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language subtitles for Fireworks EP04 360p-SBS

- 일 얘기만 나오면 고약해지는군.

도대체 그게 뭔데 그렇게까지 하고 싶어.

- 자존심은 말이야.

자존심이라는건 그런게 아니야.

자신의 능력 제대로 알고.

깨끗이 승복하는 게 오히려 자존심이지.

조금만 건드려지면 이렇게 발끈 발끈.

이건 자존심 아니야.

- 내 능력 누가.
종혁 씨가 검증하는 거예요?

- 지난번 당신꺼.
방송 봤잖아.

그래 갖고 되겠어?
- 평은 좋았어요.

- 듣기 별로 유쾌하지 않겠지만 내가
보기엔 발효도 안 되는 술이었어.

인정할 건 인정해.

- 좋아요 그럴지도 몰라요.

그만두는 게 훨씬 잘 생각하는
걸지도 몰라요 그런데.

그렇더라도 나는 그 일이 꼭 하고 싶어요.

기어이 해내고 싶어요.

결혼할 사람이면.
세상에서 제일 가까운 관계될 사람이에요.

그런 사람이 내 일 우습게 알고.

격려는 못해준 망정 기나 팍팍 죽이는 거.

참을 수 없고 여러 가지 다른 면으로도
우리는 결혼할 만한 사람들이 아니에요.

- 여러 가지 뭐.

여러 가지 뭐.

- 내 몸에 안 맞는 옷 같아요.

너무 크기도 하고 너무 꽉 끼기도 해요.

- 구체적으로.
- 너무 많아서 일일이 말 다 못해요.

종혁 씨네 집안에 나 안 맞아요.

아버님도 나 안 좋아하시고 나도 그렇게 대단한 집안에
들어가 사는 거 자신도 없을 뿐더러 버거워서 싫어요.

나는 지나치게 평범하고 종혁
씨는 지나치게 특별해요.

결혼 그만둬요.
- 그 일은 그만둬 할 수 없어.

- 한다 그랬어요.

- 어떻게 나한테 한 마디 의논도 없이 당신 멋대로
한다 그래 우리 결혼은 어떻게 할 셈으로.

- 솔직하게.

너무 흥분해서 그랬는지 내가 곧 결혼해야
한다는 사실 자체 잊어먹었었어요.

이런 사람 데려가서 뭐 할 거예요.

결혼하지 말아요.

- 감기 들어 빨리 들어가.

- 왜 나와 계세요.

네?

- 아랫도리도 부실하게 입은 채 나가서
안 들어온다고 네 엄마가 나가보래.

- 어련히 들어갈까요.
- 할 얘기가 있으면 집에서 하지.

나와서 할 얘기는 뭐야?

뭐야?

아 최서방 나가는 기색이 불편하더라는데.

거 쫓아가는 폼새도 예사롭지 않고.

- 아이고 참 엄마 아버지 못 말려.

- 뭐 서로 뜻 안 맞는 거 있어?

- 어떻게 하다 결혼할 생각을 했는지 몰라.

돌았었나봐.
- 등 쪽이 싸늘하게 그게 무슨 소리야.

너무 고약하게 속썩이지마.

으응?
나 좋다는 사람한테 불친절하는 거.

나쁜 사람이야.

선잠 깬 어린애 모양 찌그러져.

왜 그래.

- 아버지 전

그 사람이 마음으로 그렇게 좋지가 않아요.

- 근데 왜 한다고 그랬어?

으응?

하라 그랬잖아요 아버지 엄마 오빠 언니
모두 다 하라 하라 그랬잖어.

그래놓고 이제와서 그런 말 하면 어떡해.

- 아 그렇지만 결국은 니가
결심하고 결정한 거 아니야.

- 너무 끈질기고

되는 일도 없고

시들어는가고

아이고 모르겠다 그랬지 뭐.

- 아 추워 죽겠는데 서두르지 늘쩡늘쩡 뭐
야밤에 꽃놀이 해요 애 감기 든다니까.

- 추운데 당신은 왜 나왔어.

- 아휴 죽겠네 아휴 저 저 바지도
아니고 치마 입고 나가서.

얼른 우리 방에 들어가 요 밑에 좀 파묻어.

- 괜찮아요 그럴 정도 아니에요.

- 아무 일도 아니야 그냥 배웅해줬대.

뭐 대추차라도 한잔 먹여 나도 좀 주고.

- 안그래도 올려놨네요.

- 댁으로 모십니까?
- 뭐라고?

- 댁으로 모십니까?
- 우물 거리지 말고 들리게 해 다시 해 봐.

- 댁으로 모십니까?

- 그래.
집으로 가자.

- 뭐해?
- 대본봐요.

- 몸이나 녹거든 해라.
- 바빠요 그럴 시간도 없어.

- 니 둘 또 뭐 틀렸지?

- 아니야.
- 귀신둥 가려놓고 아웅해.

또 뭐야?
- 아니라니까.

- 아니라고 그러지 말고 말하기 싫으면 싫다고
그래 아닌 게 아닌데 왜 아니래.

- 아니야.

아니에요.

- 아니면 뒤집어라.

- 엄마 뭐해?

- 꽝꽝얼어서 다리가 아이스케키잖아, 우리 방
요 밑에 너 좀 녹이고 하면 어디가 덧나.

- 아이고 참 됐다니까.

바빠 나 밤새야 해.
됐다구요.

- 알았어 그래 나가 나가 징그럽게
말도 안 들으니까 아무튼.

- 자고 있을 줄 알았는데
아직 안 자고 뭐 했어?

- 그냥.
- 무슨 책이야?

- 별거 아니야.
곧장 들어가지 뭐하러 와.

- 노인네 괴팍 떠는 거 몇 시간
봤더니 스트레스 쌓여 돌겠더라.

풀 데가 없잖아.
- 상태는?

- 안정됐어.

아유 답답해 서포트가 너무 강력한가
봐 벗고 싶어 죽을 뻔 했어.

알아보니까 특실은 빈 게 있다 그러더라고 그래 특실로 들어가
줬더니 글쎄 오는 급실에 떠나가게 난리를 치잖아.

돈 무서운 줄 모르고 까불다가 나중에
돈 십 원 때문에 울 거라나 뭐라나.

악담도 아니고 정말 챙피해 죽는 줄 알았어.

우리 엄마 미치겠어 진짜 약도 없는 병인데
어떻게 하니 죽어야 고칠 거야 그렇지?

- 이러지 마.

일어나.
무겁다.

- 왜 그래?

- 많이 피곤해.

좀 쉬게 봐주라.

응?
- 의욕 없니?

- 없어.
일어나 무겁다니까.

뭐 시원한 거 한 잔 마실래?
잠 안오는거 골라봐봐.

- 시원한 거야 너는 콜라 안 마시고
오렌지 주스 밖에 없을 거 아니야.

- 콜라는 없어.
- 냉수 줘 그럼.

이걸 완전히 냉수 먹고 속 차려내.

너한테 와서 머리 껍질 좀 말랑말랑하게
만들어갈 생각이었는데.

스트레스 받은 머리 껍질 딱딱해지잖어.

앉어.
- 저기 앉을게.

- 왜 그러니 김새게.

- 거기 앉으면 너 나 만질 거 아니야.

- 싫어?
- 성가스러울 것 같아.

- 갑자기 왜 그러는 거야?

- 그럴 때 더러 있었어.

너 너무 만지는 경향이 있거든.

- 왜 지금까지는 아무 말 안 했어?

- 무안할까봐.

- 그럼 봐줬다는 거야?
- 봐줬다기보다.

거절당하는 기분 주고 싶지 않아서.

- 어떨 때 그러는데?
어떨 때는 내가 성가스러우냐고?

어?
알아야 눈치 없이 안 굴 거 아니야.

- 좀 그럴 때가 있어.

피곤할 때도 그렇고.
신경 써야 하는 수술을 앞두고도 그렇고.

- 그동안 많이 괴로웠겠구나?

너도 좋아하지 않았니?

나는 너도 좋아하는 걸로 알았는데
좋아한 척 했던 거니?

- 아니 꼭.

그런 식으로 얘기하면 곤란하고 그냥

성가스러울 때가 있구나
그렇게 이해하면 돼.

- 알았어.

디게 창피하다.

무슨 색녀 색감 같지 않아 내가

그럼 앞으로는 오늘 기분이 어떠십니까
물어봐야 하는 거니?

- 집에 안 가?
- 집에 안 가려고 왔다 그러면 징그럽겠지?

- 늦었어.
민지 혼자 있을 거 아니야.

- 집이 떠나가라 테크노춤 추고
있더라 아까 전화했더니.

그 기집애 때문에 빌라에서도 내쫓기겠어.

- 안 신어?

- 부끄러워서 일초라도 빨리 벗어나야겠어
양말 신을 수 없어.

- 괜찮아 신어 추운데.
- 차 타는데 뭐 안 추워.

강욱아

챙피는 내가 당했는데 부끄러움은
왜 네가 타니?

- 내가?
- 나랑 눈을 안 맞추잖어.

우스워 죽겠네.
괜찮아 부끄러워하지 마.

이래서 너를 좋아해 귀여워.

- 어서 가.
- 배웅 안 해주니?

- 그럼 좀 기다려 옷 좀 바꿔 입고.

- 됐어 그냥 있어 갈게 잘 자.

- 조심해 수상한 놈 얼쩡거리면
도로 엘리베이터 타고 올라와.

- 알았어.

간다 굿나잇.
- 굿나잇.

- 이런저런 생각 안 하려고 해요.

그냥 머리털 나고 처음

가슴이 뛰는 사람 만났는데.

같이 있고 싶고

얘기 많이 하고 싶고

그 사람에 대한 모든 거 알고 싶고
나에 대해서도 다 알게 해주고

그러고 싶은 사람 처음 만났는데

만나는 게 너무 늦었구나.

그렇게 정리했어요.

그대로 그만두나

그래도 한 번은 만나야 하나

머리에서 불이 나는 것 같았어요.

결국은 만났는데

남자는 괴로운 척 하면서

남의 여자를 탐내는 건 옳지 못하다는 말로

남의 남자 탐내는 나를

무참하게 했어요.

그렇게 당했어요.

- 다치지 않았어요?

- 안녕.
일찍 나왔네.

- 집에 안 갔어.
- 원고 안 넘겼어?

- 저 기집애 술주정 받느라
일은커녕 잠도 못잤다.

- 재 여기서 잤니?
- 여기서 잔게 아니라.

여기서 술주정했어.
새벽 4시에 떨어지더라 지긋지긋한거.

- 문 좀 열어놓지.
썩는다 썩어.

- 독감 죽인대잖어.
- 열지 마?

- 조금만 열어놔.
- 주정의 테마가 뭐였는데?

- 니들 뭐 미니시리즈 한다면서 그거
멋지게 써서 나한테 복수한다 그랬어.

누가 복수할 상대면 괜찮은 거 아니니?

- 괜찮지.
- 뭐 할 건데?

- 이제 만들어야지 뭐.

국도 없이 뻑뻑하겠다.

- 그런데 너 결혼하면서 그거 할 수 있겠니?

- 그래서 고민이야.
- 그 사람 뭐라 안 그래?

- 뭐라 그러지.
- 돈 되면 할 거야?

- 너 일일극 들어간다면서.

- 어.
- 결정된 거야?

- 캐스팅 들어갈거야.
- 뭐 비밀로 해야 할 이유 있었어?

- 돼야 되는 거잖아 시놉 내놓고
까인게 한두 번인가 어디.

결정되면 얘기하려고.

- 시놉시스 쓰는 것도
몰랐는데 황당하더라.

- 작년에 준 시놉이야.

- 뭔데?

- 일일극 뻔하지 뭐

잘될지 모르겠어.

본격적인 시험 보는데 깨끗하고
엎어지는 거 아닌지 몰라.

- 너 잘할거야.
- 정말 그렇게 생각하니?

- 잘할 거야 너 가족 얘기 리얼하게
잘 쓰잖아 구수하게 맛있게.

- 굉장히 고맙다.
계속 팍팍 밀어주라.

누구야?
- 누구세요?

- 사모님 접니다.

- 무슨 일로 오셨어요?

- 이거 전해드리라고.
- 뭔데요?

- 뭐 과일이랑 그런거.
- 빨리 받지 뭐해 너.

- 주세요.
- 이건 무겁습니다.

- 안녕히 가세요.
- 네 안녕히 계십시오.

- 먹고 미니 시리즈 잘 쓰라는 뜻인가 보다.

이건 뭐냐?

이 남자 재미있다.

이걸 누구 시켜서 샀을까 자기가
직접 사진 안았을 거고 말이야.

넌 이걸 보고도 아무 감동이 없니?

- 뭐 어쩌다 한 번씩 있는 일이잖아.

- 거만할 거 쥐뿔도 없는 애가 거만
떠는 거 보면 오장이 뒤집어지더라.

원님 덕에 나팔이나 부는 우리
꼴 보기 싫어 그러니

- 기집애.

- 누구세요?
- 배달 왔는데요.

- 너 뭐 배달 시킨거 있어?
- 아니.

- 안녕하세요 박지현 씨 계신가요?

- 난데요.
- 싸인 좀 부탁드릴게요.

감사합니다.
안녕히 계세요.

- 안녕히 가세요.

- 미치겠네.

- 아 그건 자금팀이 분리
안 되더라도 할 수 있어.

- 그런데 두 개가 믹스되어 있을 때하고
별도 일 때하고는 좀 다르죠.

- 어차피 자금팀 따로 놀잖아.
그런데 같이 있으면 더 자기 일 같이 할 거야.

어레인지 잘할 수 있는 사람만
있으면 같이 있는 게 나아.

자 그러니까 이렇게 하자고.
서로 크로스 체킹이야.

영업지원팀에서는 영업 쪽 사고에
대해서 바로 체크하고

영업 쪽에서 바로 알 수가 있잖아.

그러니까 크로스 체킹 하자고.
자 다음.

채권 리서치 자료 얘긴데.
- 네.

- 이 채권 쪽도 분석하는 게
굉장히 복잡한 게 많잖아.

아 일드 커브 계산을 놓고 일수
계산의 인터폴레이션인가?

신 부장 그렇게 하는 거지?
- 그렇죠.

- 그런 거 할 때 신 부장
도움 많이 요청할 거야.

신 부장이 우리 회사 브레인이야.
- 신 부장님이 이쪽 일 하시는거 맞죠?

- 신 부장 일은 아니야.
그냥 도와달라고 하는거야.

신 부장이 안 해줘도 우리 할 말 없어.

그러니까 무슨 방법을 써서라도
잘 꼬셔서 해보라고.

접대비 처리해 줄 테니까 응?

신 부장이 굉장히 많이 알아, 그런데
웬만해서 잘 안 움직이거든.

오케이.

그쪽 데이터베이스 쪽으로는 우리 문 부장이 많이 하고
있어 딜러 쪽하고 전화 같이 좀 하고 하고 있지.

- 네 참가하고 있습니다.
- 그건 어떻게 생각해?

달라야 퍼렌 데이타베이스 쪽도 우리
갖고 있어야 되는 거 아니야?

- 그렇죠.
- 그렇지?

그것도 하자 힘들지만.

- 그러면 템프럴리 여직원이
하나 필요한데요.

- 어 그래 뽑자.
- 김진철 씨 왜요?

- 발에 부종 같은 게 있어서요.

- 그래요 그럼 무좀 같은
건지 무좀인지 좀 볼까요?

양말 벗어 보세요.

무좀 같은 게 아니라 무좀이네요.

신으세요.
- 무좀도 붓고 아픈가요?

- 붓죠.

무좀 때문에 붓는 게 아니라 무좀으로 살갗이 벗겨진
곳에 세균 감염이 돼서 붓고 아픈 거예요.

- 부은지 얼마 안 되었는데.

- 부은지 얼마 안 되어도
무좀 걸린지 꽤 됐어요.

때 안 놓치고 잘 오셨어요 그냥
놔두면 걷지도 못하게 돼요.

약 드릴 테니까 열심히 먹고 바로
가시고요 모레 다시 오세요.

술 드시면 안 되고요.
나가서 기다렸다가 약 타갖고 가세요.

- 네 수고하셨습니다.

- 선생님 안녕하세요.

- 너무 일찍 왔네.

- 그동안 일 좀 바빴거든요.

- 아무리 바빠도 그렇지
이제 오면 어떻게 해요.

모자 벗어요.

약 열심히 안 발랐구나.

- 네.
- 열심히 발라야지 왜 게으름 펴요?

- 네.

- 신혜주씨 오늘 좀 복잡하다고
내일 오면 안되겠냐구요.

- 그래 그러라고 해요.
아직 밥 먹을 때 안 됐어요?

- 배고프세요?
아직 10분전이에요.

- 아우 죽겠다 나 왜 이러니 진짜.

- 머리 안 아파?

- 왜 안 아프겠어요 아줌마 맥주를 시작해서
소주로 갖다 정종으로 마무리했는데.

나는 왜 술만 먹으면 사족을 못쓸까?

- 작작 좀 풀고 다녀 약값
대줄 서방도 없는데.

몸 다치면 어떡하려 그래.

- 약값 대줄 서방은 없지만
그래도 아버지는 있잖아.

서른 넘어 아버지 끌어들이는 게
뻔뻔스럽지만 어우 죽겠다.

뭐 해장국 같은 거 없니 대구탕집 가자
몇 시나 된 거야 밥 안 먹어?

- 일 맡아놓고 그러면 어떻게 해.

- 일 맡은 게 황홀해서
펐다 잔소리 좀 그만해.

- 제대로 맡은 거나 되는 건지 아닌지도
확실찮은데 술 먼저 푸니.

- 초 치지마.
넌 니 일이나 잘해 초치지 말고.

- 시놉시스나 통과되면 마시란
말이야 내 말은.

- 너 뭐 쓸 거 있다고 했지 뭐냐?
얘기좀 하자.

- 잠하고 술 깨거든 너
아직 잠도 술도 안 깼어.

- 이럴 때 머리도 잘 돌아가는 거 모르지?

세상에 수많은 기발한 아이디어가 비몽사몽
중에 튀어나왔다는 거 아니냐.

왜 감 나가는 거.
치 나 술 잘 먹고 훌륭하다고 누가 보냈디?

- 좀 조용하자 집중이 안 되잖아.

- 나가자.
너 안먹지?

- 어.
갔다와.

- 왜 안먹어?
정신 맑아 잘 쓰려고 단식하니?

- 먹은 지 얼마 안 돼 나가자.

주정했다며?
- 주정이냐 술김에 떠 있는 소리 좀 했지 뭐.

주정으로 몰디?
- 완전히 간거는 아니구나.

- 가긴 간척한 거지.

괜찮다.
- 인사치레 필요 없어 냉정하게 말해.

- 인사치레 능하면 이 모양 그 꼴이 아닐세.

너 이거 어제 하루에 만든 거야?

- 아니야 어젠 밤 꼴랑
세워서 수정고 만들고.

이건 그냥 하나 만들어 놨던 거야.

- 오늘을 대비해서?
- 언젠가를 대비해서.

- 난 왜 너 같은 준비성이 없을까?

- 싱거운 소리 그만두고.
어때 진짜 괜찮은 거야?

- 난 괜찮은데 감독이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문제지 야.

아무튼 대구탕 먹고 정신 먼저 차리자.

어우 머리 덜그럭 거려.
- 너 뭐 갖고 있는 얘기 있으면 내놔 봐.

- 난 안돼.
내가 쓰고 싶은 거는 미니 시리즈 아니야.

고약 덩어리 할아버지가 갑자기 마나님 죽고 나서 마나님
없이 자기가 얼마나 허당이었는지 깨달아가는 과정.

이런 게 미니시리즈 되니?

- 그건 안되겠다.
- 근데 너 결혼하면 작업 할 수 있겠니?

술 먹다가 문득 그렇더라고.
너 그거 되겠어?

- 결혼을 못하는 한이 있어도 할 거야.

먹어.
- 야.

결혼하고 바꿀 일은 아니다.

- 일을 하다 보니까 욕심이
자꾸 생겨서 말이야.

뭐 채권하고 수익증권 유출 펀드를 인터넷 통해서
개인한테 파는 작업도 하는 중이야.

그런데 그 작업도 장난이 아니다.

그래 장난 아니야.

어 그러니까 채권 쪽도 리서치 하면서 수익증권하고 뮤츄얼 펀드 리서치도
제대로 해야겠어서 그쪽에서 일할 사람을 찾고 있는 중이야.

응.
응.

그러니까 너 빨리 와야 돼
어떻게 할 거야 인마.

그러니까 이거는 인간 떨어져야
움직이신다 그거지.

알았다 자식 인간 떨어지게 돼 있어 인마.

끊어 나 나가야 돼 어.

- 맞춰볼게.
알찌개다.

- 어머 어떻게 아셨어요?

- 선생님이 알찌개 주문하셨거든.

- 어서 와.

오전에 놀고 오후만 환자 보는
누구 부러워 죽겠어.

손 씻었어?
- 씻었어.

앉아요 들.
- 알찌개 주문했어.

내일은 뭐 할 거야?
- 아직 결정 못 했는데요.

- 김치찌개 먹은 지 좀 됐는데.
- 냄새 너무 심해서 김치찌개는 좀 그래요.

- 뺸다고 뺴도.
- 기도할 사람 기도하세요.

오늘도 이렇게 맛있는 점심
먹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감사합니다.
- 정말 보기싫은 환자 이 선생은 어떻게 해?

어?
- 나?

- 못 들었어?
- 뭐랬는데.

- 뭐야.
무슨 딴 생각하고 있는 거야?

- 뭐랬는데?

- 정말 보기 싫은 환자
선생님 어떡하시냐구요.

- 글쎄.
우리 병원에 그런 환자 있나?

- 있잖아 왜 괜히 뻐덩거리고
틱틱 거리는 환자.

- 우리 병원에 그런 환자 없는데.

없죠?
- 선생님은 상관 안 하시니까요.

- 일 건 치료하고 처방하는 데 듣는 둥 하는
둥 하면서 병원에 돈 스태 갖다 바쳤어요.

이거 다 소용 없는 짓입니다.
이러는 환자 어떻게 생각해?

불쾌해 죽을 뻔 했어 왜 나한테 그래
내가 안 낫게 한 거 아닌데.

뭐 기분 나쁜 일 있어?

- 왜?
- 왜 남의 말 그냥 먹어버려?

- 잘 안 나서 화난 환자이겠지.

- 뭐 고소한다는 수술 환자 있었어?

- 아니요.
- 근데 왜 평소의 이선생이 아니야?

- 오늘 좀 그러세요.

- 치질 빠졌어?

이상하잖어.
- 컨디션 그래 신경 쓸 거 없어.

- 감기 오는 거 아니야?
- 아니야.

- 열 있어?
- 밥 좀 먹읍시다 밥하고 찌개 식어요.

- 네 피부과 입니다.

네 잠깐요.

이모님 이신데요.
- 병실 났어요?

- 병실은 났는데 우리는
집으로 가는 중이다.

엄마도 집에 간다 그러고 의사도 집에 가 안정이 된다는데, 굳이
니 엄마 살 부들부들 떨며 돈 쓰며 병원 가 있을 거 뭐야.

집에 가도 괜찮대.
괜찮다니까 나왔지.

어.
기분도 괜찮고.

- 괜찮다고 누가 그래.
- 안 괜찮단다.

어.
본인께서.

바꾸래요.
- 귀찮게 뭘 바꿔.

왜.

- 민지 건드려 또 열받지 말고
그냥 모르는 척 해버려요.

아 똥이 무서워 피해 더러워 피하지.

걔가 엄마 쓰러뜨리는 애인데
내 얘기가 먹혀요?

그러니까 글쎄 모르는 척하고 집에 민지가
없다 생각하고 상관하지 마.

개 문제는 이따 퇴근하고 하자고요.

방문 딱 닫고 누워 계세요.

그래요 그럼.
목소리 들으니까 괜찮아.

미치겠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세요 선생님.

- 나 다섯시부터 아홉 시간 수술해.

나 좀 내버려둬.

- 어머.
짜증나세요?

- 그래 싫증나 말 시키지 말고 가만 좀 있어요
어떻게 조용히 가만히 있을 줄은 몰라.

진짜 컨디션이 나쁘신가봐요
수술 어떻게 하시지?

- 애들 앞에서 심했던 거 아니야?

- 미안해 잘못했어.

- 컨디션 그러면 수술 연기해.

그러는게 좋을 거 같다.

- 안 돼 오래 기다린 환자야.
- 제대로 안 되면 어떻게?

- 빈 스케줄도 쉽게 없어.

- 안 쉬운 환자야?

- 까다로워.
- 그래서 날카롭구나.

컨디션 나쁜데 걱정이다.

환자 많이 보지 말고 쉬지.

- 많이 안봐.

민경아.
미안해.

괜한 신경질 폈어.

- 괜찮아.

좀 놀라긴 했지만 너도 신경질 풀
수 있다는 거 아는 게 소득이야.

신선하셨어.
- 뭐?

- 회장님.
- 저 왔습니다.

- 어 그래.
이 포틴이 엉망이야.

저번에 진주에 갔다가 아주 망신만
톡톡히 당하고 왔어.

- 원래 이랬다저랬다 하지 않습니까.

- 에이 이랬다저랬다 해도
분수가 있어야지 원.

와.
- 예.

- 점심 먹었냐?
- 예.

- 이쪽 구석은 다 된 거야 어쩐거야.

- 지금 면접 중입니다.

- 음 그래서 용건은?

- 결혼을 좀 연기했으면 해서요 아버님.

- 왜?

- 회사 문 열면서 결혼까지 하기에는
아무래도 좀 벅찬 느낌이 들어서요.

오픈 가까우면서.

점점 정신적으로 여유가 좀 없어지는
것 같기도 하고 그래서요.

- 내 처음부터 뭐라고 그랬어 약혼하고 금방
결혼하는 건 너무 서둔 것 같다고 했지.

그저 월급쟁이도 아니고 회사 맨들어서 문 연다는 녀석이
무슨 정신이 있어서 결혼까지 할 거냐고 안 했어?

- 죄송합니다.

- 남의 집 딸 데려다가 새 환경이 익숙해지기도 전에
너는 얼굴 보기 힘들게 뛰어다녀야 할 거고.

너는 너대로 쓰느니 안 쓰느니 해도
집에 애한테 신경 쓸 거고.

그렇게 큰일 앞두고 신경 분산시키는
일따위 하는 거 아니랬지?

- 생각이 모자랐습니다.

- 큰일 못할 놈이라 했더니
잘 생각했다 연기해.

그런데 걔는 뭐래?
그 애도 동의를 하든?

- 아직 얘기 전입니다.

- 알아듣게 잘해 그러고 그 애 어른들께도
예의 갖춰서 정중하게 양해 얻어.

- 그렇게 하겠습니다.

- 얘 너 어머니가 실망하겠다 며느리
들일 재미있을 궁리만 하는 사람인데.

얘 청주 한번 가자.

가 일 봐.
- 예.

네.
- 얘 너희 아버지 말씀이 뭐야.

연기하자고 했다면서?

날 잡아놨으면 치뤄야지
연기를 왜 해 연기를.

아 얘 얘 잠깐만.
- 예 사모님.

- 전화하잖아.
- 아 예.

- 그래 얘기해.

아 그거야 처음부터 아버지
말씀도 그랬던 거 아니야.

아버지 언짢게 하면서 기어이
하겠다고 우긴건 너야.

애초에 아버님 말씀대로 했으면
좋았지 이게 뭐야.

날 잡아놨다 뒤로 미룬다고 그러면 속도 모르고
저 집에 무슨 문제 있다고들 할 거고.

지어내서도 그거 찜찜한 일이야.

혼사 미루는 거 별로 개운한 일 아니야 너.

- 제가 알아서 해요 어머니.

뭐 가을쯤 되지 않겠어요?

아니에요 그런 거 없어요 회사 일 안
되는 거 없어요 다 잘 되고 있어요.

그냥 너무 바빠 정신이 없어서
시간 좀 벌자 뿐이니까.

걱정 마시고 저한테 맡기세요.

네.
네.

네 알겠어요.

네 그럼 들어가세요.

- 주인공 오빠를 이런
캐릭터로 하면 어떨까?

하루 진종일 세 마디도 안 하는 남자.

도무지가 말을 안 하는 남자.

집에 불이 나봐야 간신히
불났다 한마디 할 남자.

- 왜 그래야 하는데?

- 내 친구 형부가 그렇데 얼마나
심하게 말이 없는지.

결혼해서 칠 년 동안 들어본 말이
딱 다섯 마디라 그런댄다.

- 설마.

- 물론 과장이지 그렇지만 그럴
정도면 어떤지 알조잖아.

- 답답해서 살기 어렵겠다.
- 그걸 재미있게 풀어보는 거야.

그런 남편에

한 수 더 떠 아버지를 꼭 빼닮은 아들 녀석 둘.

여자 환장하지 않겠니?

그런데 그 환장하는 여자를 아주
재밌고 코믹하게 푸는 거야.

- 그쪽은 그럼 네가 써.
- 내가 쓸려고 그러는 거야.

보니까 내가 쓸 부분이 없더라고.

그리고

그냥 무겁기만 하거나

그냥 뽀얗게 아스무레 하기만 하거나
드라마가 한 톤이면 안되더라.

웃기는 대목도 있고 뽀얀 대목도 있고 또 우당탕
붙기도 하고 그러다가 푸근하기도 하고.

드라마도 퓨전 시대 인것 같지 않니?

- 나는 퓨전 싫어.

정말 보기 힘든 건 재밌으려고 온갖 거 다
끌어모아 잡탕으로 넘어 애쓴 드라마야

재미는 없더라도 성실하고 진지야.

- 야 까여 까여.
성실과 진지는 까여.

시청률 잊어버리지 마.
시청률.

시청률.
- 현경아.

- 어?
- 우리 내일 하자.

너무 고단해 멍해.
- 그래.

- 나 수정고 한 번 더 훑어볼 테니까 너
우리가 얘기한 거 갖고 시놉시스 정리해봐.

- 그래 그러자.

- 먼 발치에서 스쳐지나가는 거라도 한 번

보고 싶고

웃음소리 한 번 더 듣고 싶고

샴푸 냄새

그리워요.

그러니까

이상한 놈 만나서 손해 봤다는
생각 당했다는 생각

안 해도 돼요.

- 안 되겠다 그냥 멍하기만
해 일단 좀 자야겠어.

- 그래 그럼 그래.

우리 같은 사람은 금강산도 식후경이
아니라 금강산도 생명병이야.

- 바보 천치 무식하게 짝이
없으면서 거지같이 아는 척은

참 절도 하겠다 절도 하겠어.

- 왜?

- 정감독 그 자식 안 들으니까 그 자식으로
가자 도대체 문화라는 게 우뜨구나 어?

- 없는 게 아니라 천거지.

- 구닥다리가 있니 나
기막혀 죽는 줄 알았네.

- 유치하다 그랬잖어.
- 아니.

수정하라 소리 안 하고 그냥 통과시키면
감독 권위가 떨어지는 거니 뭐니.

요새 감독들은 왜 그렇게 수정을 좋아하니
수정이 통과 의뢰야 통과 의뢰야.

- 그렇다고 니 원고가 완벽할 수는 없잖아.

- 감독은 완벽하니?
- 많이 해야돼?

- 네 씬.
- 그럼 많은것도 아닌데 뭘 그래.

- 말짱한 씬을 잡으라고 그러니까 돌지.

- 아 이름없는 작가의 서러움이여.

그런데 우리는 이 빌어먹을 일을
왜 하려고 아드득 거리는걸까?

- 그래서 싸웠어?
- 싸워?

내가 너니?
나 소녀 가장이야.

- 주스 한잔 줄까?
- 고마워.

- 네.

- 시간 없어 나가면서 얘기해.

못한다고했어?
- 안했어요.

- 할거야?
- 한다고 했잖아요.

- 확고하지.
- 확고해요.

- 그거 내가 얼마든지 못하게 할 수도 있어.

얼마나 연기해주면 돼?

말해 언제까지 여유 주면 돼.

시간 없다니까.
빨리 대답해.

파혼이 아니라서 실망했어?

내 사전에 파혼 같은 건 없어 앞으로 다시는
경솔한 말 하지 마 유쾌하지 않아.

언제까지 줄까?
- 11월이면 돼요.

- 9월.
9월까지 다 끝내.

내 일이 너무 바빠 연기하는 거야.

당신이 연기시키는 게 아니라 내가
연기하는 게 당신 편할 거야.

당신 얼굴 왜 그래 잠 못 잤어?

- 미안해요.

미안해요 그리고 고마워요.

- 한결 낫군.

간다.

- 퇴근 안 하세요?
- 어 해야지.

정리하고 퇴근들 해.
- 네.

- 환자분 어떻습니까.
- 좋습니다.

- 다녀왔습니다.
- 어서 와라.

- 좀 어떠세요?
혈압 재 볼까?

- 그래 한번 재봐.
괜찮지 싶은데.

- 민지는?

- 엄마 들어오는 거 보고 곧장 올라가 죽은 듯
조용해 저도 한 짓이 있으니까 반성하겠지.

- 반성 잘도 하겠다.
처음 한 짓이야?

- 그러니까 까짓 줘버리고
혈압 보전이나 하라니까.

- 까짓이라니.
오천만 원이 까짓이야?

- 이서방은 엄마 저랑 나랑
반반씩 내서 해주제.

- 어머 그래?
- 건방진 녀석.

그래서 자기 장모 수전노 만들재?

- 그게 아니라 엄마.

- 내가 못 준다는데 나 무시하고 지가 나서는
게 수전노 만드는 거 아니고 뭐야.

- 없었던 얘기로 하고 맙시다.

강욱이는 민지가 자꾸 엄마 건드리니까 우리끼리라도 해결하자고,
그냥 단순하게 엄마랑 민지 위해 얘기한 건데.

엄마 입장에서는 또 그럴 수 있겠네.

혈압 재야 하니까 내려요.
푹 내리고 편안하게 기대세요.

- 나설 때 안 나설 때도 모르는 푼수터.

- 저녁 먹어야지.
- 네.

- 세상에 수전노 무슨.
- 너 뭐라 그러는 거야?

- 이서방 주책없다고.

내려온 김에 밥 먹어.
내가 차려줄게.

또 라면 먹어?

니 엄마도 대단하지만 참 너도 대단하다.

밥 먹어.

너 그러다 서른도 못 해 죽을 거야.

콜라에 라면에 떡볶이만 먹다
영양실조로 죽을 거야.

- 서른까지 살면 장사하는 거요.

하루에도 열두 번씩 그만 살고
죽어버릴까 생각하니까.

- 그럼 그럼 어쨌거나 뭐니 뭐니 해도 남편
밥 먹고 사는 게 최고라고 아이고 아이고.

비켜 비켜.
뜨겁다 뜨거워.

- 많이 먹었는데.
사모님.

- 실컷들 먹어 실컷들 먹으라고 본 김에 실컷들
먹어 1년 치 다 먹어도 아직 많아.

- 예 예.
- 미스자 나물 더 내와.

- 인심 좋으시다는 소문 듣긴
들었는데 정말 좋으시네요.

- 아이고.
- 엄마.

- 어머.
아이고.

아유 참 아유 어떡해.

아 어떻게 들어온다는 말도 없이 최기사 얘는
뭐하는 애고 김씨는 뭐하는 거야 도대체가.

- 당신은 뭐하는 사람이야.
- 어머나 아이고 아이고.

아유 참 아유 얘 나는 너희 아버지 고함
소리 때문에 못 살겠다 못 살겠어.

- 꼴로 하고는.
- 아유 참.

- 왜 이렇게 일러.
- 일찍 들어왔습니다.

- 들어와.
- 아이 죽었다.

- 빨리 안들어와?
- 아이 들어가요 들어가요.

아 귀 안 먹었어요.

아유 참.