어.

잊어버려.
오케이?

누구 초콜릿 먹을 사람?

- 나 육부서부터 십부까지
플럿 좀 봐주라 유자야.

네가 한번 걸러주는 게 훨씬 낫더라 어?

- 방해해서 미안해 한참
달리고 있는 중이었니?

- 그냥 밍기적거리고 있었어요.

그런데 다른 일 없어요?
- 당신하고 1박2일 펑크났잖아.

할일 아무것도 없어.
- 점심은?

- 라면들 먹었어요.
- 다들 나와 있는 거야?

- 다요.

- 일요일도 없이 경영들 하군

- 집에 있는 거보다 나와서
책이라도 보는 게 나아요.

- 당신도 라면 먹었어?
- 그럼요.

- 원고 잘 써진됐지?
지금까지는요.

- 7월까지 달고 하면 된댔지?

- 왜요?
- 아직 시간 충분하지?

- 왜 그러는데요.

- 오늘 넘기고 다음 주 일요일 넘겨서
그 주 중반쯤 식 올리자.

미련하게.
당신 탈구할 때까지 기다릴 필요가 없겠어.

- 갑자기 왜 그러는 거예요?
- 연기한 이유가 뭐야.

당신 일 때문이잖아.

일만 하게 해주면 굳이 연기할
필요가 없는 거잖아.

아버님께도 당신 새 일거리 맡아 하는중이라고
말씀드렸고 어머님도 아셔.

이미 시작해서 하고 있는 일
중단하라고 안 하실 거야.

그러니까 시작한 일 끝까지 마무리하게
해주십시오 말씀드리고.

- 그러면서까지 서둘 필요가 어딨어요.

9월 한 달쯤 앞당기는 건 모르지만
결혼하고 작품 쓴다는 건 무리예요.

우리끼리만 사는 것도 아니고.
- 양해해 주시면 돼.

- 양해해 주신다고 해도

알다시피 자는 시간 일어나는
시간 내 멋대로 해요.

성북동 들어가서 그럴 순 없잖아요.

그리고 내 작품 다 쓸 때까지 봐주세요.

그러기 싫어요.

어른들께 내 일이 뭐가
그렇게 대단하시겠어요.

일 끝내놓고 해요.
어차피 그러기로 한 건데 새삼스럽게.

- 기다리기 지루해졌어.

입 한번 맞출래도

눈치 봐가면서 사정해야 되고

내가 뭐 하는 놈인지 모르겠어.

당신 절대 여지 안 주잖아.

- 그거 때문이란 말이에요?

- 그것도 중요한 문제야.
- 종혁씨.

- 당신 빨리 내 집에 갖다놔야겠어.
- 불가능해요.

- 세상에 불가능한 일이란 없어.
- 그건 일을 포기하라는 말이나 같아요.

- 포기해주면 더 할 것 없이 좋고.

그렇지만 당신이 목숨 걸고 있는 일이니까

포기하라고 안해.

그러니까 결혼해서 들어와 마무리해.

다다음주 중반으로 생각해둬.

- 한번 연기해줬으면 그때까지는
그대로 놔둬야지.

이게 뭐예요.
종혁씨 기분에 따라 이랬다 저랬다.

난 지금 결혼 같은 거 염두에도
없단 말이에요.

당연히 7월 뒤로 생각하고 있는데
갑자기 다다음 주라니.

원고 스케줄 다 엉망되고 결코 덮어버리라는
말로밖에 안 들리는데.

나 덮을 수 없어요.
이 일 꼭 해야 한단 말이에요.

- 덮으라고 안 했어.
들어와서 하란 말이야.

할 수 있도록 내가 해결해주면 되잖아.

나 믿고 들어와.
그 일 깨끗하게 끝낼 수 있도록 할 테니까.

-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단순하고
쉬운 일 아니에요.

하루 24시간 자면서까지 작품 생각만 해도 난 능력
없어서 부족한데 성북동 들어가서 어떻게 해요.

아무리 봐주신다 그래도 기본적으로 해야 할 일은 있을
거고 아무리 뻔순이라 그래도 어떻게 하란 말이에요.

나한테 왜 그렇게 힘든
출발을 시키려고 해요.

이해할 수 없어 정말.

- 그만 말하고 그러겠다고 해.

해로운 짓 하자는 거 아니야.

나는 당신하고 평생을 같이 할 사람이고 나한테
당신은 나 다음으로 중요한 사람이야.

이러고 있는 거 불필요한 시간
낭비라는 생각이 들어.

될 수 있는 대로 편하게 일하도록 해줄 테니까

반발하지 말고 얘기 끝냅시다.

- 그건 그냥 말뿐인지.
절대로 결혼 전하고 달라요.

일 못해요.
- 해보지도 않고 단정 짓지 마.

아버지 출근하시면 곧장 작업실 나가 오후
다섯 시까지 일하고 들어오면 되잖아.

- 누가 좋아하시겠어요.
어머님이 좋아하시겠어요?

- 그것까지 책임지려면 그건 자신 없어.

그 정돈 당신도 감수해야 하잖아.

- 연기해 놓고 하면 될 일이지 무슨 이유로.

- 하루라도 빨리 당신하고
한 집에서 살고 싶어졌어.

이상도 확실한 이유가 어디 있어.

- 생각해 볼게요.
- 당신 생각 필요 없어.

- 종혁 씨 혼자 하는 결혼 아니에요.

나도 결혼하는 본인인데 어떻게
그런 식으로 말해요.

- 당신 생각 필요 없어 하는 거야.

- 생각해 볼 거예요.

- 도저히

여지가 없이 완강하셔서
그냥 올라왔습니다.

죄송합니다.
- 알았네.

자네 벌써 어젯밤에 전화로 통보했잖아.

안 되면 할 수 없는 거지 뭐.

나 좋자고 하쟀던 일도 아니고 밥이라도 제대로
얻어먹고 출퇴근하라고 들어오라 그랬던 건데.

들어오기 싫다는데 어쩌겄나.

- 이 서방이 들어오기
싫다는 거 아니잖아요.

- 그게 그거지 뭘 그래.
지가 들어오기 싫으니까 딴 핑계대는 거지.

- 잘했어요 형부.
우리 집에 들어오는 거 아니에요.

- 이 서방 저녁 먹고 갈 거지.
- 아니에요.

- 아니에요.
우리 나가서 먹을래요.

- 집에서 먹지 왜 나가.
- 나갈래요 올라가자.

민지야 우리 커피 좀 주라.
- 알았어.

- 네 엄마 기분은 너희들이 잡쳐놓고
바가지는 날더러 쓰라고.

- 우리 엄마 당분간 껄끄러울거야.
많이 실망했나봐.

아버님 어머님 우리 이상한
집안이라 그러시지.

- 그냥 덮어놓고 싫으신거야.

- 우리 엄마 건강이 불안하다는
말씀은 드렸니?

- 상관없으셔.

엎어지면 코가 너네 집
문지방에 걸쳐질 텐데.

그만큼 가까운 데 지금 뭘
더 바라냐는 말씀이니까.

- 하긴 그래.
니가 최선 다 했을거라고 믿어.

- 담배 피워도 되지.
- 어.

낮에 아파트 갔다 왔어.
- 그래?

- 도배 장판하고 청소 싹 해놓은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먼지가 장난이 아니더라.

창문도 단단하고 먼지 들어올
데 없을 것 같은데 말이야.

- 우리가 먼지 속에서 사는 데 뭐.

- 여행은 생략하자.

- 왜?
- 나중에 가지 뭐.

나중에 얼마든지 갈 수 있잖아.

이강욱 선생 외도 때문에 여행이라는
글자 자체가 끔찍하고

아무튼 가기 싫어 가지 말자.

- 좋을도록 해.
- 아 잠깐.

니가 민지 준 거 준비해뒀었어.

갚았다.
- 안 갚아도 돼.

- 돈벌이 같이 하는데 왜
너한테 바가지 씌워.

내 동생 일이고.
- 나오는데 우리 엄마 걱정하시더라.

너 섭섭할 거라고.
전화드리면 좋아하실 거야.

- 알았어 이따 밤에 할게.

옅게 뽑지 왜.
- 알아서 했어.

근데 형부 왜 그렇게 기운이 없어 보여요?

- 나?
- 네.

- 글쎄.

- 언제 니 형부가 뭐 펄펄
기운찬 사람이었니.

- 그렇진 않지만 그래도 안 되는 일
있는 사람처럼 그러진 않았잖아.

- 지금 내가 안 되는 일이
있는 사람처럼 보여.

- 네.
- 안 되는 일 있지.

청주 갔던 일 안 됐으니까.
- 그건 잘 된 걸로 풀어야죠.

형부 진짜 운수 대통한 거예요.

- 내일 웨딩드레스 마지막
가봉 간다 그랬어.

- 그래?
- 너 턱시도 가봉 왜 안 오냐고 연락 왔더라.

- 아 그거 참 해야지.

- 예식장 데코레이션 결정도
해야 하고 이것저것.

나는 좀 바쁘겠어.
병원 세 시까지만 봐야겠어.

- 환자들한테 좀 미안하겠다.

- 너 정말 기운 너무 없어 보인다.

- 아닌데.
- 나 걔 어디서 봤었나 생각났어.

너 여행에서 돌아와 우리
연극 구경 갔었지 왜.

엄마 응급실 실려갔다고 중간에
나 먼저 일어났던 날.

화장실에서 걔 잠깐 봤었어.

너 화장실 밖에 세워놨었는데
니들 그날 봤었지?

나보다 걔가 늦게 들어왔었고 볼일 보고
나 나갔을 때 너 거기 그냥 있었어.

안 볼래야 안 볼 수 없었을 거야.

봤지?
- 그래 봤었어.

- 그렇다고 생각했었어.

극장에 도로 들어갔었니?
- 아니.

- 그럼.
- 그냥 연극은 그걸로 끝이었어.

- 오피스텔로 들어가지는 않았잖아.
- 민경아.

- 너 밖에 있었어.
- 그만하자 응?

그만하자고.
지겹잖아.

- 줄곧 어디서 봤는데 어디서
봤는데 그랬거든.

어디서 봤을 수가 없다고
생각해서 그만뒀었는데.

아까 이 닦다가 갑자기 생각났어.

나 손 씻는데 거울 속으로 걔가
나를 빤히 보고 있었어.

그러니까 그때 걔는 벌써 나를
알고 있었던 거였더라고.

맞지.
- 뭐 먹으러 갈까.

- 오피스텔로 가자.
너 안고 싶어.

- 어서 오세요 회장님.
- 생선이나 떠왔어.

- 네 좋은 게 들어왔대서 보내라고 했지요.

좋아 보여요 많이 드세요.
- 오구 괜찮아 보이는데.

- 초밥을 좀 만들어볼까
하다가 그만뒀어요.

- 왜 그만둬.
- 내가 열이 좀 있는 것 같아서요.

- 열이 왜 있어?
- 글쎄 감기가 오려는지 그러네요.

얘 어서 회 먹어.
- 시원치 않으면 전화 넣고 가 봐.

감기는 애저녁에 붙잡아야지.

당신 주사 안 맞아 뒀어.

- 아이고 맞아도 소용없습니다
작년에 보니까.

- 그건 무슨 소리야.
그래도 한결 쉽게 넘어가던데.

너 밥 먹고 어머니 데리고 민 박사한테
갔다 와라 전화 먼저 드리고.

- 필요 없어 필요 없어.
그냥 따뜻한 물 자꾸 마시면서 쉬면 돼.

병원 갈 정도는 아니야.
- 늙은이 감기로 죽는다.

- 나 죽을 날 내가 알고
있으니까 걱정 말아요.

- 까불지 말고

- 진지드시고 난 뒤에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아버님.
- 뭔데.

- 해도 되겠다 싶은 여유가 생겼고

하고 싶으면 해.

적재적소에 인재 막아놨겠다.
뭐 크게 걱정할 일 안 생기겠지 뭐.

이 녀석이 미뤘던 결혼
이제 찾아 먹겠다는데.

- 그래?
- 예.

이제 해도 되겠어서요.
- 아유 그래 잘 생각했다.

그래 할 건 해치웠어야지.

이제 사돈댁에 덜 민망해도 되겠다.

해치우자 잘 생각했어.
자 과일 드세요.

- 어 그래.

- 그런데 한 가지 양해해
주셔야 할 게 있어요.

그 사람 새 일거리 맡았다고 말씀드렸었죠.

- 음 그래.
- 7월에 끝난데요.

그때까지 지금처럼 작업실 출퇴근하라고 했는데
그 사람 아버님 어머님이 걱정 많이 해요.

허락하시겠느냐구요.
- 아 그거야 뭐.

- 아 그럼 뭐 대단하다고
시집와서까지 한다는 거야.

남들 줘 버리고 들어오면 되잖아.
- 제가 그렇게 만들고 싶지 않아요 아버지.

책임감 있는 사람이에요.

오랫동안 하고 싶어 했던 일이고
또 방송국하고 약속도 있는데.

작품 벌써 삼분지 일은 넘어갔데요.

대본 좋다고 아주 만족해 하고 있대요.
그런데 제가.

- 길 거 없다.

그러니까 7월까지 출퇴근하게 내버려 둬서

하고 있던 일 마저 끝내게 하자 이 말 아니야.

- 네 그렇습니다.
- 그거 우리 집안 며느리 아니다.

약혼 하면서부터 일들 다놓고 신부
수업에서 시집들 들어왔어 다.

- 알고 있습니다.
- 당신은 어때.

- 글쎄요 작은 집에서들 뭐라고 허겠죠.

- 네.
- 어디야.

- 들어가는 길이에요.
- 아버님 어머님이 양해하셨어.

다음 주 중반이야.
집에 들어가 말씀드려.

새삼스럽게 준비하고 그럴거없잖아.

- 일방적으로 그러지 좀 말아요.

아무리 생각해도 그렇게 안되겠어요.

작정하고 당긴다면 5월 하순
쯤이면 어떻게 해보겠어요.

- 그때까지 안돼 다음주야.
- 그렇게는 안돼요.

말도 안 되는 억지예요.
- 지금 어디야.

지금 어디야.
- 집에 가는 길이라고 했잖아.

- 시내야?
- 벗어나고 있어요.

- 좋아.

그럼 가다가 우측으로 첫 번째
음식점 주차장에 들어가 있어.

그 자리에 꼼짝 말고 있어.
- 종혁 씨.

- 움직이지 마.
꼼짝 마.

- 한 번만 이번 한 번만 순순하게
하자는 대로 따라올 수 없니?

지금까지 당신 의견 묵살한 적 없어.

번번이 따라가줬어.
한 번이야.

이번엔 내가 하자는 대로 해.
이의 달지마.

토 달지 말고.
우리 둘 위해서 이러는 거야.

날 믿어 해로운짓 절대 안 해.

- 왜 그래야 하는지.
- 말할 수 없어 말하기 싫어.

나중에 한참 뒤에 얘기해 줄게.

얘기할 수 있을 때 말해줄 테니까.

- 그러니까 그래야 하는 이유가
따로 있긴 있는 거군요.

그게 뭐예요.
- 묻지마.

- 뭐죠?
- 알려고 하지마.

- 알기 전에 동의할 수 없어요.

- 그만하자.

애쓰는 네가 안쓰러워.

- 아니야.
그렇지 않아.

- 괜찮아.
자연스럽지 않은 건 고통이야.

자연스럽게 안아질 때까지 기다리자.

시간 많은데 뭐.
안 그래?

- 물 달랬잖아요.

- 파타야에서 어떤 남자하고 같이 다녔지.

성형외과의라면서.
별거 아닌 거 알아 변명할 필요없어.

그런데 누군가 당신을 알아보는 사람이 있고

사진도 몇 장 찍어왔어.

스캔들 돼버리면 당신도 나도

우리 집안도

당신 집안도 우스꽝스러워져.

결혼 밖에는 막을 방법이 없어.

내일 날짜 박아 홍보자료로
내라고 지시할 거야.

- 이제 납득이 돼?

당신 얘기 필요 없어.
입 다물고 가만히 있어.

아무것도 안 물을 거고 아무것도
듣고 싶지 않아.

최악이라도 상관없고.

나는 당신을 놓고 거기까진 상상하지 않아.

그간

당신을 선택한 내 자신에
대한 모욕이기도 하니까.

문제 안 삼아.

그러니까 결혼으로 끝내버리자고.

이 얘기 끝까지 안 하고 싶었어.

당신

정말 고약한 여자야.

알아?

- 미안해요.

알았어요.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