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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독창적인
생각이라는 게 있을까?

 

이 대머리 안에?

 

내가 좀 더 행복했다면
탈모가 안 왔을지도 몰라

 

인생은 짧아
최대한 즐겁게 살아야지

 

오늘은 내 남은 생의 첫날이다

 

난 진부함 덩어리야

 

병원에 가서 의사한테
다리를 진료받아야 해

 

뭔가 이상해, 혹이 났어

 

치과에서 또 전화가 왔어
검진받을 때가 지났다고

 

미루는 습관을 고쳤다면
난 더 행복했을 거야

 

내가 하는 일이라곤
퍼질러 앉아 있는 것뿐

 

뚱뚱하지 않았으면
더 행복했을 텐데

 

그럼 셔츠 자락을 내놓고
다닐 필요도 없겠지

 

그런다고 날씬해 보이나

 

난 뚱보야

 

조깅을 다시 시작해야지
하루에 8km씩 달릴 거야

 

이번엔 꼭 하고 말 거야
암벽 등반에 도전해 볼까

 

내 삶의 방향을 돌려야 한다

 

그러려면 뭐가 필요하지?
사랑에 빠져야 해

 

여자 친구가 필요해

 

책도 많이 읽고
나 자신을 갈고닦아야지

 

러시아어를 배우는 건 어떨까?

 

아니면 악기를 배우거나?
중국어를 배워도 괜찮겠군

 

중국어 하는 각본가, 멋지잖아
오보에 연주법도 배우고

 

그럼 진짜 멋질 텐데
머리도 짧게 잘라야지

 

머리카락이 풍성한 척
남들을 속이지 말자

 

정말 한심하잖아
진실하고 당당해야지

 

여자들은 그런 데
매력을 느끼니까

 

남자가 꼭 매력적일
필요는 없지

 

하지만 요즘은
꼭 그렇지도 않거든

 

요샌 남자도 여자만큼
외모 때문에 부담을 느껴

 

왜 내 존재에 대해
남에게 사과해야 하지?

 

뇌 속의
화학 물질 때문인가 봐

 

그게 내 문제인지도 몰라
화학적 불균형!

 

내 모든 문제와 불안감은
화학적 불균형 때문이거나

 

뇌의 시냅스가 잘못된 거야

 

치료를 받아야겠어

 

그래도 못난 외모는
달라지지 않잖아

 

그걸 바꿀 길은 없어

 

조용히 하세요!
조용히 하라고요! 알았죠?

 

"존 말코비치 되기' 세트에서
1998년 여름'

 

오늘은 카메라 문제를
해결해 봅시다

 

'존 말코비치
배우'

 

각 촬영 사이의 시간을
가능하면 최소화해요

 

분장용 가면을 쓰면
상당히 더우니까요, 알았죠?

 

다들 그 점을 명심해 주세요

 

촬영하는 데 방해되니까
다들 얼쩡거리지 마요

 

나 때문에 하는 말이 아니라
분장한 배우들 때문이에요

 

- 고마워요, 존
- 많이 답답할 텐데

 

- 난 이 옷 좋아요
- 잘됐군요

 

좋아요, 방금 그 충고
다들 명심하세요

 

'토머스 스미스
제1 조감독'

 

다들 기억하시고
대기해 주세요

 

- 네, 이쪽으로 오세요
- 테이블에서 조금 멀게

 

'랜스 어코드
촬영감독'

 

'찰리 코프먼
각본가'

 

- 이제 준비된 것 같군요
- 잠시 기다려요

 

관계자 아니면 나가 주세요

 

거기 계시면 안 돼요
나가 주세요

 

- 네, 180cm짜리로 가져와요
- 네

 

내가 뭐 하는 거지?
여긴 왜 온 거야?

 

다들 내 이름조차 몰라

 

벌써 40살이나 됐는데
이해 못 하는 것투성이야

 

난 왜 여기 있을까?
어쩌다 여기 온 거지?

 

'캘리포니아주 할리우드'

 

'40억 년하고도 40년 전'

 

다리가 아파, 암이면 어쩌지?

 

혹이 느껴져
맙소사, 땀이 줄줄 흐르네

 

제발 땀이 멈춰 줬으면

 

이마에 땀 흐르는 게
저 여자에게도 보일까?

 

내 이마선을 봤어
대머리라고 생각할 거야

 

- 정말 대단하세요
- 뭘요

 

감사합니다, 기분 좋네요

 

'존 말코비치 되기' 각본에
다들 푹 빠졌어요

 

- 감사합니다
- 어조가 참 독특하던데

 

작가님 두뇌로 이어진
통로를 찾고 싶어요

 

그래 봤자 재미없을걸요

 

저희 프로젝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일단 원작은 아주 멋지네요

 

"난초 도둑'
수전 올리언'

 

- 라로슈란 캐릭터 재밌죠?
- 맞아요

 

올리언은 난초를
아주 흥미롭게 그려 냈고요

 

플로리다와 난초 채집
원주민에 대한 작가의 사색에

 

'뉴요커'지 기자다운
감각도 가미됐죠

 

그 본질은 유지하고 싶어요

 

인위적인 구성으로
영화를 끌고 가기보다

 

그냥 자연스럽게
존재하게 만들고 싶어요

 

멋진데요!

 

정확히 무슨 뜻인지는
모르겠지만요

 

저도 정확히
무슨 뜻인지 모르겠어요

 

그냥 할리우드식으로
망가뜨리기 싫다는 거죠

 

난초 강탈에 초점을 맞춘
액션물이나

 

난초 대신 양귀비로 바꾼 다음

 

마약 밀거래 영화로
만드는 식으로요

 

- 알겠어요
- 꽃에 대한 영화도 있어야죠

 

저희가 낸 아이디어는요

 

수전 올리언과 라로슈가
사랑에 빠지는 내용인데...

 

그건 알겠는데 정사 장면을
마구 구겨 넣기는 싫어요

 

총이나 추격전 장면도요

 

아니면 영화 속 인물들이

 

심오한 교훈을 깨닫거나

 

성장하거나
서로 좋아하게 되거나

 

끝부분에서 난관을 극복하고
성공하는 설정도 싫어요

 

이 책의 내용은
그렇지 않으니까요

 

그리고 아시다시피
삶 역시 그렇지 않고요

 

그 점에 대한
제 견해는 확고합니다

 

"뉴요커'지 사무실, 3년 전'

 

존 라로슈는 키가 크고
비쩍 마른 남자죠

 

눈은 흐리멍덩하고
어깨는 구부정해요

 

앞니는 다 빠졌지만
날카로운 외모의 미남이죠

 

'난초 기초'

 

'뉴요커'지 기사를 쓰러
2년 전 플로리다에 갔어요

 

백인 남성 한 명과
세미놀족 남성 세 명이

 

파카해치 스트랜드
주립 보호 구역에서

 

희귀종의 난초를 훔치다
체포됐다는 기사를 읽었죠

 

'플로리다 29번 주립 도로
2년 전'

 

자연도태는 전적으로
각 존재에 유익하게 작용합니다

 

'찰스 다윈 저작집'

 

모든 육체적, 정신적 자질은
완벽을 향해 발전합니다

 

얽혀 있는 강둑을 바라보는
경험은 흥미롭습니다

 

폴리리자 린데니

 

유령 난초

 

잘라내, 러셀

 

'파카해치 스트랜드
주립 보호 구역'

 

- 안녕하십니까
- 네

 

그 베갯잇들 속에 뭐가
들어 있는지 물어도 될까요?

 

그럼요, 얼마든지
물어보셔도 되죠

 

- 지금 묻고 있잖소
- 알았어요

 

어디 봅시다

 

브로멜리아드 여섯 종에

 

페페로미아 한 종
난초 아홉 종입니다

 

총 130포기 정도
되는 것 같은데요

 

제 동료들이
늪에서 뽑아낸 거죠

 

주립 보호 구역 내의 동식물을
제거하면 불법인 거 아시죠?

 

네, 그리고
잊지 마셔야 할 게

 

여기 있는 식물은
전부 멸종 위기종입니다

 

내 말이 그 말입니다

 

이곳은 주립 보호 구역이에요

 

그렇죠

 

- 그런데...
- 제 동료들은 세미놀족이죠

 

제가 말했던가요?

 

'플로리다 대 제임스 빌리'
재판에 대해 아실 겁니다

 

세미놀족 추장 제임스 빌리가
플로리다 퓨마를 죽였는데...

 

전 세계에 남은 40마리 중
한 마리랬나?

 

- 맞아요
- 40마리

 

그런데도 플로리다는
추장을 기소할 수 없었죠

 

그건 북미 원주민의 권리니까요

 

혐오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죠

 

당신이나 나 같은
백인 환경 운동가들에게는요

 

- 그래도...
- 그 외에도 세 번이나

 

종려잎을 채취한다는 이유로
세미놀족을 기소하려 했죠

 

그건 세미놀족의 전통 가옥
지붕을 엮는 재료인데도요

 

전통 가옥 지붕에
종려잎 쓰는 거 맞지?

 

맞아요, 종려잎으로
전통 가옥 지붕을 엮어요

 

- 네
- 맞아요

 

거봐요

 

그건 알겠는데...

 

아직은 보내 드릴 수 없습니다

 

-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 그러죠

 

찰리? 형이야?

 

점심 먹었어?

 

냉장고에 있던
새우 칵테일 먹었는데

 

혹시 형 거야?

 

아니어야 할 텐데

 

기억이 안 나서 그냥 먹었어

 

지금부터 각자 음식에
이름표를 붙이면 어때?

 

- 왜 그러고 있어?
- 허리가 아파서

 

형, 좋은 소식이야
날 쫓아낼 기회라고

 

- 취직이라도 한 거야?
- 북소리 깔아 주시고

 

나도 형처럼 각본가가 될래

 

내가 쉽게 돈 벌려고
그런다고 생각하지?

 

나 이번엔 제대로 할 거야

 

사흘짜리 세미나 듣는데
500달러밖에 안 하더라

 

'바이올리니스트
어밀리아 캐번'

 

각본가 교육 세미나는
다 쓸데없는 짓거리야

 

이론상으론 그럴지 몰라도
이 세미나는 달라

 

업계에서 아주 높게 쳐준대

 

도널드
"업계"라는 표현 쓰지 마

 

미안, 깜빡했어

 

형, 실력 있는 강사야

 

전국에서 학생들이 몰려드는
유명 강사라고

 

최대한 빨리 갚을게

 

- 내 말 들어 봐
- 그래

 

해답을 안다고 주장하는
작자들의 속셈은

 

절박한 이들을 등쳐 먹는 거야
종교만 봐도 알잖아

 

형이 설명할 동안
나 좀 드러눕자

 

미안, 사과할게

 

계속 말해 봐

 

- 그래서...
- 미안, 이제 얘기해

 

규칙은 없어, 도널드

 

글쓰기의 규칙을 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규칙이 아니라니까
글쓰기 원칙을 알려 준대

 

매키에 의하면 규칙은
"이런 식으로 해야 한다"야

 

반면, 원칙은

 

"이 방법은 통한다
그리고 언제나 통했다"지

 

이번에 들어가는 작품은
꽃에 대한 거야

 

아무도 꽃에 대한 영화를
만든 적이 없어

 

- 지침 삼을 만한 게 없지
- '앨저넌에게 꽃을'은?

 

- 그건 꽃 얘기가 아니야
- 아니라고?

 

- 영화도 아니고
- 미안, 제목만 들어 봤어

 

계속해 봐

 

네가 뭔가 새로운 걸
시도하고 싶다면

 

그런 선생들은 피하는 게 좋아

 

그리고 작가라면 자고로
미지의 세계를 지향해야 해

 

네가 비행기 모형을
만드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지

 

매키는 풀브라이트
장학생 출신이야, 형

 

형은 풀브라이트 장학금
받아 봤어?

 

뭐라고 말 좀 해 봐

 

억지로 끌고 와 놓고
지금 뭐 하는 거야?

 

무슨 말이든 해서
어밀리아를 웃게 하라고

 

난 파티가 싫어
여기 왜 왔나 몰라

 

우리가 젊고 앞서가는
유행의 선구자라서?

 

바닥에 주저앉은
늙은 패배자가 아니고?

 

맙소사, 찰리
너무 심하다...

 

좋아

 

당신을 뜯어고쳐 보자고

 

찰리 코프먼 씨의 문제를
이번 기회에 해결하는 거야

 

- 좋아
- 어디 보자

 

뭘 어떻게 하면 좋을까?

 

- 그 각본 맡았다니 기뻐
- 그래?

 

당신은 잠시 자신에게서
벗어날 필요가 있어

 

그러면 더 폭넓은 시각으로
자연을 볼 수 있을 거야

 

나한테 이 일을 맡기다니
실감이 안 나

 

그때 점심 자리에서
얼마나 진땀을 흘렸는지...

 

목소리도 높이고
한마디로 엉망이었어

 

상대가 예뻐서
긴장했던 거겠지!

 

그건 어떻게 알았어?

 

우리 안 지 8개월 됐거든
그 정도는 안다고

 

어쨌든 다음으로
뭘 하면 좋을까?

 

우선 외관부터 바꿔야 해

 

그 플란넬 셔츠는
이제 당신한테 안 어울려

 

오늘 같이 외출해 줘서
고마워, 어밀리아

 

어떻게 시작하지?

 

어떻게...

 

어떻게 시작하는 게 좋을까?

 

배가 고프다

 

커피를 마셔야겠어

 

커피를 마시면
생각이 떠오를 거야

 

그러지 말고 뭔가 쓴 후
그 상으로 커피를 마시자

 

커피에 머핀도 곁들여서

 

좋아, 먼저 주제를
설정해야 하는데...

 

바나나 너트 머핀이 좋겠어

 

맛있잖아

 

난초 채집가는
아주 위험한 직업이다

 

'베네수엘라 오리노코강
100년 전'

 

빅토리아 시대의 난초 채집가
월리엄 아널드는

 

난초 채집 원정 중
강에 빠져 익사했다

 

'보르네오섬 키나발루'

 

오스머스는 아시아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중국 시솽반나'

 

오거스터스 마거리는

 

치통과 류머티즘
흉막염, 이질을 이겨냈으나

 

채집 여행을 마치고
바모를 지나다 살해당해

 

일생을 마감했다

 

라로슈는 난초를 사랑했지만

 

어쩌면 그는 난초를
사랑한 것만큼이나

 

난초 채집의 어려움과 위험을
사랑했던 것이리라

 

전 원예 전문가로
12년 동안 활동했습니다

 

'마이애미주 플로리다
6개월 후'

 

원예원도 운영했는데
허리케인에 다 쓸려 갔죠

 

또 원예 전문
강사이기도 합니다

 

원예법에 대한 강의를
60여 차례 진행했어요

 

저술 활동도 합니다
잡지에 기고하고 책도 냈죠

 

난초와 관련된
광범위한 경험을 했습니다

 

또 무균 배양 상태에서

 

난초의 무성 미소
대량 증식도 해 봤죠

 

그건 실험실에서
해야 할 일이죠

 

일반적인 원예와는 달라요

 

저처럼 똑똑한 사람은
또 없을 겁니다

 

- 감사합니다
- 천만에요

 

라로슈 씨?
수전 올리언이라고 해요

 

'뉴요커'지 기자죠
저희 잡지는...

 

'뉴요커'지라면 저도 압니다

 

'뉴요커'지를 모르면
간첩이죠, 안 그래요?

 

네, 맞아요

 

라로슈 씨의 상황에 대해
특집 기사를 쓰고 싶어서요

 

그래요?

 

이걸 기사로 낸다고요?

 

난 이런 재판 따위
신경 안 써요

 

내가 옳으니까
대법원까지 갈 거요

 

저 판사에게
따끔한 맛 좀 보여 주게

 

'아쿠아 월드'

 

- 정말 기사 써 줄 거요?
- 그럼요

 

'이모칼리'

 

'빅사이프러스 늪지'

 

영화는 29번 국도에서
시작된다

 

낡은 흰색 밴이
끼익 소리를 내면서

 

파카해치 스트랜드
주립 보호 구역으로 향한다

 

밴의 운전사는
앞니가 없는 마른 남성으로

 

그가 바로 존 라로슈다

 

좀 쉬어야겠다

 

- 시벨리우스 협주곡 좋았어
- 나도, 끝내줬어

 

- 끝부분은 좀 이상했지만
- 맙소사, 열정적인 거야

 

기쁨의 표현이라고

 

독주자 정말 잘하더라
음색도 아름답고 아주 정교했어

 

진짜 넋 놓고 들었어

 

- 나도 그럴 수 있으면 좋겠다
- 당신도 잘하잖아

 

찰리, 난 잘해 봤자
중간 정도밖에 안 돼

 

그래도 난 당신 연주
듣는 게 좋아

 

고마워, 찰리

 

좋아

 

다 왔네

 

그럼...

 

이젠 뭐 할 거야?

 

곧장 자러 갈 거야
내일 할 일이 많거든

 

그럼 잘 자

 

외박할 수도 있는데

 

각본 쓰느라
워낙 끙끙대는 중이라서

 

너무 좁게 생각했던 것 같아

 

그냥 라로슈 얘기만
쓰는 것으론 부족해

 

난 꽃에 관해 쓰고 싶었거든

 

어쨌든 감이 안 잡혀
요즘 잠도 잘 못 잤고

 

그러니까 집에 들어가서
푹 자는 게 좋을 것 같아

 

그래야 아침에
상쾌하게 시작하지

 

그것만 아니면
외박해도 괜찮을 텐데

 

당신 심정 알아

 

곧 돌파구를 찾길 빌어, 찰리

 

고마워, 나랑 같이
외출해 준 것도 고맙고

 

응, 나도 즐거웠어

 

다음 주말에 샌타바버라의
난초 박람회에 가야 하는데

 

같이 가면 어떨까?

 

그건 좀...

 

다음 주말은 힘들 것 같아

 

안 될 것 같아

 

다른 계획이 있어, 미안해

 

알았어

 

그래, 그럼 잘 자...

 

안녕, 찰리

 

왜 안 들어갔지? 난 겁쟁이야

 

등신 같긴!키스라도 할걸
다 망쳐 버렸어

 

지금이라도 가서
노크하고 키스할까?

 

나름 낭만적일 거야

 

나중에 애들한테
들려주기 좋은 얘깃거리지

 

당장 가서 키스하는 거야

 

'플로리다, 3년 전'

 

- 안녕하세요
- 네

 

- 데리러 와 줘서 고마워요
- 똥차니까 각오해요

 

그래도 성공하면
멋진 차로 바꿀 겁니다

 

당신 차는 뭐죠?

 

그게... 렌터카예요

 

- 쉐보레 루미나죠
- 그거 좋은데

 

나도 그거로
한 대 뽑을까 봐요

 

갑시다

 

저 사람들 운전을
어디서 배운 거야?

 

세상이 미쳐 돌아가네요

 

솔직히 당신에 대해 감탄했어요

 

원예 업계에서
많은 업적을 이뤘더군요

 

기억해야 할 점은

 

난 평생 돈 되는 식물을
찾아다녔다는 거요

 

- 그게 바로 유령이죠
- 왜 유령 난초인가요?

 

'더럽고 냄새나는 차'

 

일단 아주 희귀한 품종이고

 

그 재배법을 아는 사람은
세상에 나뿐이니까

 

원주민들을 시켜
그걸 늪에서 따려고 했죠

 

조사해 봤더니

 

내가 직접 손대지만 않으면
법적으로 문제가 없더군요

 

그걸 재배해서 판매하면
불법 채취도 근절되겠죠

 

난 영웅이 되고
난초들은 멸종을 면하고

 

라로슈와 대자연
모두 승리하는 거요

 

좋은데요

 

'과대망상'

 

마지막 부분 받아 적었어요?

 

네, 적었어요

 

난초는 지구에서
가장 관능적인 화초다

 

'난초'라는 이름은 라틴어
'오르키스'에서 유래됐고

 

이는 고환을 의미한다

 

저기, 형

 

내가 쓴 각본
엄마한테 영업했어

 

굳이 영업이라고 말해야 하니?

 

미안, 어쨌든 엄마가 그러는데

 

'양들의 침묵'과
'사이코'의 만남 같대

 

둘이 합작하면 어때?

 

엄마가 이야기 구조를
잘 잡는다더라

 

어밀리아는 요즘
왜 놀러 안 와?

 

작업 걸었다 잘 안됐어?

 

'세미놀 원예원'

 

안녕하세요?

 

존 라로슈 씨를 찾는데요

 

안녕하세요

 

반가워요

 

존에 관한 기사를 쓰고 있어요

 

- 존을 만나고 싶은데요
- 오늘은 여기 없어요

 

그때 존과 함께
늪에 가셨던 분이죠?

 

- 법정에서 봤어요
- 네

 

매슈 오시올라입니다

 

수전 올리언이에요
만나서 반가워요

 

잠시 얘기 좀 해도 될까요?

 

이곳의 운영 방식을
파악하고 싶어서요

 

머릿결이 참 아름답군요

 

고마워요...

 

고마워요, 그게...

 

오늘 아침에 감고 나왔어요

 

새로 산 컨디셔너를 썼죠

 

난 당신의 슬픔이 보여요

 

사랑스럽군요

 

그냥 피곤할 뿐이에요
다른 문제는 없어요

 

그럼 잠시 얘기 좀 할까요?

 

- 그냥 배경지식을 좀...
- 난 당신과 할 말 없어요

 

기분 나쁘게 생각 마세요

 

우리 원주민들 방식이니까

 

앙그라이쿰 세스퀴페달레

 

정말 아름다워

 

다윈도 이 난초에 대해
쓴 바 있죠

 

찰스 다윈!
진화론의 대부 말입니다

 

그래요

 

꿀샘이 안쪽
깊숙한 곳에 있어요

 

다윈은 이 난초를
수정시키는 나방은

 

주둥이 길이가 30cm나
될 거란 가설을 세웠죠

 

모두 다윈이 미쳤다고
생각했지만

 

실제로 프로보시스 길이가
30cm인 나방이 발견됐죠

 

- 그건 코나 주둥이를 뜻해요
- 그 뜻은 나도 알아요

 

주제에서 벗어나지 말죠
지식 자랑하는 것도 아니고

 

내 말은, 얼마나
놀랍냐는 거예요

 

이곳의 모든 꽃은
그 수정을 담당하는 곤충과

 

특별한 관계를 맺고 있죠

 

어떤 난초는
특정 곤충처럼 생겨서

 

그 모습에 매혹된
곤충이 다가오죠

 

꽃이 자기 짝이라고
착각하는 거예요

 

그리고 열심히
꽃과 교미를 합니다

 

행위가 끝나면
벌레는 꽃을 떠나고

 

또 다른 꽃에 다가가
열심히 구애합니다

 

그러면서 수정이 되죠

 

그 행위가 얼마나 중요한지는

 

난초도, 곤충도
이해하지 못해요

 

그들의 행위 덕분에 세상이
유지된다는 걸 알 리 없지만

 

그건 사실이죠

 

동물과 식물이
본능대로 움직임으로써

 

더 크고 놀라운 현상이
일어나는 겁니다

 

이는 어찌 보면
삶의 방식을 보여 주죠

 

삶의 유일한 척도는
마음을 따르는 것이며

 

일단 자신만의 꽃을
발견한 곤충은

 

어떤 간섭도
용납하지 않는다는 거예요

 

정말 독특한 캐릭터야
앞니가 없어

 

- 그래도 상관없나 봐
- 왜 치료를 안 받나 몰라

 

그 정도로 관리 안 하면
거의 사회성 장애 아닌가?

 

그래도 입으로 애무할 땐
훨씬 나을걸

 

어쨌든 굉장한 캐릭터야

 

수전이 노다지를 캔 것 같은데

 

어쩌면 그럴지도 모르지
그는...

 

존은 아버지와 살면서
돌아가신 어머니에게 집착하고

 

안경 끈 달린 선글라스를
대롱대롱 매달고 다녀

 

그거 맘에 드네

 

- 밴 얘기도 해 줘
- 그래, 그 밴 말인데

 

- 나 화장실 좀 다녀오고
- 얘기해 달라니까

 

- 아주 끝내줘
- 밴에 뭐가 들었어?

 

- 안에서 재미 본 거 아니야?
- 닥쳐

 

데이비드, 얘기하지 마
절대 하지 마

 

그 밴 말인데

 

데이비드!

 

그 차는 잡동사니투성이였어

 

입 다물라고!

 

화분토, 삽, 음식물 포장지
비료와 기타 등등

 

뭔지는 몰라도
수전은 비료이길 바랐대

 

그 라로슈라는 사람은
퀴퀴한 냄새를 풍겼는데

 

수전 말로는

 

난초에 너무 집착해서
씻을 틈도 없는 것 같더래

 

어쩌면 물이 부족해서
난초에만 줬을지도 모르지

 

나도 그들이 난초를 원하듯
뭔가를 간절히 원하고 싶었다

 

그렇지만...

 

난 그런 면을 타고나지 못했다

 

내게도 분명 내세울 만한
열정이 있을 터...

 

뭔가를 열정적으로 아끼는 게
어떤 느낌인지 알고 싶다

 

"운이 좋아 유령 난초를
볼 기회가 생긴다면"

 

"다른 모든 것은
빛을 잃게 될 것이다"

 

'플로리다의 자생 난초들'

 

설령 유령 난초가
상상의 꽃일지라 해도

 

사람들을 홀릴 만큼의
마력을 지닌 건 확실하다

 

거기 홀린 사람들은 매년
고통스러운 수색을 계속한다

 

진짜 존재하는 꽃이라면
직접 내 눈으로 보고 싶다

 

그렇다고 내가 난초에
큰 관심이 있는 건 아니다

 

내가 유령 난초에
관심을 가진 건

 

사람을 강하게 매혹하는
존재였기 때문이다

 

그럼 거북은
몇 마리나 수집했어요?

 

종국에는 흥미를 잃었죠

 

빙하기 화석에 빠져
거북 따위는 잊었으니까

 

화석을 엄청 수집했어요

 

엉망진창인 이 세상에서 내게
이해가 되는 건 화석뿐이었죠

 

거울 복원을 시작하며
화석도 시들해졌어요

 

어머니와 난
19세기 네덜란드 거울을

 

지구상에서
가장 많이 수집했죠

 

혹시 '미러월드'지
1988년 10월호 기사 읽었어요?

 

어딘가 복사해둔 게 있을 텐데

 

어쩜 그토록 열의를 다해
투자했던 것에

 

관심이 훅 꺼질 수 있죠?

 

거북이 그립거나
그런 적 없었어요?

 

10살 땐 거북이
삶의 의미였다면서요?

 

내 이야기를 들어 봐요

 

한번은 열대어에 빠져도
아주 단단히 빠졌었어요

 

어항을 60개나 샀고

 

직접 바다에 들어가
마음에 드는 놈들을 잡았죠

 

하스돔, 퀸 에인절피시
네눈나비고기 등

 

안 키운 게 없는데

 

어느 날 갑자기 집어치웠어요

 

아예 관심을 끊고
바다에도 안 가겠다고 맹세했죠

 

단칼에 관심을 끊어 버렸죠

 

그 후 17년 동안 바다에
발끝도 담근 적 없어요

 

그래도 바다는 사랑해요

 

도대체 왜요?

 

그냥 애정이 식은 거죠

 

정말 뭔가를 사랑했다면
미련이 남지 않을까?

 

어쨌든 라로슈는 확실하고
깨끗하게 끝을 냈다

 

그리고 전진했다

 

이따금 나도
그럴 수 있기를 기도한다

 

안녕하세요
오늘은 뭐로 하시겠어요?

 

키 라임 파이 주세요

 

작은 조각요

 

커피 한 잔도 주세요
탈지유 넣어서요

 

난초? 저도 난초 좋아해요

 

그거 잘됐군요

 

파이 곧 가져다드릴게요

 

정말 신나요, 난초 박람회에
꼭 와 보고 싶었거든요

 

난초라는 꽃은
참 관능적인 것 같아요

 

뒤쪽에는 뭐가 있나
가 볼까요?

 

뭐야!

 

- 내 얘기 좀 들어 볼래?
- 꺼져, 젠장

 

지금 이야기를 구상하는 중이야

 

고마워, 형

 

연쇄 살인범이 있어

 

일단 들어 봐
그는 경찰에 쫓기는 중이야

 

살인범은 경찰을 도발하며

 

다음 희생자에 대한
단서를 보내지

 

피해자는 벌써
그의 집 지하실에 갇혀 있어

 

경찰은 이 여자의 신원을
찾으려 애쓰다가

 

자신도 모르게
그녀와 사랑에 빠져 버리지

 

실제로는 상대와
만나 본 적도 없는데

 

경찰에게 이 여자는
성배 같은 존재가 돼

 

- 너무 뻔하지 않아?
- 하지만 반전이 있어

 

문제의 살인범이

 

다중 인격 장애에
시달린다는 게 밝혀져

 

그러니까 경찰도 그 여자도
범인의 또 다른 인격인 거야

 

전부 한 사람인 거지
진짜 기막히지 않아?

 

다중 인격은 연쇄 살인범보다
더 남발되는 주제야

 

게다가 네 말에 의하면

 

경찰과 범인이 한 사람의
다른 인격이라며?

 

지금까지 그런 영화
수두룩하게 많았어

 

엄마는
탄탄한 줄거리라던데...

 

게다가 그걸 어떻게
각본으로 쓸 건데?

 

어떻게 사람이 지하실에
인질로 잡혀 있으면서

 

동시에 경찰서에서
근무할 수 있는데?

 

- 특수 촬영이 있잖아
- 그걸 묻는 게 아니야

 

잘 들어 봐
지금 내가 묻는 건

 

그러니까 영화 속 현실에서
등장인물은 담 한 명이지?

 

안 그래?

 

그걸 어떻게...

 

정확히 어떤 식으로...

 

엄마 말이 맞아
아주 깔끔하구나

 

'드레스드 투 킬'과
'악몽'의 만남이랄까

 

끝내준다
나 '드레스드 투 킬' 좋아해

 

- 3막의 '대단언' 전까지는
- '대단원' 발음 틀렸어

 

미안해, 미안...

 

- 안녕하세요
- 반가워요!

 

- 키 라임 파이 드릴까요?
- 네, 그게 좋겠네요

 

마음에 드는 손님이니까
큰 조각으로 드릴게요

 

- 고마워요, 정말 친절하군요
- 네, 제가 좀 친절하죠?

 

- 아직도 난초 책 읽으세요?
- 그래요

 

제 친구가 작은
분홍색 난초를 키우는데

 

나뭇가지 위에
이렇게 자라는 거 있죠

 

- 그걸 뭐라더라...
- 착생 식물요

 

맞아요! 바로 그거예요

 

난초에 대해 많이 아시네요

 

그 정도는 아니고
그냥 배우는 중이에요

 

나무 위에서 자라도
기생 식물과는 다르죠

 

공기와 빗물에서
모든 영양분을 얻거든요

 

정말 대단하세요

 

전 세계적으로
3만 종이 넘는 난초가 있대요

 

- 꽤 많네요
- 네...

 

그렇죠?

 

큼직한 키 라임 파이를
대령할게요, 난초 박사님

 

저기, 궁금한 게
한 가지 있는데...

 

토요일에 난초 박람회 보러
샌타바버라에 가거든요...

 

- 미안해요
- 그게...

 

- 괜한 말을 했네요
- 얼른 파이 가져올게요

 

현재 알려진 난초는
3만 종이 넘는다

현재 알려진 난초는
3만 종이 넘는다

 

거북처럼 생긴 난초도 있고

 

원숭이처럼 생긴 난초도 있다

 

양파를 닮은 난초도 있다

 

교사를 닮은 난초도 있고

 

체조 선수를 닮은 난초도 있고

 

뽀얀피부의 여고생처럼
생긴 난초도 있으며

 

뉴욕의 지성인처럼 생긴
난초도 있다

 

일요일마다 침대에서 함께
십자말풀이를 해 줄 법한...

 

중서부 지역 미녀를 닮은
난초도 눈에 띈다

 

그리고 어밀리아를 닮은
난초도 있다

 

춤추는 눈을 가진 난초...

 

온 세상의 슬픔을 품은
눈을 지닌 난초도 있다

 

예쁜 아가씨랑 결혼도 했어요

 

지금은 이혼했죠
망할 여편네 같으니

 

둘이서 원예원을 열었는데

 

사람들이 난데없이 나타나
내게 질문을 던지고

 

내 난초를 동경하고
나를 동경했어요

 

어떤 사람들은 외로워서
날 찾는 것 같았죠

 

내가 왜 식물을
좋아하는지 알아요?

 

쉽게 변할 수 있기 때문이에요

 

적응이라는 건
심오한 과정이거든요

 

다시 말해서...

 

어떻게 성공적으로 살지
판단하는 거죠

 

식물에는 훨씬 쉬운 일이죠

 

기억이 없으니까

 

식물은 미래를 향해
나아가면 그만이지만

 

사람은 경우가 다르죠

 

적응이라는 건
수치에 가까운 경험이에요

 

달아나는 것과 같죠

 

키너!

 

안녕, 형

 

스태프들한테
작업 걸지 마, 도널드

 

분장 담당?
그쪽에서 작업 건 거야

 

나 망신 주지 마!
내 동료들이라고

 

알았어, 그건 그렇고 말이야

 

멋있게 사람을 죽이려면
어떤 방법이 좋을까?

 

걱정하지 마
각본 때문에 그래

 

난 그런 거 안 써

 

그러지 말고 말 좀 해 줘
형은 천재잖아

 

좋아, 범인은
문학 전공 교수야

 

희생자의 살점을 조금씩
떼어 내서 죽게 하지

 

범인은 자신을
해체 전문가라 불러

 

- 그거 좋네, 마음에 들어
- 농담한 거야, 도널드

 

알았어, 미안해

 

깜빡 넘어갔네

 

그 설정 내가 써도 돼?

 

- 아주 좋은데
- 캐시의 장면을 나눠서

 

- 시작과 끝에 넣었어
- 봤어, 왜 그런 거야?

 

긴장감을 불어넣고 싶거든
나중에 다시 등장하면...

 

긴장감이 고조될걸

 

그럼 극 초반부부터
관객을 사로잡을 수 있지

 

- 괜찮아?
- 마음에 쏙 들어

 

자기 오늘 진짜 관능적이다

 

그렇게 말해 주다니
고마워, 도널드

 

- 진짜 매력적이지, 형?
- 난 집에 갈래, 도널드

 

진짜? 더 있다가 가

 

- 형, 저기 어밀리아야
- 들어가지

 

안녕, 어밀리아!

 

안녕, 도널드, 찰리

 

- 반가워, 어밀리아
- 왜 그리 보기 어려워?

 

- 반가워
- 내 여자 친구 캐럴라인이야

 

- 영화 분장사지
- 안녕하세요

 

반가워요

 

이쪽은 내 친구 데이비드

 

- 안녕하세요
- 만나서 반가워요

 

- 얘기 많이 들었습니다
- 도널드예요

 

- 안녕하세요
- 캐럴라인이에요

 

- 이런, 카메라 멋지네요
- 잘 지냈어?

 

- 늘 그렇듯 엉망이지
- 찰리...

 

정말 반가워
각본은 잘돼 가?

 

끔찍해, 뭐가 뭔지 모르겠어

 

괜히 내 문제로
지루하게 만들기 싫어

 

당신도 고민거리 있잖아
각자 나름의 고민이 있겠지

 

어쨌든 난 가 볼게
집에 가서 일해야 해

 

- 같이 갈 거야?
- 아니, 캐럴라인 집에 갈래

 

오늘 밤 오빠랑
화끈하게 놀아 보자고

 

도널드, 정말 못 말려!

 

나중에 봐, 형

 

꽃을 극의 주제로 삼으려면

 

꽃의 곡선을 보여 줘야 해

 

꽃의 곡선이 생명의
근원으로 이어지는 거야

 

꽃은 어떤 여정을 거쳐
여기까지 오게 됐을까?

 

따라서 이런 유사점으로
추론하건대

 

'잉글랜드
139년 전'

 

지금까지 지구에 살았던
모든 유기체는

 

생명이 최초로 깃든
하나의 원시적인 형태에서

 

유래했을 것이다

 

이건 진화의 여정...
적응의 과정이다

 

우리 모두가 겪는 여정이자
서로를 엮어 주는 여정이다

 

다윈은 최초의 단세포 생물이
우리 모두의 조상이라 했다

 

그로부터 내가 존재하고

 

라로슈가 존재하고
올리언이 존재하는 거야

 

유령 난초도 마찬가지지

 

모두 역사의 순간 속에서
우리 몸에 갇혀 있는 거다

 

바로 그거야

 

그렇게 하면 돼
모든 역사를 하나로 묶자

 

지구에 생명이 출현하기
직전부터 시작하는 거야

 

그 어디에도 생명이 없다가

 

생명이 시작되는 거지

 

단세포 유기체가 등장하는 거야

 

당시에는 성별이 없었어
모두 무성 생식을 했지

 

거기서부터 해파리처럼
더 큰 생명체로 가자

 

그리고 물고기에
다리가 생겨 뭍으로 나오고

 

그다음에는...
공룡을 보여 주는 거지

 

공룡 시대가 계속되다가
어느 순간 소행성이 날아들어

 

곤충, 포유류
영장류, 원숭이...

 

과거의 영장류가 멸종하고
새로운 종이 등장하고

 

그런 과정을 거쳐
인간이 등장하는 거야

 

그리고 인류 문명의
역사도 보여 주자

 

사냥, 채집, 농사
전쟁, 사랑, 종교

 

마음의 고통, 질병
외로움, 첨단 기술

 

인류 역사의
모든 순간을 보여 준 뒤

 

꽃에 대한 글을 쓰는
수전 올리언을 보여 주면서

 

짠! 영화가 시작되는 거야

 

내가 꿈꾸던 역작이야
이전까지 없던 시도라고

 

- 매키는 천재야!
- 아주 완벽한...

 

게다가 진짜 웃기고

 

농담할 때마다
사람들이 엄청 웃었어

 

하지만 아주 진지하기도 해
형도 좋아했을 거야

 

형처럼 독창적 사고를
중시하는 사람이야

 

중요한 건 자기가
어떤 장르를 쓰는지 깨닫고

 

그 안에서 독창성을
최대한 발휘하는 거래

 

펠리니가 모큐멘터리를 만든 후
새 장르가 전혀 없었다나

 

'로버트 매키의
이야기 세미나'

 

내 장르는 스릴러야
형 장르는 뭐야?

 

우리가 같은 DNA를
공유하다니

 

그보다 더
외로운 일이 있을까?

 

뭐라고?

 

- 여보세요?
- 나예요

 

안녕, 수지 큐

 

어쩐 일이에요?

 

귀찮게 하고 싶진 않지만
궁금한 게 있어서요

 

당신은 똑똑한 얘기를
많이 하는 것 같아요, 존

 

내가 똑똑한 건 사실이죠

 

그런데...

 

당신의 원예원은 어떻게 됐죠?

 

잘 운영되고 있었는데

 

가끔은 불운이 닥치고
어둠이 강림하잖아요

 

'마이애미주 북부, 9년 전'

 

존, 원예원은 잘되니?

 

모든 게 순조로워요, 짐 삼촌

 

지난 한 해는 꿈만 같았어요

 

그동안 진 빚도 다 갚았어요

 

정말 잘됐구나
너희가 자랑스럽다

 

죄송합니다, 대답할 수 없어요

 

- 여기 계세요
- 저기요

 

- 누가 죽었죠?
- 움직이지 마세요

 

- 누가 죽었냐니까요?
- 빨리 움직여!

 

그 사고로 어머니와
삼촌을 잃었어요

 

앞니도 그때 잃었죠

 

아내는 3주 정도
혼수상태였는데

 

의식을 되찾자마자
나와 이혼해 버리더군요

 

죽을 뻔한 경험을 했다면
나라도 그랬을 거예요

 

어째서요?

 

이혼해도 되잖아요

 

죽을 뻔한 경험 후에는
무슨 일을 하더라도

 

아무도 비난하지 않을 테니까

 

난 아내를 비난했소

 

아마 나도 비난당했을 거고

 

그로부터 한 달쯤 후
허리케인 앤드루가 닥쳤고

 

신의 천사처럼
모든 걸 쓸어 갔소

 

내게 남아 있던
모든 걸 싹 쓸어 갔지

 

모든 것을...

 

또 원예원을 차리기에는
마음이 너무 아팠소

 

그러던 중
세미놀족이 연락해 왔고

 

원예원을 시작하려는데
조언자가 필요하다기에

 

그 친구들과 함께
일하게 된 거요

 

화분이 잔뜩 높인
평범한 원예원이 아니라

 

그들에게 굉장한 장소를
만들어 주고 싶었소

 

알아요, 존

 

나도 알아요

 

"그들에게 굉장한 장소를
만들어 주고 싶었다"

 

'난초 열기
수전 올리언 씀'

 

아름다운 기사예요
개성이 뚜렷하고요

 

고마워요

 

- 저흰 기자님 팬이에요
- 감사합니다

 

라로슈는 굉장히
재미있는 캐릭터예요

 

- 맞아요
- 재미있고 신선해요

 

한편으로는 슬프기도 하고요

 

다음은 뭔지 궁금하네요

 

랜덤하우스 출판사에서
연락이 왔어요

 

책을 내 보자고 해서
그러려고 해요

 

- 그리고...
- 수전, 저희도 관심 있어요

 

- 영화로 만들겠다고요?
- 맞아요

 

맙소사

 

- 그거 정말...
- 어떻게 생각하세요?

 

- 신나는 제안이군요
- 다행이네요

 

뜻밖이라 웃기기도 하고요
난 각본은 써 본 적 없어요

 

그건 걱정하지 마세요, 각색은
각본가에게 맡기면 되니까

 

이봐, 슈퍼스타
나 슈퍼 에이전트 마티야

 

각본 맡은 지
13주나 된 거 알지?

 

밸러리가 어서
초고를 보고 싶대

 

월요일까지 마무리해서
보내 주면 좋을 것 같아

 

메시지 들으면 전화해
안녕, 친구

 

'난초 도둑
각본: 찰리 코프먼'

 

'수전 올리언의 원작
'난초 도둑' 각색'

 

왜? 왜 웃는 거야?

 

- 당신은 천재야
- 어떤 대사가?

 

자기는 진짜 천재야

 

"오거스터스 마거리의
모습이 보인다"

 

"그는 침투성이 천을
머리에 걸치고 고통을 견딘다"

 

"바지 뒤쪽은 이질 때문에
검게 물든 상태다"

 

"그는 무성한 정글 속을
신음하며 나아간다"

 

끝장이군

 

라로슈를 보여 주자
유쾌한 캐릭터잖아

 

"식물을 변형시키는 걸
좋아해요"

 

"그건 즐거운 작업이죠"
그래, 꽃도 좀 보여 주고

 

법정에 선
라로슈의 모습도 넣고

 

"어릴 때 돌연변이가 돼서
내가 똑똑한 거요"

 

그거 웃기는데?
태초의 순간으로 시작하자

 

아냐, 늪으로 운전하는
라로슈를 보여 주자

 

미친 백인 같으니!

 

각색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내 각본이나 쓸걸

 

왜 이런 걸 자청했나 몰라

 

저 여자 보여?

 

저 여자랑 뒤로 했어

 

아냐, 농담이야

 

뭐가 고민인지 말해 봐

 

꽃에 관한 얘기잖아

 

그래

 

꽃만 나오는 게 아니라
꽃에 미친 남자도 나오잖아

 

재미있는 캐릭터 같던데

 

"라로슈의 이야기는
얼마 되지 않는다"

 

"올리언은 쓸데없이 장황한
문장들을 늘어놓는다"

 

"전체를 관통하는
이야기 전개가 없다"

 

'뉴욕 타임스' 서평이야
책만으론 불가능해

 

그냥 '뉴요커'지 기사를
늘어놓은 것 같다고

 

저 여자랑 한 번만 했으면

 

- 미안
- 이 책엔 이야기가 없어

 

그럼 하나 만들어

 

자네처럼 이야기를
잘 만들어 내는 사람도 없잖아

 

- 자네 장기면서
- 이번에는 그러기 싫었어

 

원작자가 따로 있는데
무책임하게 고칠 순 없어

 

난 작가로서 성장하고 싶었어
단순한 걸 해 보고 싶었다고

 

꽃이 얼마나 굉장한지
보여 주고 싶었는데

 

꽃이 굉장한가?

 

모르겠어

 

내 생각에는 그래

 

- 빠져나갈 길을 찾아 줘
- 알았어

 

찰리, 벌써 몇 달째
이걸 붙잡고 있었잖아

 

초고도 안 보여 주고
관두면 곤란해

 

형, 내 각본은
잘 진행되고 있어

 

지금 이미지 시스템을
구축하는 중이야

 

주인공이 다중 인격이니까

 

깨진 거울 조각으로
각 인격을 표현해 보려고

 

매키는 그 과정을 통해
심미적 감성이 발달한대

 

- 매키가 그러는데...
- 너 광신도 같아

 

그런 게 아니야
그냥 글쓰기 기법이라고

 

형 주려고 매키의
글쓰기 십계명 복사해서

 

우리 작업 공간에
한 장씩 붙여 놨어

 

'로버트 매키의
글쓰기 십계명'

 

그러면 못써

 

도움이 되니까 붙여 둔 거지

 

나 노래도 한 곡 삽입하려고

 

'해피 투게더'

 

등장인물들이 잠옷 바람으로
노래하고 춤추면

 

긴장감을 깨뜨리는 데
좋을 것 같아서

 

처음에는 스릴러에
노래를 넣기가 망설여졌는데

 

매키 말로는 영화사에 빛나는
'카사블랑카' 각본도

 

여러 장르가
혼합돼 있다고 하더라고

 

나 일주일 동안
못 잤어, 도널드

 

- 그만 자야겠어
- 저런, 알겠어

 

잘 자

 

- 여보세요?
- 안녕

 

존, 이번에도 수전이에요

 

반가워요, 수지 큐!

 

잘 지내요?

 

네, 인터넷으로
재미 좀 보고 있죠

 

아주 굉장해요
포르노 사진을 파는데

 

벗은 여자 사진이라면
얼마든지 내려고 한다니까요

 

뚱뚱하든 못생겼든
여자라면 다 좋아해요

 

그거 잘됐네요

 

아주 잘됐죠

 

이봐요, 존

 

계속 성가시게 하는 것 같아
미안하지만

 

내가 아직 유령을 못 봤잖아요

 

- 그래서요?
- 괜찮다면 당신이...

 

알았어요

 

데려가서 보여 줄게요

 

- 내일요
- 진짜요?

 

정말 고마워요

 

맙소사, 존

 

젠장

 

이런저런 발상
사물, 사람들이 너무 많다

 

진행 가능한 방향도
지나치게 많다

 

열정적으로 뭔가를
아끼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감당할 수 있는 크기로
세상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명쾌하면서도 슬픈 통찰력이야

 

사실이기도 하고

 

당신을 보는 게 좋아요

 

나도 당신을 보는 게
좋아요, 찰리

 

'난초 도둑'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당신을 실망하게 할까 겁나요

 

이렇게 아름다운 작품인데

 

잘 수가 없어요

 

머리도 계속 빠지고

 

- 난 역겨운 뚱보야
- 쉿, 그렇지 않아요

 

범위를 조금만 줄여 봐요

 

이야기 속
한 가지 사건에 집중해요

 

그 한 가지를 찾아내요

 

당신이 열정적으로 아끼는
무언가를 찾아서

 

그것에 관해 쓰는 거예요

 

수전 올리언은 섬세하고
외로움에 사로잡혔으며

 

연약하며 아름답다

 

수전이 잠들어 있는
둔감한 남편 옆에 누워 있다

 

그녀의 해설이 시작된다

 

"내게도 분명 내세울 만한
열정이 있을 터..."

 

"뭔가를 열정적으로 아끼는 게
어떤 느낌인지 알고 싶다"

 

- 안녕하세요
- 잘 잤어?

 

안녕, 오늘따라 둘 다
일찍 일어났네?

 

- 형도 기분 좋아 보이네?
- 좋아

 

새 아이디어가 떠올랐거든

 

어쩜 두 사람 다
그리 똑똑할까

 

두뇌 양성소에 온 기분이에요

 

- 나도 아이디어 떠올랐는데
- 들어 봤는데 끝내줘요

 

도널드 취향에서는요

 

각본에...
잠깐, 뭐라고 했어?

 

추적 장면을 삽입하려고

 

범인은 여자를
말에 태워 달아나고

 

경찰은 오토바이로 뒤쫓는 거야

 

말과 모터 사이의
전투 같은 거지

 

첨단 기술 대 말의 대결이랄까

 

둘이 여전히
동일 인물인 거고?

 

굉장한 반전 요소죠

 

- 재미있을 것 같네
- 고마워, 형

 

- 고마워
- 거봐, 찰리도 좋다잖아

 

- 자기는 내 뮤즈야
- 그렇다면 나야 영광이지

 

자기가 있어서 너무 행복해

 

코프먼 앞으로 주문했는데요

 

- 밸러리
- 반가워요, 찰리

 

여기서 마주치다니 신기하네요

 

전화 안 한 거 미안해요
지난주에 어딜 갔었어요

 

- 괜찮아요
- 연락하고 싶었는데

 

각본 작업 잘돼 간다고
말하고 싶었거든요

 

그거 잘됐네요
어서 읽어 보고 싶어요

 

찰리도 앉아요
저 수전과 식사 중이에요

 

수전도 꼭 만나고 싶대요
정말 묘한 우연이죠?

 

- 앉아요
- 수전 올리언 말이에요?

 

네, 낭독회 행사가 있대요
잠시 통화하러 갔어요

 

어서 앉아요
수전도 찰리가 궁금하대요

 

그만 가 보는 게
좋을 것 같은데요

 

저도 수전을 만나고는 싶지만

 

선입견을 갖는 게
싫어서 그래요

 

글에서 다루는 대상을
직접 만나고 나면

 

아무래도 영향을 받게 되잖아요

 

곧 연락할게요
거의 다 끝났어요

 

- 알겠어요
- 다 끝나갑니다

 

수전에게 나중에
꼭 만나고 싶다고 전해 줘요

 

- 괜찮다면요
- 그래요

 

무슨 헛소리야?
이건 수전의 이야기가 아니야

 

난 수전과 아무 관계도 없고
만난 적조차 없어

 

내가 이해하는 거라곤
나 자신의 공포와 자기혐오

 

존재감 없는 나 자신뿐이지

 

내가 글로 쓸 자격이 있는
주제는 나 자신뿐이야

 

영화는 찰리 코프먼을
보여 주며 시작한다

 

뚱뚱하고 늙고 대머리인 찰리가

 

조각상처럼 사랑스러운
영화사 간부 밸러리와

 

할리우드의 한 식당에서
마주 앉아 있다

 

코프먼은 각색 작업을
따내기 위해

 

밸러리에게 점수를 얻으려고
진땀을 쏟는다

 

뚱뚱한 대머리 코프먼은
침실에서 마구 서성대다

 

손에 든 녹음기에 대고
이렇게 말한다...

 

"뚱뚱하고 늙고 대머리인
찰리 코프먼이"

 

"밸러리와 한 식당에서
마주 보고 앉아 있다"

 

"코프먼은 혐오스럽고
우스꽝스럽게도"

 

"수전의 책 표지 사진을 보고
자위행위를..."

 

무슨 일이야?

 

나 각본 다 썼어

 

마쳤다고

 

형 에이전트한테
좀 보여 줄래?

 

제목은 '세 사람'이야

 

고마워, 좋은 아이디어
준 것도 고맙고

 

큰 도움이 됐어
조금 바꾸긴 했지만

 

이제 범인은 떼어낸 살점을
피해자에게 강제로 먹여

 

캐럴라인 몸에 자기 꼬리를
삼키는 뱀 문신이 있거든

 

- 우로보로스
- 그게 무슨 소리야?

 

그 뱀의 이름이 우로보로스라고

 

아닐걸, 어쨌든
이런 범행 방식 멋지잖아

 

왜냐하면 여자에게
자기 자신을 먹게 하는 건

 

범인이 자기 자신을
먹는다는 뜻이니까

 

난 미쳤어

 

- 나야말로 우로보로스야
- 그게 뭔지 모른다니까

 

- 나 자신을 각본에 넣었어
- 좀 뭐하긴 하네

 

이건 방종인 데다가
자기애적이야

 

유아론적이고 한심해

 

난 한심해, 한심한 뚱보라고

 

분명 필요해서
각본에 넣은 거겠지

 

형은 예술가잖아

 

원작자와 대화하기가
너무 겁나서 그런 거야

 

난 한심한 놈이니까

 

어떻게 써야 할지도 모르겠고
꽃을 부각할 방법도 몰라

 

난 형편없는 각본가야

 

- 나도 등장해?
- 나 뉴욕에 가야겠어

 

가서 수전 올리언을 만나
얘기하고 올 거야

 

이런 말 한다고 화내지 마

 

매키가 이번 주말에
뉴욕에서 세미나를 한대

 

혹시 답답하면...

 

그 여자가 그러더군요
"라로슈는 유쾌한 캐릭터죠"

 

그야 두말하면 잔소리죠

 

내 역할은 누가 맡고요?

 

일단 책부터 마쳐야죠

 

그럼 영화사에서 각색할
사람을 고용할 거고

 

내가 직접 출연하면 어떨까요?

 

많은 이가 특별하며
영감을 주는 뭔가를 갈망한다

 

자신의 모든 걸 걸 수 있는
그런 열정을 원하지만

 

이를 실천하는 사람은
소수에 불과하다

 

그토록 생동감 넘치는
사람과 함께하는 건

 

아주 중독적이고
강력한 경험이었다

 

어서 따라와요
거의 다 왔어요

 

알겠어요

 

개인적인 질문 하나
해도 될까요?

 

이봐요, 길 잃은 거 아니오

 

백만 번은 다닌 길이에요

 

온 세상이 날 괴롭혀도
난 아랑곳하지 않고 전진하죠

 

젠장

 

해시계 대용이오

 

이걸 세워 놓고
몇 분만 기다리면...

 

태양의 움직임을 읽을 수 있죠

 

우린 남동쪽으로 가야 해요

 

당신은 수집하는 거 없어요?

 

네, 없어요

 

당신도 알겠지만

 

뭔가를 수집하는 걸
말한 게 아니에요

 

그보다는 그로 인해...

 

컴퓨터가 좋은 건
거기 몰두할 수 있어서죠

 

무엇보다 생물처럼 떠나거나
죽거나 하지도 않고

 

- 존, 미안해요, 난...
- 됐어요

 

- 난 그런 게...
- 괜찮다니까요

 

해시계는 잊읍시다

 

여기서 나가는 법은
나도 알고 있으니까

 

이 늪을 내 손바닥처럼
훤히 알고 있지

 

당신도 남들과 똑같소
거머리 같은 인간들

 

나한테 붙어서 빨아먹고
결국 뱉어낼 심산이지

 

왜 자기 자신의 삶을
갖지 못하는 거요?

 

자신만의 관심사 말이오

 

응석받이 같으니

 

삶은 유령 난초와 같은
존재들로 가득 차 있다

 

상상하면 황홀하고
사랑에 빠지기 쉽지만

 

현실적이지 못하고

 

덧없으며

 

손에 닿지 않는 존재들이다

 

'3년 후'

 

"현실적이지 못하고 덧없으며
손에 닿지 않는 존재들이다"

 

"글래머'지
16'

 

"뉴요커'지
21 '

 

"뉴요커'지'

 

여보세요?

 

안녕, 나 마티야, 좀 어때?

 

작가를 만나 보니 도움이 돼?
이름이 뭐였지?

 

수전 올리언이야
나는 잘 지내고 있어

 

글은 잘 나오고?

 

밸러리가 엄청 재촉해

 

- 재촉한다고 될 게 아니잖아
- 그래, 그 말도 맞지

 

사실 '세 사람'의
각본 얘기도 할 겸 전화했어

 

아주 굉장해

 

- 그게 뭔데?
- 도널드가 쓴 각본

 

깔끔하고 통렬한 스릴러야
올해 읽은 각본 중 최고야

 

- 잘됐네
- 응, 큰돈 받고 팔 거야

 

한 가족에 천재가
두 명이나 되다니

 

동생한테 난초 각색 작업
도와 달라고 하면 어때?

 

- 마티, 그런 소리 마
- 그래, 한번 해 본 소리야

 

그 친구, 이야기 구조를
짜는 능력이 탁월해

 

- 그만 끊어야겠어
- 그래, 안녕

 

어서 마무리...

 

젠장!

 

'로버트 매키의
이야기 세미나'

 

감사합니다, 여러분

 

사흘간 열심히 해 봅시다

 

나중에 각본가로 성공해서
축하 파티라도 열게 되면

 

주말 내내 짜증 나는 세미나
들었던 일을 회상해 주세요

 

난 한심해
못 말리는 패배자야

 

그럼 글쓰기의 실체는
무엇일까요?

 

난 실패했어, 겁에 질렸고
신념을 저버렸어, 쓸모없는 놈

 

내가 여기서 뭘 하는 거지?

 

왜 여기에 온 거냐고!
빌어먹을

 

다 내가 약해 빠졌기 때문이야
신념이 부족한 거지

 

성공의 지름길을 찾아
쉬운 답을 찾아온 거야

 

글이 안 써진다고
이런 세미나에나 오다니

 

새로운 걸 시도하려면
당연히 위험도 따르잖아?

 

그만 가야겠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거야

 

그리고 제발 영화에
해설 좀 넣지 마세요

 

축 처지고 한심한
글밖에 안 되니까

 

등장인물의 생각을 설명하는
해설은 바보도 쓸 수 있죠

 

좋아요, 점심 후에 봅시다

 

욕망이 없는 주인공은
있을 수 없습니다

 

그건 말이 안 돼요
전혀 말이 안 되죠

 

알겠습니까? 좋아요

 

또 질문하실 분?

 

말씀하세요

 

사건이 거의 없는 이야기를
만들 때는 어떻게 해야 하죠?

 

사람들이 변하지도 않고
순간적인 깨달음도 없다면요

 

아무리 노력하고 좌절해도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죠

 

지독한 현실 세계처럼요

 

현실 세계라고요?

 

그렇습니다

 

진짜 현실 세계라?

 

일단 충돌이나 위기가 없는
각본을 쓰면

 

관객들이 지루해서
하품을 하겠죠

 

게다가 이 세상에서
아무 일도 안 일어난다고요?

 

당신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니오?

 

날마다 누군가 살해됩니다

 

집단 학살, 전쟁, 부패도
늘 존재하고요

 

날마다 세상 어딘가에서는

 

누군가가 남을 구하려
자신을 희생하고

 

또 날마다 누군가는
의도적으로 결정을 내립니다

 

누군가를 파괴하는 결정을요

 

사랑을 찾기도 하고
사랑을 잃기도 하고

 

교회 계단에서 엄마가
맞아 죽는 걸 보는 애도 있고

 

굶주리는 사람도 있고

 

누군가는 여자 때문에
친한 친구를 배신합니다

 

삶의 그런 일면을
찾아낼 수 없다면

 

당신은 삶에 대해
쥐뿔도 모르는 거요

 

왜 그런 영화 때문에
내 시간을 낭비하려는 거요?

 

그따위 영화는 필요 없어요!

 

그딴 건 전혀
필요 없단 말입니다!

 

감사합니다

 

- 감사합니다
- 천만에요

 

고맙소

 

정말 감사합니다, 선생님

 

이 수업 덕분에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됐어요

 

- 매키 씨?
- 네

 

오전에 호통을 치셨던
질문자입니다

 

기억이 잘...

 

현실에서는 아무 일도
안 일어난다고 말한 사람요

 

맞소, 그랬었지

 

- 반가웠소
- 시간 좀 내주세요

 

매키 씨, 저는 여기
서 있기도 겁이 납니다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도 못하죠

 

하지만 아까 그 말씀이
절 뿌리째 흔들었어요

 

각본을 쓰며 했던
어떤 선택보다 울림이 컸죠

 

제 인생이 걸린 선택이니
제발 도와주세요

 

좋소

 

그렇다면...

 

같이 한잔하지

 

"현실적이지 못하고 덧없으며
손에 닿지 않는 존재들이다"

"현실적이지 못하고 덧없으며
손에 닿지 않는 존재들이다"

 

그다음은 뭐지?

 

그게 책의 결말입니다

 

전 단순하게
보여 주고 싶었어요

 

거창한 여정을 그리거나
충격적으로 각색하는 대신

 

신이 내린 기적처럼
꽃을 보여 주고 싶었죠

 

올리언이 유령 난초를
못 봤다는 사실을 보여 주고

 

그 실망감을 전하고 싶었어요

 

그렇군

 

하지만 그건 영화가 아니야

 

다시 돌아가서
극적 요소를 가미하게

 

인제 와서 돌아갈 순 없어요

 

벌써 몇 번이나 도입부와
접근 방향을 뒤집었고

 

- 마감 시한도 지났어요
- 비밀을 하나 알려 주지

 

영화의 성패는
마지막 장에서 갈리네

 

마무리가 멋지면 히트하는 거야

 

결점과 문제가 있더라도
마무리만 근사하게 하면

 

히트작이 탄생한다고

 

멋진 마무리를 추구하되
속임수는 쓰지 말게

 

뜬금없는 사건이나 인물을
끌어들이지도 말고

 

캐릭터들이 변해야만 해

 

캐릭터들로부터
변화가 시작돼야 해

 

그것만 해낸다면 다 잘될 걸세

 

정말이죠?

 

매키 씨!

 

- 전에 수업 들은 적 있나?
- 제 동생이 들었죠

 

쌍둥이 동생 도널드요
꼭 들어 보라고 권하더군요

 

- 쌍둥이 각본가로군?
- 네

 

줄리어스 엡스타인과
필립 엡스타인 형제는

 

'카사블랑카'를 함께 썼는데

 

- 그 둘도 쌍둥이였지
- 수업에서도 말씀하셨죠

 

역사상 최고의 각본이지

 

위대한 작가들의 집입니다

 

- 도널드
- 형, 일은 잘돼 가?

 

그 여기자랑은
잘되고 있는 거야?

 

그래

 

네 각본 잘된 거
축하하려고 전화했어

 

정말 끝내주지?

 

마티가 백만 달러는
벌어 주겠대

 

잘됐다, 도널드

 

도와줘서 고마워

 

내가 뭘 도왔다고

 

형 집에서 지내게 해 줬잖아

 

형의 존재 덕분에
시도할 용기가 났고

 

엄청난 모험이었지

 

캐서린이 자기가
캐시 역 맡고 싶대

 

오, 제발!

 

얘기하지 마!

 

캐서린 키너?

 

- 캐서린이 우리 집에 있어?
- 응, 보글 게임 하고 있어

 

진짜 멋진 여자야
형도 같이 어울려 봐

 

그래, 그건 그렇고

 

생각해 봤는데...

 

며칠만 뉴욕에 와서
나랑 같이 지내지 않을래?

 

맙소사, 그거 좋지

 

좋아?

 

몇몇 사람한테
각본을 보여 줄 건데

 

원한다면 너도 읽어 봐도 좋고

 

당연히 봐야지, 이거 영광인걸

 

좋아

 

고마워, 형

 

그래, 끊어

 

너라면 어떻게 할 거야?

 

각본이 날 비웃는 것 같아

 

- 미안, 그럴 의도는...
- 괜찮아, 재미있으면 됐지

 

그렇다면 다행이다

 

너라면 어떻게 하겠냐?

 

형이랑 난 다르잖아
재능도 서로 다르고

 

알아, 재미 삼아 묻는 거야

 

위대한 각본가 도널드라면
어떻게 마무리하겠어?

 

놀리지 마
"위대한 각본가 도널드"?

 

뭔가가 부족한 것 같아

 

- 좋아, 그게 뭐야?
- 들어 봐

 

비행기에서 조사를 좀 해 봤지

 

"때때로 이런 이야기는
더 확대되는 경향이 있다"

 

"팽창하는 삶의 일면은"

 

"물에 넣으면
꽃처럼 피어나는"

 

"일본식 종이 공과 흡사하다"

 

"그 꽃은 너무나 아름다워서"

 

"원래는 종이 공과 물컵에서
시작됐다는 사실을"

 

"믿기 힘들 정도다"

 

이건 좀 모순적이야
올리언은 꽃에 관심이 없댔잖아

 

- 맙소사, 그건 비유법이야
- 뭘 비유한 건데?

 

무엇이 그 종이 공을
꽃으로 바꾼 건데?

 

책에는 안 나와 있잖아

 

- 몰라, 넌 짐작이 가?
- 어쩌면

 

이 여자를 이해하려면
직접 얘기해 봐야 해

 

그건 안 돼

 

- 못 하겠어
- 내가 갈게

 

형인 척하면 돼

 

하게 해 줘

 

문제를 밝혀내서
형 각본을 완성하는 거야

 

그래도 나랑
똑같이 행동해야 하는데

 

평판을 망치면 안 되잖아

 

괴짜처럼 행동하거나
머저리처럼 굴면 안 돼

 

- 나 머저리 아닌데
- 무슨 말인지 알잖아

 

작업 걸지도 말고
썰렁한 농담도 하지 마

 

평소처럼 웃지도 말고

 

안 웃을게
다들 형이라고 생각할 거야

 

나로선 영광이지

 

그럼 중요한 얘기를 꺼내 보죠

 

라로슈와 계속 연락하세요?

 

그걸 묻는 이유는

 

라로슈 씨에게 반한 듯한
느낌이 들었거든요

 

답하기 곤란하신가요?

 

우리 관계는 기자와
취재 대상에 불과했어요

 

물론 이런 종류의 관계에는
특유의 친밀함이 생겨나죠

 

난 그 사람이 내뱉는
모든 말에 흥미를 느꼈어요

 

하지만 책이 완성됐을 때
우리 관계도 끝났어요

 

- 진실을 회피하려 함
- 뭐라고요?

 

아니에요

 

질문이 하나 더 있는데

 

역사적 위인 한 명과
저녁 식사를 할 수 있다면

 

누구와 하시겠어요?

 

글쎄요, 제 경우는

 

아인슈타인 아니면...

 

예수님요

 

아주 좋아요

 

흥미로운 답변이군요

 

- 거짓말쟁이더라
- 무슨 말이야?

 

- 무슨 일 있었어?
- 아니, 답변은 양호했어

 

- 지나칠 만큼
- 사실이라 그런 건 아닐까?

 

너 사고 친 거 아니야?

 

모범 답안만 내놓는
사람들은 거짓말쟁이야

 

예수와 아인슈타인이라니
너무 뻔한 대답이잖아

 

- 예수와 아인슈타인이라니?
- 좋은 생각이 있어

 

나 쌍안경 하나만 사 줘

 

예수와 아인슈타인이라니?

 

나와 당신을 상상해요
난 그래요

 

같이 불러

 

당신을 밤낮으로 생각해요
그럴 수밖에 없어요

 

뭐 해? 같이 부르자

 

사랑하는 그녀를
꼭 안아 주는 상상을 해 봐요

 

그럼 함께 행복한 거죠

 

쌍안경으로 뭘 하려고?

 

어서 가자, 빨리

 

전화를 끊었어, 속상해 보여

 

훔쳐보지 마, 사생활 침해야

 

울고 있어

 

컴퓨터 앞에 앉았어

 

이건 부끄러운 짓이야

 

유나이티드 항공

 

마이애미행

 

11시...

 

내일 오전 11시 55분 출발

 

- 라로슈랑 끝났다며?
- 부모님이 플로리다에 살아

 

부모랑 통화하는 분위기가
아니었어, 이 양반아

 

"이 양반"이라고 하지 마

 

웬 남자가 나타났어

 

잘생겼네

 

아마 남편일 거야

 

그런데 되게 어색하게 행동하네

 

안 그래?

 

남편에게 뭘 숨기는 걸까?

 

혹시 레즈비언인데
여태 감추고 있었나?

 

어떻게 생각해?

 

라로슈의 포르노 사이트
확인해 봤어?

 

아니, 나 책 읽는 중이야

 

그럼 내가 들어가 볼게

 

조사의 일환으로...

 

- 여사님께 이르지 마
- 엄마 말이야?

 

아니, 엄마 말고

 

내일 마이애미로
가는 게 좋겠어

 

관둬

 

예쁜 여자들도 있네

 

아무래도 내일
마이애미에 가야겠어

 

- 됐다니까
- 가야 해, 이것 좀 봐

 

'화끈한 아마추어 모델들!'

 

난 변화가 선택의 문제가
아님을 이해하게 됐다

 

그건 식물에나
나에게나 마찬가지다

 

변화가 일어나면
그 존재는 달라진다

 

'파카해치, 3년 전'

 

식물과 나 사이의
유일한 차이점은

 

나는 변화 후에도
그걸 숨겼다는 점이리라

 

나는 책에서 거짓말을 했다

 

남편과의 관계 역시
양호한 것처럼 포장했다

 

하지만 그날 늪지에서
무슨 일인가가 일어났다

 

이것 봐요

 

파카해치의 보석을
찾아 준다고 약속했죠?

 

꽃이로군요

 

그냥 꽃요

 

발견한 김에 채집해야겠군

 

기왕 여기 왔으니까

 

맙소사

 

내 포르노 사이트가
대박이 날 것 같아요

 

저기...
내가 얘기 안 한 게 있는데

 

유령 난초에 대해서 말이오

 

그게 당신에게
도움이 될지도 몰라요

 

원예원을 막 시작했을 때였소

 

어느 날 밤
뭘 가지러 잠시 들렀었지

 

그들은 마약 성분을 얻으려고
유령 난초를 원한 거였소

 

원래 부족 의식에
사용되던 물질인데

 

세미놀족 청년들은
그냥 마약처럼 즐겼죠

 

그럼 매슈도?

 

- 약을 했나요?
- 물론이오

 

약이 떨어질 때까지
열심히도 해댔지

 

한번은 매슈가 날 보고
이상할 정도로 경탄했어요

 

머리카락이 아름답다느니
슬픔이 느껴진다느니

 

다 그 약 때문이지
그 얘길 하려 한 거요

 

당신도 그걸
좋아할 거요, 수전

 

뭔가에 매혹되도록 도와주니까

 

내가 추출해 줄 수 있어요
원주민들을 보고 배웠죠

 

그 방법을 아는 백인은
나 하나뿐일걸

 

그러도록 해 줘요

 

난초라면 지긋지긋해요

 

'수전 올리언'

 

- 여보세요?
- 안녕

 

존이오

 

내가 보낸 거 받았소?

 

존?

 

존!

 

당신이었군요

 

- 이봐요, 존
- 말해 봐요

 

나 아주 행복해요

 

그렇다니 기쁘군요

 

아주 행복해요

 

저기요, 존

 

이렇게 해 볼래요?

 

아니, 계속해요

 

아니, 그게 아니라

 

전화 발신음 소리니까
쭉 이어서 내줘요

 

나도 같이 할게요

 

- 혼자서는 안 돼요
- 어떤 소리를 낼까요?

 

- 그래요, 좋아요
- 시작합시다

 

- 그거예요
- 해냈네

 

완벽했어요, 정말 굉장해요

 

당신도 외로움을
느낄 때가 있어요?

 

난 어릴 때부터 괴짜라서

 

아무도 날 좋아하지 않았소

 

그래도 마음속으로
이렇게 생각했지

 

계속 기다리면 언젠가는

 

누군가가 나타나서

 

날 이해해 줄 거라고

 

우리 어머니처럼...

 

물론 다른 사람이 말이죠

 

날 바라보며
조용히 말하는 거요

 

"그래요"

 

그냥그렇게...

 

그러면 더는 외롭지 않겠지

 

내가 개미였으면
좋았을 텐데

 

정말 반짝거리네

 

당신이 개미보다 더 빛나는걸

 

그렇게 달콤한 말
태어나서 처음 들어 봐

 

글쎄

 

당신을 좋아해서
그렇게 보였나 봐

 

'플로리다, 3년 후'

 

저기 봐

 

안녕!

 

난 이럴 시간 없는데

 

가까이 가서 살펴볼게
형은 여기서 기다려

 

아니, 잠깐만!

 

내가 가야 해

 

나라야 해, 그렇지?

 

그러니까...

 

이 일은...

 

- 알다시피 이건...
- 가 봐

 

잘 생각했어

 

뜯어 버려

 

뜯어 버리라니까

 

자기 오늘따라 좀 유별난데

 

지난번에 왔을 때는
자기가 막 달려들었잖아

 

빌어먹을!

 

이봐! 젠장

 

망할 자식, 이리 와

 

조용히 하고 일단 앉아

 

- 그 사람 누구야, 존?
- 너 누구야?

 

전 그냥... 아니에요

 

- 그런 게 아니고...
- 잠깐만, 누군지 알겠어

 

이 사람, 그 각본가야

 

- 우리 책으로 각본 쓴다던?
- 응

 

그거 멋진데

 

만나서 반갑소

 

이봐요, 작가님

 

- 누가 날 연기하지?
- 모르겠어요, 전 이만...

 

내가 직접 연기하고 싶은데

 

어째서?

 

- 날 미행했나?
- 설마요, 그만 가 볼게요

 

그래, 그게 좋겠군
만나서 반가웠어요

 

내 연락처를 드리지

 

나 무서워 죽겠어, 존
이 사람이 왜 여기 있지?

 

왜 날 따라온 걸까?

 

- 뭘 알고 있을까?
- 전 아무것도 몰라요

 

- 온실 안을 봤어
- 젠장

 

어쩌지

 

각본에 이 내용도
집어넣을 건가요?

 

무슨 내용을 말하는지
모르겠는데요

 

거짓말이야

 

- 붙잡아
- 가만히 있어

 

죽이는 수밖에 없겠어

 

- 뭐라고?
- 다른 방법이 없잖아

 

- 다른 수가 있어?
- 얌전히 있어!

 

수전

 

일단 진정해

 

너무 감정적으로 굴지 마

 

- 아직은 모르잖아
- 나에 대해 글을 쓰면?

 

그랬다간 온 세상에
우리 관계가 들통나게 돼

 

이곳도 그렇고

 

왜?

 

- 내가 창피한 거야?
- 아냐, 그런 게 아니야

 

- 어떻게 그런 말을 해?
- 그건...

 

난 기자야
마약과 엮일 순 없어

 

수전

 

그래도 살인은 안 돼

 

좋아, 알겠어

 

그럼 내가 할게

 

나 혼자서

 

- 수전...
- 이봐, 앉아 있어!

 

- 발설 안 할게요
- 저 사람 차에 태워

 

'파카해치 스트랜드
주립 보호 구역'

 

시동 끄고 내려

 

뛰어! 어서 달려!

 

수전! 어떻게 된 거야?

 

나도 몰라, 못 봤어

 

젠장! 빌어먹을!

 

어서 손전등 찾게 도와줘

 

남자였어?

 

응, 뚱보였어

 

그것밖에 못 봤어

 

황당하게 됐군
흩어져서 찾아보자

 

싫어, 혼자서 여길
돌아다니는 건 절대 못 해

 

- 우릴 찾아낼 거야
- 그럴 일 없어

 

난 죽기 싫어, 도널드
지금까지 삶을 낭비했는데

 

- 아니야, 안 죽는다니까
- 난 삶을 낭비했어

 

넌 정말 대단해

 

난 남들 시선을 걱정하며
평생 무력하게 살았는데

 

- 넌 남들을 의식하지 않잖아
- 나 그런 놈 아닌데

 

아니, 오해하지 마
칭찬으로 한 말이니까

 

한번은 고등학교 때

 

도서관 창문으로
널 지켜본 적 있어

 

- 넌 세라 마시랑 얘기 중이었지
- 그 앨 정말 사랑했는데

 

알아, 너와 얘기할 때
세라는 참 상냥했어

 

- 기억나
- 그런데 네가 가 버리자마자

 

킴 카네티랑 같이
널 비웃기 시작했어

 

꼭 내가 놀림당하는 것 같았어

 

넌 전혀 몰랐어?

 

- 넌 무척 행복해 보였지
- 나도 알았어, 다 들었거든

 

그럼 왜 그렇게
행복했던 거야?

 

난 세라를 사랑했으니까

 

그건 내 거였어

 

그 사랑 말이야

 

온전히 내 소유였지

 

그걸 앗아갈 권리는
세라에게조차 없었어

 

내가 원하면
난 누구든 사랑할 수 있어

 

세라가 널 한심하게
여겼는데도?

 

그렇게 생각하는 거야
그 애 자유지

 

누가 형을 사랑하느냐보다
형이 누굴 사랑하느냐가 중요해

 

난 오래전에 그렇게 결심했어

 

왜 그래?

 

고맙다

 

뭐가?

 

조용히!

 

잘 들어 봐, 그놈들이야

 

틀림없이 그놈들 숨소리야

 

찰리?

 

- 찰리?
- 찰리!

 

어디 있지?

 

- 찰리?
- 찰리!

 

밴이 어디 갔지?

 

- 간 건가?
- 몰라

 

어쩌면

 

존? 존!

 

젠장!

 

내가 총에 맞을 줄이야
진짜 깬다

 

조용히 해, 왜 웃고 난리야?

 

도널드

 

넌 괜찮을 거야
다 괜찮을 거야, 도널드

 

정신 잃지 마
정신 차려, 도널드

 

나를 봐
날 보라니까, 도널드

 

어서 날 봐, 눈을 떠

 

도널드, 눈 떠

 

도널드, 제발 부탁이야
어서 눈 뜨라니까

 

도널드, 제발 눈 떠

 

나와 당신을 상상해요
난 그래요

 

당신을 밤낮으로 생각해요
그럴 수밖에 없어요

 

사랑하는 그녀를
꼭 안아 주는 상상을 해 봐요

 

그럼 함께 행복한 거죠

 

나를 봐

 

나와 당신을 상상해요
난 그래요

 

도와줘요!

 

존!

 

거기 서!

 

미안해

 

이런 짓을 해야 하다니

 

난 살인자가 아니야

 

너희가 자초한...

 

존!

 

안 돼!

 

- 도와줘!
- 안 돼!

 

존!

 

존! 존!

 

안 돼!

 

존, 존

 

맙소사

 

이 망할 놈의 뚱보!

 

- 존이 죽었잖아, 빌어먹을!
- 조용히 해요

 

- 시끄러워요, 닥쳐요
- 내 삶을 망쳤어, 개자식!

 

엿 먹어!

 

당신은 늙고 외롭고 절박하고
한심한 중독자일 뿐이야

 

맙소사

 

이제 끝났어

 

다 끝났어

 

내가 모든 걸 망쳤어

 

내 삶을 되찾고 싶어

 

망가지기 전의
내 삶을 되찾고 싶어

 

다시 태어나고 싶어
새로워지고 싶어

 

새로워지고 싶어

 

여보세요?

 

- 여보세요?
- 엄마

 

찰리?

 

찰리 맞니?

 

찰리, 무슨 일이야?

 

도널드는 말한다

 

"그렇게 생각하는 거야
그 애 자유지"

 

"누가 형을 사랑하느냐보다"

 

"형이 누굴
사랑하느냐가 중요해"

 

"난 오래전에
그렇게 결심했어"

 

코프먼은 울기 시작한다

 

동생에게 감사하고 싶지만
말이 나오지 않는다

 

- 어떻게 지내?
- 난 괜찮아

 

도널드가 그리워

 

- 각본은 잘돼 가고?
- 응, 거의 다 마쳤어

 

다음 작품으로
넘어갈 수 있어 기뻐

 

왜 안 그렇겠어

 

당신은 잘 지냈어?

 

1월에 데이비드와
프라하에 갔었는데

 

정말 좋더라

 

- 좋았겠다
- 굉장한 인형 극장이 있어

 

그래, 나도 한번 보고 싶다

 

또 인간의 해골과 뼈로
꾸며진 교회도 있어

 

거기 쓰인 뼈가
4만 개나 된대

 

거기 있는 동안 자기 생각했어

 

나 사귀는 사람 있어
인제 와서 왜 이래?

 

사랑해

 

그만 갈게, 그러는 게 좋겠어

 

할 일이 많아
이번 주말에 여행 가거든

 

- 챙길 게 엄청 많아
- 그래

 

나도 사랑해

 

그만 집에 가야겠어
어서 각본을 마무리해야지

 

코프먼이 어밀리아와
헤어진 후 집으로 차를 몰며

 

각본을 어떻게 마칠지
생각하는 장면으로 끝내자

 

젠장, 그건 해설이잖아
매키 선생이 싫어하겠네

 

해설 말고 달리 뭐가 있지?

 

나도 모르겠다

 

매키가 뭐라 하면 어때?
옳게 느껴지면 됐지

 

마무리 짓는 느낌이잖아

 

내 역은 누가 맡을까?
너무 뚱뚱하면 싫은데

 

제라르 드파르디외도 좋지만
프랑스식 억양이 걸리네

 

어쨌든 다 끝났어
중요한 건 그거지

 

"코프먼은 어밀리아와
헤어진 후 집으로 차를 몰며"

 

"생애 처음으로
희망을 느꼈다"

 

이 문장 맘에 드네

 

아주 좋아

 

"'우린 모두 하나예요, 경위님
그걸 깨달았어요"'

 

"'한 몸의 세포와 같죠"'

 

"'물론 몸뚱이는 볼 수 없어요
물고기가 바다를 못 보듯요"'

 

"'우린 서로 시기하고
미워하고 상처 주죠"'

 

"'그처럼 웃기는 일이
어디 있을까요?"'

 

"'심장 세포가 폐 세포를
미워해서 뭘 어쩌겠어요"'

 

"세 사람' 중 캐시의 대사'

 

'도널드 코프먼을 기리며'

  1983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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