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language subtitles for To End All War Oppenheimer & the Atomic Bomb,2023.1080p.WEBRip.H264.AA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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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생을 바쳐 제어하려고 했죠 19 00:01:20,998 --> 00:01:23,333 세계 대전이 다시 일어난다면 20 00:01:26,670 --> 00:01:29,703 문명은 파멸할지도 모릅니다 21 00:01:31,000 --> 00:01:31,900 "에놀라 게이호" 22 00:01:32,600 --> 00:01:34,700 그는 정치의 희생양이 됐습니다 23 00:01:35,219 --> 00:01:39,467 인류는 이미 멸망을 자초할 무기를 발견했나요? 24 00:01:43,767 --> 00:01:45,900 그 때문에 망가졌죠 25 00:01:47,667 --> 00:01:49,400 '이제 나는 죽음이요' 26 00:01:50,900 --> 00:01:52,700 '세상의 파괴자가 됐도다' 27 00:01:57,767 --> 00:02:01,500 우리가 만든 물건은 어떤 잣대로 판단해도 28 00:02:02,100 --> 00:02:03,449 사악한 것입니다 29 00:02:03,533 --> 00:02:06,100 전쟁의 종식자 오펜하이머와 원자 폭탄 30 00:02:10,967 --> 00:02:12,616 "오펜하이머의 자택 뉴멕시코 로스앨러모스" 31 00:02:12,700 --> 00:02:17,633 15살 때 오펜하이머와 단둘이 얘기한 적이 있습니다 32 00:02:19,433 --> 00:02:21,067 칵테일파티 때였죠 33 00:02:22,200 --> 00:02:25,033 저는 파티에서 전채를 나르다가 34 00:02:27,267 --> 00:02:29,433 혼자 서 있는 오펜하이머를 보고 35 00:02:30,567 --> 00:02:33,541 '당신은 성자 같아요'라며 말을 걸었습니다 36 00:02:33,625 --> 00:02:34,558 "엘런 브래드버리 리드 로스앨러모스 과학자의 딸" 37 00:02:34,642 --> 00:02:37,367 오펜하이머는 깜짝 놀라서 38 00:02:38,900 --> 00:02:42,033 왜 그런 말을 하냐고 제게 물었습니다 39 00:02:43,200 --> 00:02:46,467 전 이렇게 대답했죠 '과거를 반성했잖아요' 40 00:02:47,400 --> 00:02:51,100 그러자 그는 뒤돌아서 모자를 집어 들고 나갔습니다 41 00:02:52,633 --> 00:02:56,183 저는 생각도 못 했지만 그 말이 박사에게는 42 00:02:56,267 --> 00:02:58,933 무척 충격적이었나 봅니다 43 00:02:59,767 --> 00:03:01,833 크롱카이트와 인터뷰 테이크 1 44 00:03:03,200 --> 00:03:04,916 오펜하이머 박사님 45 00:03:05,000 --> 00:03:10,067 역사적인 상황으로 봤을 때 필연적인 결정이었는데도 46 00:03:10,800 --> 00:03:16,249 박사님은 여전히 양심의 가책을 느끼는 듯한데 47 00:03:16,333 --> 00:03:17,749 그런가요? 48 00:03:17,833 --> 00:03:22,449 10만 명이 넘는 사람의 목숨을 빼앗는 데 49 00:03:22,533 --> 00:03:26,833 결정적인 역할을 한 사람이라면 50 00:03:28,667 --> 00:03:31,333 당연한 일이지만 51 00:03:33,733 --> 00:03:36,767 마음이 편할 수는 없습니다 52 00:03:38,800 --> 00:03:41,833 오펜하이머는 평생에 걸쳐 53 00:03:42,500 --> 00:03:45,983 인류 역사상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54 00:03:46,067 --> 00:03:49,883 복잡한 갈등을 겪었습니다 55 00:03:49,967 --> 00:03:55,700 정답이 없는 수많은 질문과 맞닥뜨려야 했죠 56 00:03:58,767 --> 00:04:02,867 로버트 오펜하이머에 관해서는 의견이 분분합니다 57 00:04:03,533 --> 00:04:08,200 그는 인류를 말살할 수 있는 무기를 만들어 냈죠 58 00:04:09,400 --> 00:04:11,516 문명을 끝장낼 만큼 강력하지만 59 00:04:11,600 --> 00:04:14,749 사실 이 무기가 만들어진 진짜 목적은 60 00:04:14,833 --> 00:04:18,967 서방 세계 문명을 지키는 것이었습니다 61 00:04:23,033 --> 00:04:27,567 "사진으로 보는 세계의 뉴스" 62 00:04:36,933 --> 00:04:39,349 1930년대에 미국인들은 63 00:04:39,433 --> 00:04:41,649 영화관에서 틀어 주는 뉴스를 통해 64 00:04:41,733 --> 00:04:44,933 유럽에 관한 소식을 접했습니다 65 00:04:45,900 --> 00:04:50,133 히틀러의 출현에 오펜하이머는 경악했죠 66 00:04:51,433 --> 00:04:54,049 오펜하이머는 유대인의 본능으로 67 00:04:54,133 --> 00:04:58,500 파시즘이 얼마나 위험한 사상인지 알았습니다 68 00:05:00,033 --> 00:05:02,649 전쟁이 일어난 1939년에는 69 00:05:02,733 --> 00:05:04,916 버클리대에서 교수로 재직 중이었죠 70 00:05:05,000 --> 00:05:10,883 그해에 그의 제자 한 명이 사무실로 뛰어 들어와서는 71 00:05:10,967 --> 00:05:14,249 핵분열이 발견됐다는 소식을 알렸습니다 72 00:05:14,333 --> 00:05:16,551 방금 독일에서 들어온 소식입니다 73 00:05:16,635 --> 00:05:17,483 "이론 물리학 학회" 74 00:05:17,567 --> 00:05:21,049 우라늄 원자는 중성자와 충돌하면 75 00:05:21,112 --> 00:05:23,433 두 개로 분열된다고 합니다 76 00:05:26,076 --> 00:05:28,300 오펜하이머는 이 소식이 믿기지 않았죠 77 00:05:28,954 --> 00:05:32,549 칠판으로 달려가서 몇 가지를 계산해 보고 78 00:05:32,633 --> 00:05:34,918 결국 핵분열을 통해서 79 00:05:35,794 --> 00:05:39,633 에너지를 생성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80 00:05:40,173 --> 00:05:42,749 물질을 순수한 에너지로 변환하면 81 00:05:42,833 --> 00:05:47,049 그 양이 어마어마하다는 것은 82 00:05:47,133 --> 00:05:49,348 아인슈타인이 확실히 증명했습니다 83 00:05:49,867 --> 00:05:53,033 그 유명한 '질량과 빛 속도의 제곱'이죠 84 00:05:54,771 --> 00:05:57,883 그 이론대로라면 아주 적은 양의 물질로도 85 00:05:57,967 --> 00:06:03,249 선박, 비행기와 기차 등을 운행할 연료는 물론 86 00:06:03,333 --> 00:06:05,133 전기도 생산할 수 있었습니다 87 00:06:06,032 --> 00:06:10,116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엄청난 위력을 지닌 88 00:06:10,200 --> 00:06:12,540 살상용 무기도 만들 수 있었죠 89 00:06:16,233 --> 00:06:18,349 우리는 걱정했습니다 90 00:06:18,433 --> 00:06:22,233 핵분열을 발견한 것이 나치 독일이었으니까요 91 00:06:24,301 --> 00:06:29,133 나치 독일이 핵폭탄을 만들 가능성이 생긴 겁니다 92 00:06:30,500 --> 00:06:34,400 뚜렷하고도 현실적인 걱정거리였습니다 93 00:06:41,433 --> 00:06:44,867 1941년 12월 7일은 94 00:06:45,600 --> 00:06:48,733 치욕의 날로 기억될 것입니다 95 00:06:49,233 --> 00:06:50,633 진주만 공습이 발생했죠 96 00:06:51,567 --> 00:06:55,916 이러한 배신행위로 우리 국민이 위협받는 일은 97 00:06:56,000 --> 00:06:58,867 다시는 절대로 없을 것입니다 98 00:07:01,233 --> 00:07:02,216 "일본이 태평양을 폭격" 99 00:07:02,300 --> 00:07:05,600 결국 미국도 참전했습니다 100 00:07:09,600 --> 00:07:13,849 당시에는 전쟁을 빨리 끝내는 게 목표였죠 101 00:07:13,933 --> 00:07:15,649 당장 내일 아침에라도 102 00:07:15,733 --> 00:07:19,633 히틀러가 핵무기를 독점할지도 모르니 말입니다 103 00:07:21,133 --> 00:07:22,483 그래서 우리에게는 104 00:07:22,566 --> 00:07:25,417 핵무기를 개발하고 실험할 수 있고 105 00:07:25,500 --> 00:07:27,933 운반에 도움이 될 장소가 필요했습니다 106 00:07:29,533 --> 00:07:31,916 장소는 물론이고 107 00:07:32,000 --> 00:07:35,333 개발 과정을 이끌 인재도 필요했죠 108 00:07:36,039 --> 00:07:39,549 연구소 소장 자리에 오펜하이머가 앉으리라고는 109 00:07:39,633 --> 00:07:42,100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110 00:07:43,838 --> 00:07:46,700 오펜하이머는 존재감이 별로 없었고 111 00:07:47,175 --> 00:07:50,333 뛰어난 공적을 남긴 이력도 없었습니다 112 00:07:50,803 --> 00:07:53,183 지인이었던 한 과학자는 오펜하이머가 113 00:07:53,267 --> 00:07:55,667 핫도그 노점 운영도 못 할 거라고 할 정도였죠 114 00:07:56,933 --> 00:07:58,949 친구들이 본 오펜하이머는 115 00:07:59,033 --> 00:08:03,700 자기 정체성에 자신이 없는 분열된 사람이었습니다 116 00:08:04,443 --> 00:08:08,383 언젠가 오펜하이머에게 이런 말을 들었습니다 117 00:08:08,447 --> 00:08:13,883 '나는 언제나 자신에 대한 깊은 혐오감에 사로잡혀서' 118 00:08:13,967 --> 00:08:17,833 '생각도, 행동도, 소통도 제대로 못 했어요' 119 00:08:21,400 --> 00:08:25,467 "1904년" 120 00:08:29,675 --> 00:08:32,583 오펜하이머가 태어난 1904년은 121 00:08:32,667 --> 00:08:35,667 과학적 가능성이 꽃피던 시대였습니다 122 00:08:36,975 --> 00:08:39,867 1900년부터 1920년대에는 123 00:08:40,367 --> 00:08:43,967 대담한 지적 진보가 활발하게 일어났습니다 124 00:08:44,441 --> 00:08:47,849 전기와 자동차, 비행기 등이 125 00:08:47,933 --> 00:08:50,583 일상생활에서 쓰이게 됐고 126 00:08:50,667 --> 00:08:53,767 과학계도 놀랍도록 빠르게 발전했습니다 127 00:08:54,533 --> 00:08:58,333 불가능한 일은 세상에 없어 보였죠 128 00:09:01,374 --> 00:09:05,000 로버트 오펜하이머의 일생은 미국 이민자의 역사입니다 129 00:09:05,378 --> 00:09:07,964 오펜하이머의 부친은 독일에서 건너와 130 00:09:08,714 --> 00:09:13,600 의류 산업에 종사하며 엄청난 돈을 벌었죠 131 00:09:14,333 --> 00:09:18,700 어퍼 웨스트사이드에 있는 리버사이드 드라이브에 살았고 132 00:09:21,102 --> 00:09:25,833 집에는 피카소 작품 한 점과 반 고흐 작품도 세 점 있었습니다 133 00:09:27,767 --> 00:09:29,816 모친은 파리에서 공부한 예술가로 134 00:09:29,900 --> 00:09:33,167 맨해튼 화랑 곳곳에서 전시회를 열기도 했습니다 135 00:09:34,467 --> 00:09:37,083 오펜하이머의 모친은 예민한 사람이어서 136 00:09:37,167 --> 00:09:41,467 아들이 외출하는 것을 무척 꺼렸습니다 137 00:09:44,600 --> 00:09:49,100 오펜하이머는 과잉보호로 사교성이 매우 떨어졌습니다 138 00:09:50,200 --> 00:09:52,749 한번은 여름 캠프에서 139 00:09:52,833 --> 00:09:56,283 다른 아이들에게 고약하게 굴어서 140 00:09:56,367 --> 00:09:57,933 괴롭힘을 당하기도 했습니다 141 00:09:59,433 --> 00:10:04,167 홀딱 벗고 밤새도록 얼음 저장고에 갇혔다고 합니다 142 00:10:05,367 --> 00:10:07,267 온몸을 녹색으로 칠한 채로요 143 00:10:08,033 --> 00:10:09,867 생식기까지 칠했죠 144 00:10:10,400 --> 00:10:13,549 희한하게도 오펜하이머는 반항하지 않고 145 00:10:13,633 --> 00:10:16,767 괴롭힘을 조용히 받아들였습니다 146 00:10:19,400 --> 00:10:24,000 그 나이대 소년으로서는 흔치 않은 태도였죠 147 00:10:25,200 --> 00:10:28,683 오펜하이머는 매우 예민하고 영리한 아이였지만 148 00:10:28,767 --> 00:10:31,933 타인과 소통하는 방법은 전혀 몰랐습니다 149 00:10:32,667 --> 00:10:36,433 또래 친구들과는 아예 교류가 없었죠 150 00:10:38,733 --> 00:10:42,516 오펜하이머가 심리적 위기를 가장 심하게 겪은 것은 151 00:10:42,600 --> 00:10:44,767 대학생 시절이었습니다 152 00:10:46,200 --> 00:10:49,133 케임브리지대에 진학해 물리학을 배웠지만 153 00:10:49,700 --> 00:10:52,200 학교생활이 잘 안 풀렸죠 154 00:10:53,000 --> 00:10:56,483 물리학 실험 연구소에 들어갔는데 155 00:10:56,567 --> 00:10:58,900 그쪽 분야에는 소질이 없었습니다 156 00:10:59,533 --> 00:11:03,033 자기 손으로 실험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죠 157 00:11:05,300 --> 00:11:07,900 자신감은 뚝 떨어졌습니다 158 00:11:09,000 --> 00:11:11,949 심리적 위기가 정점을 찍으면서 159 00:11:12,033 --> 00:11:15,167 정신 불안 증상까지 나타났습니다 160 00:11:16,267 --> 00:11:19,783 한번은 동창생이 빈 강의실 칠판 앞에 161 00:11:19,867 --> 00:11:22,767 혼자 서 있는 오펜하이머를 발견했죠 162 00:11:23,933 --> 00:11:26,667 계속 이렇게 중얼댔습니다 163 00:11:27,400 --> 00:11:30,233 '그러니까 요점은, 요점은...' 164 00:11:31,333 --> 00:11:33,833 끝없이 그 말만 중얼거렸죠 165 00:11:35,233 --> 00:11:38,516 어떤 친구는 기숙사 방 안에서 166 00:11:38,600 --> 00:11:42,749 끙끙대는 소리가 들리길래 방문을 열었더니 167 00:11:42,833 --> 00:11:45,316 오펜하이머가 몸을 웅크린 채 168 00:11:45,400 --> 00:11:47,933 굴러다니며 신음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169 00:11:49,033 --> 00:11:53,633 그 당시 오펜하이머는 거의 자살 직전이었습니다 170 00:11:55,500 --> 00:11:58,433 그래서 정신과 의사를 찾아갔더니 171 00:11:59,067 --> 00:12:03,433 자기만의 세계에서 사는 듯하다는 말을 들었죠 172 00:12:04,767 --> 00:12:06,683 그 당시에는 개념조차 희미했던 173 00:12:06,767 --> 00:12:09,767 정체성의 위기를 겪고 있었던 겁니다 174 00:12:10,400 --> 00:12:14,449 부모는 그를 파리로 데려가 다른 의사에게 보였고 175 00:12:14,533 --> 00:12:17,233 오펜하이머는 프랑스식 상담을 받았습니다 176 00:12:17,733 --> 00:12:21,133 의사는 직업여성과 적포도주를 처방했죠 177 00:12:22,295 --> 00:12:23,296 다만... 178 00:12:24,633 --> 00:12:26,413 그대로 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179 00:12:28,133 --> 00:12:31,716 그동안 오펜하이머는 반에서 1등을 놓치지 않는 180 00:12:31,800 --> 00:12:34,067 똑똑한 아이였습니다 181 00:12:34,600 --> 00:12:39,767 동급생이 모두 우러러볼 만큼 지적 능력이 뛰어났죠 182 00:12:41,010 --> 00:12:43,800 그런데 대학교에서는 뒤처진 겁니다 183 00:12:44,972 --> 00:12:48,000 그때는 그 사실을 견디기 힘들어했습니다 184 00:12:48,733 --> 00:12:51,167 그 상황을 벗어난 것은 185 00:12:51,938 --> 00:12:56,367 양자 물리학 분야를 발견한 덕분이었습니다 186 00:12:58,027 --> 00:13:01,167 그때 물리학계는 황금기를 맞았죠 187 00:13:01,933 --> 00:13:04,200 이론 물리학이 크게 발전했습니다 188 00:13:04,933 --> 00:13:07,349 젊고 기민한 학자들이 189 00:13:07,433 --> 00:13:11,383 남들이 생각하지 못하는 독특한 이론으로 190 00:13:11,467 --> 00:13:15,233 큰 업적을 이루고 이름을 날리던 시기였죠 191 00:13:17,633 --> 00:13:21,516 오펜하이머는 독일 괴팅겐 대학으로 가서 192 00:13:21,600 --> 00:13:23,567 막스 보른 밑에서 공부하며 193 00:13:24,011 --> 00:13:27,567 이론 물리학자로서 활짝 꽃피었습니다 194 00:13:28,975 --> 00:13:33,483 오펜하이머는 독일에서 학계를 대표하는 물리학자인 195 00:13:33,567 --> 00:13:35,249 하이젠베르크를 만났는데 196 00:13:35,333 --> 00:13:39,600 아이러니하게도 이 사람이 독일의 원폭 개발을 이끌었죠 197 00:13:41,112 --> 00:13:45,433 이 시절 오펜하이머는 '오피'라는 인격을 만듭니다 198 00:13:46,951 --> 00:13:51,067 '옵제'라는 별명이 오피로 변한 것이죠 199 00:13:52,541 --> 00:13:56,583 오피는 불안하고 정체성 혼란을 겪는 200 00:13:56,667 --> 00:13:58,463 미국인 소년이 아니었습니다 201 00:13:59,339 --> 00:14:03,616 늘 남보다 다섯 보는 앞서고 창의적인 생각이 번뜩이는 202 00:14:03,700 --> 00:14:05,300 영리한 청년이었죠 203 00:14:05,762 --> 00:14:08,649 특이하고도 흥미로운 천재였고 204 00:14:08,733 --> 00:14:11,249 늠름하기까지 했습니다 205 00:14:11,333 --> 00:14:12,852 게다가 엄청난 골초였죠 206 00:14:13,936 --> 00:14:17,467 1920년대에 찍은 오펜하이머의 사진을 보면 207 00:14:18,833 --> 00:14:20,233 밥 딜런 같습니다 208 00:14:21,944 --> 00:14:26,683 체격은 호리호리했지만 눈빛은 성경 속 예언자 같고 209 00:14:26,767 --> 00:14:31,600 언제나 머리에 납작한 중절모를 쓰고 다녔죠 210 00:14:33,206 --> 00:14:36,649 오피는 오펜하이머가 되고 싶어 하던 211 00:14:36,733 --> 00:14:39,567 이상형의 집합체 같은 인물이었습니다 212 00:14:41,633 --> 00:14:44,633 오피로의 재탄생은 굉장히 성공적이었습니다 213 00:14:49,333 --> 00:14:52,783 "1942년" 214 00:14:52,867 --> 00:14:56,149 나치가 검은 손을 사방으로 뻗는 지금 215 00:14:56,233 --> 00:15:00,200 유럽과 전 세계 인류는 새로운 시대를 맞이했습니다 216 00:15:01,267 --> 00:15:04,483 과학자들이 가장 우선시했던 동기는 217 00:15:04,567 --> 00:15:07,183 독일보다 먼저 폭탄을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218 00:15:07,267 --> 00:15:11,233 목숨이 달린 일인 만큼 집중할 수밖에 없었죠 219 00:15:11,733 --> 00:15:16,583 문명이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너무 커서 220 00:15:16,667 --> 00:15:18,417 원자 폭탄에 관한 221 00:15:18,500 --> 00:15:22,880 도덕적, 윤리적 의심을 품을 겨를이 없었습니다 222 00:15:23,933 --> 00:15:27,349 결국 원자 폭탄을 먼저 손에 넣는 쪽이 223 00:15:27,433 --> 00:15:30,433 전쟁에서 이기고 세계를 호령하리라 믿었죠 224 00:15:33,400 --> 00:15:37,316 1942년 여름 원자 폭탄 제조 계획은 225 00:15:37,400 --> 00:15:39,249 군이 주도하게 됐습니다 226 00:15:39,333 --> 00:15:42,559 '맨해튼 계획'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되죠 227 00:15:42,642 --> 00:15:43,550 "군사부" 228 00:15:43,633 --> 00:15:46,800 맨해튼 계획은 대규모 국가 사업이었습니다 229 00:15:48,500 --> 00:15:53,316 이런 거대한 사업에는 총책임자가 필요했죠 230 00:15:53,400 --> 00:15:57,749 그래서 선택된 인물이 키 190cm, 체중 109kg의 231 00:15:57,833 --> 00:15:59,549 건장한 체격을 자랑하는 232 00:15:59,633 --> 00:16:03,133 레슬리 리처드 그로브스 장군이었습니다 233 00:16:05,200 --> 00:16:07,800 레슬리라는 이름보다는 자칭 '딕'으로 통했죠 234 00:16:09,367 --> 00:16:11,749 그로브스 장군에게 닥친 과제는 235 00:16:11,833 --> 00:16:15,916 원자 폭탄을 제조할 사람들을 직접 뽑는 것이었습니다 236 00:16:16,000 --> 00:16:19,416 그러려면 세계 최고로 손꼽히는 석학들과 237 00:16:19,500 --> 00:16:22,633 직접 만나서 대화를 나눠야 했죠 238 00:16:24,233 --> 00:16:25,833 콧대가 하늘을 찌르는 사람들과 말입니다 239 00:16:27,300 --> 00:16:31,100 그런 사람들에게 지시를 내리고 일을 시키려면 240 00:16:31,767 --> 00:16:36,283 물리학을 잘 알고 저명한 인사여야 했습니다 241 00:16:36,367 --> 00:16:38,916 콧대 높은 사람들이 알아서 따르도록 말이죠 242 00:16:39,000 --> 00:16:40,433 "레슬리 리처드 그로브스 장군" 243 00:16:42,567 --> 00:16:47,100 오펜하이머와 그로브스 장군은 1942년 가을에 처음 만났습니다 244 00:16:47,757 --> 00:16:51,967 두 사람의 성향은 극과 극이었죠 245 00:16:53,262 --> 00:16:55,249 하지만 장군은 오펜하이머에게서 246 00:16:55,333 --> 00:16:57,183 누구도 보지 못한 뭔가를 봤습니다 247 00:16:58,894 --> 00:17:02,647 오펜하이머의 첫인상은 강렬했습니다 248 00:17:02,731 --> 00:17:03,857 누가 봐도 그렇죠 249 00:17:05,608 --> 00:17:07,367 그야말로 최적의 인재입니다 250 00:17:09,445 --> 00:17:14,049 장군은 본인을 둘러싼 학계 지도자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251 00:17:14,133 --> 00:17:16,833 오펜하이머를 선택했습니다 252 00:17:17,333 --> 00:17:21,033 오펜하이머는 큰 집단을 이끈 경험이 없었지만 253 00:17:21,600 --> 00:17:25,200 뭔가를 설명하는 재주는 뛰어났습니다 254 00:17:26,128 --> 00:17:27,783 오펜하이머는 매력적이었고 255 00:17:27,867 --> 00:17:33,749 머릿속을 떠다니는 수많은 생각과 이론을 256 00:17:33,833 --> 00:17:37,200 조화롭게 인식하는 능력이 있었습니다 257 00:17:39,600 --> 00:17:42,667 그로브스 장군은 그 재능을 알아봤죠 258 00:17:45,967 --> 00:17:50,116 보안상 이유로 이 계획을 실행할 장소는 259 00:17:50,200 --> 00:17:52,167 외딴곳이어야 했습니다 260 00:17:53,800 --> 00:17:57,783 그래서 장군은 계획에 적합한 장소가 있을지 261 00:17:57,867 --> 00:18:00,549 오펜하이머와 상의했죠 262 00:18:00,633 --> 00:18:04,800 그러자 오펜하이머가 뉴멕시코주 사막을 추천했고 263 00:18:06,044 --> 00:18:10,567 조사팀이 로스앨러모스라는 현장을 조사하러 갔습니다 264 00:18:13,167 --> 00:18:16,833 오펜하이머에게 이곳은 매우 익숙한 장소였습니다 265 00:18:18,389 --> 00:18:21,706 할아버지는 젊은 시절 한때 뉴욕을 떠나 266 00:18:22,310 --> 00:18:24,033 뉴멕시코에 사셨습니다 267 00:18:25,772 --> 00:18:28,233 할아버지의 삶에서 소중한 때였죠 268 00:18:29,933 --> 00:18:34,216 거기서 카우보이들과 어울리고 말을 타기도 하셨습니다 269 00:18:34,300 --> 00:18:36,667 그 시절의 모든 순간을 사랑하셨죠 270 00:18:38,743 --> 00:18:43,300 본인이 사랑하는 두 가지를 함께 누리고 싶다고 했는데 271 00:18:44,200 --> 00:18:46,367 그게 물리학과 뉴멕시코였습니다 272 00:18:49,333 --> 00:18:52,167 그 바람은 정확히 이루어졌습니다 273 00:18:53,952 --> 00:18:55,749 "미 정부 자산 출입 금지" 274 00:18:55,833 --> 00:19:00,249 정부에서 보낸 불도저와 건축가, 노동자들이 275 00:19:00,333 --> 00:19:02,183 뉴멕시코주 사막에 도착해서 276 00:19:02,267 --> 00:19:05,233 새로운 시설과 연구소 건설에 착수했습니다 277 00:19:06,233 --> 00:19:09,067 원래 아무것도 없는 빈 땅에서 말입니다 278 00:19:11,167 --> 00:19:12,833 말 그대로 맨땅에서 시작했죠 279 00:19:14,833 --> 00:19:19,116 아무도 시도한 적 없고 증명된 것도 없는 계획이어서 280 00:19:19,200 --> 00:19:21,616 해낼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몰랐고 281 00:19:21,700 --> 00:19:22,884 있는 건 이론뿐이었습니다 282 00:19:22,967 --> 00:19:24,549 "로스앨러모스 계획 출입구" 283 00:19:24,633 --> 00:19:27,283 나치보다 먼저 무기를 개발하려면 284 00:19:27,367 --> 00:19:31,300 세계 최고의 과학자를 모셔 와야 했습니다 285 00:19:36,100 --> 00:19:38,983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미국으로 떠납니다 286 00:19:39,067 --> 00:19:41,583 독일 대학 최고의 두뇌가 287 00:19:41,667 --> 00:19:44,833 전 세계에서 모인 과학자들의 선봉에 서게 됐습니다 288 00:19:47,062 --> 00:19:50,816 혼란한 유럽 정세 때문에 세계 최고의 과학자들이 289 00:19:50,900 --> 00:19:53,367 한 자리에 모였습니다 290 00:19:54,903 --> 00:19:56,133 엔리코 페르미와 291 00:19:58,073 --> 00:19:59,233 한스 베테 292 00:20:01,200 --> 00:20:02,433 에드워드 텔러 293 00:20:03,078 --> 00:20:06,849 텔러는 훗날 수소 폭탄 개발로 명성을 떨쳤죠 294 00:20:06,933 --> 00:20:09,749 계획에 참여한 과학자들 명단에는 295 00:20:09,833 --> 00:20:12,667 온갖 유명한 석학들이 가득했습니다 296 00:20:14,005 --> 00:20:17,833 오펜하이머는 지적이고도 매력적인 분위기로 유명했습니다 297 00:20:18,333 --> 00:20:22,416 전국을 돌며 번뜩이는 지적 능력을 선보이면 298 00:20:22,500 --> 00:20:24,167 학자들이 몰려들었죠 299 00:20:25,133 --> 00:20:29,267 오펜하이머는 자세한 내용은 말할 수 없지만 300 00:20:30,633 --> 00:20:34,349 이 계획이 성공하면 전쟁이 끝날 거라며 301 00:20:34,433 --> 00:20:37,149 과학자들을 설득해 끌어모았습니다 302 00:20:37,233 --> 00:20:39,600 모든 전쟁이 사라질 거라고 했죠 303 00:20:40,533 --> 00:20:44,000 오펜하이머는 저를 로스앨러모스로 불렀습니다 304 00:20:44,967 --> 00:20:46,967 저는 기꺼이 참여하겠다고 했죠 305 00:20:47,500 --> 00:20:49,283 제자 대부분이 그랬듯 306 00:20:49,367 --> 00:20:53,100 저도 오펜하이머를 지구 끝까지 따랐을 겁니다 307 00:20:54,367 --> 00:20:57,316 낯선 땅의 산꼭대기에서 308 00:20:57,400 --> 00:21:02,416 역사에 남을 물리학 연구로 나치와 맞서 싸우자는데 309 00:21:02,500 --> 00:21:03,733 뭐라고 대답하겠습니까? 310 00:21:04,567 --> 00:21:06,200 저라도 합류했을 겁니다 311 00:21:08,067 --> 00:21:10,916 결과에 대해 생각이 부족했다며 312 00:21:11,000 --> 00:21:12,533 이들을 비난할 수 있을까요? 313 00:21:13,667 --> 00:21:17,749 우리가 하는 일이 어떤 식으로든 314 00:21:17,833 --> 00:21:22,233 인류 역사의 방향에 분명히 개입하리라는 것을 315 00:21:22,699 --> 00:21:24,600 다들 알았습니다 316 00:21:30,207 --> 00:21:33,733 연구소가 문을 열었을 때쯤 오펜하이머는 가정이 있었습니다 317 00:21:34,211 --> 00:21:36,167 결혼해서 아들을 낳았죠 318 00:21:38,048 --> 00:21:41,074 연구소 소장으로 재직하던 중 319 00:21:41,158 --> 00:21:42,719 딸도 태어났습니다 320 00:21:44,137 --> 00:21:46,151 1939년 여름 321 00:21:46,235 --> 00:21:48,683 오펜하이머는 버클리대 칵테일파티에 갔습니다 322 00:21:48,767 --> 00:21:51,583 그때 키티 프루닝이라는 젊은 여성이 323 00:21:51,667 --> 00:21:55,416 정원 건너편에서 오펜하이머를 훔쳐보고는 324 00:21:55,500 --> 00:21:57,700 한눈에 반했죠 325 00:21:59,800 --> 00:22:03,600 불꽃 같은 여성이었습니다 326 00:22:08,267 --> 00:22:09,716 둘은 사랑에 빠졌고 327 00:22:09,800 --> 00:22:12,367 1940년에 키티는 아이를 가졌습니다 328 00:22:16,333 --> 00:22:18,683 둘은 함께 살았습니다 329 00:22:18,767 --> 00:22:20,800 '행복하게'라고는 안 했습니다 330 00:22:22,175 --> 00:22:24,983 둘은 서로 깊이 아꼈지만 331 00:22:25,067 --> 00:22:29,116 순탄치 않았던 로버트의 삶과 332 00:22:29,200 --> 00:22:34,016 두 사람의 성격 살아온 환경의 차이 등 333 00:22:34,100 --> 00:22:37,167 다양한 이유로 결혼 생활은 삐걱댔죠 334 00:22:40,819 --> 00:22:44,183 키티는 생물학자이자 식물학자였지만 335 00:22:44,267 --> 00:22:48,100 로스앨러모스에서 지내며 연구와는 멀어졌습니다 336 00:22:49,244 --> 00:22:53,333 엄마이자 아내 역할밖에 할 수 없다는 사실이 337 00:22:53,915 --> 00:22:56,200 절망으로 다가왔을 겁니다 338 00:22:58,295 --> 00:23:00,867 "물이 나올 때까지 휴점" 로스앨러모스는 339 00:23:02,090 --> 00:23:04,567 키티에게 외롭고 힘든 곳이었습니다 340 00:23:05,760 --> 00:23:08,733 그래서 술에 의지하게 됐죠 341 00:23:14,186 --> 00:23:17,900 오펜하이머는 진 마티니도 아주 잘 만들었습니다 342 00:23:19,816 --> 00:23:24,916 주중에는 동료 과학자들이 연구에 매진하도록 독려했고 343 00:23:25,000 --> 00:23:27,633 주말에는 화끈한 파티를 열었죠 344 00:23:29,117 --> 00:23:32,683 다들 월요일에는 숙취에 시달리면서도 345 00:23:32,767 --> 00:23:34,983 힘을 합쳐 열심히 일했습니다 346 00:23:35,067 --> 00:23:37,500 오펜하이머 덕에 그럴 수 있었죠 347 00:23:42,297 --> 00:23:47,067 이 학자들에게 연구소 시절은 인생의 중요한 순간이었습니다 348 00:23:50,680 --> 00:23:55,867 뜻깊고 중요한 일을 한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일했고 349 00:23:56,811 --> 00:23:58,760 그런 그들을 이끄는 건 350 00:23:58,844 --> 00:24:03,525 신비로운 분위기를 풍기고 푸른 눈을 가진 351 00:24:03,609 --> 00:24:05,967 젊은 소장 오펜하이머였습니다 352 00:24:09,000 --> 00:24:11,834 "뉴멕시코주 로스앨러모스" 353 00:24:11,918 --> 00:24:12,792 "로스앨러모스 교역소" 354 00:24:12,876 --> 00:24:14,567 저는 로스앨러모스에서 자랐습니다 355 00:24:16,706 --> 00:24:20,333 아버지는 맨해튼 계획 때 로스앨러모스로 이사하셨죠 356 00:24:22,133 --> 00:24:27,416 흥미진진한 삶의 터전이었습니다 357 00:24:27,500 --> 00:24:31,267 하루에 세 번씩 폭파를 했거든요 358 00:24:32,800 --> 00:24:35,749 폭파 시간은 10시, 12시, 3시였는데 359 00:24:35,833 --> 00:24:39,167 1학년 때는 그 소리로 점심시간과 하교 시간을 알았죠 360 00:24:41,300 --> 00:24:44,972 거기 살던 꼬맹이들은 폭발 전문가였습니다 361 00:24:47,367 --> 00:24:50,300 어느 날 아버지께 무슨 일을 하시는지 물었더니 362 00:24:50,740 --> 00:24:55,000 누구도 해 본 적 없는 일을 한다고 하셨습니다 363 00:24:55,536 --> 00:24:58,967 뭔지는 잘 모르지만 흥미롭다고 생각했죠 364 00:25:04,300 --> 00:25:08,300 "1944년" 365 00:25:10,051 --> 00:25:13,933 연구소가 생긴 지 1년쯤 됐을 무렵 366 00:25:14,389 --> 00:25:17,833 일이 생각보다 힘들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367 00:25:18,559 --> 00:25:20,500 쉬운 게 하나도 없었죠 368 00:25:21,146 --> 00:25:24,367 원자 폭탄은 매우 복잡한 장치였습니다 369 00:25:25,867 --> 00:25:28,349 핵무기는 단순한 구조가 아닙니다 370 00:25:28,433 --> 00:25:31,083 수많은 이론과 설계를 371 00:25:31,167 --> 00:25:35,333 한곳에 집약해서 완벽히 작동하게 해야 하죠 372 00:25:37,400 --> 00:25:40,767 원자 폭탄을 만들려면 연료가 필요합니다 373 00:25:43,200 --> 00:25:45,816 플루토늄과 농축 우라늄이죠 374 00:25:45,900 --> 00:25:49,300 서로 다른 두 물질을 시험해 봐야 했습니다 375 00:25:49,967 --> 00:25:53,616 쓰기에 더 좋은 건 플루토늄이었습니다 376 00:25:53,700 --> 00:25:55,116 좀 더 구하기 쉽고 377 00:25:55,200 --> 00:25:57,849 적은 양으로도 폭탄을 만들 수 있었죠 378 00:25:57,933 --> 00:26:00,800 "플루토늄" 하지만 격발은 더 어려웠습니다 379 00:26:02,567 --> 00:26:07,700 최초의 원자 폭탄은 포신형이었습니다 380 00:26:08,567 --> 00:26:12,800 "포신형, 우라늄" 폭탄 내부의 두 부품이 381 00:26:13,533 --> 00:26:15,483 강하게 충돌해서 382 00:26:15,567 --> 00:26:16,849 "핵폭발" 383 00:26:16,933 --> 00:26:19,500 임계 질량에 도달해 폭발하는 것이죠 384 00:26:20,000 --> 00:26:23,049 고농축 우라늄을 쓰면 괜찮은 방법이었습니다 385 00:26:23,133 --> 00:26:27,467 하지만 플루토늄으로는 어렵다는 사실을 알았죠 386 00:26:28,267 --> 00:26:32,016 플루토늄은 반응성이 매우 강해서 387 00:26:32,100 --> 00:26:34,335 "포신형, 플루토늄" 초속 900m가 넘는 속도로 388 00:26:34,418 --> 00:26:36,384 격발하지 않으면 389 00:26:36,467 --> 00:26:39,867 연쇄 반응이 실패해 충돌하기 전에 녹아 버립니다 390 00:26:40,433 --> 00:26:41,716 충격이었습니다 391 00:26:41,800 --> 00:26:47,167 플루토늄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수백만 달러를 낭비할 판이었죠 392 00:26:49,233 --> 00:26:51,316 "J. R. 오펜하이머" 393 00:26:51,400 --> 00:26:54,867 오펜하이머는 물론 로스앨러모스 전체가 실의에 빠졌습니다 394 00:26:56,074 --> 00:26:59,749 우울해진 오펜하이머는 소장직 사임을 생각했지만 395 00:26:59,833 --> 00:27:03,083 동료 과학자들이 그래서는 안 된다며 396 00:27:03,167 --> 00:27:07,549 반드시 폭탄을 만들어 내자고 오펜하이머를 만류하자 397 00:27:07,633 --> 00:27:09,401 마지못해 사임을 포기했죠 398 00:27:16,010 --> 00:27:19,600 연합군은 이 공격을 위해 3백만 병력을 훈련했습니다 399 00:27:20,848 --> 00:27:22,533 반대편 진영에서는 400 00:27:24,185 --> 00:27:27,600 나치 역시 연합군의 훈련을 알아채고 401 00:27:28,815 --> 00:27:31,133 이에 대비하고 있습니다 402 00:27:34,946 --> 00:27:38,783 오펜하이머는 독일을 앞지르지 못해 걱정했습니다 403 00:27:38,867 --> 00:27:41,083 1944년 여름까지도 404 00:27:41,167 --> 00:27:45,600 독일의 폭탄 개발이 어떤 상황인지 몰랐죠 405 00:27:48,042 --> 00:27:52,400 플루토늄 문제를 해결해야 제때 폭탄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406 00:27:53,967 --> 00:27:58,800 연구소 전체가 바짝 긴장해서 폭탄 개발에 박차를 가했습니다 407 00:28:01,033 --> 00:28:06,483 사실 계획 초기에 여러 설계안이 나왔지만 408 00:28:06,567 --> 00:28:08,767 너무 어려워 보여서 기각됐습니다 409 00:28:09,267 --> 00:28:11,567 그중 하나가 내폭 방식이었죠 410 00:28:13,767 --> 00:28:16,916 "내폭 방식" 내폭 방식 원자 폭탄은 411 00:28:17,000 --> 00:28:21,183 껍질 속에 소프트볼 공보다 조금 작은 412 00:28:21,267 --> 00:28:23,800 플루토늄 구체가 들어 있습니다 413 00:28:24,400 --> 00:28:28,616 그 플루토늄 구체를 고폭약으로 감싸죠 414 00:28:28,699 --> 00:28:30,517 "고폭약" 415 00:28:30,600 --> 00:28:33,749 이 고폭약은 특별한 방식으로 제작됩니다 416 00:28:33,833 --> 00:28:39,483 터뜨리면 안쪽을 향해 폭발파가 발생하며 417 00:28:39,567 --> 00:28:43,049 중심부에 있는 플루토늄 구체에 418 00:28:43,133 --> 00:28:46,083 모든 각도에서 강한 압력을 가합니다 419 00:28:46,167 --> 00:28:50,000 엄청난 폭발력으로 구체를 압축하는 거죠 420 00:28:51,000 --> 00:28:54,149 플루토늄 구체 표면을 421 00:28:54,233 --> 00:28:58,649 균일한 압력으로 쥐어짜야 합니다 422 00:28:58,733 --> 00:29:01,433 압력이 불균형하면 작동하지 않습니다 423 00:29:01,933 --> 00:29:05,183 순간적으로 엄청난 압력을 가해 424 00:29:05,267 --> 00:29:08,749 아원자 입자들이 반응을 일으키도록 425 00:29:08,833 --> 00:29:12,333 강력하고 균일한 폭발을 일으켜야 했습니다 426 00:29:13,600 --> 00:29:14,750 어려운 기술이죠 427 00:29:14,833 --> 00:29:15,784 "중성자원 통제" 428 00:29:15,867 --> 00:29:19,516 처음부터 다시 모든 문제를 해결해야 했습니다 429 00:29:19,600 --> 00:29:22,916 원래 10년에 걸쳐 개발할 기술이었지만 430 00:29:23,000 --> 00:29:24,533 시간이 1년밖에 없었습니다 431 00:29:28,700 --> 00:29:32,233 오펜하이머는 밤낮으로 폭탄 제작에 매달렸습니다 432 00:29:32,833 --> 00:29:35,149 계획의 규모가 커지면서 433 00:29:35,233 --> 00:29:39,367 보안을 담당하는 조직도 인원이 늘었죠 434 00:29:39,904 --> 00:29:42,449 로스앨러모스의 과학자 대부분이 435 00:29:42,533 --> 00:29:46,449 오펜하이머를 좋아하고 우러러봤지만 436 00:29:46,533 --> 00:29:49,649 그를 의심하고 경계하는 세력도 있었습니다 437 00:29:49,733 --> 00:29:52,249 오펜하이머의 과거 행적이 438 00:29:52,333 --> 00:29:57,000 보안에 큰 위협이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439 00:29:57,800 --> 00:30:02,333 "캘리포니아주 버클리대학교 1930년대" 440 00:30:11,267 --> 00:30:15,216 캘리포니아주 버클리대에서 교편을 잡았던 시절 441 00:30:15,300 --> 00:30:19,400 오펜하이머는 세상일에 무관심했고 442 00:30:20,167 --> 00:30:21,967 과학에만 집중했습니다 443 00:30:22,500 --> 00:30:24,700 그 무렵 대공황이 일어났죠 444 00:30:27,100 --> 00:30:30,205 제자들이 끼니도 제대로 못 챙기는 모습에 445 00:30:30,288 --> 00:30:32,367 오펜하이머는 충격을 받았습니다 446 00:30:33,082 --> 00:30:35,900 학생 중 한 명은 고양이 캔 사료로 447 00:30:37,045 --> 00:30:38,949 배를 채우기도 했습니다 448 00:30:39,033 --> 00:30:40,757 제일 값이 싸서였죠 449 00:30:42,384 --> 00:30:47,049 현실의 고통을 목격한 오펜하이머는 450 00:30:47,133 --> 00:30:49,098 심경에 변화를 일으켰습니다 451 00:30:52,300 --> 00:30:55,316 오펜하이머는 자연스럽게 452 00:30:55,400 --> 00:30:57,949 당시 버클리대에 있던 동료들처럼 453 00:30:58,033 --> 00:31:00,633 좌익 사상에 관심을 보였습니다 454 00:31:03,375 --> 00:31:06,317 "초대장, 5월 1일" 455 00:31:06,400 --> 00:31:08,783 "공산당에 들어오세요" 456 00:31:08,867 --> 00:31:13,133 1930년대에 공산주의 사상은 민심을 사로잡았습니다 457 00:31:14,767 --> 00:31:19,183 인터넷도 없던 시대라 소련의 실상을 몰랐죠 458 00:31:19,267 --> 00:31:22,149 당시 이오시프 스탈린이 자국민 2천만 명을 459 00:31:22,233 --> 00:31:24,567 학살한 사실도 알 길이 없었습니다 460 00:31:30,033 --> 00:31:32,916 미국인들은 왜곡된 정보를 접했습니다 461 00:31:33,000 --> 00:31:36,016 소련에서는 모든 이가 462 00:31:36,100 --> 00:31:40,683 자유롭고 평등하며 일자리와 집이 있고 463 00:31:40,767 --> 00:31:44,967 훌륭한 사회 구성원이 되려고 노력한다는 식이었습니다 464 00:31:47,000 --> 00:31:49,867 매일 끼니를 걱정할 상황이라면 465 00:31:50,567 --> 00:31:52,967 저라도 솔깃했을 겁니다 466 00:31:56,467 --> 00:32:01,733 오펜하이머가 진짜 공산당에 입당했는지는 불확실합니다 467 00:32:02,667 --> 00:32:06,816 하지만 동생인 프랭크 오펜하이머와 468 00:32:06,900 --> 00:32:09,600 프랭크의 부인인 재키는 공산당원이 됐죠 469 00:32:10,367 --> 00:32:13,816 오펜하이머와 가까운 사람들이 공산당에 들어갔습니다 470 00:32:13,900 --> 00:32:16,749 버클리대와 다른 대학의 제자들도 471 00:32:16,833 --> 00:32:18,867 여러 명이 입당했죠 472 00:32:20,267 --> 00:32:24,783 오펜하이머는 30년대 중반에 진 태트록이라는 여성을 만납니다 473 00:32:24,867 --> 00:32:29,900 진은 정신과 의사 지망생으로 영리한 젊은 여성이었죠 474 00:32:31,033 --> 00:32:32,600 둘은 사랑에 빠졌습니다 475 00:32:34,537 --> 00:32:36,433 이들은 두 번 약혼했습니다 476 00:32:36,915 --> 00:32:41,518 당시 오펜하이머는 진에게 집착했던 듯합니다 477 00:32:42,462 --> 00:32:43,546 진은 공산당원이었고 478 00:32:43,633 --> 00:32:46,333 오펜하이머는 공산주의에 관심이 있었죠 479 00:32:47,267 --> 00:32:50,849 오펜하이머는 실제로 진과 사귀고 4년간 480 00:32:50,933 --> 00:32:53,600 꽤 많은 돈을 공산당에 기부했습니다 481 00:32:54,233 --> 00:32:58,033 이런 정치 활동이 눈길을 끌게 됐죠 482 00:33:02,600 --> 00:33:05,700 당시 FBI는 공산당원들을 따라다니며 483 00:33:07,567 --> 00:33:12,516 이들이 집 앞에 세운 차 번호를 적어 가서 484 00:33:12,600 --> 00:33:13,800 조사했습니다 485 00:33:14,500 --> 00:33:17,967 그러던 중 FBI는 오펜하이머를 포착했죠 486 00:33:18,467 --> 00:33:21,216 오펜하이머가 맨해튼 계획에 참가했을 때도 487 00:33:21,300 --> 00:33:24,783 FBI는 그를 도청하고 주시했습니다 488 00:33:24,867 --> 00:33:28,767 군 정보부도 계속 오펜하이머를 추궁했죠 489 00:33:29,367 --> 00:33:32,216 그래도 오펜하이머는 태연했습니다 490 00:33:32,300 --> 00:33:35,775 자기가 결백하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겠죠 491 00:33:36,833 --> 00:33:41,700 의심받을 게 뻔한데 옛 연인을 만나기도 했습니다 492 00:33:44,333 --> 00:33:48,083 1943년에 진 태트록은 오펜하이머에게 연락했습니다 493 00:33:48,167 --> 00:33:51,649 정서적으로 힘들어지자 만나고 싶다며 연락한 거죠 494 00:33:51,733 --> 00:33:55,233 오펜하이머는 진을 못 잊고 계속 연락을 주고받았습니다 495 00:33:55,833 --> 00:33:58,816 진에게 거절당한 후 키티와 결혼했지만 496 00:33:58,900 --> 00:34:03,449 진이 우울증으로 힘들어한다는 사실을 알고 497 00:34:03,533 --> 00:34:05,167 기꺼이 만나러 갔습니다 498 00:34:08,833 --> 00:34:12,200 그는 로스앨러모스를 떠나 샌프란시스코로 향했습니다 499 00:34:16,667 --> 00:34:21,467 FBI 입장에서는 월척이 걸린 거죠 500 00:34:22,667 --> 00:34:25,533 아파트 밖에 두 남자가 앉아 있었습니다 501 00:34:26,733 --> 00:34:29,447 진 태트록에게는 감시가 붙은 상태였습니다 502 00:34:30,200 --> 00:34:32,767 그때도 여전히 공산당원이었죠 503 00:34:33,900 --> 00:34:35,467 둘은 함께 밤을 보냈습니다 504 00:34:36,067 --> 00:34:39,700 과거의 열정을 다시금 불태웠을 겁니다 505 00:34:44,300 --> 00:34:47,683 당시 캘리포니아주 군 정보부 수장이었던 506 00:34:47,767 --> 00:34:51,316 보리스 파시가 둘에 관한 보고를 받았습니다 507 00:34:51,400 --> 00:34:56,316 파시는 두 사람의 만남을 보안상 큰 위협으로 여겼고 508 00:34:56,400 --> 00:35:01,083 오펜하이머가 진 태트록을 통해 핵무기 관련 기술을 509 00:35:01,167 --> 00:35:03,467 공산당에 넘길지도 모른다고 봤죠 510 00:35:05,600 --> 00:35:09,416 안타깝게도 진은 몇 달 후인 1944년 봄에 511 00:35:09,500 --> 00:35:11,400 비극적인 최후를 맞았습니다 512 00:35:13,367 --> 00:35:16,997 부친이 발견한 현장은 수수께끼투성이였습니다 513 00:35:17,667 --> 00:35:21,116 진은 벌거벗은 채 욕조 속에 머리를 집어넣고 514 00:35:21,200 --> 00:35:24,067 몸은 욕조 가장자리에 걸친 상태였죠 515 00:35:26,067 --> 00:35:28,600 자살이라기에는 이상한 상황이었습니다 516 00:35:29,933 --> 00:35:34,700 살해당했을 것이라는 의혹도 있습니다 517 00:35:36,467 --> 00:35:39,967 오펜하이머는 소식을 듣고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518 00:35:41,967 --> 00:35:45,449 그 소식을 전했던 보안 담당관은 519 00:35:45,533 --> 00:35:50,633 오펜하이머가 상실감에 목 놓아 울었다고 했습니다 520 00:35:51,367 --> 00:35:55,716 하지만 아무에게도 그 심정을 털어놓을 수 없었죠 521 00:35:55,800 --> 00:35:59,133 속으로만 슬픔을 삭여야 했을 겁니다 522 00:36:03,300 --> 00:36:05,983 정규 방송을 중단하고 속보를 전합니다 523 00:36:06,067 --> 00:36:08,116 루스벨트 대통령이 서거했습니다 524 00:36:08,200 --> 00:36:10,633 사인은 뇌출혈입니다 525 00:36:11,233 --> 00:36:14,283 1945년 4월에는 세계의 운명이 526 00:36:14,367 --> 00:36:17,667 완전히 뒤집히듯 급박하게 돌아갔습니다 527 00:36:18,867 --> 00:36:23,783 루스벨트 대통령이 죽고 히틀러는 자살했죠 528 00:36:23,867 --> 00:36:26,433 히틀러의 제국이 불타고 있습니다 529 00:36:27,733 --> 00:36:30,733 원래 원자 폭탄은 히틀러의 대항마였습니다 530 00:36:32,367 --> 00:36:34,983 그런데 1945년 봄 히틀러가 죽자 531 00:36:35,067 --> 00:36:37,216 나치의 위협도 사라졌죠 532 00:36:37,300 --> 00:36:42,083 히틀러가 만든 원자 폭탄이 뉴욕에 떨어질 염려도 없었습니다 533 00:36:42,167 --> 00:36:45,633 하지만 폭탄 개발은 중단되지 않았습니다 534 00:36:47,667 --> 00:36:51,633 이들은 전쟁이 끝나기 전에 폭탄을 완성하려 했습니다 535 00:36:52,333 --> 00:36:55,249 오펜하이머는 폭탄을 사용하길 바랐죠 536 00:36:55,333 --> 00:36:58,449 그래야 그 실체를 세상에 알릴 테니까요 537 00:36:58,533 --> 00:37:02,116 해리 S. 트루먼이 미국 대통령으로 취임했습니다 538 00:37:02,200 --> 00:37:05,883 트루먼 취임 후에도 폭탄 개발은 진행됐고 539 00:37:05,967 --> 00:37:09,016 이 폭탄을 투하할 장소가 필요했습니다 540 00:37:09,100 --> 00:37:12,167 히틀러가 죽자 일본이 표적이 됐죠 541 00:37:14,333 --> 00:37:17,283 일본이 빼앗은 땅을 되찾기 위해 542 00:37:17,367 --> 00:37:21,616 B-24기 편대가 팔라우 제도를 연일 폭격하고 있습니다 543 00:37:26,233 --> 00:37:28,967 미국은 여러 섬을 차례로 함락하고 544 00:37:33,967 --> 00:37:38,233 일본군이 참호 방어선을 파 놓은 해안에 상륙했습니다 545 00:37:40,100 --> 00:37:43,767 수많은 젊은이가 목숨을 잃었죠 546 00:37:44,733 --> 00:37:49,849 폭탄을 투하하지 않은 채 시간은 하염없이 흘렀고 547 00:37:49,933 --> 00:37:52,449 매일 병사들이 수천 명씩 죽어 나갔습니다 548 00:37:52,533 --> 00:37:54,316 병사 수천 명이 다쳤습니다 549 00:37:54,400 --> 00:37:56,983 다른 수천 명은 목숨을 희생해 가며 550 00:37:57,067 --> 00:37:59,904 달려드는 적의 방어선을 무너뜨리고 551 00:37:59,988 --> 00:38:02,167 일본 땅에 발을 내딛으려 합니다 552 00:38:02,867 --> 00:38:05,316 일본의 패배는 기정사실이 됐지만 553 00:38:05,400 --> 00:38:08,316 항복을 받아내는 건 다른 문제였습니다 554 00:38:08,400 --> 00:38:11,300 그 방법이 관건이었죠 555 00:38:13,833 --> 00:38:16,833 핵무기가 등장하면 전쟁은 멈출 것입니다 556 00:38:17,467 --> 00:38:19,200 그것은 엄청난 것입니다 557 00:38:22,267 --> 00:38:25,016 오펜하이머는 원자 폭탄을 558 00:38:25,100 --> 00:38:29,449 동양 철학적인 시각으로 바라봤습니다 559 00:38:29,533 --> 00:38:34,300 폭격은 파괴 행위이자 잠재적인 창조 행위이며 560 00:38:35,133 --> 00:38:37,916 전쟁 도구인 동시에 평화의 도구라는 거죠 561 00:38:38,000 --> 00:38:43,216 폭탄을 잘못 다루면 인류가 멸망하겠지만 562 00:38:43,300 --> 00:38:45,949 제대로 제어하고 다루면 563 00:38:46,033 --> 00:38:50,800 전 세계를 평화의 시대로 이끌 수도 있었습니다 564 00:38:58,433 --> 00:39:01,883 "1945년 여름" 565 00:39:01,967 --> 00:39:07,449 1945년 여름까지 1년간 내폭 방식 폭탄을 완성하려고 566 00:39:07,533 --> 00:39:12,367 학자들은 새로운 방식을 고안하고 설계를 고치며 고군분투했습니다 567 00:39:13,333 --> 00:39:16,683 폭약과 기폭 장치 배터리를 비롯해 568 00:39:16,767 --> 00:39:21,483 폭탄에 들어가는 모든 부품이 완벽하게 작동해야 했습니다 569 00:39:21,567 --> 00:39:24,983 폭탄이 실제로 잘 작동할지 알아보려면 570 00:39:25,067 --> 00:39:27,667 실물 실험이 가장 좋은 방법이었죠 571 00:39:33,100 --> 00:39:36,616 폭탄을 실험할 장소가 선정됐고 572 00:39:36,700 --> 00:39:41,100 오펜하이머는 실험 현장을 '트리니티'라고 명명했습니다 573 00:39:42,333 --> 00:39:44,683 당시 오펜하이머가 읽던 존 던의 시에 574 00:39:44,767 --> 00:39:47,683 이런 구절이 있었습니다 575 00:39:47,767 --> 00:39:49,916 '내 가슴을 때리소서 삼위일체인 주여' 576 00:39:50,000 --> 00:39:53,133 기독교의 삼위일체를 언급하는 내용이죠 577 00:39:54,567 --> 00:39:58,016 진 태트록에게 바치는 이름이기도 했을 겁니다 578 00:39:58,100 --> 00:40:03,400 진과 오펜하이머는 잠자리에서 함께 존 던의 시를 읽었으니까요 579 00:40:13,333 --> 00:40:16,816 1945년 7월 15일, 일요일 580 00:40:16,900 --> 00:40:18,633 뉴멕시코주 앨라모고도에서 581 00:40:19,267 --> 00:40:23,567 세계 최초의 핵무기 실험을 하루 앞두고 있습니다 582 00:40:24,933 --> 00:40:28,349 트리니티 실험을 앞둔 현장에는 583 00:40:28,433 --> 00:40:32,616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팽팽한 긴장이 감돌았습니다 584 00:40:32,700 --> 00:40:35,383 이 실험 한 번을 위해 수십억 달러와 585 00:40:35,467 --> 00:40:38,683 수십만 인원의 노력이 들어갔죠 586 00:40:38,767 --> 00:40:42,116 신무기 제작과 실험 성패의 책임이 587 00:40:42,200 --> 00:40:46,733 오펜하이머의 어깨에 오롯이 실려 있었습니다 588 00:40:47,433 --> 00:40:51,000 현장 과학자들의 어깨가 무겁습니다 589 00:40:51,600 --> 00:40:54,100 더 지체할 여유가 없습니다 590 00:40:54,867 --> 00:40:58,433 대통령이 스탈린을 만나기 전에 결과가 나와야 합니다 591 00:40:59,267 --> 00:41:01,983 미국 대통령은 당시 독일 포츠담에서 열릴 592 00:41:02,067 --> 00:41:05,383 포츠담 회담에 참석할 예정이었습니다 593 00:41:05,467 --> 00:41:08,549 이오시프 스탈린과 윈스턴 처칠을 만나서 594 00:41:08,633 --> 00:41:12,216 유럽과 태평양 전쟁의 미래를 논의하는 자리였죠 595 00:41:12,300 --> 00:41:17,233 그때까지 핵무기 보유국이라는 입지를 확정해야 했습니다 596 00:41:27,033 --> 00:41:28,649 다들 마음이 급했고 597 00:41:28,733 --> 00:41:33,167 부담감에 짓눌린 오펜하이머를 달래야 했습니다 598 00:41:34,633 --> 00:41:38,033 원래도 골초였지만 줄담배를 피워 댔죠 599 00:41:39,840 --> 00:41:44,233 오펜하이머 박사가 초조해하기를 바라지 않습니다 600 00:41:46,900 --> 00:41:49,449 그날 저녁에 찍은 유명한 영상이 있습니다 601 00:41:49,533 --> 00:41:53,216 오펜하이머가 폭탄을 거치한 탑 꼭대기에 602 00:41:53,300 --> 00:41:55,467 직접 올라가는 장면이죠 603 00:41:56,300 --> 00:42:01,500 폭탄이 정상적으로 작동할지 최종 점검을 하는 모습입니다 604 00:42:03,000 --> 00:42:07,133 불안한 나머지 모든 부품을 하나하나 직접 살펴봤죠 605 00:42:08,400 --> 00:42:11,149 폭탄 실험이 성공할지는 알 수 없었습니다 606 00:42:11,233 --> 00:42:13,549 안 터지는 데 10달러를 걸겠다며 607 00:42:13,633 --> 00:42:15,800 다른 과학자들과 내기하기도 했죠 608 00:42:17,067 --> 00:42:19,433 불안 요소가 100개는 됩니다 609 00:42:21,400 --> 00:42:24,600 하나만 잘못돼도 실험이 실패할 수 있죠 610 00:42:25,767 --> 00:42:29,316 실험 자체가 가능할지 모두 의문을 품었습니다 611 00:42:29,400 --> 00:42:31,049 아무런 확신이 없어서 612 00:42:31,133 --> 00:42:35,133 지구 대기 전체가 불탈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있었죠 613 00:42:37,900 --> 00:42:39,849 원자 폭탄이 대기를 불태우고 614 00:42:39,933 --> 00:42:44,133 인류 전체를 집어삼킬까 봐 걱정했습니다 615 00:42:45,833 --> 00:42:48,567 대기 중에는 산소가 있습니다 616 00:42:49,100 --> 00:42:53,083 원자 폭탄이 터지면서 대기 속 산소에 617 00:42:53,167 --> 00:42:54,657 불이 붙을 수도 있었죠 618 00:42:54,740 --> 00:42:56,867 결과는 아무도 몰랐습니다 619 00:43:00,619 --> 00:43:03,150 "1945년 7월 16일 오전 5시 29분, 실험 개시 1분 전" 620 00:43:03,233 --> 00:43:07,067 1945년 7월 16일 동트기 전이었습니다 621 00:43:07,712 --> 00:43:08,983 하늘은 어두웠고 622 00:43:09,067 --> 00:43:12,316 폭탄은 30m짜리 탑 꼭대기에 걸린 채 623 00:43:12,400 --> 00:43:14,300 폭발을 앞두고 있었죠 624 00:43:15,600 --> 00:43:18,700 오펜하이머는 현장 벙커에 있었습니다 625 00:43:23,200 --> 00:43:28,216 오펜하이머는 이렇게 중얼대며 자신을 다독였다고 합니다 626 00:43:28,300 --> 00:43:31,033 '신이시여, 제 책임이 너무나 막중합니다' 627 00:43:35,067 --> 00:43:39,649 발사 10초 전, 9, 8... 628 00:43:39,733 --> 00:43:41,762 오펜하이머는 계속 되뇌었습니다 629 00:43:41,846 --> 00:43:43,649 '정신 차려야 해' 630 00:43:43,733 --> 00:43:44,749 7 631 00:43:44,833 --> 00:43:46,700 '정신 똑바로 차리자' 632 00:43:47,267 --> 00:43:48,549 6 633 00:43:48,633 --> 00:43:50,716 1초가 한 시간 같았죠 634 00:43:50,800 --> 00:43:53,767 5, 4 635 00:43:54,700 --> 00:43:57,533 3, 2 636 00:43:58,133 --> 00:44:00,500 그리고 그 순간 637 00:44:07,733 --> 00:44:09,233 눈앞이 번쩍했습니다 638 00:44:19,867 --> 00:44:21,749 한 과학자는 제게 639 00:44:21,833 --> 00:44:25,200 누가 오븐 문을 연 것 같다고도 했죠 640 00:44:26,767 --> 00:44:28,649 엄청난 열기가 들이닥쳤습니다 641 00:44:28,733 --> 00:44:32,883 복사열이어서 빛과 동시에 열기가 느껴졌죠 642 00:44:32,967 --> 00:44:36,016 곧 천지를 뒤흔드는 굉음이 뒤따르고 643 00:44:36,100 --> 00:44:40,183 첫 번째 버섯구름이 하늘로 솟았습니다 644 00:44:40,267 --> 00:44:44,216 주황, 보라, 파랑 노랑이 뒤섞인 구름이 645 00:44:44,300 --> 00:44:47,983 뭉게뭉게 피어올랐죠 646 00:44:48,067 --> 00:44:51,949 인류의 생존을 좌우할 새로운 무언가가 647 00:44:52,033 --> 00:44:54,367 이 땅에 탄생한 겁니다 648 00:44:58,467 --> 00:45:02,267 수십 년간 수많은 폭탄 실험이 있었지만 649 00:45:02,900 --> 00:45:05,667 이 폭탄의 규모는 650 00:45:06,300 --> 00:45:07,933 정말 어마어마했습니다 651 00:45:09,467 --> 00:45:12,800 세계 역사상 이런 순간은 없었습니다 652 00:45:13,733 --> 00:45:17,549 세상을 보는 관점과 중요한 것에 대한 가치관 653 00:45:17,633 --> 00:45:22,316 우리가 어떤 존재인지에 대한 생각이 확 변하는 순간이었죠 654 00:45:22,400 --> 00:45:27,216 상상도 못 했던 엄청난 힘이 탄생했고 655 00:45:27,300 --> 00:45:30,233 이제 아무도 이 힘을 무시할 수 없었습니다 656 00:45:37,833 --> 00:45:40,000 이제 세상은 전과 달라졌습니다 657 00:45:42,867 --> 00:45:45,333 몇몇은 웃었고 658 00:45:47,067 --> 00:45:48,600 몇몇은 울었으며 659 00:45:49,300 --> 00:45:51,100 대부분은 침묵했습니다 660 00:45:54,233 --> 00:45:59,533 힌두교 경전 바가바드기타 속 구절이 생각났습니다 661 00:46:02,833 --> 00:46:03,933 비슈누 신은 662 00:46:05,933 --> 00:46:09,200 왕자가 자기 의무를 다하도록 663 00:46:10,533 --> 00:46:12,100 설득하려고 했습니다 664 00:46:12,633 --> 00:46:15,449 그래서 깊은 인상을 주려고 665 00:46:15,533 --> 00:46:18,033 팔이 여러 개인 형태로 나타나 666 00:46:19,100 --> 00:46:20,883 이렇게 말했죠 667 00:46:20,967 --> 00:46:24,867 '이제 나는 죽음이요 세상의 파괴자가 됐도다' 668 00:46:27,533 --> 00:46:30,333 우리 모두 비슷한 생각을 했을 겁니다 669 00:46:43,500 --> 00:46:47,396 실험이 끝나고 오펜하이머는 의기양양해졌습니다 670 00:46:47,900 --> 00:46:49,400 인생의 절정기였죠 671 00:46:49,933 --> 00:46:51,072 결국 해낸 겁니다 672 00:46:53,033 --> 00:46:56,033 오펜하이머는 이 업적을 무척 자랑스러워했습니다 673 00:46:58,033 --> 00:47:01,733 그 순간 세상이 변했다는 걸 과학계도 알았죠 674 00:47:06,900 --> 00:47:10,049 이제 원자 폭탄의 쓰임새는 정부가 결정하게 됐습니다 675 00:47:10,133 --> 00:47:13,016 "트리니티 현장 세계 최초의 원자 폭탄 실험" 676 00:47:13,100 --> 00:47:16,783 그로브스 장군은 사무실로 돌아가 황급히 전보를 쳤습니다 677 00:47:16,867 --> 00:47:19,949 폭탄 실험은 성공했고 678 00:47:20,033 --> 00:47:23,667 예상보다 훨씬 더 강력했다는 내용이었죠 679 00:47:25,200 --> 00:47:27,716 포츠담 회담에 참석한 트루먼은 680 00:47:27,800 --> 00:47:30,616 이 전보를 받고 태도가 돌변해서 681 00:47:30,700 --> 00:47:34,183 미국이 확실히 승리하리라는 듯 굴었습니다 682 00:47:34,267 --> 00:47:36,383 스탈린 앞에서도 기세등등했고 683 00:47:36,467 --> 00:47:39,300 일본에 대해서도 양보는 없다고 못 박았죠 684 00:47:40,800 --> 00:47:44,716 트루먼은 취임 때부터 폭탄이 개발 중인 걸 알았지만 685 00:47:44,800 --> 00:47:48,349 예상을 뛰어넘는 위력을 확인하고 나서는 686 00:47:48,433 --> 00:47:50,900 입장이 확 달라진 겁니다 687 00:47:52,067 --> 00:47:56,249 우리의 요구는 과거에도 현재도 변함 없이 688 00:47:56,333 --> 00:47:58,600 조건 없는 항복입니다 689 00:48:02,700 --> 00:48:05,449 저희 부모님은 모두 2차 대전에 참전하셨는데 690 00:48:05,533 --> 00:48:08,633 어머니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691 00:48:09,633 --> 00:48:11,767 개발한 지 4년이 지났는데 692 00:48:12,900 --> 00:48:15,516 원자 폭탄의 윤리적 문제를 693 00:48:15,600 --> 00:48:18,500 아무도 제기하지 않는다고 말입니다 694 00:48:20,233 --> 00:48:22,133 윤리적 문제가 있어도 695 00:48:23,400 --> 00:48:27,833 단지 전쟁을 빨리 끝내려고 무서운 무기를 쓰려고 했죠 696 00:48:28,933 --> 00:48:31,767 그때는 다들 전쟁에 지친 상태였고 697 00:48:32,500 --> 00:48:35,816 한 다리만 건너도 지인이 전쟁에 희생됐다는 698 00:48:35,900 --> 00:48:38,467 경험담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699 00:48:40,767 --> 00:48:44,933 폭탄을 투하한다는 건 섬뜩한 결정이었습니다 700 00:48:45,733 --> 00:48:48,583 민간인이 사는 도시에 폭탄을 떨어뜨리면 701 00:48:48,667 --> 00:48:51,816 어린이를 포함해 일본인 약 20만 명이 702 00:48:51,900 --> 00:48:54,616 목숨을 잃을 것이 뻔했죠 703 00:48:54,700 --> 00:48:59,567 하지만 폭탄을 써서 전쟁을 빨리 끝내지 않으면 704 00:49:00,500 --> 00:49:02,649 수백만 명이 죽을 수도 있었습니다 705 00:49:02,733 --> 00:49:05,549 선택지는 두 가지밖에 없어 보였죠 706 00:49:05,633 --> 00:49:07,733 하지만 세 번째 선택지도 있었습니다 707 00:49:08,233 --> 00:49:11,249 힘을 과시하는 것이죠 708 00:49:11,333 --> 00:49:15,849 도쿄만에 떨어뜨려서 희생자를 최소화하고 709 00:49:15,933 --> 00:49:18,149 폭탄의 위력도 보여 주면 710 00:49:18,233 --> 00:49:20,467 일본이 항복할 수도 있었습니다 711 00:49:21,133 --> 00:49:25,000 그 무시무시한 위력을 보는 것만으로도 말이죠 712 00:49:25,967 --> 00:49:28,283 미 의회도 오펜하이머도 713 00:49:28,367 --> 00:49:30,967 세 번째 선택지를 거부했습니다 714 00:49:35,900 --> 00:49:39,800 심사숙고한 끝에 결정을 내렸습니다 715 00:49:40,900 --> 00:49:43,700 불모지에 투하하는 것만으로 716 00:49:44,533 --> 00:49:47,049 그 무시무시한 파괴력을 717 00:49:47,133 --> 00:49:51,016 제대로 보여 줄 수 있을지 깊이 고민했고 718 00:49:51,100 --> 00:49:53,067 그러기는 힘들다고 봤습니다 719 00:49:56,467 --> 00:50:02,049 오펜하이머는 이 무기를 실전에서 사용하면 720 00:50:02,133 --> 00:50:04,616 어떤 일이 벌어질지 721 00:50:04,700 --> 00:50:06,683 누구보다도 잘 아는 사람이었습니다 722 00:50:06,767 --> 00:50:09,849 반향이 엄청날 것을 알았기에 723 00:50:09,933 --> 00:50:12,233 그만큼 심사숙고했습니다 724 00:50:19,333 --> 00:50:21,449 오펜하이머의 비서였던 앤 윌슨은 725 00:50:21,533 --> 00:50:23,249 트리니티 실험이 끝난 후에도 726 00:50:23,333 --> 00:50:27,133 한동안 충격에서 못 벗어났다고 했습니다 727 00:50:27,633 --> 00:50:31,067 어느 날은 오펜하이머와 함께 일터로 걸어가는데 728 00:50:31,733 --> 00:50:36,383 몇 발짝 앞에 있던 그가 갑자기 중얼거렸다고 합니다 729 00:50:36,467 --> 00:50:39,233 '가엾은 사람들 불쌍해서 어쩌나!' 730 00:50:41,333 --> 00:50:44,783 그래서 오펜하이머에게 왜 그러느냐고 물었더니 731 00:50:44,867 --> 00:50:49,233 앤을 쳐다보면서 이렇게 설명했죠 732 00:50:50,067 --> 00:50:54,216 일본의 도시 두 곳에 폭탄을 투하할 예정이고 733 00:50:54,300 --> 00:50:56,867 민간인이 희생되는 것은 물론 734 00:50:58,000 --> 00:51:00,367 도시 전체가 날아갈 거라고 말입니다 735 00:51:01,867 --> 00:51:06,433 오펜하이머는 고통스러울 만큼 그 여파를 잘 알았습니다 736 00:51:07,167 --> 00:51:09,216 그런데도 그 주에 737 00:51:09,300 --> 00:51:14,783 폭탄 투하 임무를 책임진 장군들을 만나서 738 00:51:14,867 --> 00:51:19,716 어느 정도의 고도에서 어떤 식으로 떨어뜨려야 739 00:51:19,800 --> 00:51:23,049 가장 강력한 파괴력을 발휘할지 설명하고 740 00:51:23,133 --> 00:51:25,400 투하 방식을 지시했습니다 741 00:51:27,004 --> 00:51:28,716 이해하기 힘든 일이죠 742 00:51:28,800 --> 00:51:31,533 윤리 기준이 높고 예민하며 743 00:51:32,700 --> 00:51:35,249 인류애도 충만한 교수가 744 00:51:35,333 --> 00:51:39,883 민간인이 사는 도시에 폭탄 투하를 지시하면서 745 00:51:39,967 --> 00:51:44,116 효과적으로 위력을 발휘할 고도까지 계산해 줬다니 746 00:51:44,200 --> 00:51:46,400 이 양면성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747 00:51:47,467 --> 00:51:50,749 감히 추측해 보자면 오펜하이머는 748 00:51:50,833 --> 00:51:55,816 그것이 첫 번째 실전 핵무기 사용이 아니라 749 00:51:55,900 --> 00:51:58,516 마지막이 되기를 바란 듯합니다 750 00:51:58,600 --> 00:52:02,316 다시는 쓸 엄두가 나지 않도록 751 00:52:02,400 --> 00:52:07,333 비참하고 끔찍한 결과를 세상에 보여 주려고 한 거죠 752 00:52:10,933 --> 00:52:14,767 "1945년 8월 5일 태평양 티니언섬" 753 00:52:17,700 --> 00:52:20,416 1945년 8월 무렵 754 00:52:20,500 --> 00:52:23,483 일본에서 인구가 5만 명이 넘는 도시는 755 00:52:23,567 --> 00:52:25,700 대부분 불바다가 됐습니다 756 00:52:26,567 --> 00:52:28,716 무사한 도시 서너 군데는 757 00:52:28,800 --> 00:52:32,000 원폭 투하를 위해 일부러 남겨 둔 거죠 758 00:52:32,500 --> 00:52:35,949 폭탄이 어떻게 도시를 파괴하는지 759 00:52:36,033 --> 00:52:39,267 관찰하기 좋은 조건을 갖춘 곳이었습니다 760 00:52:47,200 --> 00:52:49,367 히로시마는 평평한 도시였습니다 761 00:52:50,133 --> 00:52:54,483 원자 폭탄이 폭발해서 어디까지 영향을 미치는지 762 00:52:54,567 --> 00:52:57,700 구석구석 끝까지 관찰하기 적당했죠 763 00:52:58,567 --> 00:53:00,700 그래서 히로시마를 고른 겁니다 764 00:53:10,100 --> 00:53:12,249 제가 어렸을 때는 765 00:53:12,333 --> 00:53:15,067 아름다운 강 일곱 줄기가 흘렀습니다 766 00:53:15,608 --> 00:53:17,943 강기슭은 아름답고 767 00:53:18,700 --> 00:53:20,367 강물은 맑았죠 768 00:53:21,267 --> 00:53:26,716 저는 꽃이 가득 핀 멋진 정원에서 뛰놀았습니다 769 00:53:26,800 --> 00:53:32,200 정원에는 온갖 종류의 아름다운 곤충이 있었죠 770 00:53:33,500 --> 00:53:36,983 지저귀는 새들은 전쟁이 뭔지 몰랐고 771 00:53:37,067 --> 00:53:40,533 행복한 소리가 사방에 넘쳤습니다 772 00:53:42,513 --> 00:53:43,380 "에놀라 게이호" 773 00:53:46,233 --> 00:53:51,533 그런데 지구가 분노하는 듯한 폭발음으로 뒤덮였죠 774 00:53:55,967 --> 00:54:01,992 "1945년 8월 6일 일본 히로시마" 775 00:54:16,200 --> 00:54:19,816 조금 전, 미군 전투기가 776 00:54:19,900 --> 00:54:22,500 히로시마에 폭탄을 투하했습니다 777 00:54:24,133 --> 00:54:29,100 이 폭탄의 위력은 TNT 2만 톤보다 강합니다 778 00:54:31,967 --> 00:54:33,667 바로 원자 폭탄입니다 779 00:54:34,500 --> 00:54:37,800 우주의 기본적인 원리를 이용한 무기입니다 780 00:54:46,600 --> 00:54:49,649 우리는 과학사상 가장 거대한 도박에 781 00:54:49,733 --> 00:54:52,833 20억 달러가 넘는 돈을 쏟아부었고 782 00:54:53,333 --> 00:54:54,649 승리를 거뒀습니다 783 00:54:54,733 --> 00:54:59,733 "사흘 후" 784 00:55:02,200 --> 00:55:06,600 "1945년 8월 9일 일본 나가사키" 785 00:55:07,233 --> 00:55:09,516 일본은 멸망을 목격했습니다 786 00:55:09,600 --> 00:55:11,749 평범한 공습이 아니었습니다 787 00:55:11,833 --> 00:55:14,433 침략국의 시체를 화장할 장작 세례였죠 788 00:55:42,233 --> 00:55:44,867 그때가 생생히 기억납니다 789 00:55:47,700 --> 00:55:49,767 저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죠 790 00:55:55,400 --> 00:55:57,100 파편 더미에 깔려 있다가 791 00:55:58,233 --> 00:56:01,467 새어 들어오는 빛을 보고 기어서 빠져나갔습니다 792 00:56:07,367 --> 00:56:09,633 어머니를 찾아 헤맸죠 793 00:56:22,533 --> 00:56:26,367 비참하게 죽어 가는 사람들을 보며 794 00:56:26,967 --> 00:56:29,567 저 속에 어머니가 없기만 빌었습니다 795 00:56:32,533 --> 00:56:38,016 사촌과 어머니, 친한 친구가 무사하다는 소식은 796 00:56:38,100 --> 00:56:40,600 결국 듣지 못했습니다 797 00:56:48,100 --> 00:56:52,016 차라리 그때 함께 죽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도 했죠 798 00:56:52,100 --> 00:56:57,449 폭탄 투하 이후 삶이 너무 고단했기 때문입니다 799 00:56:57,533 --> 00:57:00,428 몸도 힘들었고 마음은 무너질 듯했죠 800 00:57:00,511 --> 00:57:02,016 "히로시마" 801 00:57:09,300 --> 00:57:11,347 "미국 정부 촬영본" 802 00:57:11,433 --> 00:57:14,067 전쟁이 끝나고 몇 년 후 803 00:57:15,300 --> 00:57:19,333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의 실상을 담은 영상을 봤습니다 804 00:57:25,633 --> 00:57:28,300 소리는 담기지 않은 영상이었는데 805 00:57:29,100 --> 00:57:31,549 기모노 꽃무늬가 불타서 806 00:57:31,633 --> 00:57:36,449 사람들의 피부에 그대로 눌어붙었고 807 00:57:36,533 --> 00:57:38,667 강 위에 시신들이 떠다녔죠 808 00:57:39,600 --> 00:57:41,933 너무나 충격적이었죠 809 00:57:44,667 --> 00:57:47,400 아버지와 동료들은 자기가 하는 일이 810 00:57:48,100 --> 00:57:50,367 뭔지 아셨을까요? 811 00:57:51,833 --> 00:57:54,649 이런 끔찍한 일을 알고도 저질렀다니 812 00:57:54,733 --> 00:57:56,176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813 00:58:01,033 --> 00:58:04,933 로스앨러모스 연구소에도 결과 보고가 들어왔습니다 814 00:58:05,533 --> 00:58:09,085 물론 과학자들도 마음이 무거웠죠 815 00:58:09,168 --> 00:58:10,684 "원자 폭탄, 세계를 놀라게 하다" 816 00:58:10,767 --> 00:58:13,183 끔찍한 전쟁이었지만 817 00:58:13,267 --> 00:58:17,033 폭탄 두 개로 수십만 명이 목숨을 잃었고 818 00:58:18,433 --> 00:58:20,133 도시는 파괴됐습니다 819 00:58:24,833 --> 00:58:28,833 과학자들에게도 견디기 힘든 일이었죠 820 00:58:30,300 --> 00:58:33,967 오펜하이머도 여생을 죄책감에 시달렸을 겁니다 821 00:58:37,000 --> 00:58:40,716 히로시마 폭격은 필요 이상으로 822 00:58:40,800 --> 00:58:44,100 많은 생명을 빼앗고 고통을 선사했으며 823 00:58:45,700 --> 00:58:47,572 비인도적이었습니다 824 00:58:49,167 --> 00:58:51,933 일이 다 끝나고 말로 하기는 쉽죠 825 00:58:58,667 --> 00:59:01,783 오펜하이머는 두 폭격에 관해 어떤 방식으로도 826 00:59:01,867 --> 00:59:03,516 사과하지 않았습니다 827 00:59:03,600 --> 00:59:06,883 원자 폭탄의 윤리적 의미와 828 00:59:06,967 --> 00:59:10,626 자신이 폭탄 개발에 참여했다는 사실에 관해서는 829 00:59:10,710 --> 00:59:12,633 극도로 신중한 태도를 보였습니다 830 00:59:13,200 --> 00:59:16,549 하지만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폭격 이후 831 00:59:16,633 --> 00:59:21,400 누가 봐도 그의 언동은 죄책감에 괴로워하는 듯했죠 832 00:59:23,067 --> 00:59:24,667 우리는 여기에 모여 833 00:59:26,133 --> 00:59:30,483 주요 전쟁국을 대표하여 834 00:59:30,567 --> 00:59:33,316 엄숙한 평화 협정 체결에 835 00:59:33,400 --> 00:59:36,367 동의하고자 합니다 836 00:59:40,733 --> 00:59:45,500 오늘 오후에 일본 정부가 보낸 메시지를 받았습니다 837 00:59:47,133 --> 00:59:49,983 저는 일본의 무조건 항복을 838 00:59:50,067 --> 00:59:52,533 받아들인다고 답변을 보냈습니다 839 00:59:54,567 --> 00:59:57,349 수많은 사람이 원자 폭탄 덕분에 840 00:59:57,433 --> 00:59:59,531 2차 대전이 끝났다고 믿었습니다 841 00:59:59,614 --> 01:00:00,879 "전쟁이 끝났다!" 842 01:00:01,300 --> 01:00:02,367 그럴지도 모릅니다 843 01:00:05,000 --> 01:00:07,533 그걸 가능케 한 게 로버트 오펜하이머였죠 844 01:00:09,333 --> 01:00:11,183 사방에서 오펜하이머를 찾았습니다 845 01:00:11,267 --> 01:00:16,449 타임지 표지도 장식했고 라이프지에도 실렸죠 846 01:00:16,533 --> 01:00:19,800 그가 안 나온 표지가 없을 정도였습니다 847 01:00:20,500 --> 01:00:22,683 '피직스 투데이' 창간호 표지는 848 01:00:22,767 --> 01:00:26,133 사이클로트론에 중절모를 씌운 사진이었습니다 849 01:00:27,067 --> 01:00:29,800 그 중절모는 오펜하이머 그 자체였죠 850 01:00:32,233 --> 01:00:36,800 오펜하이머는 큰 인기를 누렸고 미국 과학계의 권위자가 됐습니다 851 01:00:37,367 --> 01:00:39,500 본인도 그걸 즐겼죠 852 01:00:42,467 --> 01:00:46,883 드디어 인생에서 성공을 거뒀다고 느꼈을 겁니다 853 01:00:46,967 --> 01:00:50,405 이제는 주변인이 아니었고 854 01:00:52,500 --> 01:00:57,700 세상의 중심에서도 가장 높은 곳에 선 사람이었죠 855 01:01:02,300 --> 01:01:06,600 오펜하이머는 그 인기에 취했던 것 같습니다 856 01:01:09,767 --> 01:01:13,483 하지만 동시에 원자 폭탄을 탄생시켰다는 857 01:01:13,567 --> 01:01:15,967 죄책감에도 시달렸죠 858 01:01:19,600 --> 01:01:20,649 계속하세요 859 01:01:20,733 --> 01:01:23,183 "트리니티 실험 재연 '마치 오브 타임', 1946년" 860 01:01:23,267 --> 01:01:25,333 자동 제어 장치는 됐어요 861 01:01:26,733 --> 01:01:29,716 이번 판은 위험 부담이 커요 862 01:01:29,800 --> 01:01:31,633 잘될 거예요, 로버트 863 01:01:32,467 --> 01:01:35,783 오펜하이머는 원자 폭탄의 아버지로서 864 01:01:35,867 --> 01:01:39,649 폭탄을 제어해야 한다는 사명감을 느낀 듯합니다 865 01:01:39,733 --> 01:01:40,983 계속하세요 866 01:01:41,067 --> 01:01:42,900 40초 후면 알겠죠 867 01:01:45,067 --> 01:01:46,067 컷 868 01:01:48,233 --> 01:01:50,349 히로시마 투하 3개월 후에는 869 01:01:50,433 --> 01:01:52,483 원자 폭탄은 침략을 위한 870 01:01:52,567 --> 01:01:56,527 두려운 전쟁 도구라는 내용으로 871 01:01:57,133 --> 01:01:59,233 연설을 하기도 했습니다 872 01:02:00,867 --> 01:02:03,900 원자 폭탄의 아버지가 한 연설을 들어 보시죠 873 01:02:07,400 --> 01:02:09,600 세계 대전이 다시 일어난다면 874 01:02:12,267 --> 01:02:16,100 문명은 파멸할지도 모릅니다 875 01:02:22,333 --> 01:02:25,533 우리는 파멸을 막기 위해 876 01:02:26,533 --> 01:02:30,167 충분히 노력하고 있는지 자문해야 합니다 877 01:02:32,267 --> 01:02:35,033 할아버지의 말씀을 읽어 보겠습니다 878 01:02:35,700 --> 01:02:37,916 이렇게 연설하셨죠 879 01:02:38,000 --> 01:02:41,316 '결론부터 말하자면 원자 폭탄을 만든 것은' 880 01:02:41,400 --> 01:02:43,700 '우리의 본능이었습니다' 881 01:02:45,167 --> 01:02:47,733 '과학자라면 그러한 일을 멈출 수 없습니다' 882 01:02:48,733 --> 01:02:52,216 '과학자라면 누구나 세상의 원리를 밝히는 게' 883 01:02:52,300 --> 01:02:54,600 '좋은 일이라고 믿습니다' 884 01:02:55,400 --> 01:02:59,149 '인류가 세상을 바꿀 만큼 큰 힘을 손에 넣고' 885 01:02:59,233 --> 01:03:03,633 '그 가능성을 최대한 펼쳐야 한다고 믿습니다' 886 01:03:04,567 --> 01:03:07,983 할아버지는 폭탄 개발을 후회하지는 않았지만 887 01:03:08,067 --> 01:03:11,649 과학자들과 함께 이룬 성과를 888 01:03:11,733 --> 01:03:14,867 올바르게 다뤄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끼셨습니다 889 01:03:17,833 --> 01:03:21,816 오펜하이머는 폭탄 개발에 더는 참여하지 않기로 했죠 890 01:03:21,900 --> 01:03:24,049 그래서 연구소장직을 사임하고 891 01:03:24,133 --> 01:03:28,867 프린스턴 고등 연구소 소장으로 취임했습니다 892 01:03:29,633 --> 01:03:32,333 아인슈타인의 상사 격이죠 893 01:03:32,867 --> 01:03:36,449 오펜하이머는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과학자였고 894 01:03:36,533 --> 01:03:42,067 그 인지도를 이용해 영향력을 행사하기로 했습니다 895 01:03:43,967 --> 01:03:47,167 그래서 트루먼 대통령을 만나러 갔죠 896 01:03:48,400 --> 01:03:51,183 오펜하이머의 목적은 해리 트루먼에게 897 01:03:51,267 --> 01:03:55,367 핵무기 통제의 중요성을 알리는 것이었습니다 898 01:03:57,167 --> 01:03:59,533 그는 열심히 대통령을 설득했죠 899 01:04:00,400 --> 01:04:03,516 그런데 트루먼이 그의 말을 끊고 물었습니다 900 01:04:03,600 --> 01:04:05,049 '오펜하이머 박사' 901 01:04:05,133 --> 01:04:09,033 '러시아는 언제쯤 핵무기 개발에 성공할까요?' 902 01:04:10,333 --> 01:04:14,133 오펜하이머는 움찔하더니 대답했죠 903 01:04:14,767 --> 01:04:19,800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언젠가는 개발할 겁니다' 904 01:04:20,767 --> 01:04:24,600 그러자 트루먼은 '아뇨, 못 해요'라고 했습니다 905 01:04:27,567 --> 01:04:30,149 그때 오펜하이머는 트루먼 대통령이 906 01:04:30,233 --> 01:04:35,200 핵무기 기술에 관해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을 깨달았죠 907 01:04:36,233 --> 01:04:41,100 그리고 절대로 해서는 안 될 말을 했습니다 908 01:04:42,067 --> 01:04:45,616 대통령은 그의 말에 큰 모욕감을 느꼈습니다 909 01:04:45,700 --> 01:04:48,367 '각하, 제 손에는 피가 묻었습니다' 910 01:04:52,233 --> 01:04:56,016 일본에 폭탄 투하를 지시한 장본인에게 911 01:04:56,100 --> 01:04:59,767 절대로 해서는 안 될 말이었죠 912 01:05:01,133 --> 01:05:02,800 할아버지는 대통령에게 913 01:05:04,028 --> 01:05:06,449 강한 인상을 줘서 설득하려고 했지만 914 01:05:06,531 --> 01:05:08,233 말실수를 저질렀습니다 915 01:05:08,742 --> 01:05:11,049 할아버지는 매력적인 분이었지만 916 01:05:11,133 --> 01:05:15,830 힘 있는 윗사람들의 눈 밖에 나는 일이 많았죠 917 01:05:16,533 --> 01:05:20,667 트루먼은 대통령에 대한 도전을 용납하지 않았습니다 918 01:05:21,300 --> 01:05:24,683 트루먼은 오펜하이머를 집무실 밖으로 쫓아내며 919 01:05:24,767 --> 01:05:26,633 결정은 자기가 내린다고 했죠 920 01:05:28,133 --> 01:05:30,149 트루먼은 면담을 즉시 중지하고 921 01:05:30,233 --> 01:05:33,083 징징대는 저 과학자를 다시는 안 보겠다고 922 01:05:33,167 --> 01:05:35,333 보좌관에게 말했습니다 923 01:05:36,167 --> 01:05:38,233 "원자 폭탄 주의! 오늘의 뉴스" 924 01:05:39,133 --> 01:05:42,883 안전한 미래를 맞이할 유일한 방법은 925 01:05:42,967 --> 01:05:47,649 신뢰와 선의를 바탕으로 전 세계 사람들과 926 01:05:47,733 --> 01:05:49,567 협력하는 것뿐입니다 927 01:05:50,400 --> 01:05:53,149 오펜하이머는 폭탄 투하 직후 928 01:05:53,233 --> 01:05:57,133 국제 군비 축소를 장려하는 단체에 들어갔습니다 929 01:05:58,767 --> 01:06:00,749 하지만 봉인은 이미 풀렸고 930 01:06:00,833 --> 01:06:05,249 폭탄을 소유하는 국가가 세계 질서를 좌우하게 됐죠 931 01:06:05,333 --> 01:06:08,433 소련도 즉시 원자 폭탄에 주목했습니다 932 01:06:11,767 --> 01:06:15,549 1949년에 소련이 시행한 원자 폭탄 실험은 933 01:06:15,633 --> 01:06:17,883 세상을 충격에 빠트렸습니다 934 01:06:17,967 --> 01:06:20,116 "러시아 원폭 투하가 유엔 총회를 뒤흔들다" 935 01:06:20,200 --> 01:06:21,983 트루먼 대통령이 936 01:06:22,067 --> 01:06:24,649 러시아가 원자 폭탄을 터뜨렸다고 발표하자 937 01:06:24,733 --> 01:06:27,016 기자들은 플러싱메도로 달려갔습니다 938 01:06:27,100 --> 01:06:30,416 러시아의 비신스키가 유엔 연설을 위해 그곳으로... 939 01:06:30,500 --> 01:06:33,867 덕분에 미국은 복잡한 처지에 놓였습니다 940 01:06:34,367 --> 01:06:38,700 다른 나라도 핵무기를 보유하게 됐기 때문이죠 941 01:06:40,433 --> 01:06:43,983 핵무기를 보유한 두 국가 사이에 942 01:06:44,067 --> 01:06:47,467 전쟁이 발발할 가능성이 대두됐고 943 01:06:48,467 --> 01:06:51,633 그러면 양쪽 다 전멸하는 건 시간문제였습니다 944 01:06:52,400 --> 01:06:54,449 미리 대비해야 합니다 945 01:06:54,533 --> 01:06:56,449 원자 폭탄이 터졌을 때 946 01:06:56,533 --> 01:06:58,900 몸을 지키는 방법을 배워 봅시다 947 01:07:00,733 --> 01:07:03,949 그래서 몇몇 과학자와 정치인들은 948 01:07:04,033 --> 01:07:07,300 수소 폭탄을 만들어서 대비하자고 주장했습니다 949 01:07:07,867 --> 01:07:09,900 원자 폭탄의 다음 단계로 말이죠 950 01:07:13,400 --> 01:07:16,316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투하한 폭탄의 위력은 951 01:07:16,400 --> 01:07:18,933 "원자 폭탄 대 수소 폭탄" TNT 15킬로톤과 비슷합니다 952 01:07:19,433 --> 01:07:21,567 단위부터 어마어마하죠 953 01:07:23,867 --> 01:07:26,767 하지만 수소 폭탄의 위력은 954 01:07:27,267 --> 01:07:29,749 메가톤 단위로 넘어갑니다 955 01:07:29,833 --> 01:07:33,500 TNT 백만 톤과 맞먹죠 956 01:07:35,033 --> 01:07:36,949 "수소 폭탄, 15메가톤" 한마디로 차원이 다릅니다 957 01:07:37,033 --> 01:07:41,267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때보다 천 배는 강한 위력이죠 958 01:07:43,100 --> 01:07:45,949 거대한 수소 폭탄 하나로 959 01:07:46,033 --> 01:07:50,067 2차 대전 전체 희생자를 한 번에 죽일 수 있습니다 960 01:07:51,200 --> 01:07:54,549 오펜하이머가 보기에는 지나친 힘이었죠 961 01:07:54,633 --> 01:07:57,233 그는 수소 폭탄을 대량 학살 무기로 칭했습니다 962 01:07:58,115 --> 01:08:00,371 "3번 도로, 메사까지 2마일 TD구역" 963 01:08:01,000 --> 01:08:03,892 전쟁 막바지에는 다들 개발을 멈추길 바랐습니다 964 01:08:04,533 --> 01:08:05,600 저는 아니었죠 965 01:08:06,733 --> 01:08:11,349 수소 폭탄을 잘 아는 사람 중 개발에 찬성했던 사람은 966 01:08:11,433 --> 01:08:13,867 저 혼자뿐이었습니다 967 01:08:15,700 --> 01:08:18,516 에드워드 텔러는 헝가리계 유대인으로 968 01:08:18,600 --> 01:08:22,400 헝가리를 탈출해 미국으로 건너왔습니다 969 01:08:23,567 --> 01:08:26,667 2차 대전 중에 텔러는 로스앨러모스에서 일했죠 970 01:08:27,433 --> 01:08:30,916 하지만 원자 폭탄을 완성하기 전부터 971 01:08:31,000 --> 01:08:33,700 수소 폭탄에 집착했습니다 972 01:08:34,467 --> 01:08:38,783 텔러는 원자 폭탄을 오펜하이머의 작품으로 여겼고 973 01:08:38,867 --> 01:08:41,533 더 크고 좋은 것을 만들고 싶어 했습니다 974 01:08:43,000 --> 01:08:47,716 오펜하이머는 텔러에게 연구하는 건 좋지만 975 01:08:47,800 --> 01:08:49,300 만들지는 말자고 했죠 976 01:08:50,100 --> 01:08:51,567 불필요하다고 말입니다 977 01:08:52,267 --> 01:08:56,810 오펜하이머는 워싱턴에서 위원회의 책임자를 맡아 978 01:08:56,894 --> 01:08:59,200 수소 폭탄을 만들지 깊이 고민했습니다 979 01:09:00,067 --> 01:09:02,267 결정을 내려야 했죠 980 01:09:03,200 --> 01:09:07,883 다들 궁금해할 질문을 여쭤보죠 오펜하이머 박사님 981 01:09:07,967 --> 01:09:10,716 우리가 통제하지도 못할 물건을 982 01:09:10,800 --> 01:09:13,533 만들려는 건 아닐까요? 983 01:09:14,433 --> 01:09:19,067 수소 폭탄을 만들지 말지에 관한 결정은 984 01:09:19,833 --> 01:09:22,549 우리 도덕성의 근간을 건드리는 것입니다 985 01:09:22,633 --> 01:09:25,349 위원회가 내린 결정은 986 01:09:25,433 --> 01:09:27,916 수소 폭탄을 만들지 말자는 것이었습니다 987 01:09:28,000 --> 01:09:31,416 두려움에 휘둘리기만 한다면 988 01:09:31,500 --> 01:09:34,167 위기의 시대를 극복할 수 없습니다 989 01:09:35,100 --> 01:09:39,500 두려움에 대한 해답은 용기 속에 있죠 990 01:09:41,467 --> 01:09:43,649 오펜하이머가 반대 입장을 밝히자 991 01:09:43,733 --> 01:09:46,933 개발에 찬성하는 쪽은 격하게 반응했습니다 992 01:09:49,133 --> 01:09:53,783 공군은 더 강력하고 많은 폭탄을 원했습니다 993 01:09:53,867 --> 01:09:56,083 폭탄 한 개가 강력할수록 994 01:09:56,167 --> 01:09:58,367 비행기 한 대로도 큰 타격을 줄 수 있죠 995 01:09:59,533 --> 01:10:03,367 전략 공군 사령부는 소련 폭격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996 01:10:04,733 --> 01:10:06,683 오펜하이머는 차라리 997 01:10:06,767 --> 01:10:10,100 소련 폭격기를 요격하는 게 현명한 처사라고 했죠 998 01:10:11,433 --> 01:10:15,116 오펜하이머가 계속 공군에 반대 의견을 제시하자 999 01:10:15,200 --> 01:10:17,767 공군은 오펜하이머를 제거하려고 했습니다 1000 01:10:20,767 --> 01:10:25,349 1953년쯤 미국 정부 기관의 주요 인물 대부분이 1001 01:10:25,433 --> 01:10:27,400 오펜하이머를 적대했습니다 1002 01:10:28,367 --> 01:10:30,733 그중 한 명인 루이스 스트라우스가 1003 01:10:33,500 --> 01:10:36,200 원자력 위원회 의장으로 취임했습니다 1004 01:10:37,200 --> 01:10:39,816 저는 방금 태평양에서 1005 01:10:39,900 --> 01:10:43,233 열핵 폭탄 실험을 목격하고 돌아왔습니다 1006 01:10:44,033 --> 01:10:45,916 스트라우스는 취임 직후부터 1007 01:10:46,000 --> 01:10:48,767 오펜하이머를 눈엣가시로 여겼습니다 1008 01:10:49,600 --> 01:10:51,983 스트라우스는 오펜하이머와 다투고 1009 01:10:52,067 --> 01:10:54,616 몹시 화를 낸 적이 있죠 1010 01:10:54,700 --> 01:10:58,067 그래서 스트라우스는 음모를 꾸며서 1011 01:10:59,167 --> 01:11:02,267 오펜하이머를 쫓아내기로 했습니다 1012 01:11:03,679 --> 01:11:05,479 어떤 음모였을까요? 1013 01:11:05,667 --> 01:11:08,983 스트라우스는 한 가지 사실에 주목했습니다 1014 01:11:09,067 --> 01:11:14,249 오펜하이머가 1930년대 버클리 대학 시절에 1015 01:11:14,333 --> 01:11:17,367 좌익 성향 친구들과 어울렸다는 것이었죠 1016 01:11:18,333 --> 01:11:19,849 공산주의 1017 01:11:19,933 --> 01:11:22,849 미국의 삶을 파괴하는 이 사악한 시스템을 1018 01:11:22,933 --> 01:11:24,667 따르는 자는 누구일까요? 1019 01:11:26,300 --> 01:11:29,993 2차 대전 당시 소련은 미국의 동맹이었습니다 1020 01:11:30,076 --> 01:11:30,896 "공산당" 1021 01:11:30,999 --> 01:11:36,283 그래서 공산주의를 추종하거나 공산당원들과 어울리는 것이 1022 01:11:36,367 --> 01:11:38,800 그리 나쁜 일도 아니었죠 1023 01:11:39,767 --> 01:11:41,967 그런데 냉전에 접어들자 1024 01:11:43,167 --> 01:11:46,383 분위기는 돌변해서 1025 01:11:46,467 --> 01:11:50,549 과거 어떤 식으로든 공산주의와 관련된 사람은 1026 01:11:50,633 --> 01:11:52,333 안보를 위협하는 존재가 된 겁니다 1027 01:11:53,033 --> 01:11:55,949 우리 정부 안에 공산주의자가 없었다면 1028 01:11:56,033 --> 01:12:00,049 어째서 18개월이나 1029 01:12:00,133 --> 01:12:02,567 수소 폭탄 개발을 미뤘겠습니까? 1030 01:12:03,633 --> 01:12:06,216 그런 분위기에 떠밀려 결국 정부는 1031 01:12:06,300 --> 01:12:10,083 오펜하이머에게 줬던 기밀 정보 취급 권한을 1032 01:12:10,167 --> 01:12:12,233 박탈하기로 했습니다 1033 01:12:14,900 --> 01:12:18,683 30일 안에 권한을 포기하지 않으면 1034 01:12:18,767 --> 01:12:20,333 청문회에 출석해야 했죠 1035 01:12:23,900 --> 01:12:26,149 할아버지는 권한을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1036 01:12:26,233 --> 01:12:29,533 위험인물이라는 낙인을 인정하지 않으셨죠 1037 01:12:31,100 --> 01:12:33,080 오펜하이머는 그때 관뒀어야 합니다 1038 01:12:34,300 --> 01:12:36,800 전쟁을 승리로 이끈 원자 폭탄의 아버지도 1039 01:12:38,200 --> 01:12:39,733 못 알아보다니 1040 01:12:40,333 --> 01:12:41,367 됐다고 말이죠 1041 01:12:42,800 --> 01:12:47,067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오펜하이머는 싸우기로 합니다 1042 01:12:48,800 --> 01:12:52,949 워싱턴에 가기 전 그는 아인슈타인을 만나서 1043 01:12:53,033 --> 01:12:55,933 몇 주간 자리를 비우겠다고 말했습니다 1044 01:12:57,267 --> 01:13:01,533 아인슈타인은 펄쩍 뛰었죠 1045 01:13:03,200 --> 01:13:04,716 그리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1046 01:13:04,800 --> 01:13:07,867 '로버트, 당신은 원자 폭탄 그 자체예요' 1047 01:13:08,433 --> 01:13:10,469 '아쉬운 건 저쪽이라고요' 1048 01:13:10,552 --> 01:13:13,184 '그냥 관둬요 왜 사지로 들어가려고 해요?' 1049 01:13:14,467 --> 01:13:19,016 오펜하이머는 고개를 저으며 아인슈타인에게 말했죠 1050 01:13:19,100 --> 01:13:20,733 '당신은 이해 못 해요' 1051 01:13:22,100 --> 01:13:27,033 떠나는 오펜하이머를 보며 아인슈타인은 비서에게 1052 01:13:27,767 --> 01:13:29,100 '나르'가 따로 없다고 했습니다 1053 01:13:30,233 --> 01:13:32,033 이디시어로 '바보'란 뜻이죠 1054 01:13:37,367 --> 01:13:39,149 이번 주, 전 세계의 이목이 1055 01:13:39,233 --> 01:13:41,983 워싱턴 원자력 위원회에 집중됐습니다 1056 01:13:42,047 --> 01:13:45,449 오펜하이머 박사의 특별 안보 청문회가 1057 01:13:45,533 --> 01:13:47,449 이곳에서 열릴 예정이죠 1058 01:13:47,533 --> 01:13:50,133 최초의 원자 폭탄을 만든 학자인... 1059 01:13:51,533 --> 01:13:53,349 안보 청문회가 열리자 1060 01:13:53,433 --> 01:13:55,683 이것은 단순한 청문회가 아니라 1061 01:13:55,767 --> 01:13:58,916 재판이라는 사실이 곧 드러났습니다 1062 01:13:59,000 --> 01:14:03,549 수소 폭탄 개발에 반대했다는 새로운 혐의가 제기됐습니다 1063 01:14:03,633 --> 01:14:06,783 노골적이고 추잡한 공격이 계속됐습니다 1064 01:14:06,867 --> 01:14:09,849 변호사와의 대화를 불법 도청하고 1065 01:14:09,933 --> 01:14:13,167 검사 측에 넘겨서 일거수일투족을 예측했죠 1066 01:14:14,233 --> 01:14:16,583 위원회 측은 마음대로 FBI 기밀 자료를 봤지만 1067 01:14:16,667 --> 01:14:18,283 권한이 없는 오펜하이머는 1068 01:14:18,367 --> 01:14:21,100 자신에 관한 자료도 볼 수 없었습니다 1069 01:14:23,167 --> 01:14:26,400 오펜하이머는 진 태트록과 사귄 적이 있었고 1070 01:14:27,967 --> 01:14:32,000 동생은 여전히 공산당원이라는 의혹이 있었습니다 1071 01:14:33,400 --> 01:14:36,233 위원회는 이런 자료로 오펜하이머를 공격했죠 1072 01:14:39,833 --> 01:14:43,400 특히 치명적인 증거가 하나 있었습니다 1073 01:14:43,967 --> 01:14:46,883 2차 대전이 한창일 때 1074 01:14:46,967 --> 01:14:50,083 오펜하이머는 버클리의 자기 집에서 1075 01:14:50,167 --> 01:14:52,500 친구 호콘 슈발리에와 대화를 나눴죠 1076 01:14:53,267 --> 01:14:55,283 그때 호콘은 오펜하이머에게 1077 01:14:55,367 --> 01:15:00,049 원자 폭탄 정보를 소련에 넘길 방법이 있다며 1078 01:15:00,133 --> 01:15:01,533 넌지시 떠봤습니다 1079 01:15:02,267 --> 01:15:04,449 당시 오펜하이머는 이 말을 무시했지만 1080 01:15:04,533 --> 01:15:06,667 대화를 보고하지는 않았습니다 1081 01:15:07,600 --> 01:15:10,449 이미 공산당원들과 친한 것 때문에 1082 01:15:10,533 --> 01:15:14,033 보안 당국이 자신을 감시하는 걸 알았으니까요 1083 01:15:14,533 --> 01:15:17,767 그래서 눈에 띌 짓은 안 하려고 했죠 1084 01:15:18,700 --> 01:15:21,416 문제는 훗날 로스앨러모스 안보팀에서 1085 01:15:21,480 --> 01:15:24,049 이날의 대화에 관해 물었을 때 1086 01:15:24,133 --> 01:15:29,249 오펜하이머가 번번이 모호하게 답변하고는 1087 01:15:29,333 --> 01:15:30,833 대충 넘어갔다는 겁니다 1088 01:15:32,433 --> 01:15:36,600 위원들은 청문회에서 이 사실을 공격했습니다 1089 01:15:37,167 --> 01:15:41,333 그때 왜 솔직하게 답변하지 않았느냐면서요 1090 01:15:42,467 --> 01:15:44,567 오펜하이머는 대답했죠 '난 바보가 아니니까요' 1091 01:15:45,467 --> 01:15:48,600 어떻게 보면 그 순간 스스로 운명을 정한 겁니다 1092 01:15:51,833 --> 01:15:53,167 오펜하이머는 무너졌습니다 1093 01:15:54,333 --> 01:15:57,738 증언하려고 했지만 마음이 무너져 버렸죠 1094 01:15:59,567 --> 01:16:03,016 오펜하이머는 다시 정신의 불안정을 느꼈습니다 1095 01:16:03,100 --> 01:16:05,916 학창 시절처럼 말입니다 1096 01:16:06,000 --> 01:16:10,283 여름 캠프에 함께 참가한 아이들이 1097 01:16:10,367 --> 01:16:13,249 그를 얼음 저장고에 가뒀을 때처럼 1098 01:16:13,333 --> 01:16:16,267 오펜하이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죠 1099 01:16:19,200 --> 01:16:23,067 그는 소장직을 사임하고 자기 변론도 하지 않았습니다 1100 01:16:24,833 --> 01:16:29,183 비틀대던 오펜하이머에게 결정타를 날린 사람은 1101 01:16:29,267 --> 01:16:30,467 에드워드 텔러였습니다 1102 01:16:33,767 --> 01:16:36,267 텔러는 오펜하이머에게 불리한 증언을 했습니다 1103 01:16:37,000 --> 01:16:39,849 국가의 안보를 걱정한다면 1104 01:16:39,933 --> 01:16:43,567 다른 사람에게 소장직을 맡기는 게 낫다고 말이죠 1105 01:16:44,933 --> 01:16:48,300 오펜하이머와 친했던 한 과학자도 1106 01:16:48,900 --> 01:16:52,172 그의 등에 칼을 꽂은 것도 모자라 1107 01:16:52,256 --> 01:16:53,523 비틀기까지 했습니다 1108 01:16:56,067 --> 01:16:59,083 오펜하이머가 떠날 때 그 과학자는 악수를 청하며 1109 01:16:59,167 --> 01:17:00,667 유감이라고 말했습니다 1110 01:17:03,100 --> 01:17:05,867 오펜하이머는 그 과학자의 눈을 바라보며 말했죠 1111 01:17:07,267 --> 01:17:11,933 '에드워드, 그런 증언을 해 놓고 이건 무슨 뜻인지 모르겠네요' 1112 01:17:14,500 --> 01:17:17,583 오펜하이머는 매우 총명한 사람이었지만 1113 01:17:17,667 --> 01:17:21,249 조직적인 기득권층의 힘을 1114 01:17:21,333 --> 01:17:24,233 과소평가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1115 01:17:25,533 --> 01:17:28,567 그런 것에 홀로 맞서기는 힘들죠 1116 01:17:30,400 --> 01:17:33,200 결과는 예상대로였습니다 1117 01:17:34,232 --> 01:17:36,484 "미국 정부 탑A급 과학자 정직 처분" 1118 01:17:36,567 --> 01:17:39,416 저명한 과학자인 로버트 오펜하이머 박사가 1119 01:17:39,500 --> 01:17:42,183 원자력 위원회에 의해 정직 처분을 받아 1120 01:17:42,267 --> 01:17:43,533 온 나라가 들썩였습니다 1121 01:17:44,333 --> 01:17:48,383 기밀 취급 권한 박탈을 결정하는 투표가 진행됐죠 1122 01:17:48,467 --> 01:17:50,800 "원자 폭탄의 선구자가 정직되다" 1123 01:17:52,033 --> 01:17:55,583 전국 신문 1면이 이 소식으로 도배됐습니다 1124 01:17:55,667 --> 01:17:57,183 "원폭 개발 지휘자가 공산당이라는 매카시 의원의 말은 사실" 1125 01:17:57,267 --> 01:18:01,733 원자 폭탄과 수소 폭탄 개발에 공산당이 참여하고 있었습니다 1126 01:18:02,233 --> 01:18:06,433 그의 아내는 공산당 간부였음이 확실하며 1127 01:18:07,200 --> 01:18:09,700 동생도 당원으로 활발히 활동했죠 1128 01:18:11,033 --> 01:18:13,200 그는 정치의 희생양이 됐습니다 1129 01:18:14,667 --> 01:18:18,567 그 소식에 과학계는 얼어붙었습니다 1130 01:18:19,767 --> 01:18:24,216 최고로 유명한 원자 과학자도 한순간에 끌어내리는데 1131 01:18:24,300 --> 01:18:26,200 보통 과학자들은 말할 것도 없겠죠 1132 01:18:28,367 --> 01:18:31,683 학계 전체가 오펜하이머의 사례를 보고는 1133 01:18:31,767 --> 01:18:35,316 정치적 문제에 개입해 봤자 1134 01:18:35,400 --> 01:18:38,167 좋은 꼴은 못 본다고 생각했습니다 1135 01:18:38,667 --> 01:18:39,549 "국가 전복 혐의" 1136 01:18:39,633 --> 01:18:41,083 "국내 최고의 원자 과학자 정직되다" 1137 01:18:41,167 --> 01:18:45,433 정치에도 과학자들의 전문 지식이 필요한데 1138 01:18:46,133 --> 01:18:51,270 오펜하이머의 재판 때문에 학계의 도움을 받기 어려워졌죠 1139 01:18:57,933 --> 01:19:02,200 안보 재판 후 오펜하이머는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1140 01:19:03,433 --> 01:19:05,867 사람이 텅 빈 것 같았죠 1141 01:19:07,933 --> 01:19:11,171 식구끼리도 얘기가 나오면 속상하신 것 같았습니다 1142 01:19:15,733 --> 01:19:19,149 탐탁지 않아 하셔도 입 밖으로 꺼내진 않으셨죠 1143 01:19:19,233 --> 01:19:22,233 대놓고 언급하신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1144 01:19:24,600 --> 01:19:26,633 사과를 요구하지도 않으셨죠 1145 01:19:27,233 --> 01:19:30,067 그리고 다시 옛 생활로 돌아가셨습니다 1146 01:19:31,567 --> 01:19:34,083 프린스턴 연구소 소장직은 유지했지만 1147 01:19:34,167 --> 01:19:36,483 물리학 연구에서는 손을 뗐습니다 1148 01:19:36,567 --> 01:19:37,849 "풀드 홀" 1149 01:19:37,933 --> 01:19:39,900 우울한 나날이었죠 1150 01:19:40,467 --> 01:19:43,249 아인슈타인 교수님도 아직 여기 계시죠? 1151 01:19:43,333 --> 01:19:46,333 네, 그럼요 1152 01:19:47,267 --> 01:19:49,067 가끔 전화가 오나요? 1153 01:19:50,000 --> 01:19:52,949 가끔 연락하세요 1154 01:19:53,033 --> 01:19:56,549 신문에서 저에 관한 나쁜 기사를 보시면 1155 01:19:56,633 --> 01:20:00,949 전화해서 괜찮다며 위로해 주시죠 1156 01:20:01,033 --> 01:20:04,133 오펜하이머는 투지를 잃었습니다 1157 01:20:04,633 --> 01:20:07,949 핵무기 개발과 관련된 1158 01:20:08,033 --> 01:20:13,700 어떤 이야기를 들어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죠 1159 01:20:14,600 --> 01:20:16,316 "풀드 홀" 오펜하이머 박사님 1160 01:20:16,400 --> 01:20:20,000 미국의 원자력 정책은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까요? 1161 01:20:20,500 --> 01:20:23,749 대답하기 곤란한 질문이군요 1162 01:20:23,833 --> 01:20:26,916 저와는 관계없는 사안이어서요 1163 01:20:27,000 --> 01:20:32,800 저는 그 분야 일을 걱정할 처지가 못 됩니다 1164 01:20:35,000 --> 01:20:37,549 한스 베테는 오펜하이머가 1165 01:20:37,633 --> 01:20:40,733 우리 중에서 가장 머리가 좋다고 했습니다 1166 01:20:41,533 --> 01:20:43,949 그런데 노벨상도 못 받았죠 1167 01:20:44,033 --> 01:20:46,749 20세기의 위대한 물리학자들조차 1168 01:20:46,833 --> 01:20:49,449 한 수 접고 들어간 이런 우수한 인재가 1169 01:20:49,533 --> 01:20:52,270 전공 분야인 물리학에서 1170 01:20:52,353 --> 01:20:55,563 왜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을까요? 1171 01:20:56,667 --> 01:20:59,967 할아버지의 일생은 과학을 빼고 논할 수 없습니다 1172 01:21:01,167 --> 01:21:04,283 과학 관련 이야기를 하실 때는 애정이 묻어났죠 1173 01:21:04,367 --> 01:21:07,733 지식을 널리 알리는 데 보람을 느끼셨습니다 1174 01:21:08,233 --> 01:21:13,316 마이너스 입자와 중성자 플러스 입자가... 1175 01:21:13,400 --> 01:21:17,767 할아버지의 블랙홀 연구는 노벨상감이었습니다 1176 01:21:20,367 --> 01:21:25,016 1939년, 오펜하이머는 별이 붕괴할 때 생기는 1177 01:21:25,100 --> 01:21:29,767 블랙홀의 개념에 관한 최초의 논문을 썼습니다 1178 01:21:31,067 --> 01:21:34,749 블랙홀이라는 개념을 처음 떠올린 것이죠 1179 01:21:34,833 --> 01:21:36,333 대단한 일입니다 1180 01:21:38,200 --> 01:21:42,467 오펜하이머가 죽기 전에 실제 블랙홀이 발견됐다면 1181 01:21:44,033 --> 01:21:46,667 분명히 노벨상을 받았을 겁니다 1182 01:21:49,700 --> 01:21:54,933 1966년, 오펜하이머는 식도암 진단을 받았습니다 1183 01:21:55,900 --> 01:21:58,967 오랜 세월 담배를 피운 탓이었죠 1184 01:22:01,433 --> 01:22:04,949 그리고 1967년 초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1185 01:22:05,033 --> 01:22:07,783 "원자 폭탄 개발을 이끈 J. 로버트 오펜하이머 박사 별세" 1186 01:22:07,867 --> 01:22:12,200 오펜하이머의 생애는 20세기를 관통하는 이야기입니다 1187 01:22:12,733 --> 01:22:15,949 20세기에 만들어진 핵무기는 1188 01:22:16,033 --> 01:22:17,767 지금도 세상을 좌우하죠 1189 01:22:18,433 --> 01:22:22,633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고 앞으로도 계속될 겁니다 1190 01:22:27,167 --> 01:22:28,439 원자 폭탄은 현실입니다 1191 01:22:29,633 --> 01:22:31,016 폭탄은 이미 탄생했죠 1192 01:22:31,100 --> 01:22:33,883 공산당에 가입한 적이 있다든가 1193 01:22:33,967 --> 01:22:36,849 히로시마의 민간인들을 희생시켰다는 것으로 1194 01:22:36,933 --> 01:22:39,016 오펜하이머를 비난할 수도 있지만 1195 01:22:39,100 --> 01:22:41,333 중요한 건 폭탄이 있다는 겁니다 1196 01:22:43,000 --> 01:22:44,667 우리에게 남은 유산이죠 1197 01:22:46,333 --> 01:22:50,100 핵무기를 올바르게 다루려면 끝없이 노력해야 할 겁니다 1198 01:22:54,500 --> 01:22:56,933 인류의 운명은 위태롭습니다 1199 01:22:57,800 --> 01:23:01,250 작은 폭탄 하나로도 끔찍한 비극이 벌어졌죠 1200 01:23:01,800 --> 01:23:05,733 지금은 훨씬 더 치명적인 무기도 존재합니다 1201 01:23:08,100 --> 01:23:11,833 핵무기를 없애야 한다는 의견이 많이 들립니다 1202 01:23:12,933 --> 01:23:16,167 저도 그 의견에 깊이 공감합니다 1203 01:23:18,400 --> 01:23:23,900 반드시 합의점을 찾아야 합니다 1204 01:23:26,600 --> 01:23:31,200 오펜하이머가 살아 있다면 제 말에 동의할 겁니다 1205 01:23:33,090 --> 01:23:33,933 1 1206 01:23:35,233 --> 01:23:37,267 모르는 체해서는 안 됩니다 1207 01:23:38,000 --> 01:23:42,600 원자 폭탄으로 무엇을 하든 세상은 예전 같지 않을 겁니다 1208 01:23:43,933 --> 01:23:48,667 폭탄을 제조하는 방법을 없애는 건 불가능하니까요 1209 01:23:54,267 --> 01:23:57,183 물리학자 J. 로버트 오펜하이머는 1210 01:23:57,267 --> 01:24:00,500 원자 폭탄의 아버지로 유명합니다 1211 01:24:02,067 --> 01:24:06,867 시간이 지난 현재 역사가 그를 새롭게 평가했죠 1212 01:24:08,300 --> 01:24:11,649 2022년 말, 에너지부는 1213 01:24:11,733 --> 01:24:16,067 보안 청문회 결과를 취소하기로 했습니다 1214 01:24:16,567 --> 01:24:18,316 "원자력 위원회의 조사는 엉망진창" 1215 01:24:18,400 --> 01:24:22,883 매카시즘이 유행할 때 치른 마녀사냥식 재판은 1216 01:24:22,967 --> 01:24:24,633 국가적인 비극이었습니다 1217 01:24:26,067 --> 01:24:28,933 이 나라에서 재발해선 안 될 일입니다 1218 01:24:29,900 --> 01:24:33,267 오랜 기다림 끝에 이루어진 뜻깊은 조처입니다 1219 01:24:35,233 --> 01:24:37,200 하지만 슬픈 일이기도 하죠 1220 01:24:37,700 --> 01:24:42,100 J. 로버트 오펜하이머는 살아서 누명을 벗지 못했으니까요 1221 01:24:45,200 --> 01:24:49,467 과학은 삶의 조건을 근본적으로 바꿔 놓았습니다 1222 01:24:50,633 --> 01:24:54,222 물질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말이죠 1223 01:24:57,867 --> 01:25:01,333 오펜하이머의 영향력은 지금도 살아 있습니다 1224 01:25:02,400 --> 01:25:05,400 우리는 과학을 떠받들면서도 두려워하죠 1225 01:25:07,433 --> 01:25:10,500 오펜하이머는 그 양면성을 여실히 보여 줬습니다 1226 01:25:12,133 --> 01:25:14,500 오펜하이머는 세상을 바꿨습니다 1227 01:25:15,567 --> 01:25:18,200 이제는 옛날로 돌아갈 수 없죠 1228 01:25:19,133 --> 01:25:21,183 하지만 인류가 무엇을 할 것이며 1229 01:25:21,267 --> 01:25:24,683 무슨 생각을 하고 무엇을 해야 할지에 관해 1230 01:25:24,767 --> 01:25:26,816 자유롭게 질문할 수 있다면 1231 01:25:26,900 --> 01:25:28,967 과학은 퇴보하지 않을 겁니다 1232 01:25:29,600 --> 01:25:32,700 그리고 자유 그 자체는 결코 사라지지 않습니다 1233 01:27:09,890 --> 01:27:11,890 자막: 김효영 1090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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